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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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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기술 기사님 오라이-!
작성일 : 20-08-15     조회 : 90     추천 : 0     분량 :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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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난도가 그 호난도였구나!"

 이제야 떠오른다. 한국 축구의 신성. 역대급 공격수의 탄생. 강력한 양발 슈팅도 있지만 드리블러로 두세 명은 쉽게 돌파하는 역대급 재능을 보여주던 선수.

 심지어 중학교 때는 월반해서 U-17 국가대표로 해외에 나가 골도 기록했다.

 

 호난도를 검색하면 축구천재가 연관검색어로 뜨고 해외 대회에서 브라질 선수 세 명을 제치고 중거리 슈팅하는 동영상은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무릎 부상과 함께 잔부상을 겪으며 소식이 뜸해졌는데, 여기에 있었다니...내 후배라 은근히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착잡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나도 축구를 해봤지만 축구 신동은 넘친다. 여러 이유로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아 잠시 놀랐을 뿐이다.

 

 호난도는 큰 부상 후 폭발적인 스피드도 사라지고 기량을 회복하지 못해 경쟁에서 밀린 것 같다. 축구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우리 예술고 아트풋볼까지 온 듯했다. 관리도 안 됐는지 살도 엄청 쪘다.

 아......

 더 이상 축구할 생각이 없어 학교 해체 소식을 알았지만 그냥 남은 거라고 채팅창에서 정보가 올라온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까 전부터 가려운 곳 긁어주듯 정보를 올려주는데 엄청 잘 알고 있다.

 지금 저 모습을 보면 기대가 별로 들지 않지만 그래도 경기 시작 전까지만 기세등등했다가 지금은 공 빼앗길 때마다 같은 팀 선수들 눈치보고 있는 방과 후 투톱보단 나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기대를 안고 경기장을 봤는데,

 "너 어디 갔었어?"

 "PC방이요 하하하! 난데없이 유자튜브에서 우리 학교 나온다고."

 아저씨들과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또라이 아니야?! 아무리 알아보는 아저씨들이 있어도 부를 때마다 일일이 다가가서 악수를 하네!

 

 상대 수비수 아저씨들은 손해 볼 게 없었다. 신나게 우리 문전에서 공격 중이니까 말이다. 수비 가담이라도 하라고! 내가 호난도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아저씨가 알려줘서 나를 본 호난도가 빠르게 내게 다가온다. 수비하러 가라고 왜 나한테 오는데? 저 덩치로 뛰어 오니까 진짜 위압감이 느껴진다. 수비수들은 정말 쫄겠는데......

 

 "감독님 저 불렀어요?"

 "잡담하지 말고 수비라도 하라고!"

 "아 예."

 뻘쭘한 표정으로 호난도가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뭐래?"

 "수비하래요."

 묻는 아저씨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녀석에 대한 모든 기대를 단념하기로 했다.

 

 -방금 만담한 거냐?

 -덤앤더머

 채팅창이 조롱으로 가득하다. 호난도...넌 내게 굴욕을 줬어!

 

 전반이 얼마 안 남은 시점 아저씨들이 소화가 다 되었는지 아니면 호흡이 맞기 시작했는지 갑자기 거칠게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안 되겠다!"

 나는 박가후가 알려준 신호대로 두 팔을 앞으로 버스 핸들을 돌리듯 이리저리 돌렸다. 라인을 뒤로 두라는 신호였다.

 

 선수들이 나를 보더니 곧바로 두줄 버스를 쌓기 시작한다. 의외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공격 중인 아저씨들이 뭘 하나 놀라 지켜볼 정도였다.

 

 "기사님 오라이-!"

 

 선수들이 내가 보낸 신호처럼 두 팔을 앞으로 버스 핸들을 돌리듯 이리저리 돌리며 외쳤다. 포메이션 완료 신호였고 포메이션을 비유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외침이기도 했다.

 왜 이런 걸 연습시켰어? 그 전 감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맹구! 맹구!

 -저거 짜고 치는 거냐?

 -축구 게임 기술발동!

 

 채팅창을 보는데 채팅창이 읽기가 힘들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 그와 함께 후원도 따라 폭발적이다.

 

 "야 더 없냐? 반응 폭발이다!"

 권태 형이 침까지 흘리며 좋아한다.

 "이 경기 연장전도 하자. 네가 일년 간 번 거 삼십 분만에 넘겠는데?"

 내가 다가오던 권태 형에게 날라차기를 하며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

 

 전반은 0:1로 종료되었다. 전반 종료 직전 상대팀의 거친 공격에 겨우 두줄 수비로 위태위태하면서도 겨우 막아냈다. 엘리트 축구부가 아저씨들 상대로 말이야......

 경기 시작 전 내 예상과 다르게 실점을 안 한 게 다행이라 여겨지는 전력이었다.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그래도 호난도가 방과 후 공격수와 다르게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는데 수비 가담을 하긴 했지만 슬렁슬렁 뛰었다.

 기대했던 드리블 돌파는 시도도 안 하고 공 잡으면 바로 패스만 했다. 경기를 뛰고 싶다는 욕망으로 달려왔지만 최소한의 스트레칭도 안돼 있던 게 분명하다.

 

 박가후는 하프타임 때 두줄 수비는 전통적으로 피나는 연습을 통해 완성된 몇 안 되는 전술이라며 이거 쓰면 전국 탑팀 상대로도 다섯 골 아래로 먹힐 자신이 있다고 자랑했다.

 

 ......분명 자랑이었다.

 

 "FA컵 때보다 카메라가 많아!"

 두줄 버스와 함께 많은 카메라로 인해 아저씨들이 집중을 못했고, 예술고 학생들이 경기장 구경을 오며 재수 중이라는 중선이 쓸데없이 개인기를 부리는 것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한 이유였다.

 

 벌써 후반에 돌입해야 하는데 중간에 선수들의 인터뷰를 따느라 지연되었지만 우리도 상대편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딸아 사랑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상대편 아저씨들도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딸아 집으로 돌아와라!"

 금방 숙연해진다.

 "학교 갔다가 집으로 바로 돌아와라!"

 저 아저씨가! 사람들이 때릴 듯 노려본다. 딸이 돌아오라는 바람으로 인해 폭발적이던 후원 문구로 가득 찼던 채팅창이 순식간에 욕으로 바뀐다.

 

 "이번엔 꼭 재수 성공합니다 어머니 늘 감사합니다!"

 새로 감독 부임한 아트풋볼부 격려해달라고 원래 둘 셋만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흘러가 줄을 서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됐으면 후반 30분 가까이 되고 있을 거다.

 

 "오랜만에 축구부 경기하네."

 "힘내라!"

 "지금 유자튜브 생중계 되는 게 이 경기야."

 

 그리고 조금 더 지연된 이유는 유자튜브의 소문 때문에 학생들이 구경을 왔기 때문이다. 어수선해질 걸 대비해 기다려줬다.

 황급히 카메라 일부가 관중석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관중들이 카메라를 잔뜩 의식하기 시작한다. 예술고라 달라!

 

 선수들은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가득 차 있다. 새 감독으로 부임한 내게 뭔가를 보여주겠다 이런 게 아니라,

 

 "여자가 있다!"

 유자튜브 개설에 광고도 꽤 했는지 소문이 났나 보다. 같은 학교 예술고 여자 재학생들이 호기심에 와서 잔뜩 흥분한 듯 보였다. 단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는데, 모두 자신들의 경기가 중계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다. 어느새 흐려져 있던 눈들에 총기가 가득한데 동기가 과잉충전 된 듯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권태 형을 따로 불러 돈에 굴복하지 말고 불러 욕설, 음담패설, 악플에 단호히 반응하라고 했다.

 

 "아까 날라차기는 사과 안 하냐?"

 권태 형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후반 시작 전 내게 사과 받으면 삼 만원 후원 내기를 확인하고 그만 오기가 생겨버렸다.

 

 은연 중에 바라본 정문쪽에서 유니폼을 입은 선수 세 명이 단체로 뛰어오고 있다. 쟤네들 무단 결석한 엘리트들이다! 직감이 왔다. 대반격의 기분이 들었다.

 

 -뭐야 비밀병기들이었냐?

 -극적인 등장 뭔가 엄청난 활약할 것만 같다.

 채팅창도 나만큼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다.

 

 "권도한 너는...배동언? 중앙수비수구나!"

 태블릿을 보며 사진과 이름을 대조해나갔다. 그리고 엘리트니까 무조건 경기에 투입시켰다.

 

 "몸 안 풀었는데 다치는 거 아니야? 후반 중간에 들어가."

 시간이 너무 지연되어서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근무외 시간에 심판보는 선생들 눈치보여서 못 말하겠다. 하지만 선수들도 거부했다. 하긴 이제 40분 남았는데 몸이 닳겠지.

 

 "선생님 걱정마세요. PC방에 있다가 왔어요."

 배동언이 안심하라는 듯 엄지를 추켜 세운 채 말하고 들어간다.

 그게 몸 푸는 거랑 뭔 상관이야?! 엄청난 미스터리를 남긴 채 가까스로 후반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전반 호난도를 시작으로 후반 시작 전 총 네 명의 엘리트 선수들이 합류하며 다시 기대가 들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있는 우리 선수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엘리트로 구성이 되었다.

 관중들로 인해 과하게 동기 부여된 선수들 역시 조금 더 경기에 집중하며 좋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에 나선 선수들도 몸이 풀리고 호흡이 터진 것 같았다. 두줄 버스를 세우지 않아도 위험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엘리트 선수들로만 구성이 되며 적어도 어이없는 패스미스가 나오지 않았다.

 

 "흐흐흐 게임 같다."

 게다가 이게 뭐라고 갑자기 재미를 느꼈다.

 

 신호가 몇 개 더 있었는데 단순해서 외우기도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신호를 내릴 때마다 선수들이 완벽하게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전술만 다섯 번을 바꿨다.

 

 -애들 빡친 것 같다!

 -감독 즐기고 있엌ㅋㅋ

 채팅창을 보고 선수들이 단단히 화가 난 걸 뒤늦게 눈치챘다.

 다만 타성적인 훈련과 훈련량 부족으로 의욕만 좋지 곧 체력이 고갈돼 보였다. 전후반 40분제인데 이제 60분이 지난 시점에 지쳐있는 모습 가득하다.

 

 방금 들어간 선수들도 징계 기간 동안 훈련도 안 했다고 하고 PC방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몸이 안 풀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난도는 수비 가담을 하지 않고 상대 문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얄미워 정말!

 심지어 권도한은 공 빼앗긴 후 다리 찢어서 빼앗으려다가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 운동부족이라니! 후...단내 나는 빠워 트레이닝을 계획해야겠다! 그런데 분명 DF라고 되어 있는데 왜 공격수로 뛰냐?

 

 -힘내라.

 -저 때는 며칠 날밤을 까도 멀쩡해야지.

 >>사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뭐 좀 사먹여라.

 >>팔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저 술배 가득 찬 아저씨들은 이제 소화가 다 되고 하프타임 때 서로 얘기를 신나게 나눴는지 10분이 지난 후부터 점점 점유율을 높여가며 경기 초반 밀어붙이듯 다만 더 정교하게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며 우리 선수들을 괴롭혔다.

 

 아......! 순식간에 골을 허용했다. 엘리트 선수들로 꽉 찼는데 오히려 0-2 더 벌어졌다. 게다가 골의 과정이 매우 나빴다.

 공을 빼앗은 후 무리하게 개인 돌파를 시도하다가 빼앗겼는데, 공을 빼앗으려고 따라 붙지를 않았다.

 아저씨들은 유기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다가 공을 빼앗긴 후 그대로 멈춰 숨을 고르고 있던지라 수비 숫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교체 들어간 엘리트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데 몸도 안 풀린 상태에서 의욕만 높아 개인플레이만 남발하며 경기력이 더 좋지 않았다.

 선수들은 폭력과 내부 부조리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서로 의견을 나누지도 큰 실수를 한 선수를 다독이지도 않는다. 콩가루 오브 콩가루팀인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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