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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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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의 현장에서
작성일 : 20-08-16     조회 : 328     추천 : 2     분량 : 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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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좋은데 가끔 대책 없는 이 큰 형님을 어찌 할까. 막내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물론 더 당황스러운 것은 지원이었다. 사이다를 벌컥 마셔서 겨우 음식물을 내려가게 하였다.

 

 “저기요? 석재오빠. 저 춤은 정말 아니거든요.”“나는 뭐 잘 추나? 하하하하.”

 “알긴 하네.”

 

 막내의 시큰둥한 말에 석재는 눈을 부릅뜨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운동한다 생각하고 내가 잘 리드할게. 사실 이런 거 아님 데이트 할 시간도 부족하고 할 거리가 없잖아. 그나마 나니까 춤이지. 우리 막내랑 데이트 했으면 곧바로 운동이지. 아닌가? 놀이기구 타러 가겠지? 하하하.”

 

 버벅거리는 지원의 말투에 석재가 빙긋 웃었다.

 

 “운, 운동이라뇨? 놀이기구라니!”

 

 지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자 막내가 노려보는 것도 모르고 석재가 줄줄이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달리기, 수영, 볼링에 또 너 잘하는 거 뭐냐? 아, 번지점프 좋아하고 높은 곳은 다 좋지.”

 “헉!”

 

 지원이 갑자기 또 가슴을 팡팡 쳤다. 기껏 내려간 음식이 도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막내는 재빨리 사이다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지원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걱정스러웠다. 그는 또 석재가 입을 열려고 하자 곧바로 주먹밥을 입안에 쳐 넣었다.

 

 “밥이나 마저 먹어. 그만 말하고, 누나 체하겠어.”

 

 그러고는 우걱우걱 밥을 맛있게 먹는 막내의 모습이었다. 지원은 앞으로 남은 데이트 기간이 몹시 걱정되었다. 갈수록 난이도가 왠지 높기만 했다.

 

 그나마 편한 사람이 석재와 윤재라고 여겼는데 꽤 고민이 되었다. 특히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밥만 먹고 있는 막내의 얼굴을 보자니 더욱 앞날이 깜깜하였다.

 

 ***

 

 “아니, 그게 아니지! 이렇게 팔을 들어올리고. 그게 왜 안 돼지? 이렇게 하란 말이야.”

 

 아무리 해도 몸치라 안 되는 지원을 보고 석재가 툴툴거렸다. 물론 기분이 나쁠 정도의 잔소리는 아니었다. 자신이 춤에 있어서는 불치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우적대는 지원의 모습을 다른 6명의 멤버들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구해줘야 하는데 선뜻 나서질 않았다. 이때 차가운 말투의 윤재가 미니선풍기를 지원에게 넘겨주면서 괜히 맏형을 나무랬다.

 

 “지금 누가 누굴 가르치고 난리야?”

 “아니, 어떻게 저게 안 되냐고.”

 “그러는 형은 처음부터 됐어? 막둥이가 일주일 내내 1:1 교습해서 겨우…”

 

 이때 둘째 동생의 입을 재빨리 손으로 막는 석재였다.

 

 “그 얘기를 왜 또 하시나.”

 

 이때 지원이 피식 웃었다.

 

 ‘그런 야로가 있었다니. 그래놓고 지금 나보고 몸치라고 놀리다니.’

 

 지원을 가만 보던 정민이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춤 하면 현석, 정민, 막내가 삼대였다. 춤 선이 예쁘고 여성적인 느낌의 정민이 차라리 가르치는 게 지원에게는 나았다.

 

 “자, 날 따라해 봐.”

 “아, 이렇게?”

 “하하하, 정말 춤이랑은 거리가 머네. 넌 역시 앉아서 글 쓰는 타입이야.”

 “하긴 그래. 난 춤이랑 노래에는 정말 자신 없어.”

 

 분명 자신과의 데이트 시간에 정민이 다가와 지원과 다정한 모습을 보니 조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큰 형님으로서 대놓고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윤재가 대신 형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사실 정민도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지원이 너무 안쓰러웠다. 춤 못 춘다고 면박 주는 맏형의 행동이 조금 민망하였다.

 

 “자, 봐봐. 턴 하고 휙! 다리는 조금 벌리고 팔을 이렇게.”

 “아아, 이제 된다. 기억했어.”

 “옳지. 잘 하네. 감각은 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진짜 잘했어.”

 

 그는 언제나 다정스럽고 귀엽게 웃어주는 친구였다. 왜 팬들이 그를 보고 천사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성격이었다. 물론 석재를 도맡아주는 윤재 또한 겉보기와는 달리 자상했다.

 

 결국 7명의 안무 쌤들과 함께 익혀야만 했던 약 2시간의 연습이 끝났다. 방송분량을 확보한 제작진이 다음 데이트 코스를 위해 잠시 석재와 인터뷰를 했다.

 

 그 사이 지원은 힘이 빠져 연습실 바닥에 앉아 쉬고 있었다. 막내가 생수를 들고 다가왔다. 정민이 옆에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다음 데이트 뭐래?”

 “아직 못 들었어.”

 “맏형은 뻔해. 먹는 것 아니면 돌아다니는 것. 차로 드라이브 가려나?”

 “차라리 그거면 좋겠어. 이제는 힘이 바닥이라 쉬고 싶어.”

 

 조금 징얼거리는 지원을 보고 정민이 밝게 웃어주었다. 막내는 지원과 정민이 형이 친구같이 지내는 것에 조금 마음이 착잡했다. 겨우 2살 차이인데 자신은 어린 동생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게 괜히 억울했다.

 

 “나도 친구해줘.”

 

 갑작스런 막내의 말에 정민과 지원이 그를 바라보았다.

 

 “얘, 뭐래? 야! 나한테 기어오르는 건 그렇다 쳐도 누나한테 그럼 못 써.”

 “흥, 그래봤자 두 살인데.”

 “두 살이면 밥이 몇 그릇인데.”

 

 두 남자의 대화에 괜히 당황스러운 것은 그녀뿐이었다. 동갑은 당연히 친구가 맞았다. 그런데 두 살이 어린 막내멤버에게도 친구가 되면 족보가 이상하게 꼬이지 않나.

 

 “누나라고 부르는 대신에 말은 편하게 해도 좋아. 그런데 친구는 좀 그래.”

 지원의 대답에 막내가 시무룩해졌다.

 

 ‘아, 왜 이렇게 귀여워. 몸은 근육인데 얼굴은 완전…오빠네.’

 

 반하면 안 되는데 공평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왜 이리 심장은 막내를 향해 콩닥거리는지. 잘 판단해야 하는데도 쉽지 않았다. 일단 귀여운 남자는 점수가 후했다.

 

 이때 석재가 제작진과 이야기를 끝내고 도로 왔다. 저녁데이트 장소가 정해진 듯 했다. 다들 눈빛이 반짝였다.

 

 -자, 이리오세요. 두 분의 다음 데이트 정류와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제작진의 말에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작진의 곁으로 갔다. 석재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설마 온천은 아니겠지?”

 “이대로 일본으로?”

 

 그 누가 정답을 미리 말했던가. 바로 석재와 함께 방을 쓰는 윤재의 중얼거림이었다. 설마 하고 마음을 놓았던 탓일까. 모두의 눈들이 석재와 지원에게 모였다.

 

 하긴 이제 3일째인 자신보다 7년째 함께 하는 멤버들이 맏형의 속을 더 잘 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온천은 제발 아니길. 지원은 간절히 빌었다.

 

 “저 형, 성격에 맞지. 매일 허리 아파 어깨 아파 노래를 부르는데.”

 

 방긋 웃던 현석까지 보태어 말했다.

 

 ‘진짜 이 보이그룹 멤버들은 전부 무당들인가. 뭘 이리 잘 알아?’

 

 지원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바로 제작진이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다 아시네요. 하하하! 일단 장소 상 온천은 힘들고요. 대신 물놀이로 대체합니다. 시간 관계상 두 분은 곧바로 가평으로 출발합니다. 펜션 하나를 저희 직원이 섭외해놨습니다. 제작진의 차량을 이용하겠습니다.-

 

 석재의 얼굴은 활짝 꽃이 피었다. 하지만 지원의 얼굴은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물놀이? 와우! 밤 수영하나봐. 대박!”

 

 어째 지원과 석재보다 다른 멤버들이 더 부러워하였다.

 

 “형, 이러는 것 아니지? 우린 피땀 흘려 연습해야 하는데 형만 놀아? 치사해. 가려면 같이 가야지. 우리도 휴가를 달라. 당일치기 물놀이를 시켜 달라. 달라!”

 

 역시 태영이었다. 그가 앞장서서 제작진과 매니저들에게 시위를 하였다. 둘만의 데이트에 동생들이 끼어 간다니 괜히 열이 받은 진은 소리쳤다. 이 눈치 없는 것들은 분명 훼방을 놓을 것을 잘 알고 있는 석재였다.

 

 “야, 너희들 그러는 것 아니야. 28살 형님이 잠시 물놀이 좀 하겠다는데 너무들 하네.”

 “물놀이를 그럼 낮에 가야지. 왜 밤에 가냐고.”

 “큰 형이 음흉해졌어. 밤에 무슨 수영을 해?”

 

 순진하고 착한 정민까지 들고 일어났다. 물론 막내까지 맏형을 놀리느라 바빴다. 숫제 당황스러움은 지원의 몫이었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그녀의 고민은 들어주지 않았다.

 

 남자와 물놀이를 가본 적도 없었다. 아무리 수영복을 갖춰 입고 물속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렇지. 괜히 얼굴까지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졌다.

 

 “헐, 어떡해.”

 

 처음 취지는 정말 순수한 가상연애게임이었는데 자꾸 19금으로 변질되는 느낌이었다. 이때 멤버들의 항의에 의해 제작진과 소속사간의 회의 끝에 다시 조정되었다.

 

 불만은 석재에게만 있었고 지원은 차라리 그게 나았다. 비록 6명의 남자들이긴 하지만 한 사람보다는 덜 위험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회의 끝에 그러면 모두들 함께 가는 걸로 진행하겠습니다. 대신 내일 아침 7시가 되면 다시 데이트 순서를 정하고 여러분들의 스케줄 상 바로 서울로 상경하겠습니다.-

 

 제작진의 말에 모두들 방방 뛰면서 환호했다.

 

 ‘그래, 놀려면 다 같이 노는 게 재밌지.’

 

 제작진의 음성으로 상황설명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멤버들과 지원은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숙소를 떠날 차비를 했다.

 

 -이렇게 시작된 야간 물놀이, 그리고 여자 주인공과 맏형 석재님은 아름다운 펜션 안과 미니 수영장에서 둘 만의 음주 토크가 곧 시작될 것입니다. 채널 고정!-

 

 ***

 

 멤버들과 지원은 늦은 저녁이 되서야 가평의 어느 펜션에 도착하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단촐 하겠거니 했지만 움직이는 인원이 꽤 많았다. 멤버들을 포함해 매니저 두 분, 경호원님과 코디들. 거기에 가상연애 프로 제작진까지 숫자만 해도 족히 20명은 되었다.

 

 승합차 4대와 미니버스 한 대가 줄줄이 고속도로를 달린 셈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나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V라이브 방송에 익숙한 멤버들은 정면에 나서 자기들끼리 장난을 쳤다. 그러나 지원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종일 맏형과 데이트 하느라 힘도 빠졌는데 1박2일 여행까지 온 것이다.

 

 “와! 수영복 갈아입자.”

 “우선 밥부터 먹어야지.”

 “오늘 고기 주시나요?”

 

 아이돌 그룹답지 않는 순진한 눈망울로 막내라인들이 잔뜩 들떠서 제작진에게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당황했지만 제작진들을 그들이 귀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식사준비를 저희가 할 동안 쉬세요.”

 “오호, 설마 또 뷔페?”

 

 그들의 이야기에 그저 웃기만 하는 제작진과 매니저들이었다. 가끔 상상의 나래를 펴는 어린 세 멤버들은 그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었다.

 

 “저녁에 그건 힘들겠지.”

 “지겨운 라면만 아니면 돼요.”

 “자자, 우린 수영복 갈아입고 수영장에서 놀자.”

 “그럴까? 지원아 가자.”

 

 그녀는 사실 제작진들 틈에 껴 있고 싶었다. 제발 수영복만은 안 된다고 외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데이트가 유효한 석재의 손에 이끌려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참 기운도 좋네.’

 

 멤버들은 하루 종일 야단들이었다. 즐겁게 사는 건 좋았지만 지치지도 않는 에너자이저들을 상대하기에 그녀의 체력이 문제였다. 7명의 남자들과 과연 잘 놀수 있을까.

 

 지원은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그러나 일은 이미 시작됐다. 방송분량 촬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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