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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
작가 : 양복선
작품등록일 : 20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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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성일 : 20-08-17     조회 : 522     추천 : 0     분량 : 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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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 켜지지 않은 D반의 교실.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교실의 가장 뒷자리에 있던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책상과 떨어진 의자에 한 남학생이 기대앉았다.

 

 남학생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벌써 며칠이나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넓은 하늘과 그 하늘을 떠도는 수를 셀 수 없는 많은 구름들.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이 햇살과 함께 작은 창을 뚫고 들어왔다.

 

 별거 아닌 풍경이었다.

 내일이 되면 또 다시 볼 수 있는 일상 같은 그런....

 

 그 어떤 학생들도 ‘새롭다, 멋지다’라고 생각 들지 않는 매일 매일 볼 수 있는 평범한 그 풍경.

 

 그러나

 교실에 홀로 앉아 있는 남학생, 100년이란 시간을 이세계에서 보내고 온 ‘최 한’에게는

 이 순간이, 이 교실에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지키고픈 단 한가지였다.

 

 흘러가는 시간을, 천천히 바뀌는 하늘의 모양을, 최한은 모든 감각을 이용해 천천히 느끼고 있었다.

 

 그때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의 불이 켜졌다.

 

 최한의 시선이 교실의 앞문으로 향했다.

 

 “아...안녕.”

 

 최한과 눈이 마주친 민섭이 그대로 굳어진 채 인사했다.

 

 최한의 입가에 창밖을 바라볼 때 보다 한층 더 깊고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 민섭아. 좋은 아침!”

 

 최한의 밝은 인사에 굳어있던 민섭의 표정이 생기 있게 바뀌었다.

 

 민섭이 자신의 자리로 향하며 최한에게 말했다.

 

 “항상 일찍 등교하네.”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최한이 대답했다.

 

 “조금이라도 더... 학교에 오래 있고 싶거든.”

 

 이해는 가지 않았다. 민섭은 언제나 학교가 싫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학교에 있는 부기가 무서웠고, 당하기만 하는 자신이 싫었으니까.

 

 무엇인가 떠오른 민섭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최한! 네가 없었다면.... 급식실에서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난 언제까지나.... 겁쟁이인 채로 살았을 거야.”

 

 민섭이 최한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최한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워 할 필요 없어, 민섭아. 용기를 낸 건 너니까. 그리고 나야말로 고마워. 그런 상황에서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줘서 용기를 내줘서.... 너처럼 강한 아이가 우리 반에 있어서 다행이야. 역시... D반에 오길 잘했어.”

 

 민섭의 고개가 들려졌다.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최한의 얼굴에는 이해하지 못할 웃음이, 기쁜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최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다음 미션. 민섭아, 장부기... 용서할 수 있겠냐?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단 거 알아.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고, 분명 쉽지 않겠지만.... 난 우리 반 전체와 친구가 되고 싶거든. 부기가 사과한다면 받아 줄 수 있을까?”

 

 민섭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쪽은 언제나 자신이었으니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이 아닌 부기였으니까.

 

 언제나 저주했다.

 그가 죽기를.....

 

 그 누가 말했어도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피해자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냐고, 왜 피해자가 먼저 그런 마음으로 용서를 준비해야 하냐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한에게는...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준 최한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섭아, 용서하는 것도...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거야.”

 

 긴 침묵이 이어졌다.

 

 교실 밖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D반 교실에 학생들이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채워져도, 최한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해 있었고, 민섭 역시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최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그런 그들만의 공간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최한과 민섭의 시선이 동시에 한 곳을 향했다.

 

 “내가 몇 번을 인사했는데! 쳐다보지도 않냐!”

 

 지현이었다.

 머리에 한, 붉은색 머리띠 보다 붉어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온통 민섭과 최한을 향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큰일인 것을 감지한 민섭이 빠르게 사과했다.

 

 “미...미안해, 지현아. 못 들었어.”

 

 지현의 날선 눈매가 최한에게 향했다.

 

 “넌 왜 사과 안 해!”

 

 최한이 볼을 긁으며 대답했다.

 

 “내가 왜 사과를....”

 

 “여자가 먼저 인사했는데 안 받아주다니, 너희는 남자 실격이야!”

 

 입술을 빼쭉하게 내민 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지현이었다.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뭐!”

 

 지현의 눈매가 마치 화살처럼 변해 최한에게 향했다.

 

 “알았다. 미안하...”

 

 - 퍽! -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교실 앞문으로 남학생이 쓰러지듯 들어왔다.

 바닥을 구르다시피 한 장부기가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쓰레기 새끼가 또 엄살이네.”

 

 거친 목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앞문으로 거구의 남학생이 걸어 들어왔다.

 

 바닥에 쓰러졌던 부기가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미...안해, 춘식아. 도...돈은 꼭 내일까지....”

 

 - 퍽! -

 

 장부기의 허리가 다 세워지기도 전 부기의 안면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또 다시 바닥에 뻗게 된 부기의 얼굴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여학생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닥쳐!”

 

 남학생의 한마디에 여학생들이 겁에 질린 채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얀 교복 사이로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머리의 높이가 칠판보다 높게 올라와 있는 거구의 남학생.

 

 교실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살살 좀 하라니까, 춘식아. 아직까지는 선생들 안보이긴 하지만 조심해야 돼. 너 한 번 더 걸리면 진짜 정학 당할 수도 있어.”

 

 춘식이 문밖에 있는 C반 남학생을 보며 말했다.

 

 “닥치고 망이나 잘 봐.”

 

 춘식이 바닥에 뻗어 있는 부기의 멱살을 잡아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인간의 근력이 아니었다.

 190cm가 넘는 거구를 가지고 있어도, 한 손으로 성인 남성을 공중에 들고 서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춘식의 표정은 미세한 변화도 없을 정도로 편안해 보였다.

 

 “부기야, 30만원 걷어 오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무슨 양아치처럼 100만원 1000만원 가져 오라는 게 아니잖아, 어! 안 그래?”

 

 터져버린 코피 때문에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부기가 대답했다.

 “미...미안. 내일까지 꼭.....”

 

 춘식의 미간이 구겨졌고, 인내심이 다했는지 반대쪽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 ㅈ밥 새끼가 자꾸 똑같은 말만 지껄일래!”

 

 춘식의 상체가 활시위처럼 휘어졌다. 힘을 받기 위해 뒤로 당겨졌던 주먹이 빠르게 부기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이 학교는 정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만....”

 힘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D반 학생들의 시선과 빠르게 날아가던 춘식의 주먹을 멈추기엔 충분한 목소리였다.

 

 춘식의 눈썹이 사선을 그렸고, 그의 독기 충만한 시선이 최한을 향했다.

 

 “지금 뭐라 씨부렸냐!”

 

 최 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했다. 학교에 와서 공부나 할 것이지... 아직도 삥을 뜯고 다니는 새끼가 있네... 참나....”

 

 춘식의 손에 들려 있던 부기가 땅에 떨어졌다.

 

 “너구나, 전학 왔다는 새끼가. 어떤 또라이 새끼가 미노타우로스를 이겼다는 구라를 쳤나했더니, 네 면상을 보니 딱 알겠다. 그냥 자기 주제를 모르는 정신병자였구나. 시발 이게 다....”

 

 - 콰직! -

 

 춘식의 발이 쓰러져 있던 부기의 머리통을 짓눌렀다.

 

 “너 같은 병신 때문이잖아! 쓰레기들만 모여 있는 D반 주제에 어떻게 저딴 말을 씨부리게 할 수가 있냐!”

 

 - 콰직! -

 

 춘식의 발길질이 멈추지 않았다.

 

 D반 학생들 중 그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D반에서 제일 강한 장부기가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저항조차 못하고 당하고 있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보다도 더 큰 갭이 있었다.

 

 “이 씨발! ㅈ밥 새끼들이 아주 다 미쳤구나! 등급도 받지 못한 미개한 병신새끼들이 어디 근력과 내구성 C+급을 받은 나한테 개기고 있어! 기다려, 이 새끼 대가리 박살내고 나서 너희들도 다 패줄 테니까!”

 

 춘식의 시선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최한과 눈이 마주쳤다.

 

 한기가 돌았다.

 

 춘식의 시선에서 최 한의 모습이 사라졌다.

 

 “왜... 이 시발 학교는 사람을 때리는 데 이리 거리낌이 없냐.... 짜증나게.”

 

 춘식의 귓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름과 함께 피어난 두려움이 춘식의 몸을 지배했다.

 

 그곳에 있던 그 누구의 눈으로도 좇지 못했다.

 춘식의 바로 앞까지 와있던 최한의 주먹이 춘식의 배를 툭 쳤다.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운동장 중앙에 대포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 쾅!!!! -

 

 학교의 온 시선이 운동장으로 쏠렸다.

 창문 난간에 매달린 아이들과 교문에 있던 선도부, 그리고 학생회장의 눈에 운동장에 쳐 박혀 있는 춘식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시선은

 

 창문에서 소리치고 있는 한 학생에게 옮겨졌다.

 

 “이 X 같은 새끼들아! 학교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나 해라! 한번만 더 등급 운운 하면서 우리 반 괴롭히면 진짜 C급이건 A급이건 상관없이 다....”

 

 그것은 미림 고등학교가 생겨 난 이래 처음 있는

 

 D반의 선전포고였다.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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