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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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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힘 짜내기
작성일 : 20-08-18     조회 : 86     추천 : 0     분량 : 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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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60분인데...20분을 어찌 버티나. 나보다 선수들이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다시 두줄 버스를 세우고 실점이 적기를 바라야 하나.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렇지 그렇긴 하지..."

 

 권태 형이 괜히 나한테 다가와서 헛소리하다가 한 소리 듣고 간다. 오빵나면 오만원 후원해준다고...확 그냥! 권태 형이 움찔거린다. 그런 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돌아가는 권태 형을 확인한 후 나는 한번 더 날라차기 하면 후원해준다는 말이 있나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아무래도 개인적 우화와 상상적 청중이 가득한 십대들이라 더 상처를 받기 보단...카메라에 멋지게 보이는데 더 고심하는 것 같았다. 얘들아 집중해야지...!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지 좌절하는 모습이 모두 계산되어 있다. 방금도 중앙 미드필더가 세 번째 골을 허용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왼쪽 풀백이 모습을 가리자 살짝 앞으로 걸어간 후 좌절했다.

 

 -감독 자책한닼ㅋㅋ

 -날라차기에 셀프 싸대기 은근 폭력적이야.

 

 선수파악은 하나도 안 하고 잡생각만 하다가 이제 60분이다. 나도 모르게 자책하며 내 볼따귀를 때렸는데 그걸 또 본다.

 

 선수들도 승부욕은 뒤지지 않아 눈빛도 달라지고 보다 집중한 듯 보이지만 엘리트 축구선수 출신 아저씨들도 만만치 않았다.

 

 저 중선 출신과 FA컵 나가는 팀에 소속된 아저씨 둘 때문에 수비적일 수밖에 없고 덕분에 중간 연결 고리가 없어 차단해도 다시 상대팀이 볼을 재소유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이 상황 속에서 얼굴이 터질 것만 같이 시뻘건 우리 키퍼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0-3으로 벌어졌다.

 

 사실 전반 끝나고 다른 애들한테 가며 교체를 요구했지만 일반 체육 시간에 하는 축구도 아니고 당연히 선수들은 거부했다.

 카메라까지 있는데 차라리 벤치를 달구며 뭔가 실력을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벤치에서 몸은 안 풀고 폼만 엄청 잡고 있다. 누가보면 힙합 배틀 벌이는 줄 알 거다.

 

 우리팀 키퍼는 장갑까지 벗으며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맨손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고 그래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펀칭하려고 했지만,

 

 -손으로 알을 깠네!

 -저게 가능해?!

 -가만히 있는데 펀치가 피해갔다는 전설의 싸움꾼인가...

 

 그냥 잡으면 되지...그걸 펀치로 쳐내려다가 공을 헛맞추며 실점했다.

 

 정말 채팅창 말처럼 싸움이 붙었는데 녀석이 내지르는 주먹을 피하다 오히려 정타로 맞는 그런 상황이었다. 저걸 어떻게 못 맞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깔깔깔!"

 솔직히 웃겼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뭐 나만 웃나...아저씨들은 대놓고 웃었고 우리 선수들도 웃고 있다. 뭐 내가 제일 크게 웃었지만...

 

 미안하다...웃으면 안 되는데 결국 얼굴이 터질 듯 더 시뻘개진 우리팀 키퍼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퇴장해버린다.

 

 "감독님 앵글 벗어나지 마세요!"

 골문이 빈 난감한 상황 속에서 재빨리 삼각대로 카메라를 고정시킨 공준호가 내게 당부한 후 골대로 뛰어간다.

 쟤 왜 갑자기 저러냐? 앗...키퍼였구나! 재빨리 찾아본 프로필에 공준호가 키퍼로 되어 있었다.

 

 잠깐 그러면 공준호는 대체 몇 번째 키퍼냐? 무슨 축구부에 후보 키퍼가 이렇게 많아? 뒤늦게 프로필을 뒤적거리는데...우리 키퍼는 상대팀 골문을 지키는 박만득과 공준호 둘밖에 없다...고?

 

 그러면 방금까지 키퍼를 본 애는 뭐야...무슨 예술고 괴담이냐?!

 차덕배...미드필더 응?! 머리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고 사진 속 얼굴이 시뻘겋지 않아 찾는데 오래 걸렸다.

 

 그런데 쟤 왜 키퍼봤냐? 아...내가 시켰구나...!

 

 애초에 공준호가 키퍼 들어가고 덕배가 필드로 갔으면 필드플레이어 전원 엘리트인데 지금 덕배의 교체 요구를 거부하고 문재윤과 교체해 들어간 우리 방과 후 중앙 미드필더가 거대한 싱크홀로 작용하고 있어 마음이 더 아팠다. 덕배는 내가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였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세골 차로 벌어진 후 의욕적으로 경기에 나섰던 선수들이 급하게 공격을 전개하며 상대 키퍼 그러니까 우리팀 주전 키퍼 만득이에게 자동적으로 볼을 헌납하길 반복했다.

 

 -뻥!

 그럴 때마다 박만득이 강한 킥력으로 뻥뻥 놀리듯 공을 차낸다.

 

 그제서야 호난도가 눈빛을 달리하고 공을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아저씨 넷이 벽처럼 둘러싸 아예 가뒀다. 저건 진로방해잖아!

 

 이런 경우 빈 공간을 이용 공을 잡은 선수가 단독 드리블을 하며 분산시켜야 하는데,

 

 -개그하냐?

 -자꾸 저런다.

 

 "아아아!"

 공을 잡고 드리블 치던 권도한이 쥐가 나 다시 드러눕는다. 그러니까 몸을 풀었어야지. 벌써 드러누워 다리 올리는 것만 네 번째라 이젠 짜증난다. 두 번이나 팔을 잡아준 아저씨도 외면한다.

 

 그런데...뭔가 이상하다? 처음엔 몰랐는데 여유가 넘쳐 골대로 가서 음료수 마시는 아저씨를 보고 느꼈다. 하나 둘 셋...

 

 -누구 퇴장 당했냐?

 -핸디캡으로 붙어서 지는 건가?

 

 열명이었다! 우리팀 한 명 부족한 상태로 뛰고 있었다!

 

 "한 명 어디갔어?"

 "약속 있는 거 까먹었다고 갔는데요."

 

 "왜 아무도 안 들어가!"

 아, 그렇지 들어가야지. 뒤늦게 깨달은 선수 한 명을 집어 넣고 그대로 공을 쫓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한 명 부족한 상태로 뛰어 졌다는 오해를 사고 싶은 충동을 잠시 느꼈다.

 

 일단 힘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시 두줄 수비를 명령했다.

 

 "기사님 오라이-!!"

 두 줄 수비가 견고하게 쳐지고 아저씨들은 노련하게 혹은 우리가 상처받지 않게 볼을 돌리고 있다.

 

 '뭐 어쩌라고...'

 상대팀 키퍼로 가있는 우리팀 주전 키퍼가 나를 보며 골대 안으로 볼을 굴리는 제스처를 취한다. 일부러 먹혀주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야 그러지 말라고!

 

 후반 78분. 추가 시간도 없겠다. 이젠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도 이대로 수비만 하다가 끝나면 찜찜하다 안 되겠다. 한 골이라도 넣고 지자!

 

 나는 궁극의 필살기라 불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박가후가 이건 필살기 중의 필살기라고 딱 한번만 사용하라고 했다.

 

 엄청 민망하긴 했다. 그래서 두 번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활을 쏘는 척 했다..

 

 -푸흡 아이돌 출신이라 그런지 예능감 쩜!

 -시합 포기 신혼가?

 

 나중에 알았는데 11번이 장난친 거였다. 그래서 11번이 후반 시작 전에 애들 모아 놓고 이 제스처를 설명해줬구나!

 

 "어 뭐야?!"

 하지만 이행 능력은 확실했다.

 

 내가 활 시위를 튕기는 척 하는 순간 애들의 눈빛이 변한다. 순식간에 방심한 채 공을 돌리던 배불뚝이 아저씨를 압박해 온다.

 

 하지만 이건 페이크!

 

 패스하는 방향을 정확히 읽어 패스를 받으려는 아저씨를 압박하고 결국 튕겨져 나온 볼을 13번이 인터셉트 해낸다!

 

 -멋쪄!

 -이게 축구부지!

 >이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권태형이 채팅창을 보며 환호한다. 인터셉트해서 그런 게 아니라 만 원 이상 후원이 오면 저러더라.

 

 -우와아아아!

 관중석에서 첫 환호가 터져 나온다.

 

 13번 반지성이 압박해 공을 빼앗자 갑자기 중앙선까지 튀어나간 호난도가 패스를 받더니 순식간에 두 명을 돌파해 버렸다.

 

 "우왓!"

 눈이 번쩍 뜨였다.

 

 호난도는 경기 내내 슬렁슬렁 뛰어 눈엣가시 같았는데 못하는 것보다 저렇게 일부러 안 하는 게 더 싫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곧바로 집에 갈 것처럼 의욕이 없었다.

 

 끝나고 고기 회식이 예정돼 있지만 간다면 붙잡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저럴 거면 오지 말지 왜 큰 반전처럼 전반 중간에 와서 남의 바지 빼앗아 입고 당연한 듯 들어가나 불만이었다.

 

 그런데 저 움직임은 대체 뭔가?! 엄청 빠르면서도 수비를 제칠 때는 굉장히 부드러웠다. 제대로 배운놈이다! 연령대 대표였으니 당연히 제대로 배웠지만 상상 이상의 움직임이었다.

 

 '천재'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집중해 지켜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뒤에 적절한 거리로 우리 팀 7번 배일도가 따라붙고 있다. 자기 포지션도 모르는 참말로 이상한 놈이었다.

 

 "저리 가!"

 "여기 내가 먼저 뛰고 있었잖아."

 

 후반에 합류한 다음 자기 포지션도 못 찾고 가는 자리마다 쫓겨나며 삐쳐 있길래 그냥 프리롤로 냅두려다가 중앙 미들로 뛰라고 했다.

 

 상대 볼을 빼앗은 후 한 차례 빠른 드리블 돌파로 강렬한 인상을 준 후에 사타구니를 연신 쳐대며 괴로운 표정만 지어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웠었다. 그 표정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났기 때문이다.

 

 -감독 실성했냐?

 -아저씨들 상대로 지는데 웃음이 나와?

 

 채팅창이 무서웠다.

 

 사타구니 통증은 며칠 갈텐데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있는지 고통을 참는 듯 입을 꽉 물며 호난도 뒤를 따라잡듯 뛰는 배일도다 빠르다!

 

 호난도가 앞에 수비 둘이 붙자 돌파 대신 옆으로 볼을 굴리고 앞으로 뛴다. 그 공은 뒤에서 따라붙던 배일도가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강도였다. 시야까지 좋네!

 

 이번엔 공을 받은 배일도가 치고 달린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던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온다. 포지션이 수비라고 되어 있는데 잘한다.

 

 -드리블러가 둘이나 있었네!

 -얘네가 있는데 뭐 하러 두줄 버스를 세웠대?

 -감독 눈깔 삐었네.

 -오늘 첫 부임이라잖아. 이름도 못 외웠단다.

 -감독 머리 나빠 보임.

 

 7번, 배일도가 연거푸 치달하며 방심하고 있던 수비수 아저씨 둘을 치워내고 다시 9번, 호난도에게 패스한다.

 패스를 받은 호난도가 한 명을 가볍게 제치며 왼쪽 패널티 라인에 자리한다. 그리고 감아차기 슈팅...

 

 "나이스 페이크!"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호난도가 한번 접어 왼발로 드리블 한 후 슈팅! 드디어 내 감독 데뷔 첫 골인가?! 이게 뭐라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

 

 결국 0-3으로 패했다. 우리가 공격하면 골을 먹혀주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던 우리가 상대팀에 빌려준 우리팀 주전 키퍼 1번, 박만득이가 막상 기회가 오자 불타오르며 무지막지한 선방을 보인 것이다.

 

 -삑삑삑

 그리고 코너킥의 기회는 갖지 못했다. 심판을 본 체육선생은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 잘 해...부탁해...드립니다."

 체육선생은 선수 도열 후 인사와 함께 내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혼란스런 인삿말을 건넨 후 교무실로 들어갔다.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날 한번 흘겨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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