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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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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고기 회식 본격 케미 쌓기
작성일 : 20-08-22     조회 : 89     추천 : 0     분량 : 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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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고 고기 회식이 있었다. 애들이라 그런가 방금 진 것도 상관없이 즐겁게 고기를 먹는다.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고기와 음료를 시켜 먹는다.

 

 "형, 법인카드의 위력이야? 아까 후원 받은 것 몇 배는 쓰겠는데?"

 내가 농을 던졌는데,

 

 "아까 그 아저씨들이 마무리 잘하라고 돈 걷어줬어."

 그렇다고 한다. 괜히 감동하게 만드네...그 아저씨들도 여기 축구부 해체되는 거 안다고 했다. 나를 되게 불쌍하게 쳐다봐서 싫었는데 내가 오해했나 보다.

 

 아저씨들도 같이 왔는데 간단하게 먹고 권태 형에게 걷은 돈을 준 것도 모자라 사장과 아는지 음료수 서비스 주라고 했단다.

 지금은 다 가고 중선 재수생만 계속 먹고 있다. 눈치 없네 정말...먹는 것 같고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속으로 톡 쏘게 된다.

 

 "간다 가!"

 중선 재수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간다. 왜 저러지?

 

 "한입 마아아안!"

 당연히 회식도 중계에 예외는 없다. 카메라맨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선수들을 촬영한다. 문재윤이 화면을 잔뜩 의식하며 거대한 쌈을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온다.

 

 "준호야 먹으면서 해라."

 공준호가 제일 열심히 한다. 아트풋볼 해체 후라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100일간의 촬영을 담아낼 거라고 했다.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아까 정신이 없어서 교체 제한 없는데도 내 선택으론 단 한 명도 교체하지 못했다. 포지션이 달랐지만 호난도가 들어오며 재빠르게 빠져나간 문재윤이 지금 폭식 중이다.

 

 아...원래 그렇게 먹는다고? 많이 먹어라. 먹는 걸론 눈치 안 준다. 그런데 중선 재수생은 왜 갑자기 신경질을 내며 간 거야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잊자, 잊어!

 

 "너무 분해하지 마라."

 마지막에 멋진 장면을 만들어 막판 후원을 폭발시킨 9번, 호난도가 분을 억누르고 있어 다독여줬다.

 

 "호씨가 있어?!"

 "호(扈)씨가 왜 없어요? 적어서 그렇지!"

 경기 끝나고 내가 실수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왕 감독이 된 거 어차피 모교 후배에 동생들 아닌가 나는 보다 세심해지기로 했다.

 

 "청양고추가 너무 매워요..."

 멘탈이 지나치게 좋은 건가? 호난도는 마지막 슈팅의 아쉬움 따위 하나도 없어 보였다.

 

 아까도 축구장에서도 느꼈는데 덩치가 정말 좋다. 몸이 전과 달리 퍼져서 약간 물살인데 이건 웨이트를 조금 해주면 되고 수비수들 부딪히면 튕겨나갈 것만 같다.

 

 무엇보다 저 덩치에도 정말 빠르고 부드러웠다. 며칠만 아니, 단 하루만 파악하게 해줬어도 그렇게 수세적으로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았을 거다.

 

 아까 대충 뛴 건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바지가 안 맞아서 너무 쪼였다고 터질까 그랬다고 바지 빌려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하긴 약간 부담스럽긴 했다.

 

 "자식아 청양고추 맵다."

 반대편에 7번, 배일도,가 울고 있길래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져서 분하다고요!"

 그게 아니었다.

 

 "일도 쟤는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뒤끝이 심해요. 이런 날은 건드리지 않아요."

 공준호가 평소에는 잘 어울린다고 덧붙이며 설명해준다. 준호는 눈치가 정말 빠르다.

 

 내가 배일도에게 다가간 건 경기 중에는 잘 어울리던데 혹시 유럽식 마인드인가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만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따돌림이라도 당하나 걱정이 들어서였는데 괜한 노파심이었다.

 

 "야, 아깐 미안했다. 후반에 바로 교체해줬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못했다."

 "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거부했을 거에요."

 

 기회를 더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공준호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애초에 자신은 다큐 찍으러 축구부 들어온 거라고 스태프로 전환돼도 좋다고 말해준다. 쿠...쿨하다...!

 

 "68분 42초에 내가 한번 더 치달을 할 걸 그랬어!"

 배일 도 아니, 배 일도가 복기를 멈추지 않으며 계속 자책 중이었다. 근처에 있는 애들이 대놓고 찡그린 채 본다.

 

 "69분 13초에 한번 접고 돌파를 해서 골대 침투하는 내게 줬어야지!"

 "적당히 해라!"

 결국 호난도가 벌떡 일어나며 싸움이 일어나려고 한다. 둘 다 울고 있는데 한 명은 청양고추가 매워서 그런 거고 다른 한 명은 한 시간 전 일이 분해서 그런 거다.

 

 "그래도 내 선방에 막혔다!"

 상대팀에게 빌려준 우리 주전 키퍼, 박 만득이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친다. 미국에 살다가 고1에 이 학교로 전학 왔다고 한다.

 

 카메라맨들이 적절한 구도를 찾아 의자 위로 올라간다. 물론 회사 직원들이다. 권태 형이 더 없이 흡족한 반응으로 지켜본다. 야, 자리에 앉아 고기나 구워 먹어라. 내가 진정시키자 잔뜩 실망한다.

 

 "너무 자책하지마. 다 내 탓이니까."

 "예?"

 첫 번째 실점을 복기하며 분을 삯이지 못하던 배일도가 내 말을 듣고 의아하게 바라본다.

 

 "내가 제대로 선수 파악도 못했고 전술 지시도 못했다. 승리하면 너희들이 잘한 거고 못하면 다 내 탓이다 그러니 분해서 울지 말고, 청량고추 먹고 울어라!"

 배일도가 갑자기 감동한 듯 놀란 표정을 짓는다.

 

 "코치님! 그런 말은 처음이에요. 매일 경기 끝나고 질책만 들었는데!"

 체육 선생이 나쁜 놈이었구먼 아니요. 늘 그래왔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갑자기 마음이 어두워졌다. 다신 탓하지 않는다. 영국 7부리그가 3부팀 못 이긴다고 뭐라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속으로 생각했다.

 

 "코치님이 더 나빠! 코치놈!"

 뭐라고?! 갑자기 감동한 듯 울던 배일도가 상처받은 듯한 표정으로 운다. 역시 사춘기...종잡을 수가 없다!

 

 아까 안 보이던 학생도 끼어 있는데 사실상 탈퇴한 멤버라고 했다. 그래도 평소에 친했는지 회식 있다고 연락하고 잘 어울리고 있다.

 

 다음부터 부르지 말라고 해야지. 축구부 관두고 수능 준비한다는 학생이었다. 99번을 달았던 구차한,이라고 했다.

 

 99번과 9번 등번호를 합쳐 '은하철도 999'라는 더 없이 유치한 작명이었지만 저 둘은 우리 아트풋볼 축구부의 자랑스런 붙박이 투톱이었다고, 내 다큐를 찍겠다고 딱 붙어 있는 공준호가 설명해준다.

 옆에서 자꾸 귀찮게 했지만 마음 속으로 누구지 의문을 가질 때마다 알려줘 가만히 놔뒀다.

 

 "선생님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자신들은 은하철도 999라고 부르지만 상대팀은 9번 호난도와 99번 구차한의 성을 따 '호구'라고 놀렸다며 공준호가 분해한다.

 

 오늘 한 걸 봤기 때문에 걔네들 코 납짝하게 해줄게 이런 말을 못해서 나도 속상했다. 같이 울었다.

 

 "얼굴 살짝만 드세요."

 공준호가 그걸 셀카식으로 촬영하고 있다. 적당히 해라...

 

 "아, 새로 오신 감독님 우리 선수들 잘 부탁 드리고, 아무쪼록 유종의 미 거두시길 바라고 또 바라겠습니다."

 애어른 컨셉이냐...미리 얘기를 들었는지 구차한이 내가 다가가자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왜 축구를 그만뒀니?"

 "힘들잖아요. 저녁과 연금이 보장된 공무원 하려고요."

 알고 보니 수능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 학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얘기 들어보면 너 정도면 프로 가겠는데."

 "에이, 말도 안 돼요? 제가 전 중학교에서도 3학년 돼서야 겨우 주전 먹었는데. 여기서나 붙박이지 대학축구부도 힘들어요."

 

 자식 되게 현실적이네. 마치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 보여서,

 

 "너 아이돌 안 할래?"

 나도 모르게 묻고 무시당했다. 가식적인 예의가 몸에 베인 구차한조차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 뛸 생각 없냐?"

 그래도 구차한은 포기할 수 없었다. 호난도가 항상 원톱으로 뛸 수도 없고 묵묵히 고기를 먹고 있는 방과 후 두 공격수는 자신의 한계를 완벽히 체감한 표정이었다.

 

 "돈 주나요?"

 이 자식, 지나치게 현실적이네. 돈은 못 주지만 돈 주고도 못하는 걸 주지. 내가 귀에 소근거리자 눈이 번뜩 뜨인다. 하...하겠습니다!

 

 "야,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

 내게 보고를 받은 권태 형이 비난한다.

 

 "형, 하려면 제대로 하자. 지금 뜬금없는 기획이라 구독자 잠깐 몰렸는데, 성적 안 좋으면 다 떨어져 나가."

 내가 눈빛을 달리해 강하게 대꾸했다. 권태 형이 당황한다.

 

 "형은 돈 많이 벌어 내가 그렇게 해줄게 단 감독 권한은 침입하지마. 군대 가기 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권태 형이 내 진심을 읽었는지 알았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래야 제대 후에 혹시 또 연예인 하더라도 안 내쫓기지 않겠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나는 모임 식사 중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회성은 아닌 것 같은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데 예술고 아트풋볼 축구부 채널이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있어 당황했다.

 

 그리고 방금 있던 회식 장면이 1부라는 이름으로 완벽하게 편집되어 업데이트되었다. 편집하는 사람만큼은 프로중에 프로라고 초 스피드, 초 고퀄리티라고 했다.

 

 한입만을 시도하는 문재윤의 모습이 예고되며 1부가 끝났다. 정말 완벽했다. 한입만은 2부 중반에 나왔는데, 한입만을 할 때 후원이 폭주했다. 채팅창을 보며 눈이 번쩍 뜨였다.

 

 *

 

 "야 너두 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후원이 들어와야 내 권한이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그래야 당당히 요구할 수 있지. 그래서 실시간으로 능동적이고 주도적이자 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먹방을 찍는다! 잠시도 쉬지 마라!

 

 선수들에게 문재윤을 따라 한입만을 시켰고 아까 울던 호난도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청양고추 먹고 참기 시합을 벌였다.

 

 "68분 42초...! 68분 42초...!"

 배일도가 복기를 하며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이겨내고 있다.

 

 "지지 않는다!"

 이게 뭐라고 경쟁이 붙으며 모두들 청양고추 참기 챌린지에 도전한다.

 

 "반응 좋다!"

 권태 형이 채팅창을 확인하고 있는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내게 말한다. 당연하지! 이래도 아이돌 짬밥이 얼만데. 예능도 꽤 나갔어!

 

 가장 좋은 건 패배의 아픔을 잃고 서로 왁자지껄 떠들며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거다. 이 정도면 좋은 출발이다. 솔직히 애초에 패배를 아파하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긴 했다.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추후 개인 면담이 따로 예정되어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레 옆자리로 가 자연스레 대화할 때가 파악하기 제일 좋다.

 

 "감독님 아깐 죄송했습니다. 하하하!"

 11번, 박가후가 호탕하게 웃는다. 괜찮다. 너 아니었으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을 뻔했어.

 

 "제가 조심스레 요청하고 싶은 건 말이죠. 저는 수비가 좋아요."

 "으...응?"

 "공격 싫어요!"

 

 뭐야 갑자기 박가후의 투정을 들어보니 원하는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몇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은 선수들 다 이탈하고 단지 주력이 빨라서 윙으로 서게 되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은 수비라고 다른 선수들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공격수를 좌절시킬 때 너무 좋아요!"

 드리블을 시도하는 공격수의 공을 뺏고 자신의 등을 보게 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등번호도 바꿔달라고 했다. 무려 11번 착용자가 말이다.

 

 "몇 번 하고 싶은데?"

 "3번이요."

 이상한 애다. 일단 알았다고 했다. 11번은 내놓으면 사라지는 등번호니까. 옆에서 듣던 공격하고 싶지만 만년 수비 그리고 벤치를 달구는 멤버들이 박가후를 흘겨본다.

 

 시끌벅적, 화기애애한 회식 자리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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