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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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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포지션 찾기 빨간조끼 줄까 파란조끼 줄까
작성일 : 20-08-27     조회 : 89     추천 : 0     분량 : 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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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에 게임을 접목시켰다. 물공 헤딩이라든가. 당연히 경기력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구독자 수와는 커다란 연관이 있다.

 후원이 많이 들어오면 덩달아 내 권한도 세진다! 지원도 더 들어올 것이니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초반엔 예능으로 간다! 우리는 예능을 접목한 예능 축구부다!

 

 물공헤딩은 기본, 꼬깔을 얼굴에 씌우고 공을 차게 했다.

 

 -깔깔깔 겁내 웃기다!

 -공이 저기 있는데 어딜 가니?

 >>6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악!"

 배일도의 헛발질로 권도한이 정강이를 맞았을 때 후원이 폭발한다.

 

 이미 TV 프로 예능에서 검증받아서 그런가 반응도 좋다. 정말 유치해보였는데 막상 보니까 재미있다.

 

 저런 건 열심히 할수록 웃긴데 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패널티 라인에서 시작한 판다인이 건물 수돗가 근처에 있는 게 그 증명이다.

 

 다른 한쪽 골대에는 골퍼스트에 팻말을 붙이고 골문 안에 상자를 둬서 맞추면 적힌대로 수행하게 했다.

 

 "우와- OOO 샴푸 세트!"

 

 골대 안 네모난 상자를 맞춘 반지성이 상자 속에서 종이를 보고 환호한다. 그리고 권태형에게 가 상품을 수령한 후 상표가 정확히 보이게 카메라 앞에서 외친다.

 

 권태 형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다. 협찬 받은 상품을 받을 땐 반드시 카메라 앞에서 외치며 공치사하게 했다. 뒷광고를 방지하는 것도 있고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더 많은 스폰사를 끌어올 것이다. 선수들이 낯을 가리지 않아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아 어디...B사 바디샴푸 예."

 권태형이 전화를 받는다. 상품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지 반지성이 샴푸 이름을 외치자 바로 경쟁사 목욕 용품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하지만 골퍼스트를 맞추든 골문 속으로 공을 넣든 선물을 복불복이라,

 

 "이런 게 어디있어?"

 왼쪽 상단 가장 깊숙하고 어려운 부분에 있던 빈 상자를 맞춘 호난도가 그 안에 든 종이를 보고 좌절한다. 운동장 열 바퀴가 적혀 있었다.

 

 1차 예능 및 몸풀기 마지막으로는 투명한 음료가 한 컵씩 제공되었다.

 

 -푸흡!

 -우욱...이거 식초...!

 

 반드시 세 사람은 뿜게 되어 있었다.

 ......왜 둘 밖에 없냐?! 마지막까지 한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 봐, 잘하잖아."

 예상 못했는데 엄청 적극적으로 임해줘 고맙다고 권태 형이 좋아한다.

 

 "야, 근데 너무 진지하다. 표정 풀어라."

 훈련을 지시하는 나를 권태 형이 놀리듯 말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지난 뒤 선수들에게 집중을 하자,

 

 선수들 머리 위에 떠있는 동그란 얼굴형의 이모티콘으로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 보이던 게 술에 취해서 그랬거나, 눈 이상이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케미' 어쩌고가 이 현상을 부른 듯했다.

 

 *

 

 "포변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1차 몸풀기겸 예능을 마친 후 선수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곳곳에서 번쩍 손이 들린다. 일단 박가후는 원하는 대로 3번 등번호를 주고 수비로 변경시켰다.

 

 "그치만......"

 다른 애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부열이를 보고 있다. 이름과 번호는 다 외웠지만 포지션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아 태블릿 PC로 정보를 본다.

 

 등번호 5번, '서 부열', 오른쪽 풀백

 아! 가후에게 가라는 포지션이 서부열의 포지션이구나! 게다가 서부열은 축구를 시작하며 항상 라이트백만 봐왔다고 했다.

 내 감독 부임 첫 경기에서 반지성, 박가후와 함께 눈에 띄진 않아도 묵묵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이것 참...원래 성격이 순한지 표정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내 눈엔 부열이 머리 위에 빨간색 얼굴로 화난 이모티콘이 보인다.

 

 "부열이 공격은 안 좋아하니?"

 부열이가 대답하지 않지만 화난 이모티콘이 고개를 끄덕인다.

 

 "라이트백이 가장 좋지?"

 단단히 삐쳤는지 대답하지 않는데 머리 위 이모티콘은 터질듯 부풀어 오른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서서히 노란색 이모티콘으로 바뀐 후 웃는다.

 

 잘하고 있는 선수 포지션을 바꿀 순 없지. 아니,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포지션. 그렇다고 박가후가 라이트 백으로 더 잘하는데 부열이를 계속 둘 수도 없고 결국 연습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예능과 함께 경쟁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아이고 선생님 아니 코치님 덕분에 강의 잘 듣고 왔습니다!"

 때마침 강의를 듣고 온 구차한이 온다. 구차한 뒤에 우르르 영혼 없는 표정을 한 다수가 따라온다. 구차한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바로 몸을 풀고 뒤따라온 사람들은 관중석으로 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축구부만 공짜고 다른 애들에겐 싸게 돈 받는다!"

 그래도 돈 주고도 못 받는 스타 강사의 강의라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외부에서도 사람들을 받았는데, 대신 조건이 있었다.

 바로 컵 대회 응원단으로 오는 것이다. 오늘은 첫 날이라 수업 후 강제로 관중으로 소집되었다.

 

 스타 강사의 파워로 인해 학생들과 외부 공무원 준비생들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수락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학생이 공무원을 꿈꾸다니...외부 사람들이 섞여있다고 해도 여긴...예술고잖아!

 

 "아무나 이겨라!"

 영혼 없는 표정으로 관중석에 앉은 수강자들이 수험서를 보며 외친다. 지금 경기 안 하고 있다......

 

 "축구에 고팠어요!"

 선수들이 기쁜 표정으로 외친다. 의외로 연습 경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포지션 변경이 예고된 터라 선수들의 눈빛이 다르다. 방과 후 선수들도 제대로 파악할 기회다.

 

 저번 주 경기를 보면 기대가 하나도 안 들지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이란 게 있다. 제로백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기회를 부여 받은 방과 후 선수들도 결의가 남달라 보인다.

 

 "딱 30분이다!"

 경기가 시작된다.

 

 -삐삐삑!

 

 1학년 방과 후 선수가 드리블 돌파를 하다가 서부열의 강한 태클에 걸려 몇 바퀴 구른다. 화난 표정으로 달려들려다가 3학년이란 걸 알고 멈춘다. 작년까진 내가 왕이었는데...아픔보다 세월이 야속했다.

 

 "부열아 잠깐만 이리 와봐."

 서부열이 박가후와 경쟁을 인식했는지 적극적으로 태클을 걸었는데 분명 과격한 행위와는 구분돼야 한다. 방금 태클은 카드가 나올 수 있는 파울이다. 단호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부열이는 얼굴이 상기된 채 애써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머리 위 이모티콘이 잔뜩 주눅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수비수와 카드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야 그렇다고 카드수집가가 되면 안 돼."

 혼날 줄 알았던 부열이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인 후 간다. 이후 흥분해 무모한 태클은 하지 않지만 전보다 확실히 적극적이다.

 

 -나이스 태클인데 왜 그래? 깔끔하게 공만 들어갔잖아.

 -공을 건드렸어도 후속 동작에서 상대가 걸렸잖아요.

 

 채팅창에 의견이 분분해지며 쓸데없이 소모적인 배틀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마다 운영자가 나서서 개입한다.

 

 평소 본인 수비지역에서 수동적으로 다가오는 공격수만 막았던 부열이가 전과 다르게 중앙선까지 전진해 적극적으로 압박한다.

 그리고 빼앗은 공을 직접 오버래핑 해서 들어갔는데 우당탕탕 무작정 드리블 치는 게 아니라 방과 후 선수는 기본 페이크만으로 휙휙 제칠 정도로 드리블 능력이 있었다. 유레카! 놀라운 발견이다.

 

 -우와 나이스 오버래핑!

 -공격을 왜 수비로 놔뒀대?

 -숨겨둔 재목이네! 감독 곧바로 재능발굴?

 >>3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하던 사람들의 화제가 자연스레 바뀐다.

 

 상대팀의 새로운 라이트 백 경쟁자 박가후 역시 기량을 뽐낸다. 아오 미치겠다. 둘 다 괜찮네! 무엇보다 박가후는 공격 재능이 더 있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와 슈팅까지 직접 마무리가 가능했다.

 

 "패스 좀 하라고!"

 물론 욕심 부린다고 욕 먹었다. 로빙 크로스가 없는 게 아쉽다. 반면 부열이는 슈팅보단 센터링을 잘 올렸다.

 

 그리고 그 센터링은,

 

 -굿 헤딩!

 >>2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구차한이 머리로 잘 돌려 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키가 큰 편이 아닌데 위치 선정과 헤딩 능력이 뛰어났다.

 

 "아!"

 구차한이 갑자기 큰일이 난 것처럼 놀란다. 왜 그래?

 

 "머리 나빠지잖아요...!"

 머리를 감싸쥐며 후회한다. 쟤 시려...나 놀리는 건가 당황스럽다.

 

 -뻥!

 

 우리 주전 키퍼 마추픽추 박만득이가 공이 올 때마다 멀리 뻥뻥 쳐낸다. 아무도 헤딩을 해내지 못할 경우 공은 항상 반대편 키퍼 공준호에게 전달됐다.

 공준호는 항상 딴짓을 하고 있다가 놀라 그냥 잡을 수 있는 공도 몸을 날려 잡았다. 그래서 채팅창에서 관종 취급을 받았다.

 

 -킥력 끝내주네. 덩치부터가 ㅎㄷㄷ

 -빌드업이 있어야지.

 -빌드업 같은 소리 하네 축알못이!

 -뭐 이XX야?

 

 <공지>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벌금 후원으로 답합니다.

 

 -쳇......

 >>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난 통크게 후원한다!

 >>3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지지 않아!

 

 채팅에서 배틀이 붙다가 비속어나 나쁜 말이 나올 경우 경고식으로 벌금 후원을 하게 만들었는데 이게 뭐라고 경쟁으로 후원 액수가 점점 늘어난다. 조...좋은 경쟁이다!

 

 방과 후와 선수부를 섞으면서도 한쪽은 공격에 다른 한쪽은 수비에 중점을 뒀다. 빨간 조끼팀은 호난도와 구차한을 투톱으로 공격을 짰고, 파란 조끼팀은 포백과 키퍼를 전부 엘리트 선수로 구성한 것이다.

 

 구차한은 오랜만에 볼을 차서 그런지 약간 폼이 더 올라와야 했다. 호난도와 구차한 둘이 나란히 투톱으로 서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구차한이 소형 마이크를 찬 줄 모르고 중얼거리는데 주문인가 기도인가 알고 보니 시사 상식이었다. 저걸 확...!

 호난도는 오늘도 어슬렁거렸다. 저 자식이...! 그런데 뭐라고 한 마디 내뱉으려고 할 때마다,

 

 "나이스!"

 순간 돌파로 수비수를 제치거나 강력한 슈팅으로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배일도는 왼쪽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박가후와 함께 무지막지한 돌파 쇼케이스를 보이는 중이었다.

 

 7번 배일도는 원래 왼쪽 풀백인데, 저번 주 포지션을 못 찾고 방황해 물었더니 공격하고 싶다고 그래서 왼쪽 윙으로 넣었다. 그런데 슈팅력을 보니 반대편으로 넣고 싶은 욕망이 슬며시 일었다.

 

 배일도뿐만 아니라 저번 주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등장해 잔뜩 기대에 부풀게 한 후 몸개그만 시전한 다른 두 명 역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배동언은 저번에 김가을과 교체돼 무난하게 중앙수비를 펼쳤는데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 레프트 백이라고 그곳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사실 한 경기였다지만 저번 레프트백 선발로 뛴 차동철의 기량이 살짝 아쉬웠는데 내심 반가운 말이었다.

 

 "제가 점마보다 잘합니다."

 배동언이 선배인 차동철을 흘겨보며 내게 말한다. 부조리가 있는 아트풋볼에서 차동철이 선배라 선발자리에서 밀렸다고 내게 서슴없이 말한다.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대꾸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배동언이 갑자기 웅변한다. 깜짝이야.

 

 배동언은 자신한대로 차동철보다 나은 움직임을 보였다. 수비력은 물론 공격력까지 겸비했는데 스리백이나 포백 중앙수비로도 기용이 가능해 활용폭도 높았다. 차동철 긴장해야겠군. 미소가 지어졌다.

 

 선수들에게도 말했지만 학년이 높다고 선발로 뛰는 일은 없다. 무한경쟁이다. 경쟁자가 생겨서 그런가 차동철도 약간 더 긴장하며 임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차동철에겐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있었다.

 

 저번 주 투입된 후 다리에 쥐만 난 권도한은 공격수로 뛰며 아무런 각인도 주지 못했는데 이번에 미드필더로 두니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시야가 넓고 저번에 보여주지 못한 킥력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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