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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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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31     조회 : 78     추천 : 0     분량 : 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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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뜩이는 재능 몇을 더 발견했다. 파란조끼를 입은 13번 반지성이 중앙에서 방과 후 선수들을 능숙하게 지시하며 라인이 무너지지 않게 버텨주고 있다. 전술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과 후 선수들이 반지성의 지시에 따라 공간을 점유하며 경기 시작 후 머리 위에 뜨던 당황스런 표정의 이모티콘이 점차 평온 이어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안정감과 함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뻥!

 "사람 잡아!"

 

 반지성의 말에 마추픽추 박이 공을 뻥뻥 찰 때마다 우르르 몰려가던 게 대번에 사라진다. 반지성을 발견한 대신 방과 후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접었다.

 

 첫 친선 때 잔뜩 긴장해 교체되기만을 원하던 회식자리의 대스타 문재윤이 의외로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 놀라게 만들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예술고에 왔지만 방황하며 잔뜩 찐 살을 빼기 위해 방과 후로 축구부에 들어왔는데 볼 감각이 있다. 볼 트래핑을 능숙하게 해낸다.

 

 "패스하라고!"

 

 시야가 확 좁아지는지 자꾸 볼 트래핑만 해서 문제긴 하지만 다그침을 듣고 찔러 넣는 스루패스를 보면 가능성이 보였다. 아...그냥 뻥찬 거였구나.

 

 -우와! 쟤 예술고 방송부 아니었어?

 >>이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 채팅창을 불붙게 만드는 건 키퍼를 보는 빨간조끼 팀의 공준호였다. 오는 볼을 그대로 뻥뻥 차내는 우리 주전 키퍼 만득이보다 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렇게 몸을 날리는 건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데 원래 운동신경이 있었나? 나조차도 놀랐다. 그러니까 우리 메인 키퍼는 전학 갔고 이어 주전을 차지한 게 박만득 그리고 방과 후의 공준호가 세컨드가 된 것이다.

 

 알고보니 공준호가 초선 키퍼 출신이라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주전 키퍼가 입던 1번은 아직 공석이다. 둘 중 한 명에게 줘야지.

 

 그리고 다시 한번 차덕배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굴욕적인 헛펀칭 후 무단으로 경기장을 이탈하고 다시는 안 나타날 것 같았던 덕배는 고깃집에 먼저 가 앉아 있었다.

 

 "아까 일은 잊어라 풉...!"

 전혀 다른 포지션인데 키퍼로 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다가갔다. 그 전에 서두로 살갑게 다가가려다 나도 모르게 생각나 웃음이 터졌고 덕배는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개진 채 고개를 푹 숙여 대화 진행을 못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낼름 익은 고기를 집어 먹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봐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배를 채운 덕배는 어느새 사라졌고, 문자로 탈퇴의사를 밝혔다. 다른 축구부원에게 물어보니 학교는 나온다고 했다. 정말 관둔건가...그러면 안 되는데.

 

 차덕배 2학년 미드필더로 지금 해외 촬영 가서 장기 부재 중인 기인혜 그리고 여기 있는 호난도와 함께 예술고 아트사커 삼대장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왜 키퍼를 보려고 했지? 궁금한 건 못 참는다. 덕배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덕배야 다시 들어오란 건 아니야.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 왜 키퍼 본 거냐?

 -보라고 했잖아요......

 문자가 바로 왔다.

 

 -내가?

 -예!!!

 덕배가 키퍼를 자원했다고 생각한 건 내 기억 조작이었군...그런데 왜...기억에 기억을 떠올려 본다.

 

 아!!!

 골대 앞에 서성이길래 그냥 보라고 했구나. 장갑까지 낀 채로 왠지 키퍼처럼 생겨서 이제야 기억이 난다. 아니 그런데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키퍼 했냐...골 때리는 상황이었다.

 

 -네가 장갑 끼고 있었잖아.

 -끼면 안 돼요?

 

 답장은 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경기가 종료된다. 사실 고작 30분이라 선수들이 더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모두 지친 표정으로 종이컵을 향해 뛰어갔다.

 

 "푸흡!"

 "이번엔 까나리..."

 

 역시 세 명은 내뿜게 되어 있다...세 명은...왜 또 두 명이냐?!

 뭐지 이 엄청나게 불운한 확률은...그런데 대체 뭐지 이 엄청난 인내력은...!!

 

 "만득아!"

 경기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키퍼부터 불렀다.

 

 무료하게 키퍼를 보며 간혹 오는 공을 빌드업 따윈 내 사전에 없다는 듯 그저 뻥뻥 롱볼로 차던 만득이가 달려온다.

 

 "영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불만스레 말한다.

 

 "마추픽추 박...발음하기가 힘들어."

 거부했다. 자꾸 마추피추라고 부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마추픽,픽픽픽! 마추픽추 박이라고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요즘은 키퍼도 발재간이 있어야 해. 그렇게 뻥뻥 차지 말고 저기 수비수에게 줘서 '빌드업'을 하자."

 그 말에 만득이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요, 브라더."

 "뭐 임마?"

 

 만득이가 움찔한다. 아직 미국식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한 학년이 절대적인 계급으로 작용하는 폭력적인 위계를 지닌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고쳐지지 못한 건 아무도 만득이를 교육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재빨리 태블릿을 뒤져봤다. 긴장된 상태가 펼쳐지니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던 공준호가 카메라를 들고 온다. 눈 빛내지 마라.

 

 "미국 풋볼 선수...?!"

 하긴 떡대가 남다르다고 했어. 씨름을 한 줄 알았지.

 

 "너 왜 풋볼하다가......"

 "이곳에선 풋볼이 발로 차는 거니까."

 뭐야 얘는......

 

 "그러니까 일단 빌드업......"

 "그치만 코치 브로...축구는 결국 골을 넣는 게임이잖아요."

 "아주 간단하지 하지만 그 아름다운 과정이......말 하는데 어디 가냐?"

 

 마추픽추 박이 말 없이 골대로 가더니,

 

 -뻥!

 

 멀찍이 뒤로 물러난 것도 아니고 단지 두 세 발자국 스탭을 밟은 다음 정지돼 있는 공을 멀리 찬다. 미식축구에서 보던 장면이 연상되었다.

 

 마추픽추 박, 만득이가 찬 볼이 그대로 반대쪽 골문으로 깔끔하게 들어간다. 얼마다 드라이브가 세게 걸렸는지 스핀이 멈추지 않는다.

 

 "열 번 티키타카 후 골, 한번에 뻥 골 효율성 무엇?"

 어깨를 으쓱하며 묻는다. 머리 위에 있는 이모티콘이 익살맞게 웃고 있다.

 

 -결과만 보는 더러운 사회!

 -과정은 생략 결과가 최고

 -킥력은 인정!

 

 채팅창 반응도 박만득에게 우호적이다.

 

 잔뜩 자신만만한 표정의 만득이에게 아까는 왜 중앙으로만 찼냐고 물으니까 패스하려고 했단다. 상대편 골대로 한 번에 휘어지게 차 넣을 수도 있다고 했다.

 

 "되게 높게 차면 내려올 때까지 옹기종기 모여 올려다보는 모습이 너무 퍼니해요."

 슈팅에 자신 있다고 프리킥 자신이 차고 싶은데 뛰기 귀찮아서 그냥 있는다고 했다.

 

 "너 킥력 되게 좋다. 그런데 왜 키퍼를 한 거야?"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하다 보니까 잘해서 붙박이가 됐어요."

 

 (*불미스러운 일 후 전학으로 인한 연쇄 이탈을 말한다. 괜히 거창하게 말하는 것.)

 

 "너 뛰고 싶은 자리가 어디야?"

 "지단처럼 중앙에서 뛰고 싶은데요."

 마추픽추 박, 만득이가 카메라를 잔뜩 의식하며 말한다. 마치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달라는 눈빛이다.

 

 -해보라고 해!

 -만득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

 내가 수락하자 놀란다.

 

 후...이제 키퍼를 찾아야겠는데 사실 키퍼만큼 전문적으로 필요한 포지션이 없어서 어쩌면 다시 키퍼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속으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미안했다.

 

 "브로, 키퍼는 쟤 있잖아요."

 뭐야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만득이가 다가와 공준호를 가리킨다.

 

 "준호는 스태프한다고 그랬는데......"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공준호가 어제의 쿨한 반응과 다르게 열망의 눈빛으로 말한다. 후보가 싫었구나.

 

 "방과 후여도 언제나 기회는 있다."

 옆으로 지나가는 미드필더 전 강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아까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반드시 보답이 올 것이다.

 

 "저 선수인데요."

 뭐?! 강태는 불만도 없이 순박하게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다. 미안허다...그런데 그 움직임은?!

 

 "어라?"

 만득이의 머리 위 이모티콘은 키퍼 볼 때는 늘 평온-노멀한 상태였다가 멀리 공을 뻥 찰 때만 함박 웃음을 지었는데, 조끼를 입는 순간 시종일관 함박 웃음이다.

 

 "모두 모여라."

 그래서 선수들을 소집했다. 이번 주는 최적의 포지션만 찾겠다.

 

 "뭐 먹어요?"

 눈을 빛내며 온다. 아오...!

 

 "형, 군것질 사와."

 내가 네 따까리냐...권태 형은 불만이지만 이렇게 눈이 많을 때 명령하면 꼼짝 못한다.

 

 우리는 대화를 나눠야 했다. 포지션 대변경이 필요했다. 이번 주는 포변의 주로 정하겠다. 공준호가 카메라를 세팅한다.

 

 일단 대대적인 포지션 변경을 예고했고 최대한 원하는 대로 해주겠지만 결국엔 능력순으로 결정에 따라야 할 때가 온다고 얘기했다.

 

 프로 선수도 아니고 현재는 한 가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포지션을 습득하는 게 선수 개인으로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멀티다 멀티!"

 "그렇죠!"

 얘기를 들으면서도 게임에 열중인 선수가 격하게 동조한다. 꺼라.

 

 브레이크 타임 후 둘로 나눠 반에선 계속 기초 훈련과 예능 축구를 병행시키고 나머지는 따로 모아 전술 훈련을 시켰다.

 

 나는 끊임없이 적거나 태블릿 PC에 자료를 입력 중이었고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머리 위 이모티콘을 수시로 확인했다.

 

 "배일도야. 왜 그래?"

 배일도 머리 위 이모티콘이 갑자기 빨개서 물었다.

 

 "똥 마려워요."

 "그럼 누러 가!"

 다시 한번 선수들을 불러 모아 화장실이건 물을 마시건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스마트폰 게임은 하지 마라!"

 "약속 안 지킬래? 훈련 끝나고 공부하라고!"

 일단 포지션을 적시에 배치시키고 서서히 체력을 끌어올린다. 이번 주는 이렇게 간다.

 

 *

 

 사흘이 지났다.

 30분 미니 연습 게임은 매일 실시했다. 방과 후와 섞기도 했고 선수들과 방과 후 따로 묶어 8대8이나 5대5 시합을 붙이기도 했다.

 

 계속 포지션을 변경하며 최적의 포지션을 찾는 중이다. 물론 모두가 즐거워야 했기에 방과 후도 절대로 차별하지 않았다.

 방과 후 선수들 역시 리저브 멤버인 건 인식했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부여된다는 걸 알고 열심히 했다.

 

 "엄마 나 TV 나온다!"

 실시간 중계되는 유자튜브가 큰 동기부여가 된 듯했다.

 

 -몇 살인데 엄마 찾냐?

 -엄마 보고 싶으면 집에 가라ㅋㅋㅋ

 

 "울 엄마 돈 벌려고 나랑 떨어져서..."

 

 -형이 미안해...

 -왜 애를 울려.

 

 가끔 우는 선수도 있었다. 추...축구에 집중하자.

 

 키퍼 만득이를 중앙으로 돌린 효과가 컸다. 미식축구를 꽤 잘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운동 능력이 괴물 같았다.

 본인이 원한 것도 있지만 공만 뻥뻥 골문으로 찰 줄 알았는데 넓은 시야와 강한 킥력이 있었다. 다만 본인이 원하는 지단롤을 수행하기엔 드리블이 투박했다.

 

 "저리 가시라고."

 "선수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봐야죠."

 "아, 꺼지라고!"

 

 덕분에 권태 형의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유자튜브 우리 예술고 축구부의 소문이 났는지 박 만득이의 운동능력을 예사롭지 않게 여긴 주변 체고에서 거듭 스카웃하러 잠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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