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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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병기
작성일 : 20-09-02     조회 : 271     추천 : 1     분량 :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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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이다!

 천만 영화 <괴수>가 엎어지다니... 영화천재 봉만오 감독이 웹소설을 쓰다니... 이건 꼬여도 너무 지나치게 꼬인 게 아닌가?

 어쩌면 이 역시 내가 지옥에서 탈출하면서 세상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내 책임이다. 휴......

 그때, 안병태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다들 고생 많으셨구요. 향후 진행사항 관련해서는 제가 별도로 연락을 드릴 테니까...”

 “끄어억~~!”

 고릴라 조감독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도 달래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 모두가 울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이리라.

 잠시 후, 동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서 나라 잃은 백성처럼 술을 퍼마셔야지요! 같이 갈사람, 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동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내 통장에는 계약금 3천만 원이 그대로 있습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는 사람, 손?”

 그때, 양미씨가 손을 들었다.

 “난 닭갈비.”

 “굿 초이스! 가시죠, 3천만 원으로 닭갈비 쏘겠습니다!”

 고릴라 조감독이 꺼이꺼이 울면서 일어났다.

 “난 삼겹살...”

 동훈이가 고릴라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요, 닭갈비에 삼겹살 비벼서 소주에 말아먹자고.”

 고릴라는 동훈이의 품에 안겨 꺽꺽 울음을 삼켰다. 확실히 왕게임에서 뽀뽀를 한 뒤로 두 사람이 친해진 것 같다.

 “형, 뭐해? 얼른 나와.”

 “먼저 가있어. 좀 있다 갈게.”

 난 회의실을 정리하고 있는 안병태 실장에게 다가갔다.

 “실장님,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투자자들로부터 소송 들어올 거예요. 일단 그것부터 막아야죠.”

 소송? 그럼 이 영화는 영영 재기 불능이다!

 안실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결국 사람이 해결할 겁니다.”

 잔주름이 가득한 그의 눈매를 보니, 심경이 이해가 갔다. 영화판 15년 경력의 제작실장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도 흔하게 겪어왔던 일인 것이다. 새삼 안실장의 침착함이 존경스러웠다.

 

 ***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한참을 뒤척거렸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안실장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해결할 겁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봉감독? 문대표? 안실장?

 아니다, 이 사태를 해결할 사람은 나다.

 <괴수>의 운명을 바꿔버린 게 바로 나니까.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열었다.

 안에는 카이저의 소형카메라가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카이저에게 뭐라고 부탁하지? 돈을 달라고 해야 하나? 아님, CG업체를 차려달라고 해야 되나? 으음... 일단 불러보자.’

 난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플레쉬가 터지며 밝은 빛이 쏟아졌다. 하지만 카이저는 보이지 않았다.

 “카이저! 어딨어?”

 그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불렀는데?”

 고개를 숙여보니,

 동그란 핑크색 탁상시계가 날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어! 니가 카이저야?

 탁상시계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래,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푸하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카이저는...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이 곰돌이 인형처럼 붙어있고, 머리에는 핑크색 날개가 달린 귀여운 탁상시계였던 것이다.

 ‘이 녀석, 그땐 잘생긴 남자로 변신을 했던 거구만. 그렇다면...’

 “카이저, 니가 배우로 출연할 기회가 생겼다.”

 “진짜? 벌써 감독으로 데뷔한거야?”

 카이저의 눈이 순간 똥그래졌다.

 “나 말고. 봉만오라고 세계최고의 감독님이 계시는데...”

 “봉만오?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봉감독님이 지금 스펙타클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준비하고 계시거든. 주인공으로 니가 딱인 것 같애.”

 “주인공?”

 카이저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흥, 걸려들었어!’

 난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주인공은 덩치도 크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되는데... 넌 생긴 게 너무 귀엽단 말이지.”

 “말만 해! 나 뭐든지 변신할 수 있어.”

 그래,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럼 괴수로 변신할 수 있어?”

 “괴수?”

 “응, 주인공이 괴수야.”

 “뭐, 이런 거?”

 카이저가 공중에서 한 바퀴 핑그르 돌았다.

 펑!

 “으악!”

 놀래서 자빠지고 말았다.

 입이 귀까지 찢어진 불지옥의 털북숭이 악마가 나타난 것이다.

 악마가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카이저의 목소리로 말했다.

 “어때? 카리스마 쩔지?”

 “아... 아니, 그거 말고. 약간 공룡처럼 생겼는데...”

 펑!

 “으악!”

 이번엔 티라노사우루스가 나타났다.

 “아니! 공룡 같은데, 공룡은 아냐.”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같은 건 또 뭐야?”

 “그러니까... 올챙이랑 도롱뇽을 섞은 것처럼 생겼는데...”

 “도롱뇽 새끼가 올챙이거든? 이 월요일 아침같이 답답한 놈아!”

 “아, 그런가? 잠깐만!”

 난 재빨리 종이에 괴수의 형상을 그려 카이저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생겼어.”

 펑!

 “에엥?”

 이번엔 머리가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나왔다.

 “완전 똑같지?”

 너무 똑같다... 문제는 역시 내 그림 실력이다.

 “미안해. 다시 그릴게.”

 “이런 개뼉다귀같은 자식이 성질 더러운 놈 데리고 강아지 훈련을 시키네? 욕 얻어 처먹다 배 터져 뒤지고 싶냐?”

 “욕은 얼마든지 해도 좋아. 하지만 나한테 시간을 줘.”

 난 색연필을 꺼내 보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괴수의 형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카이저는 내가 그린 대로 변신하기 때문에 최대한 세밀하게 그리는 수밖에 없다.

 펑!

 펑!

 펑!

 내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카이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괴수로 변신했고, 그때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18색깔 크레파스 수박 씨발라 먹을놈 명란젓 새우젓 어리굴젓같은 XXXXX.......”

 새삼 실감했다.

 카이저의 특성이 ‘욕쟁이 아가리 파이터’라는 사실을...

 난 밤새 욕 지옥에 시달리며 수백 장의 괴수 그림을 그려냈다.

 눈알은 빠질 것 같고, 귀에서는 피가 나올 것 같았다.

 어느새 해가 떴다.

 “그만 하자, 휴......”

 

 ***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망하기 직전의 회사다운 적막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그때, 내 눈에 작은 팻말이 보였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요강이 있는 봉감독남의 작업실이다. 왠지 저 안에 감독님이 계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 계세요?”

 아무 대답이 없다. 나는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감독님! 저 요한인데요!”

 철컹!

 문이 열리고, 어깨가 축 처진 봉감독이 지친 표정으로 나왔다.

 “왜?”

 “영화 때문에 드릴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영화?”

 “괴수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웹소설 말이냐?”

 “아... 네.”

 “이런 젠장! 너땜에 까먹었잖아! 방금 기가 막힌 문장이 떠올랐는데... 뭐였더라?”

 봉감독은 눈알을 사방으로 굴리며 문 앞을 서성거렸다. 그 모습이 매우 불안해보였다.

 “감독님...”

 “난 이 글을 완성할 때까지 여기서 나오지 않을거다. 한번만 더 날 방해하면, 니 잘난 얼굴을 요강에다 처박아 버리겠어!”

 봉감독은 날 무서운 눈으로 쏘아보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어쩌지? 감독님한테 괴수를 보여줘야 되는데...’

 그때, 문어준 대표가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올리며 나왔다.

 “오! 천재작가, 할 일도 없는데 여긴 어쩐 일이야?”

 “감독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감독은 개뿔... 나한테 해. 나 아주 한가해.”

 “아, 그게...”

 그래, 일단 대표님께 보여드리자.

 “사실은 저희 큰아버지가 나사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시거든요.”

 “나사? 거긴 미국에 있는 거 아냐?”

 “맞아요. 암튼,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괴수를 로봇으로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봤거든요.”

 “오호! 로봇이라... 그래서? 만들 수 있으시대?”

 “네, 어젯밤에 DHL로 샘플 보내주셨어요.”

 “DHL?”

 그때, 쾅! 문이 열리며 봉감독이 뛰쳐나왔다.

 “어딨어? 그 로봇 어딨냐고!”

 문어준 대표가 봉감독을 밀치며 소리쳤다.

 “넌 빠져! 가서 웹소설이나 써!”

 “내가 누구 땜에 이 고생인데? 이 문어대가리야!

 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뜯어말리며 말했다.

 “지금 한번 보여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요 밑에서 대기 중입니다.”

 “요 밑에 어디?”

 봉감독이 다급하게 뛰어갔다. 난 재빨리 봉감독을 붙잡았다.

 “감독님, 가오가 있으신데... 정식으로 오디션 보시죠?”

 “아, 그렇지? 당장 회의실로 오라고 해!”

 봉감독이 어깨를 쭉 펴고는 척척 회의실로 들어갔다. 문대표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기특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집안이 골고루 천재구만. 복덩이야. 허허허...”

 난 두 사람이 모두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

 

 ***

 

 회의실에는 나와 봉감독, 문대표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중앙에 앉은 봉감독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준비 됐으면 들어오라고 하지.”

 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괴수님, 들어오세요!”

 잠시 후, 서서히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쿵! 쿵! 쿵!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지진이 난 것처럼 사방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문이 열렸다.

 머리가 커다란 괴수 한 마리가 뻘춤한 표정으로 회의실 안을 빼꼼이 쳐다봤다.

 “저... 저건?”

 봉감독과 문대표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디자인이 정교하죠? 하하...”

 난 대충 얼버무리고는 괴수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괴수는 쑥스러운 듯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슬그머니 안으로 발을 넣었다. 그런데... 괴수의 몸통이 좁은 문에 끼어버렸다!

 ‘이런! 내가 배를 너무 크게 그렸나?’

 괴수가 몸을 이리저리 뒤채며 낑낑거렸다.

 “개구멍이야? 어떤 놈이 문짝을 이따위로 만들었어?”

 헉! 저 녀석이!

 난 재빨리 뛰어가 녀석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람 말을 하면 어떡해? 괴수 말을 해야지.”

 “아우, 짱 나! 오디션 떨어지면, 확 다 잡아먹어버릴 줄 알아.”

 괴수는 좌우로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벽이 부서지고 문짝이 떨어져나갔다. 괴수는 천장에 부딪치지 않으려 머리를 숙이며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착! 차렷 자세로 섰다.

 쿵!

 그 순간, 문어준 대표가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기절해버렸다.

 난 재빨리 뛰어가 문대표를 흔들어댔다.

 “대표님, 정신 차리세요! 대표님!”

 봉감독이 조용히 일어나 문대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뺨을 철썩! 때렸다. 그러자, 문대표가 번쩍 고개를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사랑해!”

 난 재빨리 문대표를 안심시켰다.

 “로보트에요, 진짜 아니에요.”

 “아... 정교하구만.”

 문대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마구 비벼댔다.

 난 봉감독에게 물었다.

 “그럼,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봉감독이 침착한 눈으로 괴수를 보며 말했다.

 “자기소개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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