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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작가 : 화홍박스
작품등록일 : 20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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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완전한 그릇 (권철의 일기장 그리고...)
작성일 : 20-09-04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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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리를 지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정사정없이 총을 쏜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단숨에 나의 팔을 그대로 붙잡아 엎어 치기를 하였다. 내가 다시 일어나자 그는 강한 펀치로 나의 배를 가격하였다. “윽” 극심한 고통과 함께 잠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나의 머리칼을 붙잡아 뒤로 젖힌 후 주먹으로 나의 얼굴을 다시 한번 가격하였다. 매서운 돌덩어리같이 그의 주먹은 아팠다. 나는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쿵’ 소리와 함께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아무리 의식 속이지만 고통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때 내 등 뒤로 또다시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왔다. 난 손을 뻗어 계단 위로 올라가려 하였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나의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끌어 안으로 내동댕이쳤고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난 고개를 돌려 나를 잡아끈 사람을 보았다. 이번엔 정장을 입고 있던 목덜미에 문신한 여자가 서 있었다.

 

 난 다시 일어나 나가려고 하였지만, 어느새 문은 닫히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문밖, 유령의 집]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집은 다시 캄캄해졌다. 그러나 복도 바닥 구석에 조그마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까 주문을 외우고 나를 붙잡으려던 남자가 살해당하기 전 휴대폰이 연결된 상태였다. 그 화면에는 수호 선녀님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때까지 남아있던 총을 쥐고 있던 모자를 쓴 남자는 그 휴대폰을 집어 들고 귓가에 갖다 대며 속삭였다.

 

 “곧 만나러 가지.”

 

 

 -수호 선녀와 함께 있는 원로회 식구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음성을 듣고 있던 백발의 여성은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내렸다. 그 안에는 방금 전화를 내려놓은 백발의 여성, 즉 수호 선녀를 중심으로 원탁으로 된 테이블에 8명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아.. 아니.. 어떻게..?”

 수호 선녀가 들고 있던 수화기에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수호 선녀의 오른편에 앉아 갈색의 머리를 뒤로 반듯하게 묶고 나이는 약 50대 정도로 되어 보였다. 수호 선녀는 아무 말 없이 잠시 깊은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권철안에 있는 신이 약해진 것 같군요. 권철은 이미 의식 안으로 갇혀 버린 것 같아요.”

 수호 선녀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어 앉아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낙담하기에는 이릅니다. 옮겨 담을 완벽한 그릇을 우리 만월이가 헌신적인 기도 끝에 찾아내었으니깐요.”

 “네. 선녀님.”

 수호 선녀 반대편에 마주 보고 앉아있던 20대 후반으로 앳되어 보이는 하얀 화장에 짙은 연분홍색의 립스틱을 바른 여자가 대답하였다.

 “일단 저와 만월이는 그 그릇을 한번 보러 가겠습니다. 확실해야 하니깐요. 음.. 그리고 생각보다 권철이 거센데 이를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주실 분 계실까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잔잔한 주름 속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매우 무섭게 이글거리는 듯하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당찬 목소리로 답하였다.

 “오우.. 우리 청양 아씨님…”

 수호 선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앞선 우리 애기녀도 그렇고 박수무당 이제학 님도 그리 쉬운 분들은 아니었는데... 모두 손쉽게 당했으니깐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반드시 권철을 잡아 오겠습니다.”

 “호호.. 믿어요. 청양 아씨님! 하지만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음… 어디 보자.”

 수호 선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왼편에 앉아있는 덩치가 크고 산적같이 턱수염을 기른 남자에게 손짓하며 말하였다.

 “여기 박제수 님과 함께 가세요.”

 “허허 네!! 선녀님!!”

 남자는 그를 호명해 준 것에 감복한 듯 웃음을 지으며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청양 아씨는 온전히 자기를 믿지 못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하였는지 반론을 제기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결정하였습니다.”

 수호 선녀는 선을 그으며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 확실한 게 필요한 때이니깐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나는 여전히 호흡하기 어려웠지만 아픈 배를 움켜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게 깝치지 말고 우리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 10층 바로 눌러줄까?”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손에 칼을 쥔 채 내게 말하였다.

 

 “헉헉.. 그런데 자꾸 너희들은 왜 자꾸 내게 10층을 누르게 하려고 하지?”

 별생각 없이 내뱉은 질문에 그녀의 눈이 순간 흔들린 것이 느껴졌다.

 ‘방금 뭐였지? 확실히 10층에는 그들이 말하는 것과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빠른 패턴이었다.

 “응??”

 그런데 그녀는 이상하게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등지고 손을 뒤로 뻗었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팔을 묶는 것 같은 그러한 포즈를 취한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앞으로 기울어졌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와 그녀는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떨어졌고 캄캄한 방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아이고야..”

 나는 신음과 함께 주위를 살펴보았다. 손으로 아픈 이마를 어루만지려 하였으나 나 역시 아까 그처럼 손이 뒤로 꽁꽁 묶인 상태였다. 눈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칼을 들고 있던 남자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5평 남짓 한 방 속에 낯선 사람들 4명 정도가 있는 게 보였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며칠 동안 씻지 못했는지 얼굴에 흙투성이였다. 그 뒤로 의심쩍게 쳐다보고 있는 남자 둘이 있었는데 20대 정도로 보이는 은색 테의 안경을 낀 삐쩍 마른 남성과 이마가 찢겨 피를 흘리고 있는 60대로 보이는 백발의 남성이 보였다. 그리고 닫힌 방문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파마를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제발.. 우리를 꺼내달란 말이야!!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딸과 아들이 있단 말이야.”

 

 “괜찮아요?”

 나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는 30대의 흙투성이 여자는 내게 말을 건넸다.

 “아.. 넵”

 “아니 그런데 어쩌다 납치를 당하셨나요? 혹시 끌려올 때 여기가 어디쯤인지 보셨나요?”

 갑자기 문을 향해 외치던 여자가 내게 다가와 쉴 새 없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들 역시 모두 손이 뒤로 꽁꽁 묶인 상태였다.

 “납치요?”

 “네.. 당신처럼..”

 “나처럼?”

 

 ‘나를 쫓는 그 미치광이 집단의 소행인가?’

 잠시 의심이 들었다.

 ‘일리는 있어. 분명 내 몸속의 악령들은 그들을 죽이겠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데. 이곳에 이렇게 온 이유도 있을 거야.’

 

 “그래 자네. 혹시 여기 끌려오면서 본 게 있으면 말해보게. 여기 대부분이 기절한 채로 끌려와서 도무지 감을 못 잡거든. 밖에 창문을 봐도 온통 나무들 뿐이라 여기가 산인 것은 확실한데 말이야.” 60대 백발의 남성은 눈을 깜빡이며 말하였다.

 

 “흠.. 저도 사실 아무런 기억이 안 나요. 이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눈을 뜬 거라. 혹시 저 말고 이 방에 같이 들어온 여자 한 명이 있지 않나요?

 난 내 안의 악령을 쫓아왔다는 얘기는 숨기기로 하였다. 어차피 얘기해봤자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할까 봐. 그나저나 분명 그녀도 나랑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나가떨어졌는데 어디로 사라진 거지?

 

 “부.. 분명.. 연쇄 살인마 김헌형 일 거예요.”

 20대 남자는 그의 머리를 벽에 살며시 쥐어박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연쇄살인마 김헌형?”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나의 물음에 이어 설명을 하였다.

 “3년 전부터 나타난 무시무시한 살인마예요. 사람들을 여러 명 납치했다가 동시에 이러한 낯선 곳에서 죽이거든요. 분명..”

 “닥쳐!! 확실하지도 않은 얘기 단정 짓지 마!!”

 좀 전까지 내게 미친 듯이 질문 공세를 퍼붓던 여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20대 남자에게 으르렁거리며 말하였다.

 

 “제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이제 한 명만 더 오면 알겠죠!”

 “한 명이 더 오는지 어떻게 알아?”

 60대 남자가 젊은 남자의 말에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네.. 그 살인마는 늘 6명을 모아놓고 사냥을 했으니깐요. 악마의 제물로 드리는 숫자라고 '고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중하 씨가 그랬어요!”

 안경 낀 젊은 남자는 옆에서 노려보고 있는 여자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는 혼자인데 우리 같은 남자들도 있는데 6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을까요?"

 난 의문이 들어 그에게 되물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 모두 그 한 놈에게 모두 잡혀 온 것도 말이 안 되죠."

 

 

 [어느 놀이터 앞]

 

 “그래 저 머리를 양옆으로 땋은 아이를 말하는구나.”

 수호 선녀는 함께 온 만월과 벤치에 앉아 놀이터 안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였다. 놀이터 안, 미끄럼틀에는 3~4명의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 벤치에는 3명의 여성이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수호 선녀와 만월은 바로 그들 옆 벤치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주문을 외우더니 눈에서 붉은 불빛이 살며시 반짝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머리를 땋은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 완벽해!! 정말 100년 만에 나타날까 말까 한 완벽한 그릇이야.”

 수호 선녀는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으며 이야기하였다. 만월도 수호 선녀의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자 더욱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듯하였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구나.”

 수호 선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여전히 붉은 기운의 눈빛으로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어느새 쨍하게 비치든 해가 구름 사이로 가려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기후까지 조정하실 정도면 정말 엄청난 신력이신데?’

 만월은 수호 선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12 원로회의 수장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자기가 들어왔던 수장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신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한창 뛰어놀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벤치로 달려왔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어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수호 선녀는 인자하게 웃음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가 아이들 속에 있던 머리를 땋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이 귀여워라.. 이름이 뭐예요?”

 

 아이는 낯선 여자의 손길에 잠시 멈칫하였지만, 그녀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조그마한 입을 열어 대답하였다.

 

 “마... 혜은이요”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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