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첫회보기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7
작성일 : 20-09-05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534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아무도 없나?”

 나는 마스크와 모자로 최대한 얼굴을 가린 채 야심한 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컨테이너 벽에 몸을 밀착시켰다. 어제 순찰을 도는 녀석들이 없었으면 마약이 보관된 장소를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엔 연우 오빠나 명진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왔다. 위험한 일이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무조건 이 일을 해야 한다. 이미 여러 차례 강서준에게 당하고 또 당했으며, 이번에도 포기한다면 영영 녀석을 무너뜨릴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터벅터벅!

 ‘차분하게 생각하자, 분명 이 근처 컨테이너일 거야…….’

 

 순찰자들이 있던 곳 주변에 있는 컨테이너 중 창문이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또 악당들이 등장할지 모르니 몸도 마음도 점점 급해지는 상황, 1분 1초가 매우 소중하다. 잠시 후 나는 잔뜩 주변을 살피다가 핸드폰의 불빛을 최대한으로 키운 채,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컨테이너의 문 손잡이를 세게 돌렸다. 철과 철이 부딪히는 기분 나쁜 소리가 몇 초간 이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 문은 잠기지 않은 건지 서서히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아, 여기는 아닌 건가? 그 옆에 컨테이너로 가봐야지.”

 순찰자들이 가던 방향에 있던 컨테이너라 내심 유력하다고 생각하고 기대감이 컸지만, 안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약간은 실망스럽다.

 

 “이미 다 옮긴 걸 수도 있어요, 어제 그 난리가 났는데 같은 장소에 그냥 둘 리가 없잖아요.”

 “연우 오빠?”

 그런데 내가 몸을 돌리기 무섭게 나처럼 마스크와 모자로 신분을 꽁꽁 숨긴 연우 오빠가 팔짱을 낀 채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오빠가 여기는 왜 왔어요?”

 “아가씨가 걱정되니까요.”

 “네?”

 “사실 또 이상한 짓을 벌일까 그게 걱정스러워서 계속 미행했어요.”

 “정, 정말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 또 여기에 와서 일을 벌이고 있네요.”

 연우 오빠는 팔짱을 풀고는 천천히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에 더 오래 있는 건 위험해요, 얼른 집으로 돌아가요.”

 “싫어요.”

 나는 연우 오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하자 인상을 쓰며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근처에 창문이 있는 컨테이너 박스는 몇 개 없어요, 조금만 더 찾아보면 되는데 여기서 포기한다고요? 저는 그렇게는 못해요.”

 “하아, 진짜 완전 피곤한 스타일이네요. 그러면 바로 앞에 있는 저 큰 컨테이너 하나만 찾아보고 가죠. 오케이?”

 “저거 포함해서 총 3개만 찾아보고 없으면 그냥 오빠 따라서 집으로 갈게요, 오케이?”

 나는 이런 심각한 와중에 연우 오빠랑 협상을 하고 있다.

 “후, 알았어요.”

 다행히 연우 오빠는 내 고집이 보통 고집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지, 곧장 수긍을 하고는 가장 가까운 컨테이너로 향했다.

 

 “아? 이거 안 열리네요.”

 우리가 가장 처음 고른 컨테이너는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 중 크기도 가장 크고 위치도 구석진 곳이라 아까부터 마약이 보관되어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제가 열어볼게요.”

 덜크덕!

 연우 오빠가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나는 팔에 힘을 최대한 주고는 문고리를 돌렸다.

 “부러진 거 아니에요?”

 “안에 뭐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나는 문고리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음에도 문이 잘 열리지 않자 어깨로 한 방 더 문을 세게 때렸다.

 두두둥!

 그러자 문이 서서히 열렸는데 이번에야 말로 기적이 우리를 향해 인사를 해줬으면 좋겠다.

 

 “설마?”

 “찾았어요, 오빠!”

 이럴 수가? 나는 핸드폰 라이트로 안을 이리저리 비춰보자, 내가 그토록 찾던 포대가 잔뜩 쌓여 있는 게 확실히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꿈이 현실이 된 거 같아 아까부터 가슴이 쿵쾅거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데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우리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려고요. 그냥 신고하면 안 믿을 수 있으니 내용물을 조금 챙겨서 갈까요?”

 “으음, 그럼 포대 하나 뜯어서 내용물을 살펴보죠.”

 “잠시만요! 오빠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기쁨도 잠시 뒤늦게 나는 구석에 있는 CCTV 카메라를 발견했다.

 “네?”

 “너무 허술한 거 같아서요. 보통 침입자가 생기면 경계를 강화하거나 물건을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데 일부로 도둑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모든 게 잘 풀렸잖아요.”

 “하아, 그럼 함정이겠네요. 얼른 돌아가요.”

 “어? 이 소리는?”

 나는 점점 이쪽으로 발소리가 커지자 엄청난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문 잠가!”

 “네, 실장님!”

 두두둥!

 쿠우우우웅!

 “……!”

 우리가 뭔가 손을 쓰기도 전에 철제 문이 거칠게 닫혔고 밖에서는 무언가 작업하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렸다.

 

 ‘XX, 완전 X됐잖아?’

 여기서 내가 무력을 사용해 강제로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악당들의 공격을 이겨내며 오빠를 지킬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가 없는데, 연우 오빠는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난 듯 표정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지 오래이다.

 

 “지금부터 당신들을 제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 개자식!”

 목소리를 들어보니 밖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건 차 실장이 확실하다. 결국 나는 일단 포대를 밟고 올라가 아까부터 자꾸만 신경 쓰이는 CCTV 화면부터 날려버렸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현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물이 들어오고 있어요.”

 “네?”

 정말 오빠의 말대로 작은 틈새에서 서서히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를 수장시키려고 하면 여기에 있는 마약도 다 잃게 될 텐데.”

 “후, 위에 몇 포대를 제외하고는 다 모래네요.”

 “아, 완전 속았구나.”

 오빠는 어느새 맨 밑에 있는 포대들을 펜으로 찔러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두근두근!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나랑 오빠는 숨이 막혀 죽게 될 거야.’

 

 “아까보다 더 빨리 물이 차오르고 있어요.”

 “오빠 저 때문에 미안해요.”

 나와 연우 오빠는 점점 창고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일단은 급한 대로 포대 위로 올라가 몸을 웅크렸으나 계속 시간을 끌 수는 없으니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실장님, 도련님 오고 계십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뭔가가 더 남은 듯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하고 있었는데, 물에 빠뜨려 우리를 둘 다 죽이려는 게 전부가 아니고 또 무언가 준비된 게 있는 게 틀림없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도록 할 거야.”

 “……!”

 목소리를 들어보니 결국 이번 함정은 강서준이 기획자인 모양이다.

 

 “특히 거기 안에 있는 계집은 귀를 크게 열고 잘 들어, 네가 만약 그 안에 같이 갇혀 있는 남자를 죽인다면 너는 우리 편으로 영입해서 살려주도록 할게. 일종의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XX, 미친 XX.”

 “둘 다 죽거나 1명이라도 살 거나, 네가 벌써 어떤 선택을 할 지 벌써 기대가 돼. 하하하하하!”

 강서준의 비열한 웃음소리는 한동안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둘 다 죽거나 오빠를 죽이고 나 혼자 살거나?’

 강서준이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조차 사람의 목숨을 이용해 게임을 만든 걸 보면 정말 최악의 남자이며 용서할 수 없는 녀석이다.

 

 “오빠 괜찮아요?”

 아까부터 연우 오빠는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미안해, 라나야. 나도 여기까지인 거 같아.”

 “오빠?”

 나는 연우 오빠의 혼잣말을 듣고는 더 이상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물은 정말 많이 차올라 허리까지 차오르고 있었으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둘 다 익사를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오빠 나 믿어요?”

 “표정 보니까 날 죽이고 혼자 목숨을 구걸할 거 같지는 않네요.”

 “제 손 잡아요, 일단 하는 대까지 해봐요.”

 나는 연우 오빠와 손을 잡자 마자 마치 수영장에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 숨이 아무렇지 않게 쉬어지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인어처럼 물 속에서도 자유롭게 호흡이 가능한 것, 죽음으로 얻은 두 번째 능력이 물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일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힘으로 문을 부수고 나가 밖으로 탈출하는 게 먼저이다.

 

 퍼어억!

 퍼어어어어억!

 나는 서둘러 문을 이리저리 두들겨 패며 안간힘일 썼는데, 그 사이 숨이 차올라 괴로워하는 연우 오빠를 보자 문을 때려부수는 내 움직임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퍼어어어어억!

 쿠우웅!

 연우 오빠가 숨을 쉬지 못해 내 옷을 세게 잡자 나는 다시 한 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어깨로 문을 부수고 우리는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제 그 여자다!”

 “뭐야?”

 “지금 힘으로 문을 부수고 나온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괴물 아니야?”

 웅성웅성!

 물이 쏟아지며 나와 연우 오빠는 간신히 컨테이너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미 주변은 악당들이 가득한 상황이며 혼자서 전부 감당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아, 재미없어.”

 철크덕!

 “안 돼!”

 타아앙!

 “컥!”

 “꺄아아아아! 연우 오빠!”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뭘 해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연우 오빠가 총에 맞고 말았다. 총을 쏜 사람은 다름 아닌 강서준이었으며, 연우 오빠의 몸에서 쏟아지는 붉은 피를 보자 나는 이성을 잃고 폭주할 수밖에 없었다.

 

 “강서준 이 XXX! 내가 넌 꼭 죽이고 죽는다!”

 “뭐야? 그 목소리는 너 설마!”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0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9(완결) 9/5 226 0
29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8 9/5 216 0
28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7 9/5 222 0
27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6 9/5 222 0
26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5 9/5 218 0
25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4 9/5 255 0
24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3 9/5 221 0
23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2 9/5 204 0
22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1 9/5 226 0
21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0 9/5 214 0
20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9 9/5 214 0
19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8 9/5 206 0
18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7 9/5 241 0
17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6 9/5 203 0
16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5 9/5 207 0
15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4 9/5 225 0
14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3 9/5 217 0
13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2 9/5 237 0
12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1 9/5 210 0
11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0 9/5 213 0
10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9 9/5 206 0
9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8 9/5 213 0
8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7 9/5 217 0
7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6 9/5 208 0
6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5 9/5 217 0
5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4 9/5 213 0
4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3 9/5 217 0
3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 9/5 212 0
2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 9/5 207 0
1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0 9/5 37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