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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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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
작성일 : 20-09-11     조회 : 47     추천 : 2     분량 :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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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어

 

 봄이 되면 은어가 강 상류로 올라온다. 어른들은 낚시로 은어를 잡기도 하고 그물을 던져서 은어를 잡기도 한다. 우리 냇가에는 은어가 알을 낳기 좋게 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인 강바닥이다. 그리고 그리 깊지 않은데다 냇가 가에 물풀이 무성하고 다슬기가 많고 물이 맑고 깨끗했다. 냇물 위는 늘 소금쟁이들의 놀이터였고, 냇물바닥에는 장구벌레(모기애벌레), 수채(잠자리애벌레)가 기어다녔다. 개구리, 두꺼비도 많았다.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물뱀이 물 속을 대가리만 내놓고 헤엄치는 모습도 흔히 볼수 있었다. 하루살이떼가 안개처럼 냇가 주위에 떠 있었다.

 내가 훨씬 더 어릴 때 물고기 매운탕을 자주 먹었다. 아버지가 통발에 보리밥이나 된장을 넣었다가 메기나 피라미를 잡기도 하고, 봄이면 강 상류로 올라오는 은어를 잡아서 튀겨먹기도 했다고 한다.

 아부지의 친구분 중에 낚시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 물고기를 낚아서 본인은 먹지 않고 잡으면 우리집에 전부 다 주고 가곤 했다. 정말 낚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들은 텐트를 치고 큰 물고기를 잡으면 냇가 돌 위에 앉아 물고기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해서 버너에 매운탕을 끓였다. 거기에 소주를 곁들여서 한 잔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있었다. 아이손가락만한 붕어새끼나 피라미새끼를 잡으면 밀가루옷을 입혀 조그만 냄비에 기름을 끓여서 튀겨서 술안주를 삼았다. 물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내장이나 비늘은 다시 냇물로 던진다. 그러면 갑자기 어디선가 조그만 송사리떼, 피라미떼가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내장을 순식간에 뜯어먹어서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풀 위에 뛰놀던 메뚜기가 자칫 물 속에 떨어져도 작은 새끼고기떼가 몰려들어서 흔적도 없이 분해한다. 자연의 순환원리는 정말 대단하였다. 물고기들이 많아서 황새, 백조, 청둥오리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어느 봄날, 은어떼가 올라올 무렵 낚시를 하러왔던 아저씨가 냇물 상류쪽에서 싸이나(청산가리)를 풀었다. 싸이나가루가 물에 연하게 퍼지자 물을 거슬러오던 은어떼는 싸이나에 취해 비실비실 힘을 못쓰고 물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자 냇가에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은어를 마구 건져올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활동적이었던 우리오빠는 이걸 보고 잽싸게 집으로 뛰어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엄마는 우리 모두를 데리고 냇가로 달려갔다.

 우리가족들은 술에 취한 듯 비실 비실 떠내려오는 은어들을 세숫대야, 고무다라이에 건져서 담았다. 우리 동네사람들도,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도 강에 그냥 잡히려고 떠 있는 은어떼를 건져올리기 바빴다.

 오빠는 냇가 버들밭에서 버드나무가지를 꺾어서 버들가지에 은어아가미를 줄줄이 꿰어 집으로 돌아왔다.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막둥이도 뒤뚱거리면서 은어를 양손으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이렇게 쉽게 은어를 잔뜩 잡게 되어서 신이 났었다.

 싸이나에 약간 취했기 때문에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서 매운탕을 끓여먹고 은어튀김을 만들어 온 가족이 신나게 먹었다. 하지만 그 다음 봄부터는 은어는 볼 수 없었다.

 그 해 대부분 은어가 싸이나에 취해 사람들에게 몽땅 잡혀가거나 약에 취해 떠내려가서 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새들의 밥이 되었기 때문이다. 잡히지 않은 것들은 약에 취해 죽었을 것이다.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은어떼가 몰살을 당하다시피했으니 은어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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