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나는 아이돌입니다
작가 : 샤론
작품등록일 : 2020.8.24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3. 네가 그 노랠 어떻게 알아!!!!
작성일 : 20-09-13     조회 : 296     추천 : 1     분량 : 7482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브릴리젠트] 대기실 문을 열고 원일이 들어서자

 시끌벅적 정신없던 사람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메이크업을 받던 현민만 인사 대신 질문을 던졌다.

 

 “형! 세희 누나 여기 왜 왔대요?

  여기서 뭐 또 프로그램 하나?”

 

 “어.. 그런 거 같더라”

 

 “정말요? 그럼 나 또 불러준대요?

  세희 누나가 나 잘한다고 칭찬도 엄청 많이 했는데..

  누나한테 연락해봐야겠다~”

 

 그 말에 멤버들이 쪼르르 현민 주위로 몰려들었다.

 메인 작가는 아니지만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있는

 세컨 작가 윤세희랑 친하다는 것!

 게다가 개인 번호를 알고, 친근하게 누나라 부른다는 것!

 사실 자랑하고 으스댈 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부러움을 살만한 일이긴 했다.

 

 하준도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다른 아이들은 작가와 친하다는 사실만 부러워할 때,

 하준은 그보다 현민의 구김 없는 성격을 부러워했다는 것 정도..

 하준이 현민 대신 그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다면?

 현민처럼 세희에게 누나라 부르지도,

 친분을 유지하지도 못했을 거다.

 

 

 퍼스트 엔터에서 연습생 생활만 10년.

 11살이란 어린 나이에 회사에 들어와

 하준의 귀에 딱지가 않게 들었던 말은

 어디서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거였다.

 아이돌을 하려면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하지만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되고,

 인사는 하루에 100번이라도 해야 한다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되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고..

 어린 하준은 그 말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했다.

 

 타고난 성격도 FM이었던 하준은 늘 열심이었다.

 연습실에 가장 먼저 나와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

 실력도 날로 날로 늘어갔다.

 문제는 평가 날만 되면 긴장병이 도져 실수를 한다는 것..

 그 탓에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먼저 데뷔하는 걸 지켜만 봐야했다.

 데뷔 문턱까지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찍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팀에서 하차해야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그런 하준에게

 이 정도면 가수는 네 길이 아닌 거라며

 다른 길을 찾아볼 것을 권유했다.

 이 바닥에선 소문난 연습생이라 바로 데뷔를 시켜주겠다며

 다른 회사에서 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하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직원들..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회사..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라도

 꼭 데뷔는 여기서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퍼스트 엔터의 연습생 몇몇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회사가 보이그룹 런칭을 서둘렀고,

 소속사 대표는 하준을 따로 불렀다.

 

 “하준아. 나는 너 믿어!”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이제 데뷔하자!

  당장은 동생들이 더 인기얻고 기회도 많이 생기겠지만

  너처럼 뚝심 있는 애는 언젠가 빛 볼 거야.

  애들 아직 어리잖아.. 니가 중심이 돼줘.”

 

 그날 하준은 대표님 앞에서 펑펑 울었다.

 고맙고, 기쁘면서도 서럽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몰려와

 쉽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대표의 말대로 데뷔 후,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동생들에게 쏟아졌다.

 하준은 뒤에서 리더로서 동생들을 돋보이게 해 주고,

 동생들이 헤맬 때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그런 탓에 동생들이 더 주목받고 앞서나가는 듯 했지만

 하준은 초조해하지 않았고, 동생들을 짓밟고 올라설 생각도 안했다.

 다 때가 있는 거라고.. 그 기회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고..

 지금처럼 무엇이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며

 오히려 자신을 더 압박하고 스스로에게 엄해졌다.

 

 그래서 철없는 현민이 부러웠다.

 철없는 게 부럽다고 하면 현민을 먹이는 건가? 싶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하준은 진심으로

 현민의 해맑음이 부러웠다.

 

 “원일이 형~ 세희 누나가 맛있는 거 사온대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외치는 현민의 목소리에

 동생들이 신나서 난리였다.

 하준은 그런 동생들이 귀여워 웃고는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에 있는 음악을 플레이했다.

 

 [위로]

 

 하준이 정한 제목이었다.

 데뷔 전, 혼자 새벽까지 남아 연습을 하다

 가방에서 볼펜이 떨어져 주우려는데

 책상 밑 먼지 구덩이 틈에 작은 MP3가 있었다.

 하루 이틀 방치된 게 아니었다.

 당연히 주인을 알 수도 없었다.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아무 작동이 되지 않았다.

 먼지가 많이 쌓여서 그런가...

 컴퓨터 수리 일을 하는 삼촌에게 가져갔더니

 역시.. 삼촌이 한방에 해결해줬다.

 

 MP3에는 한 남자가 흥얼거리는 멜로디,

 피아노 소리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그 중 한 노래가 하준의 귓가에 꽂혔다.

 잔잔한 건반 멜로디 위에 얹혀진 흥얼거림..

 30초 가량의 짧은 노래였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또 아닌 것 같았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을 하준은 잊지 못한다.

 꿈에 그리던 데뷔를 앞두고도 두려워하며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 자신에게..

 잘 할 거라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

 지친 마음을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노래가 주는 위로를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고

 나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누군가 힘들었을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하준은 늘 그 노래와 함께했다.

 

 ∴

 

  - 3개월 후

 

 “안녕~”

 

 “안녕하세요~”

 

 세희가 회의실에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후배작가들이 입을 모아 화답했다.

 세희는 회의실 밖 사무실을 힐긋 쳐다보고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PD님 아직?”

 

 “네~ 아까 나영 PD님이 시청률표 가지고 오신댔는데..”

 

 [나는 아이돌입니다]의 첫 방송 다음날,

 세희는 다른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기다릴 때보다

 더 긴장이 됐다.

 메인작가로는 첫 작품이니 그럴 수밖에..

 윤세희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지

 많은 PD와 작가 선배들에게,

 무엇보다 자신 스스로에게 평가를 잘 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수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세희는 누구보다 열심히 방송을 준비했다.

 1회는 무조건 센 놈이 나와야 한다!가

 당연한 지론이었기에..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탑이라 불리는

 아이돌 매니저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보조 MC나 패널을 섭외하는 것과는 난이도가 천지차이였다.

 매니저들 역시 이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거라며

 회의해보겠다고 기획안을 먼저 요구했고,

 출연료 협상도 난항이었다.

 

 게다가 가장 큰 벽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박준원!

 매니저들은 그 동안 개무시 당한 설움을 갚아주고 싶었는지

 농담처럼 웃으며 뼈때리는 말을 했다.

 

 “아니~ PD는 뭐하고 작가가 섭외를 해~

  박 PD한테 전화하라고 해~”

 

 그건 준원을 까는 말이었지만

 작가로서 자존심 상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쨌든 매니저란 사람들은

 작가보다 PD에게 더 잘보이려 하는 게 사실이니까.

 세희는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태어나면

 작가가 아니라 PD를 해야겠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그래도 작가 인생 헛살진 않았구나.. 생각한 건,

 아무도 챙겨주지 않던 신인 때,

 떡잎 아이돌이라며 세희가 많이 챙겼던

 포텐셜이 출연을 확정해준 순간이었다.

 

 “우리가 작가님 모른척 하면 사람인가..

 대표님이 은혜 갚는 거래요~”

 

 <칼군무>, <팬.아.저>의 대표 아이돌 포텐셜!

 노래가 워낙 좋아 나왔다하면 음원차트 줄세우기에,

 최근에는 멤버 수안이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했다는

 기사까지 나와 이미지까지 좋은 아이돌이었다.

 

 촬영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멤버들은 팬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와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았다.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을 너무 잘 아는 탓에

 시키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 잔망 대잔치를 펼쳤다.

 가편 시사 반응도 좋았고, 첫방 나갈 때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에

 [포텐셜] [나는 아이돌입니다] [포텐셜 곱창집] [포텐셜 게임] 등..

 방송 관련 단어가 올라와 있었기에 기대해볼만 했다.

 

 하지만 세희의 기대와 달리 나영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연기겠지...? 그래도 0.5는 나왔을 거야...’

 긍정회로를 돌리고 있는데 나영의 말은 절망이었다.

 

 “0.3....”

 

 “후우....”

 

 찬물을 끼얹은 듯 회의실 분위기가 촤악~ 가라앉았다.

 작가들의 표정에 뭔가 신난 듯 나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게 끝이 아니죠.....”

 

 “응?”

 

 “화제성이요. 1등이에요!”

 

 “진짜?”

 

 “네!!”

 

 “꺄아아아~~”

 

 세희는 나영을 부둥켜 안고

 회의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었다.

 밖에서 사람들이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

 

 그 시각, 준원은 방송국 로비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해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 때, 밖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 노랠..’

 

 화장실로 들어갔던 준원은 얼른 나왔지만

 로비엔 아무도 없었다.

 준원은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멜로디는 분명.. 도윤이 만든 노래였다.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은..

 도윤이 거짓말 한 게 아니라면..

 자신밖에 없다...!

 

 ‘분명히 그 때 다른 멤버들한테도 안 들려줬다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사로잡힌 준원은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회의실에 들어섰다.

 옆에서 누가 인사를 해도 못 듣는 것 같았다.

 

 “PD님 왜 저래요?”

 

 “그러게요.. 커피 사온다더니 커피도 없고..”

 

 나영과 세희가 속닥거리다 나영이 준원을 툭 치며 말했다.

 

 “선배 왜 그래? 구 여친이라도 봤어?”

 

 “어.. 아니..”

 

 “커피는?”

 

 “어?”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준원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빈손.. 테이블에도 커피의 흔적은 없었다.

 

 “뭐야~ 이럴 거면 사온다는 말이나 말지...”

 

 “주문은 했는데...”

 

 준원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일어섰다.

 

 “가서 받아올게.”

 

 위태해 보이는 모습에 막내 정인이 일어서며

 자신이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준원은 괜찮다며

 정인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기운이 다 빠진 듯 한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창틀에 걸터앉아 마른 세수를 했다.

 

  - 띵

 

 엘리베이터 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리자 시끌벅적했다.

 준원이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데 우렁찬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브릴리젠트입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브릴리젠트의 하준, 현민, 성우, 네이트가 서 있었다.

 모든 게 다 귀찮은 준원은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에 타려는데

 의도치 않게 휘청하며 하준 쪽으로 쓰러졌고,

 하준이 붙잡으며 하준에게 안긴 꼴이 됐다.

 

 “괜찮으세요?”

 

 준원은 대답대신 하준을 노려봤다.

 ‘뭔가 되게 익숙한데... 뭐지?’

 그 때, 브릴리젠트의 매니저가 다가와 준원을 일으켰고,

 순간 정신을 차린 후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채 엘리베이터에 탔다.

 

 ∴

 

 “2회 가편 시사 내일 3시에 할까요?”

 

 “네~ 참! 어제 방송 엔딩 자막이요..

  바뀌었던데 누가 쓴 거예요?”

 

 

 [ 화려합니다. 무대 위 우리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우리는.. ]

 

 [ 힘이 듭니다. 23시간 56분이..

  힘을 줍니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

 

 [ 누구나 주어진 일에 열심을 내듯,

  그저 우리도 하루 하루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

 

 [ 언젠가 빛이 발할지언정

  오늘은 더 밝게 빛나 보겠습니다. ]

 

 [ 우리의 인생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그대의 인생 한 페이지를 밝혀줄 수 있도록... ]

 

 

 1회 주제였던 [우리의 직업은 아이돌입니다]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문장력은 작가들이 쓴 게 더 멋있었지만

 대중들에게, 팬들에게 전하는 꾸밈없는 진심이 느껴졌달까..

 

 세희의 말에 나영과 PD들은 올게 왔다는 듯

 작가들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요...? 이상했어요?

  아니 그게 준원 선배가..”

 

 나영이 구구절절 변명 하려는데 준원이 말을 잘랐다.

 

 “아.. 그거 제가 좀 수정했어요.

  작가님들이 애써 쓰신 건데..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합니다.

  근데 그게 더 와 닿을 것 같아서..”

 

 “아니요~ 저도 좋았어요.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아이돌에 1도 관심 없는 준원이 썼다니.. 의외였다.

 좋아서 물어본 건데 어쩐지 어색해진 분위기...

 세희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얼른 일 얘기로 넘어갔다.

 

 “5회 출연진은 생각해 보셨어요?”

 

 2,3회는 촬영이 이미 끝나 편집 단계에 있고..

 4회는 출연자가 확정되어

 구성안까지 나온 상황이었는데 5회부터가 문제였다.

 여유있게 사전 인터뷰 하고,

 구성을 짜려면 출연진은 확정이 돼있어야

 자료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기에 세희의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인 건 1회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이 좋자

 섭외 걸어둔 매니저들이 먼저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크리스텔라 쪽도 스케줄 뺄 수 있을 것 같대요.

  아니면 5회쯤엔 그룹 말고 솔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태하를 먼저 하는 건 어떠세요? ”

 

 “태하 한국에 없잖아요.”

 

 “월드투어 중인데... 해외 촬영 가능하면

  투어 중 하루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에서 K-POP이 이렇게 사랑받는다...

  그림 다양하고 좋을 것 같은데..”

 

 “태하 유튜브에 종종 투어가서 일상 영상 찍어서 올라오는데

  팬들 반응 좋거든요~

  주제로 [세계가 주목한 아이돌입니다] 어떠세요?”

 

 태하의 팬인 막내 작가 정인이 신나서 재잘거렸다.

 다들 그런 정인이 귀여운지 웃다가 나영이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좋은데..팀 해체하고 구설 좀 있지 않았나요?”

 

 “태하가 혼자 잘 나간다고 다른 애들 왕따시켰다...

  뭐 이런 얘기가 있긴 했는데..”

 

 “그거 아니에요~ 요즘도 SNS보면 멤버들이랑 잘 지낸다구요~

  악개들이 퍼트린 소문이에요...”

 

 정인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자

 언니들이 “오구오구 그랬져~?” 하며 놀렸다.

 

 - 딸깍 딸깍

 다들 한창 회의에 집중하는데

 준원은 볼펜만 딸깍거리며 집중 못하는 게 보였다.

 몸만 여기 있고 영혼은 다른데 있는 느낌이랄까..

 

 준원은 아까 들은 노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누가 부른 거지?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닌데... 분명히 형 노랜데..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 때 준원의 머릿속에 도윤과 겹쳐지는 한 사람...

 괜찮냐고 물어보던 목소리의 주인공..

 하준이었다.

 

 “그래! 맞아....”

 

 회의 내내 말이 없던 준원은 뜬금없는 말만 내 뱉고는

 급하게 회의실에서 나갔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대체 오늘 왜 저러냐고 어이없어할 뿐이었다.

 

 ‘그래.. 아까 걔가 익숙했던 거.. 목소리 때문이었어.

  도윤이 형 노래를 흥얼거리던 목소리..

  걔였던 거야...’

 

 준원은 조금 전 마주쳤던 걸 기억하고

 10층 회의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아이돌 위크] 팀과 사전미팅 중이던

 브릴리젠트를 찾은 준원은 고민도 않고 문을 열었다.

 그게 실례라는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야! 박준원 뭐하는 짓이야?

  우리 미팅 중이야!”

 

 “선배 죄송해요. 저 근데 급해서...

  하준씨 잠깐만요.”

 

 나가라고 소릴 지르고 욕을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준원의 얼굴이 너무 진지해 그럴 수 없었는지

 선배는 하준을 보며 “나갔다 와요~” 말했다.

 

 쭈뼛거리며 인사를 꾸벅 하고는 하준이 나옴과 동시에

 준원이 하준의 손을 잡아 끌고는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 쾅

 

 문소리에, 준원의 행동에 하준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PD님 무슨 일로..

  괜찮으세요? 안색이..”

 

 준원은 그딴 안부에 관심 없다는 듯

 하준의 말을 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30분 전쯤...

  로비 화장실 앞으로 지나갔죠?”

 

 “네?”

 

 “노래 부르면서 지나갔잖아!”

 

 “....”

 

 “로비 커피숍 옆에 있는 화장실!!”

 

 어리둥절하던 하준이 영문도 모른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 그 노래 어떻게 알아?”

 

 자신의 어깨를 쥐어잡고 잔뜩 화난 얼굴로 다그치자

 하준은 말을 잃은 사람처럼 준원의 눈만 말똥말똥 쳐다봤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3 #에필로그. 9/29 194 0
22 #21. 아이돌, 나를 찾게 해 준 이름 9/29 198 0
21 #20. 보답 9/29 186 1
20 #19.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중.. 9/29 195 0
19 #18. 돌이킬 수 없다면 다시 시작하면 돼. 9/29 210 0
18 #17. 오해와 진실, 그리고 진심 2 9/29 195 0
17 #16. 오해와 진실, 그리고 진심 1 9/29 190 0
16 #15. 왜 그 사람이 너에게서 보이는 거지? 9/29 194 0
15 #14. 아무데도 못가게 지켜주고 싶어.. 9/29 269 0
14 #13. 나를, 너를, 알아가는 중.. 9/29 166 0
13 #12. 예고에 없던 균열 9/29 184 0
12 #11. 상처가 크다는 건, 많이 사랑했다는 증거. 9/29 193 0
11 #10. 의심의 싹 9/29 207 0
10 #9. 조금씩 드러나는 윤곽 9/14 215 0
9 #8. 내가 T.O.T의 팬이었다고! 9/14 202 0
8 #7. 당신은 잘 될 자격이 없었던 거야. 9/14 203 0
7 #6. 박준원 PD가 아이돌이었다고? 9/13 191 0
6 #5. 절실함 + 절실함 = (내키지 않지만) Go 9/13 197 0
5 #4. 나를, 우리를 위해서라면.. 이걸 이용해도 … 9/13 292 0
4 #3. 네가 그 노랠 어떻게 알아!!!! 9/13 297 1
3 #2. 동상이몽 9/13 306 0
2 #1. 아이돌. 나를 아프게 했고 여전히 아프게 … 9/13 309 0
1 #프롤로그. 꿈 8/25 49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