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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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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번호가 영구결번 되었다고?!
작성일 : 20-09-14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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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입만!"

 문재윤이 흥을 잔뜩 돋우며 그날 저녁 꿈나물의 입단 환영식이 열렸다.

 

 "너는 앞으로 왼쪽 윙을 맡는다. 상황에 따라 중앙 플레이메이커를 할 수도 있어."

 "전 이렇게 강제적으로 하는 거 못해요!"

 

 내가 끈질기게 입단을 요구했다. 저 정도 재능이 투입된다면 전력이 단번에 오른다. 더군다나 왼쪽 윙이 약했는데 순식간에 약점 보강이다.

 

 "BJ 일을 하는데 왜 이런 걸 해요? 돈도 안 되고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요."

 "직접 프리킥을 차게 해주지."

 

 그 말에 오늘도 어김없이 청양고추를 먹고 눈물을 흘리던 호난도가 발끈한다.

 

 "왜 제 말을 안 듣고 자꾸 딴소리에요?"

 미치고 팔짝 뛰는 김진유다. 일단 체할까 배나 채우라고 하고 가만히 기다려줬다.

 

 -역시 호난도다. 축구도 잘하고 청양고추도 잘 참는다.

 -권도한이 분발해도 문재윤에겐 안 되는군.

 -좋은 팁이다...!

 

 채널 입장 인원은 경기 할 때보다 더 많다. 오늘도 회식 먹방은 순조롭다. 청양고추 먹고 참기는 고정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냉동 삼겹 팁 하나 가실게요."

 김진유는 기다렸지만 다른 애들은 아니다. 부지런히 먹방을 찍어야 한다. 반지성이 유익한 팁까지 가지고 오며 반응이 좋다. 이정도 반응이면 다음 주에 또 뭔가를 요구해도 될 것 같다. 더욱 분발해랏!

 

 "삼겹살에 베이컨을 말고...같은 거라고? 달라 자식아!"

 체할까 놔둔 김진유는 어그로성 팁을 내놓고 싸우고 있다. 김진유 개인방송이 아니라 우리 아트풋볼 채널로 하는 중이라 가만히 놔둔다.

 

 *

 

 "저는 10번 아니면 안 합니다."

 식사를 마친 김진유가 배를 어루만지며 못 박듯이 말한다. 마치 이 요구만큼은 못 들어주겠지 이런 말투였다.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생각하는데 불만스런 얼굴로 나를 힐끔 본다.

 

 "그래라."

 그게 뭐 어려운 요구라고 싱겁긴 곧바로 수락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어차피 등번호 10번 비어 있잖아.

 

 "왜들 그래?"

 그런데 반응이 싸하다. 요구를 한 김진유가 더 놀란 눈치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리스펙트! 리스펙트!"

 전력분석원, 전석원이 말한다. 왜 그러지?

 

 "본인의 등번호를 주시다니요."

 그래 나도 예술고 아트풋볼 시절 10번을 달았지. 에이스였으니까!

 

 "도가 지나친 녀석!"

 다시 한번 김진유가 만득이에게 멱살을 잡힌다.

 

 우르르 몰려와 말리고 공준호와 카메라맨으로 강제 전업된 소속사 직원들이 카메라 가리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을 밀친다. 왜들 그래? 10번이 왜?

 

 

 "뭐? 내 등번호가 영구결번 되었다고?"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몰랐다. 정말 몰랐다.

 내가 최초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에이스였긴 해도, 20년에 가까이 유지된 축구부에서 단 세 번밖에 거두지 못한 승 중 1승을 내가 있을 때 거뒀다고 해도, 고작 그걸로...무려 10번이 영구결번 될 줄 몰랐다.

 

 "풀어."

 그런 거 관심 하나도 없다. 입고 싶다는데 입어야지. 뭘 엄청난 것처럼 말해. 망설일 것도 없다.

 

 "아니 진짜로 그런 거에 관심 없을 줄은...!"

 김진유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말도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말은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안 그랬음 유다이..."

 마추픽추 박 만득이가 두려운 것도 한몫 했겠다.

 

 

 BJ 꿈나물, 김진유는 빠르게 운명을 체념했는지 일요일 저녁 자신의 방송 때 조촐한 셀프 입단식을 치렀다.

 그래서 처음으로 인방을 챙겨봤다. 김진유의 입단식이었으니 봐주는 게 맞다.

 

 김진유는 10번이 프린팅 된 유니폼을 입고 한 바퀴 돌고, 홀로 트래핑을 하다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았다.

 

 김진유가 들어올 걸 대비해 만든 전력분석원의 베스트 일레븐과 나도 나름의 선수 구성을 하며 다음 주를 맞이했다. 이렇게 기대에 부풀긴 처음이다.

 

 ***

 

 "일단 플랫 442로 가다가 쓰리백 전환은 힘드려나......"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한 적 있나. 남은 일요일 선수 명단을 달달 외우고 지난 영상을 보고 나름 전략을 구상했다.

 

 효율적인 트레이닝을 위해 자료도 꾸준히 검색했다. 벌써 3주차, 포지션 변경도 완료했고 정말 본격적인 내 감독 생활의 시작이다!

 

 "명장이 된다 명장이!!"

 내 얼굴 분명 잔뜩 상기됐겠지. 그래도 이런 기분 얼마만이냐? 오랜만에 꿀잠 잘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자타공인 레전드였어..."

 침대에 누워서 지난 내 활약을 회상해 본다. 사실 내 등번호가 영구결번 되었다는 말을 듣고 회식자리에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깜짝 놀랐다.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 표정 감추느라 힘들었다.

 

 다른 학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영구결번이라니 팀이 어떻든 얼마나 영광이냐! 뭐 자랑할 순 없겠지만 웃길 때 쓸 순 있겠다.

 

 김진유 그 녀석은 그게 뭐라고 감동하냐...사실 수집 같은 건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진짜로 아깝지 않았다.

 

 "패스! 패스!"

 손을 든 채로 패스라고 외치며 뛴다. 나를 믿는 미드필더는 단 하나의 의심 없이 패스를 해주고 나는 그 공을 받아 드리블을 친 후 슈팅을 날린다.

 

 영구결번이란 말을 들어선지 지난 내 활약이 떠오른다. 진짜 장난 아니었지. 그라운드 내의 사령관으로 완벽하게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프리킥 같은 건 도맡아 찼다. 실제로 골을 넣어서 보여줬으니까. 모두가 나를 믿고 의지했다.

 

 ==========

 

 "패스! 공 잡으면 바로 내게 패스!"

 "나를 백업해줘야지. 항상 드리블을 성공할 순 없잖아."

 

 뭐 이리 시끄럽냐...이 느낌은...또 자각몽이네! 어느새 잠들었나 보다. 한 주가 끝날 때마다 이러기냐? 정기적이라 덜 당황스럽다만 여기는 어디지...

 

 잔디 깔린 운동장, 골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축구 시합 중인 것 같다.

 

 등을 보인 채 골문을 향해 드리블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점점 명확하게 드러나며 등번호 10번이 보인다.

 

 뭐야 저건 나잖아?!

 

 내 뒷모습을 볼 수가 없어 누군가 했는데 10번 등번호 숫자 0 일곱시 부분에 주문처럼 적어둔 에이스란 글자 때문에 알았다.

 

 하...촌스러...정말 촌스러...튀어보이려고 한껏 멋을 준 머리 스타일이 꿈인데도 민망하게 만든다. 마치 내 데뷔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각몽이 이래서 골 때려...

 

 "패스! 패스!"

 쉴 새 없이 열정적으로 뛰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쉼호흡하는 것처럼 패스란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내 모습이지만 살짝 짜증난다.

 

 "조금 더 빨리줬어야지!"

 공을 빼앗기거나 슈팅이 어이없이 빗나가면 남탓을 했다. 내 모습이지만 꼴불견이다.

 

 꿈이어서 그런가...빠짐없이 카메라가 설치된 것처럼 경기장 내에 여러 모습이 다각도로 비춰진다. 내 꿈인데 대활약 편집본처럼 내 활약만 보여달라고!

 

 "듣기 싫어 정말...패스가 아니라 패고 싶다! 패줘라고 외치면 기꺼이 따르겠는데."

 "저 새끼 맨날 병장 놀이해."

 "공격수만 제대로 됐어도 몇 경기는 더 이겼다."

 

 응? 뭐야...반응들이 심상찮다. 쟤네들 항상 내게 의지하며 나만 믿는다고 하던 놈들이었는데.

 

 "저 새끼 또 지가 찬다고 하겠지."

 "센터링 좋은 공유가 띄워주는 게 낫는데."

 

 우리 편이 얻은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내가 차려고 공 앞에 선 상태였다. 꿈이어서 그런지 나와 작전을 주고 받고 뒤로 물러나 있던 같은팀 둘의 속마음이 머리 위 말풍선으로 뜬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앞에서 오직 공만 보고 있다. 모두가 나를 믿는다는 생각에 가득찼다.

 

 왜들 저렇게 부정적이지...분명 저번 꿈을 보면 실제 사건을 보여줬는데...아! 깨려나 보다. 그때도 깰 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안 깨냐?

 

 꿈이 계속 이어진다. 현실에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경기는 십분간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여전히 패스라고 쉴새없이 외치며 탐욕을 부리고 있었다.

 

 "저새끼...시려...!"

 멀리 있는 사람들은 짜증과 함께 불평을 내뱉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말풍선으로 속마음이 나오고 있다. 너 혼자 다해먹어라. 말풍선 속의 말이었다.

 

 땅볼 크로스가 수비수에게 막혔는데 운 좋게 바운드 되며 늦게 침투하던 내게 왔다. 그 순간 갑자기 빙의된 것처럼 10번을 달고 뛰는 내 시선으로 바뀐다.

 

 재현도 끝내주네! 소름이 돋는다. 당시에 나는 타성적으로 골문을 향했지만 공이 내게 와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다.

 

 막상 공이 오니까 눈앞이 껌껌해졌는데 지금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흐릿하게 공만 보였다. 당시엔 나밖에 골을 넣을 사람이 없다는 중압감에 시달렸었다.

 

 "에잇!"

 나도 모르게 냅다 공을 발로 찼다. 순식간에 공이 사라진다. 슈팅을 했다기보단 정말 그냥 반사적으로 공을 찼다.

 

 "골!"

 

 시점이 내 몸을 빠져나가 원래로 돌아간다. 골문 안에 공이 들어간 걸 보고 내가 더 놀랬다. 그리고 뒤늦게 코너킥 자리로 가 세레머니에 열중했다.

 

 선수시절 정말 많은 세레머니를 준비했지만 1/10도 못했다. 그리고 그 한은 아이돌이 되어 예능에 나가 원없이 풀었다. 춘 춤의 1/10만 편집돼 나갔지만......

 

 내게 껴안은 선수들의 표정이 밋밋하다. 의무적이었냐?! 그때는 정말 서로 기뻐서 부둥켜 안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를 안고 있는 한 명은 무표정으로 그저 의무를 다한다는 표정이었다. 배신감이 차오른다.

 

 내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돌아가는데,

 

 "저 새끼 웬 일이냐?"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나가는데 여지없이 뒷담화 말풍선이 뜬다. 심지어 골대 쪽에선 서슴없이 대화로 뒷담화 하고 있었다. 정말 너무들 하네!

 

 "저 새끼 또 감독 놀이 하네..."

 심지어 나 아니면 축구부 안 돌아간다고 말하던 감독조차 짜증이다.

 

 저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이후에 한 골을 더 넣어 멀티골을 기록한 날이었고 승리까지 했기 때문이다. 3승 중 1승을 한 날이었다.

 내가 필드골로 두 골을 기록한 건 최초였고 아트풋볼 축구 역사에서도 네 번인가 밖에 없다. 하지만 코치와 선수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젠 다른 의미로 이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이건 꿈의 조작이 아니라 진실을 보여주는 게 분명했다.

 

 "어우 씨!"

 

 오랜만에 꿀잠 잘줄 알았는데, 짜증나서 깨버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거냐? 모두가 나를 에이스라 생각하고 의지할 줄 알았는데 나 혼자 병장 축구 한 거였냐, 그런 거였냐?!

 

 잠이 싹 달아났다. 아트풋볼 채널의 지난 영상을 열었다.

 

 "얌마 어딜가? 라인 지켜."

 "거기 그래 거기 한 발짝 더 와야지. 거기가 네 위치다!"

 "슛하지 말고 접어 패스 반대봐!"

 

 지난 영상 속 나는 생각이상으로 나대고 있었다! 꿈의 영향인지 인생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가 있었다.

 감독으로서 더군다나 아직 실력이 덜 여문 선수들에게 더 세세하게 지시를 내리는 건 당연하지만...지금 내가 보는 내 모습은 해도 너무했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빠짐없이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된 선수들 모습을 보면 말풍선이라도 있다면 어떤 말이 나올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겁내 말 많네 개쌕끼가!

 -컨셉이 시어머닌가?

 -그만 좀 나대라 짜증난다ㅋㅋㅋ

 

 뒤늦게 확인한 채팅창에서도 반응들이 날이 서있다. 통제광이란 말까지 나왔다.

 

 나는 평소 악플을 남기는 사람들을 현실에선 아무 말도 못하면서 익명에 숨어 상처주는 말이나 하는 비겁하고 한심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해 그런 글에 상처받지 않았지만 아이돌 시절 워낙 악플을 많이 받아서 반사적으로 안 봤었다.

 

 첫날이야 채널이 개설돼 신기해서 눈 빠지듯 보긴 했지만 이후엔 예능 축구를 도입했을 때 반응을 보는 것 빼곤 거의 안 봤다. 하지만 이미 잠은 달아났고 눈으로 쓱 읽어봤다.

 

 -어차피 1라운드 탈락할 거 즐기라고 해.

 -공격 신나게 하는데 왜 수비하라고 하냐.

 -나 저 기분 알아. 공부하려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말하는 거야.

 -저 공격수가 시도하려던 게 더 나았던 거 같은데.

 

 아트풋볼은 미성년자 상대로 채팅창 관리가 엄격해서 그런지 어그로성 글이 있긴했지만 정상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읽었고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선수들을 더 믿고 지켜봐야겠다.

 

 꿈과 채팅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솔직히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내가 통제가 심한 것 같다. 촬영된 영상을 보면 난 잔소리 만렙이다. 전석원이 옆에서 몰래 째려보기까지 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하려던 세트피스 전술은 폐기하겠다. 우리팀은 단단히 잠그다가 역습으로 한 방을 노려야 했다.

 그래서 세트피스는 골을 성공시킬 아주 소중한 기회라 무려 육십 여가지의 디테일한 세트 피스 전략을 준비했는데, 고문으로 작용할 게 뻔했다.

 

 그런데 내 주위 사람들 다 내 속마음을 알아듣는데 왜 나는 못 알아듣냐...갑자기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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