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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과 결혼의 상관관계
작가 : 백자
작품등록일 : 20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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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특종하는 법 일타 강의
작성일 : 20-09-15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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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온은 좌중이 술렁거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현직 선배 기자들과 편하게 인사 나눌 시간을 주겠다. 그런 뒤엔 일 대 일 사수를 정해줄 예정이다. 그럼 이상."

 

 비온은 말을 끝내자마자 헛간에서 나왔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서였다.

 

 '휴우, 쉽지 않네.'

 

 명연기 중이었지만 사실 비온은 줄리 행세를 하느라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오미와 콜린이 비온을 따라 나왔다.

 

 "줄리, 너 괜찮아? 너 답지 않게 좀 까칠해진 것 같아."

 

 나오미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콜린도 끼어들었다.

 

 "그러게요. 줄리 누님, 괜찮으세요? 평소보다 더 딱딱해지신 것 같아요."

 

 비온은 뜨끔했다.

 

 그녀는 애써 미소 지으며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 나오미, 콜린, 내가 수습들한테 좀 심했어?"

 

 나오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야 너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니까 심하다고 까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의외여서."

 

 "누님, 어제까지만 해도 수습들 오면 한없이 잘해줄 거라고 했었잖습니까."

 

 두 사람의 말에 비온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그럴 듯한 명분을 만들었다. 그런 뒤 스스로의 순발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응. 그랬었지. 근데 오늘 내가 수습 두 사람을 실제 만나보니 뭐랄까, 제출했던 작문과는 좀 다른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혹시, 우리 매체에 침투한 친정부 요원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뭐? 친정부 요원?"

 

 "하! 저렇게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여성이 스파이일 수도 있다고요?"

 

 나오미와 콜린이 모두 기겁했다. 비온은 자신의 말이 먹히는 것 같아 신나게 덧붙였다.

 

 "응. 아닐 수도 있겠지만 뭔가 이상해. 그래서 좀 빡세게 굴려보려고 해. 극한 상황에선 감추고 있는 속내나 발톱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겠지. 내가 오해한 거면 그냥 좋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거고."

 

 "아, 역시 누님께선 그런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콜린이 감탄했다.

 

 "전 누님의 육감을 믿으니 그런 켕기는 점이 있다면 수습을 거칠게 대하는 것에 찬성입니다."

 

 콜린은 크리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오미는 조심스러웠다.

 

 "네 느낌이 그렇다니 지켜볼게. 근데 궁금해. 혹시 더 걸리는 점이라도 있어?"

 

 "사실 아까 시몬느가 들어오는데 크리스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눈치였어. 근데 또 금방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있는 거야. 그것도 좀 이상했고.

 

 크리스도 시몬느를 슬쩍 보는데 표정 변화가 없더라고. 그 여신 미모 아가씨를 처음 보고 아무런 감흥이 없다니 이상하지 않아? 난 이미 알고 지낸 사이인데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어."

 

 "그랬단 말이지...."

 

 "하긴 사내가 돼서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다는 건 정말 이상하네요. 저도 그 녀석 주시하겠습니다."

 

 콜린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비온은 미소 지었다.

 

 "두 사람 모두 내 뜻을 이해해줘서 고마워. 이제 두고 보면 알겠지."

 

 "그래. 지금쯤 팡틴이 수습들 군기를 바짝 잡고 있을 텐데 나도 들어 가서 거들게."

 

 "응. 고마워."

 

 나오미가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콜린은 그런데 뭐가 마려운 강아지 마냥 비온의 주위에 머물러 있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누님, 있잖습니까. 사수는 어떻게 정해주실 겁니까?"

 

 "아무래도 성별이 같은 사수가 편할 테니 크리스는 콜린에게, 시몬느는 나오미에게 붙여주려고 했는데. 왜?"

 

 "아니, 꼭 그래야하는 겁니까? 우리 편집국 동료들은 성별에 얽매이지 않잖아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지요."

 

 "그 말인 즉슨?"

 

 "여자 수습을 남자 사수에게 붙여도 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그제서야 비온은 콜린의 시커먼 속내를 깨달았다.

 

 '흐흐. 아름다운 시몬느를 자신이 교육시키고 싶다, 이 말이군.'

 

 하지만 그런 꼴을 보고 있을 비온이 아니었다. 콜린이 시몬느와 썸을 타느라 일을 소홀히 한다면 역시나 엄청난 전력 낭비일 터.

 

 "알았어. 그럼 그냥 수습들에게 사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줄게. 그럼 되겠지?"

 

 "아, 그러시겠어요? 그럼 저도 얼른 가서 수습들에게 저를 어필해보겠습니다."

 

 콜린은 서둘러 헛간 안으로 들어갔다. 비온은 씨익 미소 지었다.

 

 '아무리 콜린이 사탕발림으로 유혹 한들 여자 수습이 남자 사수를 원하겠어? 아무래도 편한 동성 사수를 선택하겠지. 콜린도 참 순진하네.'

 

 생각보다 스칸달론 편집국 운영은 쉬울 듯 했다.

 

 

 ***

 

 

 잠시 후, 비온은 헛간에 들어가 모두의 앞에 섰다.

 

 "자, 수습들, 이제 선배들과 충분히 인사를 나눴지? 이젠 일 대 일 사수를 정해주겠다. 사수는 수습에게 밀착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본래는 내가 성별에 따라 임의로 정해주려고 했으나, 성별을 초월하자는 의견이 있어 반영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너희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겠다. 지옥 훈련 전 마지막 인간적인 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남자 수습이 여자 사수를, 여자 수습이 남자 사수를 선택해도 된다.

 

 자, 누구부터 먼저 정할까? 옳지. 크리스 수습. 당신이 먼저 이곳에 왔으니 당신부터 골라봐. 어떤 선택을 하든 토를 달지 않겠다."

 

 비온은 의기양양했다.

 

 '아무래도 사람 좋아 보이는 콜린을 선택하겠지. 나오미는 너무 우아해서, 팡틴은 너무 수다스러워서 부담스러울 테니까.'

 

 그런 생각으로 비온은 크리스의 입을 바라보았다.

 

 다른 구성원들의 시선도 크리스에게 쏠렸다.

 

 크리스는 별로 고민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금방 벌떡 일어났다.

 

 뚜벅뚜벅 걸어 나오더니 갑자기 비온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한 손을 내밀며 물었다.

 

 "줄리 편집장님, 괜찮으시다면 제 사수가 되어주시겠습니까? 편집장님의 영도력에 순종하는 수습이 되겠습니다."

 

 비온은 너무 놀라 입을 쩌억 벌렸다. 다른 구성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크리스의 선택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난 편집장이니 사수가 되긴 곤란하고 일반 현직 기자 중에서 골라야...."

 

 "아까 직접 그러셨잖습니까. 어떤 선택이든 토를 달지 않으시겠다고요.“

 

 “아, 내가 그러긴 했지만....”

 

 “전 편집장님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니, 전 그 지옥이 어떤 세계인지 제대로 맛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편집장님께 직접 배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헉.... 망했다.'

 

 비온은 어이가 없었다. 이 절세미남이 이런 또라이 기질이 있을 줄이야.

 

 본래 비온은 사수들에게 지옥 훈련 방식을 알려주기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곤 사수들이 수습들 교육하는 걸 편하게 체크만 하려 했는데,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나도 아직 이곳에 익숙하지 않으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허, 참.'

 

 비온은 자신의 앞선 발언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비온은 짐짓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알겠다. 그럼 네 교육은 내가 맡겠다."

 

 비온의 말에 크리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를 보자 비온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떨치려 애쓰며 시몬느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는 시몬느 수습의 차례다. 원하는 사수를 말해보도록."

 

 시몬느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고심하는 듯 했다. 잠시 후 시몬느는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저도 줄리 편집장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뭐라고? 내가 두 명 모두 사수를 맡으라고?"

 

 비온은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리 인기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수습 교육은 사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밤낮 구분 없이 수습이 기사 거리를 물고 오면 수시로 보고를 받고 추가 취재 방향을 지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온은 둘이나 교육시키려니 한숨이 나왔다.

 

 '게다가 이상한데. 만약 저 둘이 스파이라면 한 명은 사수로 나 말고 다른 기자를 선택해야 여러 사람의 신원을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잖아. 근데 나만 집중 공략하니 이게 무슨 꿍꿍이지? 내가 오해하는 건가?'

 

 비온은 순간 고심했다. 하지만 자신이 약속했으니 요청을 물릴 수도 없었다.

 

 "그래, 그럼 별 수 없지. 두 사람의 교육을 내가 모두 맡겠다."

 

 시몬느는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콜린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그토록 친절하게 대했는데도 시몬느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비온은 그런 콜린을 보며 혀를 끌끌 차다 좌중을 향해 말했다.

 

 "자, 자, 그럼 이제 현직 기자들은 모두 취재 현장으로 흩어지도록 합시다. 사흘 뒤인 목요일 편집회의 때 본인들이 물고 온 기사를 발제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너희 수습 둘, 너희들은 여기 잠시 남아."

 

 "넵!"

 

 크리스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는 아주 신이 난 모양이었다. 반면 시몬느는 여전히 겁 먹은 얼굴이었다.

 

 다른 현직 기자 셋이 헛간에서 나가자 비온은 더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자, 이제는 너희들이 뛰어들 지옥 훈련에 대해 알려주겠다. 지옥이라고 명명한 건 너희들이 최소 한 달 간은 극도의 체력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걸 예고하는 거다.”

 

 비온의 말에 크리스와 시몬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비온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취재란 밤낮 없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수습 기간 때는 수면 부족과 피로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취재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훈련을 받게 될 거다. 그걸 통해 근성과 체력, 끈기를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앞으로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취재처를 돌 거다. 질문할 게 있다면 지금 묻도록 해."

 

 “헉!”

 

 “!”

 

 비온의 말에 크리스와 시몬느 모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특히 피부를 위해서라도 숙면을 중시하는 시몬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시몬느는 우물쭈물하다 손을 번쩍 들었다. 비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몬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수면 시간은 네 시간이 채 안 될 텐데요? 집에 오가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한 달 간이나 그렇게 하면 사람이 쓰러지지 않을까요? 아니, 살아 남을 수는 있나요?"

 

 "물론 살 수 있다."

 

 "어떻게 아시나요?"

 

 "내가 해 봤으니까 안다."

 

 협상 여지가 없어 보이는 강경한 비온의 말에 시몬느는 낙담한 표정이었다. 비온은 일부러 시선을 맞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이 가야할 주요 취재처는 일단 세 곳이다. 어디인지 짐작 가는 사람?”

 

 비온이 빙그레 웃으며 수습들을 향해 물었다.

 

 시몬느는 멍한 표정이었고, 크리스는 눈이 반짝였다.

 

 비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첫째는 제국에서 가장 큰 선술집 '알'이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사람들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경계를 풀고 속내를 이야기한다. 그 곳에서 '뻗치기'를 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어라. 그러다 보면 바람 핀 이야기, 혼외자녀 이야기 등을 다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취재처는 바로 감옥이다. 감옥에 가서 간수들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해져라. 그들에게 가족 폭행 등에 대한 이웃 신고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 취재해라. 그러다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가정에 대해 알 수 있다.

 

 셋째는 부부상담소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아모르 제국에선 이혼이 불법이기 때문에 배우자와 헤어지고 싶은 사람들은 부부 심리상담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그곳에서 '귀대기'를 하면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온은 그러면서 엄청난 비밀을 알려준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가끔은 그 곳에서 쓰레기통도 뒤지게 될 거다. 부부상담내역을 적은 서류들이 폐기 처분될 텐데, 그런 파쇄된 종이들을 붙여보면 의외의 쏠쏠한 특종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설명에는 줄리와 비온의 경험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주요 출입처를 써놓은 줄리의 메모를 참고로 비온이 기자 생활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녹인 것이다.

 

 '나도 수습 때는 선배들이 잠 못 자게 하고 뺑뺑이 돌려서 참 원망 많이 했는데.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뒤엔 어떤 힘든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지.'

 

 비온이 잠시 옛 추억에 젖는 동안, 크리스는 비온의 '특종 하는 법 일타 강의'에 감탄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곧 크리스가 손을 또 번쩍 들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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