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규는 누군가와 전화를 끝내고 수사본부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는 않았다. 윤규는 어릴 적 자신의 고향에서 별들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오늘처럼 힘든 날이면 별들에게 위로를 받곤 했다. 하지만 서울 하늘은 별을 보기 힘들었으며 자신을 달래줄 어떠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여기서 왜 궁상을 떨고 있어?
아니에요. 그냥 뭐..
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자신은 의지가 있고 적극적으로 덤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때요.
원해 진실이란 건 마주하기 힘든 거야. 형사라는 것도 그래. 항상 진실을 쫒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엉뚱한 답이 나오기도 하지. 힘내~
현석은 윤규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현석 역시 처음 경찰이 됐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네.
그래. 23년 전 화재사고에 대해 알아낸 거 있어?
네. 음.. 생각보다 큰 사건이더라고요. 그 사건은....
예인은 다시 용호에게 물었다. 박현욱이라고 했나요?
네.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저.. 그게..
용호는 예인이 “박현욱”이라는 이름을 듣고 동공을 흔들린 게 보였다.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제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입니다.
동명인 아닌가요? 세상에는 이름이 같은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 맞을 거예요. 임철진이란 이름도 보았어요.
어디서 보았죠?
용호는 순간 흥분해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사실.. 김상혁씨 얼마 전에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어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예인은 사실대로 말했다.
네. 그리고 참고인 조사차 경찰서에 갔는데 거기서 피해자 최근 통화기록을 우연치 않게 봤는데 거기에는 임철진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어요.
그렇다면..
네. 아마 맞을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박현욱이라는 사람과 기사에 나온 박현욱이라는 사람은 같은 사람일 거예요.
이거 놀랍네요.
기자님도 더 알려주셨으면 해요.
아.. 네. 그 사고는 결국 용의자로는 임철진이라는 사람으로 좁혀졌어요. 하지만 곧바로 풀려났어요. 그 이유는 증거가 없었거든요. 현장은 불에 타 남아 있는 게 없었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신혼부부와 3명은 친구 관계로 친구 관계도 상당히 깊었고 주변 사람들도 방화사건 일리가 없다고 그런 증언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분위기도 그렇고 증거도 나오지 않으니 경찰 쪽에서는 화재사고로 처리한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남은 건가요?
아니요. 단순한 화재사고로 남았죠. 안타깝게.
그렇군요. 그 후 임철진씨는 어떻게 됐나요?
저도 거기까지는 모르겠네요.
임철진씨는 어떤 사람이었죠?
예인은 공격하듯이 질문을 쏘아 댔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집안이 건설회사를 했어요. 1970년대 강남이 개발되고 시간이 지나 이제 지방과 수도권도 개발한다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건설 붐이 이어지고 있었죠. 그래서 항상 바쁘다고 저와의 인터뷰는 항상 거절했습니다. 제 생각인데 아마 김상혁씨도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상당히 돈을 많이 벌었겠네요?
그때 당시 건설업이 돈을 많이 벌었죠.
상혁은 음료를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임철진씨 집안이 하는 건설회사 이름도 제가 알려드릴까요?
네?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세요?
그 사고와 관련된 정보라면 아직 저의 집에 있습니다. 같이 가보시겠어요?
예인은 용호의 말을 듣고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이 사건에 대해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윤규는 자신이 알아 온 정보를 현석에게 알려줬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군.
윤규는 현석의 표정을 보니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용의자가 증거불충분으로 바로 풀려났대요. 근데 더 이상한 건 그 사고 이후로 더 이상 셋의 교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집중 조사받았던 3명 말이야?
네.
그게 왜?
제가 조사한 바로는 사고 희생자 부부까지 과거에 꽤 나 친했던 것 같아요. 방금 대학 때 친했던 또 다른 친구분께 전화해 확인해 봤어요. 셋이 그 사고 이후로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일로 관계가 멀어진 거고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야.
그렇죠.
윤규는 말하고 보니 자신이 조사해온 결과물이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 있게 현석을 바라보았다. 현석은 깊이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좀 더 조사해봐.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는데 자네 우리나라 건설 역사에 대해 아나?
네? 갑자기 무슨?
윤규는 갑자기 어색한 문장이 들려와 현석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현석의 표정은 쓸쓸한 표정과 알 듯 모를 듯 난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베테랑 형사가 짓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안듯한 표정을 지었을 때 나온 표정이었다. 그 진실로 인한 밀려오는 감정의 변화가 현석의 표정을 지금의 표정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