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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에 사는 삽살개
작가 : 라나인
작품등록일 : 20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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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개와 요한의 시간 (3)
작성일 : 20-09-16     조회 : 786     추천 : 5     분량 : 6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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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그릇에 또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왕실이 돈이 많은가 봐? 아무리 공주가 키우는 개라고 해도, 이렇게 고기를 많이 주는 거 보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맛만 있으면 됐다-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고개를 파묻고 먹었다. 처음 개밥그릇을 보았을 때에는 내 팔자야-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젠 별 생각도 없었다. 개였다가, 사람이었다가, 다시 또 개가 된 오늘이 그랬다. 나는 야들야들한 고기를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뭔가 시선이 느껴져서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딱 들어 맞았다. 공주는 창가에 기대 앉아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밥을 먹는 곳이 창가 바로 아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왜?”

 

 

 

  가볍게 턱을 괸 공주가 날 빤히 바라보았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이렇게 눈치 주기 있냐. 나는 괜히 뻘쭘해져서 먹던 밥그릇을 툭, 옆으로 밀었다. 내궁의 궁인들 모두 나와 공주를 보고 있었다. 내가 딴청을 부리자 공주가 피식 웃으며 좀 더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더 먹으렴.”

  “…”

  “왜 내 눈치를 보는 것이냐?”

 

 

 

  눈치를 본 건 맞지만 왠지 그걸 들키니 발끈하게 됐다. 찌릿 노려보자 내 입에서 으르렁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공주는 그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개밥이 입에 맞지 않나 보구나.”

 

 

 

  오늘 아침, 나는 다시 삽살개로 돌아왔다. 돌아온 건지, 다시 변한 건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이제는 이 세상에서의 내 진짜 모습이 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원래 개인데 잠깐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알아내는 그런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인 거 아니야? 어쨌든 그 어려운 문제를 더 생각할 새도 없이, 나는 다시 이렇게 밖으로 쫓겨났다. 공주의 세안을 도우려 들어온 궁인들이 나를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깨갱거리며 밖으로 나와 안을 보았지만 공주는 나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보름아.”

 

 

 

  여기로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보름이라는 저 이름에 익숙해져버렸다. 다른 곳을 보며 딴짓을 하다 보름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돌렸다. 내게 물도 주려던 궁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기해했다.

 

 

 

  “더 먹으렴. 아직 많이 남았지 않았니.”

 

 

 

  공주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보니 정말 아직 반이나 넘게 남은 밥이 보였다. 그래. 밥을 남기면 안 되지. 나는 다시 공주를 힐끗 보고 고개를 내렸다. 허겁지겁 먹다가는 체할 것 같아 조금씩 천천히 먹자 공주가 흐뭇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궁인들의 놀란 소리도 들렸다. 생각해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신기할 것 같기도 했다. 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개가 공주의 말을 이렇게 척척 알아 듣고 있으니, 나 같아도 신기할 것 같긴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여전히 고기가 산처럼 쌓인 그릇에 고개를 파묻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공주는 창가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자수를 놓았다. 나는 나무 아래에 엎드려 앞발을 하나로 모았다. 거기에 고개를 대고 엎드리니 공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네. 그냥 공주는 아닐 거 아니야. 조선 왕조니까 ‘이’씨겠지? 이름은 뭘까. 왠지 이름도 예쁠 것 같았다. 공주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쁜 얼굴이었다. 어젯밤 가까이에서 본 모습이 딱 그랬다. 뽀얀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반듯한 이마와 곧게 뻗은 눈썹은 마치 붓으로 그린 듯 했다. 오똑한 코 아래로 봉숭아물이라도 톡, 들인 듯한 붉은 입술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그림 같은 건 역시, 눈이었다. 그 어떤 세필붓으로도 공주의 눈을 섬세하게 그리진 못 할 것 같았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눈에 빨려들 듯 했다. 온세상의 어둠을 다 모은 밤 같은 눈이었지만, 동시에 저 하늘의 별을 가득 따다 박은 눈이기도 했다. 나는 다시금 공주의 눈을 떠올리다 피식 웃었다. 이젠 하다하다 공주 얼굴까지 뜯어 보고 있군. 어휴, 내 팔자야. 나는 한숨을 내쉬고 앞발에 턱을 괸 채 눈을 감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앞발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켜니 그런 내 앞에 또 밥그릇이 놓였다. 와, 진짜 개팔자가 상팔자네. 하루종일 먹고 자기만 해도 되겠다. 공주의 개니까 누가 날 괴롭히지도 않을 거 아니야? 근 8년을 아이돌로 살면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 했다 보니, 지금의 이 상황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나도 참 태세 전환이 빠른 편이었다. 그치만, 맛있는 건 맛있는 거지! 나는 꿀맛같은 밥을 와구와구 먹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누워 있었다. 그러다 내 시야에 연못이 눈에 들어왔다. 공주가 머무는 이 곳은 내궁이었는데, 내궁 안에는 예쁜 연못이 있었다. 듣기로는 왕의 고명딸인 공주를 위해 친히 명을 내려 만들어준 것이라 했다. 나는 아까 궁인들이 하던 말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겼다. 왕이 그렇게 예뻐한다고? 하긴, 하나뿐인 딸이고 얼굴도 곱상하니 나 같아도 예쁘긴 하겠다. 그치만 성격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던데. 아버지에게는 조금 다른 걸까? 나는 앞발을 툭툭 내딛으며 머릿속으로는 공주를 떠올렸다.

 

  연못에 도착해 아래를 보니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아침에 공주가 산책한 연못가였다. 같이 가자는 걸 그냥 못 들은 척 했는데, 그냥 따라올 걸 그랬나.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는 연못가에 얌전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젯밤에는 왜 갑자기 사람으로 변했던 걸까? 그리고 왜 다시 개가 된 거지? 정말 내가 외운 주문이 효과가 있던 건가? 곰곰이 생각하다 에이,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멍멍이로 변해라! 같은 게 통할 거였으면 이런 엉터리 환생이 어디 있냐 이 말이야. 아니지. 그러고 보니 환생도 아닌 것 같은데. 환생이면 전생의 기억이 지워져야 맞는 게 아닌가? 아이돌로서의 내 인생도 분명 인생 1회차가 아니었을 텐데. 그럼 전생의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런 건 없었단 말이지. 그럼 왜 여기에서는 문요한일 때의 삶이 다 기억 나는 거지? 역시 환생이 아닌 건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터져 나갈 듯 했다. 이건가? 싶으면 또 저건가? 싶기도 했다. 모든 것이 다 알쏭달쏭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인 해가 점차 사라지고, 조금씩 사위가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나는 정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터덜터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드니 열린 창문 너머로 호롱불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몇 걸음 더 다가가니 공주의 얼굴도 보였다. 팔랑거리며 넘어가는 책장 소리가 들렸다. 아마 책을 읽는 듯 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 앞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소리를 들은 공주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시선이 잠시 공중에서 부딪쳤다. 그러자 그가 생긋 웃으며 창가로 다가와 앉았다.

 

 

 

  “바깥 구경은 다 했니?”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대답도 못 하잖아. 그걸 생각하니 또 마음이 갑갑해서 그냥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털썩 앉았다. 공주는 그런 날 보며 그저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나에 대한 의심은 거둔 것 같았다. 그 거둔 이유가 왠지 내가 정말 개 요괴라든지, 귀신이라든지, 하여튼 뭔 요물이라 생각해 그런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나았다.

 

 

 

  “연못을 보고 온 듯 하구나. 아까 김 상궁이 하는 말을 들었다.”

  “…”

  “내일 아침에는 같이 걷자꾸나. 아침에 보는 정현지는 더 아름답단다.”

 

 

 

  연못의 이름이 정현지였구나. 되게 사람 이름같네. 나는 공주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먼 곳의 연못을 물끄러미 보던 공주가 이내 다시 활짝 웃었다.

 

 

 

  “그러지 말고 들어오렴. 안 그래도 차를 한 잔 마실 생각이었다.”

 

 

 

  내가 뭐 같이 마셔줄 수가 있나. 괜히 삐죽거리게 됐지만 그래도 이렇게 밖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향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 문 앞에 서서 앞발을 들자, 궁인들이 한껏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문을 박박 긁었다. 그러자 궁녀들이 문을 열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호롱불이 빛나는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긴 복도를 지나 앞에 서니 또 문이 있었고, 그 문도 역시나 발로 긁자 궁녀가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을 지나고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곧은 자세로 앉아 있는 공주가 보였다. 그 앞에는 김 상궁이 차를 따르고 있었고, 공주의 옆에는 나를 위한 방석도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방석 위에 올라 앉았다.

 

 

 

  “보름이에게도 차 한 잔 내어주게.”

  “… 예?”

 

 

 

  공주의 잔에 차를 따르던 상궁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차 한 잔 내어 보거라- 라고 하고 싶었지만 역시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얌전히 앉아 김 상궁이 내게 차를 주길 기다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상궁이 찻잔 하나를 더 가져다 내 앞의 상에 놓았다. 물론 내 잔에 담긴 건 공주가 마시던 게 아니었다. 새로 차를 우린 상궁은 여전히 탐탁치 않은 느낌이었다.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맑은 차가 눈에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보니 여전히 뜨거운 것 같았다. 공주는 그런 날 신기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뜨거우니 조심하거라.”

 

 

 

  차를 빤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드니 공주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혀를 낼름거리며 차를 홀짝였다. 김이 그렇게 나더니 정말 뜨겁긴 뜨거웠다. 그래도 향이 정말 좋은 차였다. 나는 한 번 홀짝이고 입을 다시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차를 마시니 김 상궁이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 공주는 흐뭇하게 웃었다.

 

 

 

  “내 말하지 않았는가. 영특한 녀석이라고.”

  “저런 개는 처음 봅니다.”

 

 

 

  야, 나도 이런 인생은 처음이다.

 

 

 

  “이제 그만 되었으니 나가 보시게.”

  “예?”

  “책을 마저 좀 읽어야겠네.”

 

 

 

  책상 위에 펼친 책을 든 공주가 상궁을 바라보았다. 아, 하고 대답한 상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뒷걸음질로 공주의 방에서 나갔다. 나는 차를 홀짝거리면서 눈은 공주를 보았다. 공주는 책장을 한 장 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공주는 여전히 책에만 시선을 꽂고 있었다. 옆에서 바라본 얼굴은,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하지.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곱상하게 생겼네- 싶었는데 또 내 정체를 물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무서웠고. 또 지금은 꼭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외로워 보이고. 대체 공주의 진짜 얼굴은 뭘까. 나는 가만히 앉아 그런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가 들렸다. 공주는 잠시 창 밖을 보다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녁상을 물리고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는 이 시간이, 내겐 가장 귀한 시간이지.”

  “…”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혼자? 그러고 보니 이 방에도, 그리고 밖에도 궁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공주를 위해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는 건가. 생각해 보면 공주의 24시간은 항상 다른 이들과 함께였다. 따르는 궁인들이 옆 자리를 도통 비우질 않으니, 이렇게 혼자 있을 시간을 원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할 게 아니었다.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말이다.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되지 않니?”

  “…”

  “가끔 그 대화가 버거울 때가 있다.”

 

 

 

  공주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어렸지만 왠지 그 모습도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공주가 안고 있는 비밀은 뭘까? 어제도 이상한 말을 했었는데.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여전히 향긋한 차를 홀짝거렸다. 그런 날 흐뭇하게 본 공주가 손을 뻗었다. 따스한 손이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네가 무섭지 않냐고 물었지?”

 

 

 

  시선을 들어 올리니 다정한 미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주는 내 머리를 포근하게 어루만졌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그 말을 하는 공주가 왠지 모르게 슬픈 미소를 지었다. 왜 사람이 제일 무섭지? 사람한테 데인 적이 있나.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이는데, 역시 궁궐에 살다 보면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런 암투 같은 게 있는 걸까. 하지만 왕의 총애를 받는 공주가 그럴 일이 뭐가 있지? 나는 공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사람이 무서운 게지.”

  “…”

  “너 같은 요물이 아니라.”

 

 

 

  잠자코 듣고 있다가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글쎄! 나는 요물이 아니래도!

 

  공주의 잠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들어온 궁인들에 의해 나는 다시 쫓겨났다. 그렇게 아까 엎드려 있던 나무 아래에 다시 오게 되었다. 벌써 밤이 꽤 깊은 때였다. 뒤를 돌아 보니 공주의 방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나는 공주의 방에 난 창을 향해 엎드려 누웠다. 눈만 뜨면 그 곳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왠지 나는 벌써 공주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아까 본 공주의 얼굴을 떠올렸다. 왜 그렇게, 슬퍼 보였을까.

 

  그러다 잠이 들었다. 찌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와, 이따금 부는 선선한 바람이 좋은 밤이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뭐가 이상한 건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아까와는 뭔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음- 하고 고민을 했다. 그런 내 입에서 정말 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뭐지. 왜 소리가 나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왜 소리가 날까- 생각하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바닥을 짚고 상체를 들어올린 건 털이 북실북실한 개의 앞발이 아니었다. 달빛이 내려앉은 땅 위에는 열 손가락이 분명한 내 손이 있었다. 나는 내 손을 앞뒤로 뒤집어 보다가 아악, 하고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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