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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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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첫 소개팅의 아픈 기억
작성일 : 20-09-18     조회 : 368     추천 : 0     분량 : 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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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교회 체육대회’에서 투혼을 불사른 범생이 친구의 부상은 많은 여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게 되고, 그와 제가 ‘절친’ 이라고 알려지면서 덕분에 제 이미지도 좋아져 급기야 강제?로 소개팅을 하기까지에 이르는데~~~

 

  어느 날 화가 지망생 친구가 쉬는 시간에 저를 찾아와 “내가 미술학원에서 여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교회 체육대회’얘기가 나와 둘 다 내 친한 친구라고 자랑했더니 너를 꼭 소개시켜 달라는 애가 있어서 너에게 묻지도 않고 그까짓 거 뭐 내일 당장 단둘이 만나게 해 준다고 해 ‘칠성당 제과점’에서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내 체면 한 번 세워 주라” 면서 이 친구가 글쎄 빵 값 하라고 거금 3천 원을 내 손에 꽉 쥐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돈이 많이 들어가는 미술공부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짠돌이가 된 이 친구가 돈까지 주면서 이러는 게 아무래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제가 “야! 뺀끼(페인트의 사투리) 네가 그냥은 돈 쓸 놈이 아닌데? 왜 그러는지 사실대로 말해라. 안 그러면 나 안 간다.”라고 했더니 아 글쎄 이 녀석이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으며 “사실은 나도 평소에 흠모해 오던 여학생을 소개받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당시 모 여학생 때문에 곤경에 빠져 있던 저는 어떻게든 그 자리를 모면해 보려고 물어본 거였는데 얘기가 이렇게 되다보니 이제 친구 때문에라도 안 갈 수가 없게 되어 빵만 먹고 와도 된다는 조건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개팅에 나갔는데...

 

  칠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서 친구가 얘기해 준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았으나 없는 듯해 구석진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여학생이 한껏 들뜬 얼굴로 급하게 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바로 저 사람이구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나눈 후 너무 떨린 나머지 주문하는 것도 잊고 형식적인 말 몇 마디를 물어보고 있는데 어디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일군의 여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제과점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나가지 않으면 제 친구가 좋아하는 그 여학생을 소개받는 데 지장이 있을까 봐 그 자리에 나갔던 저는 그 순간 몹시 당황해 몸을 최대한 수그린 채 곁눈질로 그녀들을 바라봤는데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 학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어릴 때부터 제 동창 녀석과 사귀어 온 ‘주리와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들에게 몰래 데이트 하다 걸리는 날엔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공식커플이 돼 버린다고 해, 다급해진 저는 다짜고짜 급한 일이 있다며 인사도 제대로 끝내지 않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 나왔는데, 이 일이 제 인생에 있어 여자사람에 대한 흑 역사의 시작이 될 줄이야 그 때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ㅠㅠ

 

  저의 이 같은 행동에 분노한 이 여학생은 그 길로 화실로 가 과연 둘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느냐고, 만나자마자 가 버렸다.”며 울면서 저주를 퍼부었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은 제 친구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여서 저를 두둔할 생각조차 못하고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며 화실에서 나와 저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헤매다 결국 우리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지 저라고 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었겠습니까? 저도 한참 호기심 많을 나이였는데요. 혹시 그 여학생이 안 예뻐서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그 여학생도 나름 예쁘다고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행동했냐고요? 그게 참 말하기가 그런데 아까 제가 잠시 말한 모 여학생과 얽힌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고향의 인문계 여고를 다니고 있었던 저보다 한 학년 아래의 이 여학생을 제가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친구 도우러 나간 바로 그 교회에서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 여학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 왜 수련횐가 뭔가 있지 않습니까? 거길 제 친구가 하도 같이 가자고 해 저는 출퇴근한다는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갔는데 말입니다. 글쎄 이 여학생이 자꾸 저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이 여학생이 교회 학생부 반주자라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우리를 바라보며 오르간을 치다보니 우연히 눈이 마주친 거겠지’하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저에게 다가와 괜한 말을 하기도 하고 “쓰레기 좀 비워 달라, 라디오 좀 가져다 달라”하면서 자꾸 제 주변을 맴도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교회수련회가 끝나고 모두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놀랍게도 우리 집으로 그 여학생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와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편지내용의 절반쯤을 그 즈음의 제 지적수준으로는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답장을 하지 못하고 만나게 되면 직접 물어볼 생각으로 있었는데, 교회에 나갔더니 벌써 우리 둘이 사귀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불쾌하기도 해서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는 우선 이 여학생의 정체가 궁금해져서 제 친구에게 도대체 쟤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너 여태까지 몰랐냐? 쟤가 여고에서 전교 3등 안에 든대”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덧붙이는 말이 “너 정말 쟤랑 사귀기로 한 거 아니지? 네 취향 아니잖아? 너 이제 큰 일 났다. 쟤가 얼마나 자존심이 센 데, 너 거절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잔뜩 겁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골치가 벌써 아파오는데 더 알아보니 그 당시 교회 학생부 부회장이었던 목욕탕 집 막내아들인 제 친구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또 이 여학생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러니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그런 때에 미술 하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그 자리에 나갔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 저는 어느새 쓰레기, 바람둥이, 양아치로 불리며 아직도 그녀들의 저주를 받아 이렇게 쓸쓸히 독거노인이 돼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망상?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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