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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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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 선생인가?, 깡패인가?
작성일 : 20-09-18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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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건 이후 우리들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들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였던 고 2때로 달려가 보겠습니다.

 

  왜 고 1때가 아니냐고요? 그 때는 우리가 아직 뭘 잘 몰라 어리바리 했었고 또 3학년 선배들이 무서워서 학교 다니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거의 매일 기합 받고 맞았던 것 같아요. 폭력조직에 가담한 선배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선생들도 함부로 못했고요. 그래서 그 선배들이 졸업하고 나서야-졸업식 날 학교 유리창 전부 박살남 - 비로소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첫 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한껏 부풀어 올랐으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첫 수업이 끝나자 우리들은 뭔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국어 시간이었는데 그는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 마디가 뭐였는지 아십니까? “뭐 없나?”였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게 “뭐 마실 것, 즉 음료수 같은 것 없냐?” 는 소리란 걸 알게 됐습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지만 역시 상황에 잘 대처한 사람은 반장이었습니다. “예. 선생님! 아이고 참! 오늘이 첫 수업 날이라 경황이 없어 미처 준비를 못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래. 내일 한 번 보겠어!” 하시고는 오늘은 첫 날이니까 자율학습 하라고 하시고는 창 쪽으로 가셔서 먼 산을 쳐다보시는데...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 간부들 몇몇이 모여 이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에이! 설마 농담이시겠지!”부터 “아냐! 아까 표정 못 봤어? 저건 진심이야!” 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일단 우리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넥타를 준비해 놓되 탁자 위에 올려놓지는 말고 진짜로 찾으시면 그 때 내놓는 걸로 의견을 모읍니다.

 

  다음 날 국어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점점 높아져가고, 드디어 일찌감치 망보러 나갔던 녀석이 재빠르게 교실로 뛰어 들어오며 “야! 온다. 온다.”라고 외치면서 그와 우리의 역사적인?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는데...

 

  모두의 시선이 오직 한 곳, 출입문을 향하는 순간, 탁자 위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아주 거북스런 몸짓과 퉁명스러운 말투로 “야! 이 새끼들 봐라”라고 뇌까립니다. 그 순간 눈치라면 전교 1등, 아니 전국 1등일 것 같은 ‘여고 공공의 적 1호’인 정보요원 008이 만면에 웃음기를 띄우며 미리 준비해 둔 인삼넥타를 재빠르게 교탁 위에 놓습니다. 그러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래. 이 반은 수업할 준비가 됐군!” 이라고 말하십니다.

 

  모두들 안도의 숨을 쉬는 가운데 인삼넥타를 단숨에 들이 킨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야! 근데 인간적으로 양이 너무 적다”라고 하십니다. ‘헐! 벼룩의 간을 빼먹지 이 무슨 망발인가?’

 

  어찌됐든 그에게 있어서 ‘수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짓는 통과의례를 무사히? 넘긴 후 이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는데...

 

 역시 그는 비범한 인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저 위대한 노동자의 아버지 칼 마르크스도 그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은 그냥 놀고먹는 수업방식입니다. 그렇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ㅎㅎ

 

  어떤 데 그러느냐고요? 지금부터 그의 수업방식과 제 나름의 평을 짧게 한 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치하더라도 그냥 재미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눈치 빠르고 충성심 있는 애를 교실 뒷문에 배치시켜 항상 바깥 동정을 살핀다. - 뭔가 구린 게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닙니까?

 둘째. 숙취 해소를 위해 음료수를 수업 전에 반드시 마신다. - 이걸 우리가 당신을 좋아해서 스스로 하는 걸로 해석하시다니. 선생이 학생 돈 “삥‘이나 뜯어서야 되겠습니까?

 셋째. 다리 아프지 않도록 어디든 걸터앉는다. 심지어는 학생들의 무릎 위에도 앉는다. - 이건 뭔 미!

 넷째.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되도록 칠판에 글을 쓰지 않는다. 닦을 때도 학생을 시킨 다. - 그래요. 오래오래 사세요! 제자는 죽든 말든~~

 다섯째. 학생들이 졸지 않도록 체벌도 가하고, 노래도 부른다. - 저는 존 게 아니고요. 눈이 원래 게슴츠레해요! 그리고 노래는요.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 웬만해야 들어 주죠?

 여섯째. 방과 후 탈선하지 않도록 숙제를 많이 낸다. - 밤을 새서 해도 다할 수 없는 게 무 슨 숙젭니까? 괴롭히는 거지!

 일곱째. 국어는 암기과목이 아니라는 편견을 없앤다. - 아니 이런 참신한 발상을ㅋㅋ. ‘국문학 의 발달’이라는 단원을 통째로 암기하라니ㅠㅠ. 이건 그래도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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