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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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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 너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
작성일 : 20-09-18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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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 글의 내용이 이해가 잘 안 되시는 분은 1화,2화,3화를 다시 읽어 보십시요)

 

  그 시절 우리들은 무서운 것도 없었고 요즘 같은 장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도 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누가 여학생과 빵집에서 만난다고 하면 괜시리 옆에 앉아 너스레 떨면서 빵 사 줄 때 까지 버티기도 하고, 낮에는 다방에 가서 어른들의 세계를 염탐하기도 하고, 또 밤이 되면 목적지 없이 우루루 몰려다니다가 운 좋으면 기분 좋게 술 드시고 계시던 어른들에게 떼거리로 불려 들어가 그 유명한 다찌 집에서 거하게 한 잔 얻어 먹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건 그 당시 우리 시가 지나가는 개도 만 원 짜리 입에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기도 좋았고, 또 중학교만 졸업하고 취업하는 친구들도 많아 고등학생만 되도 어른취급을 해 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부에 그다지 뜻이 없는 우리 같은 애들은 학교에 공부하러 다니는게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다녔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오르는데, 왜 그 학교에서 한 번씩 장래희망 같은 걸 쓰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때 몇몇 친구들의 대답이 참 거시기했는데..

 

  공무원, 군인, 경찰, 검사, 변호사,의사, 약사, 선생님 등등 쳔편일률적인 대답이 나오는 가운데 평소에 껄렁껄렁한

 한 친구가 HID라는 우리들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던 직업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게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어깨에 잔뜩 힘을 줌과 동시에 득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대뜸'북파공작원'이라는 겁니다. 그러자 모두들 어이없어 하며 "너 같은 뺀질이가?",'얼어죽을, 면제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냥 방위라도 가"하며 한바탕 웃고 맙니다.

 

  다음으로 서울에서 전학 내려왔던 한 친구의 답변은 우리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역시 사람은 견문이 넓어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는데, 이 친구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는 다음에 나올 일화의 주인공이므로 그 때 얘기하기로 하고...

 

  저는 뭐라고 했을까요? 궁금하시죠? 제가 한 대답은 바로 '한량' 이었습니다.ㅋㅋ 물론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것만큼 좋은 직업도 없는 것 같은데, 이를 들으신 선생님께서 "야 이 녀석아! 새파란 청춘인 놈이 그게 할 소리냐" 고 핀잔만 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여고 공공의 적 1호'인 정보요원 008은 뭐라고 했을까요?

 이 자식의 대답은 글쎄 '영화감독'이랍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뒤에다가 쟝르는 에로라고 덧붙여 놓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자 이를 보신 선생님께서 얼굴을 붉히시며 "아니! 이 자식들이 지금 수업시간에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하시며 화를 내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별탈없이 넘어갔는데 드디어 문제의 제 친구 '여고 공공의 적 2호'의 대답을 보시자마자 결국 폭발하시고 마는데... 그는 과연 뭐라고 썼을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이 친구 말고 다른 어느 누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해도 아무 문제 없을 직업입니다. 그것은 바로~~~~~~~~~~~~~~~~~~~~~~~~~~~~~~~~~~~~~~~~~~~~'윤리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포복절도 하고 그의 재치에 혀를 내두르는데 왜 그런지 영문을 모르시는 선생님은 그가 문제아라고만 생각하셔서 "야 이 새끼 봐라, 너 같은 놈이 윤리 선생을 해? 학생들 다 망치려고" 하시면서 개거품을 무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놈의 기도 안 차는 대답으로 열 받으신 선생님은 또 다시 너도 똑같은 놈이라고 하시면서 아무 죄없는? 저까지 교무실로 끌고가 우리를 무릎 꿇게 하신후 그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욕을 보이셨습니다.ㅠㅠ

 

 청춘의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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