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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덫
작가 : 마살
작품등록일 : 2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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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조여오는 숨통 1.
작성일 : 20-09-18     조회 : 584     추천 : 1     분량 :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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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 없는 방랑자는 철저히 지워진 삶을 산다. -

 

 사익이 막차를 타고 뒷좌석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몇 사람이 뒷문으로 내리고 극도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젊은 여자 한 명이 탔다. 다음 정거장에서도 몇 안 되는 버스 승객들이 내리고 운전기사 외에 둘만 버스에 남았다. 젊은 여자는 창문 밖을 초점 없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두리번거렸다.

 사익은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버스기사가 라디오의 볼륨을 올렸다.

 

  “뉴스 속보입니다. 로열 블랙아웃으로 심상치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지도층 중에 갑자기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다 심한경련을 일으키고 블랙아웃 된 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블랙아웃에 대한 공포가 퍼지고 있고 관계당국이 전문 인력을 총동원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속도를 올리며 나타나 버스를 추월해 차선을 바꿔 버스 앞을 막았다. 그 뒤로 다른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버스 뒤에 멈췄다.

  버스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승용차와의 충돌을 간신 히 피하기는 했지만 화난 버스 기사가 앞차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소리치며 버스 문을 열었다.

  운전석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킬 때 뒤 있는 승용차 두 대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버스에서 나오던 운전기사를 밖으로 끌어내고 앞쪽에 있는 승용차로 데리고 가서 무릎을 꿇렸다.

 누군가 승용차 뒷좌석 창문을 열고 100장씩 묶은 5만 원 권 2개를 던지고 뭐라 말하고 창문을 닫았다.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운전기사에게 돈다발을 줍게 하고 뒤쪽으로 끌고 갔다.

  젊은 여자는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어느새 건장한 남자들이 여자를 에워쌓았다. 마침 잠에서 깬 사익이 이 모습을 보게 됐다. 남자들이 여자를 일으켜 데리고 나갈 때 뒤돌아 쳐다보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사익이 용기를 내어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스마트 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는 것을 본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달려들어 사익을 버스 밖으로 끌고 나왔다.

 버스 앞에 있던 승용차 뒷좌석에서 중년 여자가 나오자 건장한 남자들이 90도로 인사를 했다. 젊은 여자를 뒷좌석에 처박히듯 밀어 넣었다.

  중년 여자는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사내들에게 손짓을 하고 승용차를 타자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건장한 남자들이 사익을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뒤쪽 승용차로 끌고 가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버스 기사는 사내들의 위협에 벌벌 떨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건장한 남자 중 한 명이 버스 기사를 일으켜 뭐라 속삭이자 버스 기사가 굽실거렸다. 건장한 남자 두 명은 버스 CC TV 녹화를 능숙하게 지웠다.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사라지자 버스기사가 주저앉았다.

 

  사익은 덜컹거리는 트렁크에 던져진 채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가 혼미해졌다. 그때 기억의 파편 속에 있던 자신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내 심장을 어둠속으로 던졌어. 내게 있던 한줄기 빛마저도 타서 재가루가 되어버렸단 말이야. 지금 와서 네 사랑을 믿어달라고? 배신으로 인한 미움이 쌓인 만큼 어둠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 걸 모르니? 꺼져 버려!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일지도 몰라!”

  폐부를 찌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익 씨, 기억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나를 똑바로 쳐다봐요. 정신을 차려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사익의 의식이 저편으로 흘러갔다.

 

  아침햇살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익을 흔들어 깨웠다. 깨질 듯 한 두통에 머리를 쥐어 잡고 눈을 뜨고 새하얀 벽에 양팔과 발이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입을 열어 말하려 해도 나오지 않았다. 입에 재갈을 물려 있었다.

  그렇게 끙끙대고 있을 때, 낯선 얼굴의 나이든 여자가 다가와 내려다보며 눈이 마주쳤다. 나이든 여자가 화들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러 발자국소리가 들리고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사익을 보며 말했다.

 

 “정말 깨어나셨네요? 1년 동안 정신을 잃고 자주 발작을 일으키며 생사를 오갔었어요. 이렇게 깨어 난건 기적이에요.”

  의사가 담당 간호사에게 눈짓하자 재갈을 제거하고 손과 발을 풀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필요한 검사를 지시하며 나가고 빠르게 검사가 진행됐다.

 

  반나절이 지나고 사익이 비틀거리며 병원 복도를 걷다가 간병인이 오는 것을 보고 말을 했다.

 “1년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간병인이 눈을 피하고 대답했다.

 “네....... 내일 퇴원하라고 하시네요.”

  사익이 놀란 눈을 하고 눈을 쳐다봤다.

 “내일 퇴원하라고요? 1년 동안... 정신을 잃고 입원해 있었는데... 내일 퇴원하라니요?”

  “그건 담당 의사선생님께 물어보세요.”

 사익이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병원비와 간병비를 내야할 텐데...”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간병인은 할 일만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익이 눈치를 보고 다시 말했다.

  “혹시 전화기 좀 빌려주겠어요? 가족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

 간병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쳐다봤다.

 “민 사익 씨, 그럴 필요 없어요. 가족들 한국에 없잖아요. 병원비와 간병비는 이미 지불됐어요.”

  사익이 놀란 눈을 하고 쳐다봤다,

 “가족들이 한국에 없다니요? 그럼 누가 지불했는데요?”

 간병인의 눈동자가 아주 순간이기는 하지만 흔들렸다.

  “민 사익 씨, 가족은 아니고 젊은 여자 분이 병원비와 간병비를 계속 내셨어요. 전화로만 통화해서 누군지는 몰라요.”

  사익이 앞으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그 사람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간병인이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잠금장치를 풀고 번호를 누르고 건넸다. 사익이 스마트 폰을 받아들었지만 잠시 후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익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간병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없는 전화번호라는데요?”

  간병인은 낚아채듯 스마트 폰을 들고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지만 없는 전화번호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네요. 어제도 이 번호로 전화통화를 했어요. 어차피 돈을 받았으니 난 모르겠어요.”

 간병인이 병실로 들어가자 사익이 힘든 발걸음을 옮기며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간병인은 몇 가지 옷과 짐 가방을 주고는 휙 가버렸다. 사익은 어안이 벙벙한 채 나가버린 출입문만 쳐다봤다.

 

  사립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영수 대학교 총장실이 발칵 뒤집어졌다. 평소에도 괴팍하고 안하무인이라는 평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박 삼수 총장이 폭언과 함께 집기를 내던지며 난동을 피웠다.

 총장 비서와 학장 두 명이 도망치듯 총장실을 나오다가 양 지선 교수와 마주쳤다.

 양 지선 교수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비서가 만류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들어갔다,

 

  박 삼수 총장이 두 눈을 뒤집어 까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양 지선 교수가 빠르게 다가갔다.

  “총장님 내 눈을 보세요....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절대로 정신을 잃으시면 안 돼요.”

  양 지선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비서와 학장 두 명이 조심스럽게 총장실 안으로 들어 왔다.

  경련을 일으키는 총장 얼굴을 부여잡고 귀에 뭐라 속삭였다. 그 순간 총장이 경련을 멈췄다.

 양 지선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어요. ....총장님 잘하셨어요.”

 

  뒤에 있던 학장 중 한 명이 가까이 다가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119 불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양 지선 교수가 고개 돌려 싸늘하게 대답했다.

 “별일 아니니까 그럴 필요 없으세요.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봐야 좋을 것 없어요.”

  박 총장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학장 둘이 쪼르르 달려가 부축했다.

 박 삼수 총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양 지선 교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양 교수 아니었으면 황천길 갈 뻔했어.”

  양 지선 교수 옆에 서 있는 비서를 쳐다보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 방에서 있던 일 아무도 모르게 해! 내 성질 알지 다들 입 조심해!”

  학장 두 명이 눈빛을 주고받고 몸을 낮췄다. 박 총장이 의자에 앉자 비서가 급히 물을 가져다 줬다.

 

  양 지선 교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총장님, 그동안 너무 무리하셨어요. 쉬엄쉬엄 일하세요.”

 박 총장이 물을 단숨에 들이 마신 후 대답했다.

  “그게 돼야 말이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양 지선 교수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어제 총장님이 오라고 하셨잖아요.”

  “아! 그랬지 내 정신 좀 봐, 어제 약속이 나를 살린 거네.”

  박 삼수 총장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비서에게 눈짓하자 학장 두 명을 데리고 나갔다. 다시 앞으로 몸을 굽히며 나직이 말했다.

  “양 교수, 블랙아웃으로 죽을 것 같아...”

 양 교수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힘주어 말했다.

  “그런 말 마세요.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세요.”

  불안한 눈빛을 보내며 보챘다.

  “양 교수가 24시간 내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블랙 아웃증상이 나타날지 모르잖아.”

  박 총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술에 힘을 주며 말했다.

  “블랙아웃을 막을 방법을 거의 찾았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한 동안은 블랙아웃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틈틈이 총장님 상태를 살필 테니까 마음 편히 가지세요.”

  이 말을 듣고서야 몸에 힘을 빼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 말을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네. 난 빚지고는 못사는 사람이야. 뭐든 말해. 다 들어줄게.”

  잠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자들 중에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있는데 장학혜택을 받을 수 있게 통 크게 장학금 좀 쏘시죠?”

 박 총장이 피식 웃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깟 장학금 말고 다른 걸 말해. 하기야 양 교수의 제자사랑은 남다르지. 알았어. 이사장이신 누님께 말 넣어서 통 크게 장학금 쏘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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