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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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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축구 101 -돈 트라이 디스 앳홈
작성일 : 20-09-18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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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볼 트래핑을 하시라고요. 자꾸 이마 위에 올리고 이상한 춤 추지 말고요. 풉...재밌긴 하다!"

 다른 곳에서도 관종짓거리는 계속되고 있는데 문제는 저 심사의원도 축구 관계자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기 시작했다.

 

 "신의 손 사건이 일어난 월드컵 년도와 경기를 말하세요."

 한쪽에선 퀴즈쇼가 한창 진행 중이다.

 

 "모르겠습니다. 죄...죄송합니다!"

 "자격 없는 녀석!"

 독설이 퍼부어진다. 축구 잘하는 거랑 저게 뭔 상관이야?

 

 통과자들은 옆으로 이동했다. 마치 퀴즈쇼처럼 부저를 누를 수 있는 단상이 네 개가 있다.

 

 "EPL 우승 커리어가 있는 프랑스 국대 출신 선수 다섯 명을 말하시오."

 꽤 난이도가 높았는데 여전히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디션 참가자들은 단 하나의 의심없이 누군지 골몰하고 있다.

 

 경기장 외곽 벤치에서는,

 

 하나 둘 세... / 셋!

 "두 분 나가세요."

 

 치열한 눈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참다 못해 카메라를 보고 물었는데 당연히 대답이 없다. 권태 형은 물어보려고 다가갈 때마다 자꾸 질색하며 피했다.

 

 "아, 감독님이시군요!"

 "예. 이거 관계자세요? 물어볼게 있는데."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온 중년남성이 카메라를 등지고 내게 어깨동무를 한 채 방향을 튼다. 하긴 내게만 말해야 할 게 있으니. 나는 뒷발로 다가오지 말라고 바짝 붙어 뒤따라오는 카메라맨에게 경고했다.

 

 >>1818원 후원 감사합니다.

 

 "축구선수 오디션인데......"

 "그러니까 잘 부탁 드립니다."

 "예?"

 

 기습적으로 품 안에 뭔가가 들어온다. 흰봉투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이 아저씨가 장난하나!"

 촌지 주는 학부모라니 단단히 오해 살 행동을 해버렸다. 헉! 카메라맨이 무슨 사명감이라도 지닌 듯 내 앞에서 옆으로 누운 채 내팽개친 봉투를 줌인하고 있다.

 

 "레그드롭!"

 "아저씨 뭐하는 거에요?!"

 

 -대박! 현실에서 레그드롭을 보다니!

 -방금 무슨 상황이냐 잠깐 자리 비웠는데!!

 >>삼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이건 헐크호건에 대한 헌사다.

 >>팔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이 폭발한다.

 

 

 잠시 구급대와 순찰차가 출동해 오디션이 지연되었다. 실려간 건 카메라맨이 아니라 레그드롭을 시도한 학부모였다. 맨 땅에 레그드롭이라니 시도한 사람 골반 부숴진다.

 

 "저 분이 전해주라고 하는데요."

 나는 매니저 형의 심부름을 통해 쪽지를 전달받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한숨부터 나왔지만 중요한 말이라 따른다.

 

 "돈 트라이 디스 앳 홈."

 

 ***

 

 111명의 지원자는 차근차근 탈락되었다. 축구부 마지막 해 마지막 대회를 앞뒀기에 아무리 관종력이 충만한 이들이라도 실력자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기본기나 축구센스는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와-! 차는 대로 안 나간다."

 기본 패스부터 사람들이 대거 떨어져 나갔다.

 

 퀴즈쇼나 눈치게임 같은 건 당연히 분량을 뽑기 위한 거였고 모두에게 공을 찰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공 한번 안 차본 사람들이라 불만 없이 사라진다.

 

 공은 둥글고 원하는 방향을 보고 차도 제대로 공이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게 인생의 큰 수확일 것이다.

 

 "나는 학원 가야 하는데 101명 채워야 한다고 억지로 온 거야."

 한 학생이 정신승리를 위해 빈정거리며 퇴장한다.

 

 "나는 이 학교 재학생이 아니다!"

 자랑이라고 말했다가 권태 형에게 뒷통수를 맞고 가는 학생도 있었다.

 

 "서른 살 먹은 아저씨가 왜 예술고 축구부에 지원을 해요...그런데 정말 동안이시네!"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내가 게임으론 진 적이 없는데."

 엄마 손을 잡고 따지러 온 일학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지만 예상대로였다. 손으로 잡고 굴려! 학생의 엄마가 아들을 다그친다.

 

 "데굴데굴 볼링장에서 볼링이나 하러 가세요."

 학부모의 말에 나도 모르게 준비된 멘트를 했다. 더럽지만 먹고 살아야 했다.

 

 내가 감독을 하며 권태 형이 선수 이름이나 성향보다 먼저 외워야 한다고 당부하며 리스트 하나를 줬는데 축구부를 후원해 주는 동네 가게였다.

 

 100일간 후원을 해주기로 한 곳들인데 그 수가 늘어나는 건 내게도 선수들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그래서 노출을 해줘야 했다.

 

 "감아 차 보세요."

 "감아차요?"

 "인사이드 킥."

 "아, R1+네모!"

 

 조금이나마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기본 숏패스를 가까스로 해내도 슈팅에서 탈락했다.

 

 "게임에서 이렇게 하면 들어가는데."

 "집에나 들어가라."

 

 *

 

 어두워질 즈음 결국 스물 두 명만이 남았다. 본격적으로 공간을 활용한 고급 스킬 테스트가 진행된다.

 

 "형, 야간 조명 준비 된 거야?"

 "뭔 소리야 이제 집에 가야지."

 이번 주는 오디션 주간으로 이제 고르고 고른 서른 세 명이 서바이벌을 벌인다고 했다.

 

 "형 이제 구십 며칠 남았는데 이걸로 허비하라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소속사 차원의 준비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바로 기존에 우리 축구부 멤버들이다. 스물 두 명의 멤버들을 보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이론이나 눈치게임에서 탈락한 건가? 그럴 리가 그건 예능이고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간단한 패스와 슈팅에서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방과 후 몇 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에이 설마...

 

 저 멀리에서 보이지 않던 다섯 명이 온다.

 

 "PC방 갔다가 왔쪄요."

 나를 보고 말하라고 카메라보고 귀여운 척 말고 하지만 안심이 되어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지어져 혼났다.

 머리 위 이모티콘이 더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멀리서 권태 형이 나를 노려본다. 아!

 

 "올 봄에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된 커플석 및 단체석,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3동 OOPC방 갔다가 왔구나?"

 

 더러운 인생......!

 

 "커스텀 수냉 PC 열대 보유."

 나는 호난도와 3초간 마주본 후 카메라를 응시한 후 외쳤다.

 

 "우리 실력을 의심해에에??"

 PPL이 끝난 후 갑자기 표독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박가후다. 아침드라마를 대체 어떻게 챙겨보는 거지?

 

 "축구선수 페르소나에 충실해라."

 방과 후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했지만 오늘은 1차 기본 오디션이라 기존 엘리트 선출은 빼줬단다.

 

 마추픽추 박 만득이나 반지성 그리고 전강태와 서부열이 여기 있는 건 오디션 보조였다. 원래 다 보조해야 하는데 쟤네들이 이탈한 거다.

 

 "선생님 삶이 힘들어 정독 독서실 좀 갔다가 왔습니다."

 구차한 PPL과 변명을 함께하지 마라!

 

 "소음 없는 공기청정기 보유, 습도 관리까지 쾌적하긴 하지."

 프로그래밍 된 것처럼 후원사 독서실 이름이 나오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대사를 쳐야 했다. 거듭 더러운 인생......!

 

 그래도 축구부 엘리트 선수를 제외하고 일차 합격한 스물 두 명 중에 진흙 속에 진주를 건질 수도 있겠다고 기대하게 만들 실력자들이 꽤 보여 여전히 이렇게 허비된 시간이 아까웠지만 하루를 버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덕배는 왜 오디션에 참여한 거지?"

 일차 합격한 스물 두 명의 명단을 보며 가장 당황스러운 건 회식 후 문자로 탈퇴 의사를 남긴 차덕배가 이번 프로축구 101에 참여한 것이다.

 

 권태 형 역시 선수 파악이 안돼 덕배를 알아보지 못했다. 덕배는 다시 온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주는데 지나치게 소심한 건가...오디션에 참가해 예능부터 본선까지 참여했다.

 

 그 말은 오프닝 때 킥미 업 단체 군무까지 연습했다는 거다. 일부러 즐긴 건가?! 편집된 영상을 통해 내가 덕배를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미스터리가 풀렸다.

 

 녀석은 나만 보면 몸을 숨겼다. 보는 즉시 통과였는데 왜 저러는 거야 대체...방금 눈이 마주친 덕배의 얼굴이 터질 듯 붉다. 머리 위 동그란 이모티콘 역시 빨간데 얼굴 양 볼이 부끄러워 한다.

 

 ***

 

 "이게 뭐야...?!"

 매일 학교에 갈 때마다 놀라게 한다.

 

 "반응이 너무 좋아 어제 새벽에 급하게 사람 불러서 꾸몄다."

 권태 형이 다가와 말한다.

 

 직원들을 불렀겠지. 하여튼 라커룸이 꾸며져 있었다. 선수들 라커처럼 꾸며놨지만 직사각형으로 쭉 뻗은 공간이 TV에서나 보던 군대 막사를 떠올렸다.

 

 "바닥도 인조잔디야. 쓸데없이 깔았어. 이곳에서 음모와 협잡, 시기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흐흐흐흐."

 권태 형이 말한 후 아차! 황급히 일곱 보 밖으로 대피했다. 재빨리 문을 열고 방송 시작을 알렸다.

 

 "돈 트라이 앳 홈."

 카메라맨이 들어오든 말든 권태 형에게 샤프슈터를 걸고 있었다. 스태프가 능숙하게 카메라를 보며 말한다.

 

 "우와, 진짜 선수가 된 거 같아요!"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라커룸에 들어오는 서른 세 명 선수들의 반응은 끝내줬다.

 

 -불쌍하다.

 >>이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바닥에 인조잔디 말고 천연잔디로 깔아라. 보태써라.

 >>사천 원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라커룸 바닥에 천연잔디를 깔 필요가 있을까...그래도 후원은 받는다.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사흘간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최종적으로 열 여덟 명을 뽑는다.

 

 왜 열 여덟 명을 뽑냐면 대회 엔트리 규정이 그랬다. 물론 부상도 있고 어떤 사정이 있을지 몰라 열 여덟 명보다 더 뽑아야 하지만 일단 맞추기로 했다. 어차피 해외 촬영 중인 기인혜 같은 추가 자원도 있다.

 

 "그것만은 안 된다!"

 엘리트 선수들 관두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실력자들은 빼주자고 했지만 다른 이들도 불만을 가질 필요 없을 정도로 적어도 이 축구부 안에선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는데 그러면 당연히 붙는 게 아니냐는 권태 형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전면적인 오디션이 시작된 이상 제로백으로 시작하는 건 맞다. 슬쩍 보는데 덤덤한 엘리트들과는 달리 방과 후 멤버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 보여줘라 너희의 능력들을!

 

 "으헙!"

 "이야압!"

 태권도가 아니니까 공 찰 때마다 기합 넣진 말고.

 

 '재윤아...쫄지마...'

 문재윤이 지나치게 긴장한 듯 보여 마음이 아팠다. 긴장을 푸는 것도 실력이다. 사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는 실력위주로 뽑는다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

 

 스물 두 명의 선수들이 몸을 풀고 기본 스킬 트레이닝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고급 스킬 및 오디션을 시작한다.

 그래도 기본 움직임부터 드리블 그리고 볼을 차는 것까지 확실히 다들 준수했다. 이 중에 현저하게 부족한 몇몇이 보였는데,

 

 -꺄아아악!

 -공은 선수에게 사랑은 나에게!

 

 현역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했다. 어차피 최종 선발 권한은 내게 있고 여기까지는 어떻게 허용이 되어도,

 

 -쟤는 빽이냐?

 -재벌가 헛발질?

 -현실 현질러인가보다.

 

 지켜보는 이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그래 조회수나 뽑아라. 그래서 놔두고 있다.

 

 그래도 응원 온 여학생들 덕분에 나머지 멤버들이 훨씬 더 집중해 열심히 하고 있었다. 순기능도 있어 저 탈락 1순위 아이돌을 패시브라 부르기로 했다. 이름따위 외우려고 해도 잘 외워지지도 않았다.

 

 그런데...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 아닌가? 저렇게 다양한 교복의 학교가 모두 쉴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우승할 확률??

 

 "그만해라!"

 "적당히 하세요 좀!"

 뭘 또 알아듣고 소리지르냐......

 

 모든 건 점수가 매겨졌고 언제나 테스트였다. 팀을 나눠 5:5 시합도 벌였다. 불꽃이 튄다. 어디에나 있는 카메라가 큰 동기부여가 된 듯 보였다. 이백헌이 뒤늦게 오며 더욱더 관중이 불어나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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