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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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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축구 101-진흙탕 속 다이아몬드
작성일 : 20-09-21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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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배야......"

 얼굴이 시뻘개진 덕배가 나를 보고 애써 눈빛을 피한다. 지금이라도 다이렉트로 뽑아도 되지만 그냥 놔뒀다.

 

 진짜 실력자라면 뽑히는 게 당연하다. 일주일 간 다른 선수들은 봤지만 덕배는 파악이 하나도 안 돼 지켜보려는 생각이다. 전석원에게 집중해서 보라고 지시했다.

 

 "우왓!"

 차 덕배가 장애물 드리블에서 모두의 이목을 끈다.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안정적인 드리블까지 압도적이었다.

 

 권태 형이 말하길 실제 국대 출신 코치에게 자문해 받은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자랑했는데 정말 어제의 난장판과는 다르게 훈련은 분명 선수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이렉트로 이미 선발된 열한 명도 함께 했다.

 

 덕배의 드리블을 보고 자극 받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 등번호 10번의 김진유는 자신이 입단한 첫 주에 오디션 프로축구 101으로 존재감이 가려진 게 못내 불만인 듯 보였지만 구시렁거리지 않고 집중해서 임했다. 확실히 최고 드리블러였다.

 

 언제나 볼거리가 제공돼야 하기에 정확히 데칼코마니처럼 중앙선을 기점으로 반대편에는 똑같은 훈련 코스에 예능이 도입되었다.

 

 "현직 방송국 예능 PD에게 자문 받았다!"

 권태 형이 칭찬해달라는 듯 말한다.

 

 골대 군데군데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슈팅을 해서 맞추면 보상과 패널티가 있어 슈팅 한번 하고 카메라 앞으로 가서 맞춘 팻말에 따라 행동했다.

 

 방금도 김 가을이 빗 맞춘 슈팅이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고추냉이 만두 팻말을 맞추는 바람에 카메라 앞에서 울며 먹방을 하고 있다.

 

 -울지 마라.

 >>이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고추냉이 만두 정말 매워...하지만 이 만두피의 식감은 무엇? 아...OO 2동 만둣집 장인의 솜씨구나!"

 이것까지 말해야 벌칙 완수다. 김가을이 콧물과 눈물을 찔찔 흘리며 앞에 적인 문구를 익는다.

 

 진지한 훈련보다 더 인기가 좋은 건 알고 있다. 그래서 반대편에서 훈련 중인 열한 명의 선수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 별걸 다 부러워 하네...

 

 그래도 효과는 있다. 대번에 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코 파고 있던 한 선수가 월드컵 토너먼트 승부차기 다섯 번째 선수처럼 비장한 눈빛을 띄기 시작했으니까.

 

 "OO사거리 오른쪽 코너에 위치한 가전 제품 매장에서 파는 다리미다!"

 앞에 적인 글을 읽으며 다리미를 들고 좋아한다.

 

 "이 백헌 제발 벌칙 말고 PPL 상품 팻말을 맞춰 줘!"

 확 저리 안 가냐?! 권태 형이 이 백헌 차례에 대놓고 소리지른다. 그래도 백번 이해하기로 했다.

 

 "저건 아니지!"

 하지만 끝내 분노하게 만들었다.

 

 팻말 패널티킥이 끝난 후 눈을 가리고 공을 찾는 오디션이 아닌 순수 예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밌다ㅋㅋㅋ

 -매력있는 축구부

 -빵 터진다!

 

 예능 PD가 능력이 있긴 하다. 접속자와 채팅창이 폭발한다. 물론 선수 선발엔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니까...그냥 돌아왔으면 됐잖아."

 눈을 가리고 잔뜩 겁먹어 눈 앞의 공을 놔두고 뒤돌아 헛발질하는 덕배를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

 

 "오오! 잘 되고 있어."

 수요일 스물 두 명의 둘째 날 훈련이 종료된 후다. 라커룸 밖에 있는 권태 형이 몰래 안을 바라보며 흥분하고 있다. 카메라맨도 당연히 있다. 형 변태야? 놀라게 해주려다 몰래 바라봤다.

 

 "거기에서 패스했으면 됐잖아!"

 "너 이새끼 아까 태클 심하더라!"

 

 권태 형이 바라고 또 바라던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둘째 날부터는 개인 스킬 테스트보다는 3VS3, 5VS5 팀을 나눠 대결했기 때문이다.

 

 "야, 뜨거운 물 한정돼 있다."

 그 말에 싸움을 멈추고 우르르 간다. 왜 거짓말 했어 왜! 권태 형이 원망스레 나를 주먹으로 친다.

 

 -찬물로 샤워하라고 하지마 내 어렸을 적 생각난다.

 >>삼십 만원 후원이 감사합니다 -팡파레-

 

 "너...? 너...!"

 의도한 건 아니다. 권태 형이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샤워 후에 간단히 과자를 준비했다. 다 먹고 남은 거 싸가도 된다고 했다. 언제 싸웠는지 샤워 후 모두 감정을 식히고 과자 앞에 모두 즐거워 한다. 물 없이 먹어야 했지만.

 

 "역시 대단하다!"

 문재윤은 압도적이었다. 재윤아 긴장해...너 간당간당하다. 속으로 애가 탔다.

 

 ***

 

 프로축구 101 스물 두 명을 선발하고 사흘째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번 주 짜둔 훈련을 통째로 미루게 되었지만 몇몇이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아니 그냥 괜찮은 게 아니라 이 오디션을 열어줘서 고맙다고 권태 형에게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진흙탕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말하면 괜히 으스댈 게 뻔해 꾹 참고 있다.

 

 이 백헌

 

 인기 만점 현역 아이돌 그룹 멤버다. 내게 매일 다가와 구십 도로 인사하는 여전히 이름도 몰라 패시브라 부르는 아이돌과 달리 진짜배기였다.

 

 솔직히 인기가 끝내주는데 무슨 효과를 누리려고 오나 했지만 선출이었다. 오디션 영상과 이틀간 지켜본 능력은 전국 레벨을 넘었다.

 

 오른발 스페셜리스트로 왼발잡이 드리블러 배일도를 오른쪽으로 돌려 안쪽으로 침투해 슈팅을 하게 계획한 지금 클래식 윙어까지 왔으니 전술에 다변화가 가능했다.

 

 왼쪽에도 BJ 꿈나물 S랭커 김진유가 있는데, 언제 튈지 모르고 워낙 공격 재능이 뛰어나 쓰리톱 공격수나 안쪽으로 집어 넣어도 됐다. 그러면 이백헌이 있을 때 배일도를 원래 포지션인 왼쪽 윙으로 넣어도 된다.

 

 이 백헌은 정말 우리 팀을 위해 뿅하고 나타났다고 자기류의 해석을 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엘리트 축구 선수 출신이다가 아이돌 준비를 하며 예술고에선 아예 축구부에 입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끔 놀 듯이 축구를 했다는데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전석원이 구해준 중학교 1학년 때 영상을 봤는데 흥분하게 만들었다.

 

 곱상하고 밥도 떠먹여줄 것처럼 호리호리한 미공자 스타일인데 빨빨거리며 수비 가담도 헌신적으로 했고 터프하게 몸싸움하고 감정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저 오른발 능력이었다. 직접 프리킥도 가능했다. 오른발만 능력만 따지면 우리 축구부 최고인 호난도보다 뛰어났다.

 

 이번 프로축구 101은 꽤 관심도가 높았는데 아이돌인데다가 실력이 워낙 높아 일부러 감췄다가 지금 내놨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나 역시 권태 형이 나를 놀라게 해주려고 이제 투입했나 물어보고 싶을 정도니까.

 

 그리고 또 한 명은 오디션 내내 락 스플릿을 보여주겠다고 소리치던 민용래였다. 미췬,놈이 월요일 오디션에서 난데없이 밴드 공연을 벌였는데 그냥 재미있게 보고 말았다.

 

 내 모교이자 예술고이니 저런 끼를 발산하고 홍보하는데 불만은 없었다. 관종은 넘치니까. 그런데 화요일 스물 두 명 안에도 들어가 얘도 패시브 아이돌처럼 뭐 흥 돋우는 역할인가 했는데,

 

 "나이스 캐치!"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 아니면 전체를 장악하는 미드필더가 되고 싶어하는 오디션 지원자들과 다르게 용래는 무려 키퍼 자원자였다.

 

 사실 우리 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키퍼다. 어디서 데려올 수도 없고 내부에서 키워야 하는데 키퍼만큼 중요한 포지션이 없기 때문이다.

 

 전석원과 논의 후 마추픽추 박 만득을 키퍼로 두지 않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집중 조련 시키기로 한 상황에서 공준호외엔 대체자가 없었다.

 

 그 와중에 적극적으로 다이빙하며 공을 막아내는 모습이 더 없이 기뻤다. 공준호가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성 넓은 시야가 있다면, 락 스프릿이 넘치는 민용래는 순간적인 반사신경이 좋았다.

 

 "이야야야야야! 너 빨리 안 들어오냐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엄청난 발성으로 선수들을 조율했다.

 

 "원래 드럼을 쳤다. 왜 드럼을 쳤냐면...드럼은 야구의 포수처럼 모든 걸 조율하기 때문이닥!"

 그런데 이 새끼는 왜 반말이지...선생 이전에 선배야 자식아!

 

 "그거시 락 스플릿이다!"

 얘도 신기있네. 상대하지 말아야겠다...잔잔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고음을 내질러 깜짝 놀라게 만든다.

 

 주전 키퍼가 전학가고 이후 만득이가 보다가 필드 플레이어로 다시 전환시키며 공준호가 주전이고 세컨드가 없는 상황 한 명은 반드시 필요했다. 민용래가 끝까지 살아남길 바랐다.

 

 *

 

 간단한 몸풀기 후 결성된 팀끼리 잠시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스물 두 명 열한 명씩 딱 두 팀이지만 포지션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여덟 명씩 세 팀으로 30분제로 각 팀당 두 게임씩 벌이는 최종 시합이었다.

 

 민용래가 있는 팀을 제외하곤 키퍼가 없어 만득이와 공준호가 수고해주기로 했다. 나머지 모자란 수 역시 다이렉트 승격 선수들이 땜빵에 들어갔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다르다. 선발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최종 승부 앞에 양보가 없겠지. 나도 따라 두근거렸다.

 

 "이 백헌!!"

 이 백헌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불린다. 패시브라 불리는 아이돌과 곱상하게 생겨 연애 기획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는 한 선수의 이름도 드문드문 불린다.

 

 경기가 시작된다.

 

 "이 XXX이!"

 "뒤질라고!"

 

 시작되자마자 거친 태클 후 서로 싸운다. 야구도 아니고 벤치 클리어링처럼 서로 모여서 몸싸움을 벌인다.

 

 "이것 때문에 이 돈을 들였다!"

 권태 형이 좋아죽으려고 한다. 권태 형 때문에 심판이 눈치를 보며 말리지도 못한다.

 

 긴장하고 정말로 들고 싶어선지 날이 서있다. 의외의 상황이었다. 나는 말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을 지켜보는 중이다.

 

 -싸우지들 마라!

 -싸워라!

 >>3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욕 배틀 말고 화끈하게 주먹다툼.

 -미성년자들이란 걸 잊지 마라!

 >>1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채팅창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어차피 급조된 팀들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사전에 얘기하지 않았다. 이기면 가산점이 붙는 줄 알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전석원이 이미 개개인의 실력을 파악해 내게 넘긴 상태. 그렇기에 나는 얼마나 저 선수가 팀 케미에 맞는지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봤다.

 

 "나한테 패스하라고!"

 저 봐라 아크서클 부근에서만 어슬렁거리며 같은팀이 볼 잡는 순간 패스하라고 소리치는 저 탐욕적인 공격수를 계속 공을 받자마자 슈팅만 날리며 끝내 골을 성공시켰지만 나는 전혀 선발할 생각이 없다. 이름조차 기억할 생각이 없다.

 

 저기 드리블이 좋아 공을 빼앗기지 않는 저 미드필더 역시 마찬가지다. 시야가 좁고 공을 빼앗기는 순간 허리에 손을 짚고 지켜보고 있다. 혼자 축구를 하는 선수들은 필요가 없다.

 

 "끝나고 보자."

 틈만 나면 발끈하는 수비수 역시 마찬가지. 투지 좋은 선수로 포장될 수 있지만 사실 인내심이 없는 거다. 저런 다혈질...단판 토너먼트에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나는 녹화 편집된 영상 중에 라커룸 난동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다. 성향 파악을 위해서다. 꼭 실력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내내 흥분 중인 저 선수는 라커룸 난동 때도 가장 앞서 있었다. 케미를 해칠 선수다.

 

 -쟤는 왜 저리 화가 나 있냐?

 -처음엔 터프하다고 생각했는데 짜증난다.

 

 채널 구독자들도 비호로 돌아설 정도니까.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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