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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deye : 살인자가 된 엠마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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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e past_(2)
작성일 : 20-09-21     조회 : 478     추천 : 0     분량 : 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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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Εμμανουήλ~~~

 

  “우오오! 아빠! 저기 슈크림 가게!!”

 

 필의 가족을 태운 기차가 나가노시를 접어 들어 그들의 고향마을 역 가까이에 접어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동네는 예상했던 대로 변함이 없었다.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의 희미하게 보이는 만년설도 여전했고, 아담한 동네를 감싸는 초목들은 초가을의 정취를 뽐내고 있었다.

 

  “여긴 아직 단풍이 다 물들 진 않았네. 역시 나가노다.”

 

 엄마는 나가노의 가을을 못보고 가는 것이 퍽 아쉬운 모양이었다.

 

  “もうすぐここも赤く染まるだろう。”

 

 아빠는 이제 곧 이곳도 빨갛게 물들 거라며, 30년 세월을 보냈던 그곳의 가을을 그려보는 듯 했고.

 

  “우리 집이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아빠가 정원에 세운 아치도 그대로 있어!”

 

  “그러네? 새로 이사 온 사람 맘에도 들었나 보다. 잘 됐다.”

 

 집 앞에 흐르는 강가 위를 지나자 필의 엉덩이가 절로 들렸다.

 

 발아래 내려 둔 책가방을 둘러메고, 자루에 담아 둔 축구공도 품에 안고 자리를 나온 필이 말했다.

 

  “집에 오니까 다시 젠(然)이 된 느낌이야. 카네다 젠!”

 

  “久しぶりだね、然(ぜん)ちゃん。”

 

  오랜만이네, 젠짱.

 

 아빠도, 엄마도 젠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히사시부리!”

 

 축구공을 번쩍 들어 폴짝 뛰어 보이는 꼬마 필은 마치 몬마 모토키의 만화 <바람의 축구신동> 주인공 이도 같았다.

 

 사람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물들 라는 의미로 아빠가 지어 준 ‘젠’이란 이름처럼 참 잘 자란 소년의 모습에 부모는 마냥 흐뭇했다.

 

 아, 필의 한국이름 ‘김 필(必)’은 그의 아빠 이름인 필승에서 한 자 따낸 것이었다.

 

 일본에서 쓰던 젠이란 한자는 여동생 연(然)이 가져갔고, 엄마 이름인 나연의 한 글자였다.

 

 부모의 넘치는 사랑으로 지어진 이름들처럼 세월에 무난히 스며들 듯 예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

 

 필의 조부모들은 일본을 떠나던 2년 전, 여름에 돌아가셨는데 손주손녀를 보물처럼 아끼시던 분들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젠이 왔어요.”

 

 기차에서 내린 셋은 동네 어귀에 자리한 공원 내에 가족 묘지부터 찾았다.

 

  “아버님, 어머님. 작년엔 못 찾아 봬서 죄송했어요. 연이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두 분 기일 챙기는 것도 깜빡했지 뭐에요.”

 

  “아, 우리 연이. 두 분이 지켜주셨죠? 덕분에 수술도 잘 받았고, 지금은 회복도 잘 하고 있어요. 곧 예전처럼 건강해질 거예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보물처럼 지켜주세요.”

 

  “아리가또. 오바아짱, 오지이짱.”

 

 선천성심장질환으로 올해 초 수술을 받았던 연이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여간 아쉬운 필이었다.

 

  “할머니랑 할아버진 좋겠다. 하늘에서 우리 맨날 볼 수 있어서. 연이랑 나는 사진으로 밖에 못 보는데, 쳇. 치사해.”

 

  “후후.”

 

  “아! 내일 아빠 생일파티 할 건데 그것도 보고 계실거죠?! 음, 그럼 오늘 밤이랑 내일 밤은 내 꿈에 오기! 약속!”

 

 필이 짤 뚱한 새끼손가락을 비석 가까이 대곤 요리조리 흔들어 보였다.

 

 돌아가신 날보다 한 달 늦은 성묘를 끝낼 기미가 보이자 슬슬 눈치를 보는 필이었다.

 

 소꿉친구 나오키와 축구 한 판 할 생각에 벌써부터 발바닥이 근지러운지 축구공을 넣어 둔 자루 줄을 붙잡고 통통 공을 튀기기 시작했다.

 

  “어휴, 참. 널 누가 말리니? 얼른 가서 놀아.”

 

  “앗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쏜살같이 공원을 달려 나가는 필을 향해 엄마가 외쳤다.

 

  “해지기 전에 성당으로 와!! 젠?!!!!!”

 

  “하이!!!!!”

 

 멀찍이서 크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대답을 한 필의 모습이 사라져버린 건 무려 3초도 안돼 서였다.

 

  “하하하, 녀석 참.”

 

  “이쪽만 닦아드리고 우리도 가요, 여보.”

 

  “그래, 그러자고. 수녀님도 기다리다 지치셨겠네.”

 

 묘지의 세척을 위해 들고 온 물통에 남은 물을 들고 비석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는 부부였다.

 

 

 

 Εμμανουήλ~~~

 

  한국인 수녀 가브리엘은 1990년 4월 초 벚꽃이 만개하기 전, 나가노현 내에 있는 성요셉성당에 왔다.

 

 그 당시, 대한민국 가톨릭 수도회와 일본 수도회가 연합하여 새로운 성서모임단체를 만들었는데 그 발족식이 이곳에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레고 부푼 마음을 안고 성당으로 향하던 길에서 ‘아이’를 만났다.

 

 청량하고 고매한 초록빛을 내는 왼쪽 눈동자는 ‘페리토트’라는 보석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했다.

 

  “페리토트는 이브닝 에메랄드라고도 한단다. 아주 사랑스러운 별명이지? 페리토트는 달빛에 비추어 볼 때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해. 그리고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어둠과 공포... 악몽으로부터 지켜주는 진귀한 보석이란다.”

 

 그리고 어딘가 애달프면서도 고즈넉한 붉은 빛을 내는 오른쪽 눈동자는 세상 그 어떤 보석에도 견줄 수 없을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다.

 

 그 눈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으니 첫 만남엔 그저 너무나도 성스러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생각했다.

 

  “그래... 아이야, 너의 이름은 엠마로 하자.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임마누엘처럼 너의 신비로움으로 세상을 밝게 비춰주렴. 주님께서 늘 너와 함께 하실 것이니.”

 

 첫 만남의 끝은 떠올릴 때마다 기쁨과 환희에 미소가 절로 일었지만 그 시작은 가히 처량한 슬픔이었다.

 

 고속도로 위를 열심히 내달리던 버스가 잠시의 휴식을 위해 멈춰선 곳, 도로 위 휴게소 화장실.

 

 쏴아아아-

 

 가브리엘 수녀는 손을 씻고 있었는데,

 

 바스락, 바스락.......

 

 불현 듯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뭐지? 누가... 있나?”

 

 소리에 놀란 건 손을 씻기 시작했을 때 나간 사람이 마지막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작디작은 휴게소라 관광객도 별로 없었고, 화장실을 찾은 승객들은 대부분 같은 버스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었으니.

 

 바스락, 바스락.

 

  “.................”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리의 근원지인 곳의 문을 열자,

 

  “꺄!!!”

 

 변기 위에 검은 비닐봉지가 스스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유기하는 사건사고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수도생활을 하면서 여러 고아원을 다녀봤던 터라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심스레 봉지에 손을 대본 가브리엘은 이내 안색이 창백해져 비틀거렸다.

 

  “대체 누가......”

 

 갓 태어난 것도 아닌 듯 보였던 건 아이의 외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깨끗했기에.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며칠은 품에 품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니!

 

 얼른 아이를 꺼내 안아 들었더니,

 

  “우웅.......”

 

 하품을 하려는 아이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 순간, 둘 사이가 운명임을 알려주려는 듯 형광등 불빛이 깜빡였다.

 

 눈이 부셨는지 고 조막만한 손으로 눈을 가린 아이가 이내 가린 손을 치우며 눈을 떴다.

 

  “어머.... 눈이.......”

 

 아이의 동공에 수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칠 정도로 맑은 초록색 눈동자였다.

 

  “까르륵!”

 

 눈동자만큼 맑은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를 품에 꼬옥 안은 가브리엘 수녀가 읊조렸다.

 

  “주님, 감사합니다.”

 

 삽시간에 온몸에 퍼진 따스한 온기에 놀랐는지 아이는 다시금 두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번쩍 다시 눈을 떴을 때,

 

  “................”

 

 가브리엘 수녀는 말을 잃고 말았다.

 

 오드아이(Odd-Eye)

 

 홍채 세포의 DNA이상으로 인한 멜라닌 색소의 농도 차이로 생기는 ‘홍채 이색증’ 현상.

 

 유전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외상으로 인한 약물투여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던데.

 

 보통 과다 색소 쪽의 눈은 짙은 갈색을 띠고, 과소 색소 쪽의 눈은 푸른색을 띤다고 들은 적이 있었지만 아이는 그 현상의 범주를 완벽히 벗어난 오드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가브리엘 수녀는 그 신기하고 묘한 힘에 이끌린 듯 아이와 함께 도착한 성요셉성당에 정착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엄마 늑대가 한 쪽 귀를 쫑긋 세우고 말했습니다. “뭔가 이리 오고 있어요. 조심해요.”

 

 덤불 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자 아빠 늑대는 몸을 낮추고 덮칠 자세를 취했습니다.

 

 다음 순간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아빠 늑대가 날카롭게 소리쳤습니다.

 

 “사람이야! 사람의 새끼야. 이것 좀 봐!”

 

 아기는 아빠 늑대를 빤히 쳐다보더니 까르륵 웃었습니다.

 

 남장한 소녀처럼 짧은 곱슬머리의 일곱 살, 엠마가 물었다.

 

  “안 무서웠어?”

 

 엠마의 머리맡에서 ‘정글이야기’를 읽어주던 가브리엘 수녀가 답했다.

 

  “무섭기는. 하나도 안 무서웠지.”

 

  “거짓말.”

 

 이불을 훽 뒤집어쓰는 엠마가 그 속에서 중얼거렸다.

 

  “수녀님은 맨날 거짓말만 해.”

 

  “정말이란다. 엠마의 눈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눈이었어.”

 

 눈을 감은 채 스윽 이불을 눈 밑까지만 내려보였다.

 

  “그치만.....”

 

 가브리엘 수녀가 엠마의 오른쪽 눈을 살포시 가려주었다.

 

  “엠마, 눈 떠도 돼.”

 

 ‘악’을 가려준 손길이 두려움도 가려주는 듯해서 눈을 뜰 수 있던 엠마였다.

 

 왼쪽의 초록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을 띠었다.

 

  “좋은 거. 예쁜 것만 보렴.”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아이를 달래는 가브리엘 수녀가 가려줬던 오른쪽 눈의 시야도 밝혀주었다.

 

  “네... 엄마.”

 

 새빨간 눈동자. 그것이 보는 것의 실체를 알게 된 건 엠마가 네 살이 되던 해였다.

 

 아침 미사시간에 맞춰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오던 연인을 보고선 이렇게 외쳤다.

 

  ‘수녀님! 저 오빠!.... 언니!.......’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듬더듬 하다가 결국엔,

 

  ‘あのお兄さんがお姉さんを殴りました! 昨夜公園で殴られたよ!!’

 

  저 오빠가 언니를 때렸어요! 어젯밤에 공원에서 때렸어!!

 

 어떻게든 남자의 악행을 까발리고, 여자의 불행을 막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만약, 여자가 엠마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 흑!! 으흐흑!!!!!!’

 

 남자의 손을 뿌리치더니 그대로 웅크리고 앉아 펑펑 눈물을 쏟다가,

 

  ‘助けてください!あの男が私を殺そうとしています!’

 

  살려주세요! 저 남자가 날 죽이려고 해요!

 

 가브리엘 수녀에게 매달려 간절한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남자는 기어이 흉기를 꺼내들었다.

 

  ‘꺄아아아악!!!’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용기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가브리엘 수녀의 시름은 깊고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도 엠마는 그 빨간 눈동자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저지른 악행을 고발했다.

 

  ‘수녀님... 저 아줌마, 아까 편의점에서 거스름 돈 더 받았는데 안 돌려줬어요.’

 

 아주 사소하고, 사소한 것까지 세밀하게 ‘악(惡)’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엠마는 제 풀에 지쳤고, 겁을 잔뜩 먹어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었다.

 

  “더 읽어주세요.”

 

  “그래.”

 

 다시 펼친 정글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을 방 안에 틀어박혀 홀로 상상만하는 세상에 빗대어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끼이익-

 

 방문이 열리고, 그 아이가 뛰어들었다.

 

  “엠마 누나!”

 

  “요셉이다.”

 

 성요셉성당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 중인 한 살 어린 남동생 요셉이었다.

 

 쿵!

 

 다짜고짜 엠마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요셉의 머리통과 엠마의 초록 눈이 부딪히고 말았다.

 

  “아아.....”

 

  “요셉!!! 엠마, 괜찮니?”

 

 엠마는 욱신거리는 눈가를 어루만지다 가려버리고 마는데,

 

  “!!!!!!”

 

  “...........”

 

 엠마의 빨간 눈동자에 요셉의 불안한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요셉이 너...”

 

 요셉의 주위에 피가 물 드는 듯, 붉은 연기가 아이를 감쌌다. 그리고 엠마는 보았다.

 

  ‘왜..... 그걸 훔쳤어?...’

 

 요셉은 무언가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을 슬그머니 뒤춤에 숨기면서,

 

  ‘쉿.’

 

 왼쪽 눈을 가리고 있는 엠마의 손을 거둬내곤 씨익 웃었다.

 

  “예쁜 것만 봐,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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