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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살벌했다.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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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민입양아 강...태백입니다.
작성일 : 20-09-22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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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입양아 강...태백입니다.>

 

 

 

  15년 째 같은 악몽을 꾸고 있다.

 

  ‘안... 돼.. 태백아.... 절대.. 나오지.. 마.....’

 

 양어머니는 ‘인자함’이라는 열매를 먹고 사는 분이셨다.

 

  ‘태백.... 아....’

 

 열네 살 태백은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눈동자만 보이고 있었다.

 

  ‘나오면... 안... 돼...’

 

 양어머니가 힘들게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엄마....’

 

 검은색 트렌치코트에 은색 하이힐을 신은 여자에게 안겨 피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태백아, 아빠 염색 좀 해줄래?’

 

 점심때만 해도 새치가 머리카락의 절반을 덮었다고 투덜대면서 염색약을 건네던 양아버지였다.

 

  ‘제대로 잘 바르면 용돈 준다!’

 

 만 원짜리 지폐로 옆구리 콕콕 찌르며 태백을 꼬이기도 했다.

 

  ‘아... 빠....’

 

 그는 입양신청 서류 한 장을 손에 움켜쥐고 검붉은 피 웅덩이 위에 쓰러져 있었다.

 

  ‘아빠!.... 엄마...!!’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소리를 죽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또각, 또각, 또각......

 

 코트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양어머니의 피가 은색 하이힐 앞코에 묻었다.

 

  ‘!!!!!!!!!!!’

 

 태백은 양부모의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눈을 질끈 감았다.

 

 탁, 하고 방문을 미는 소리가 들렸다.

 

  ‘오지 마.....’

 

 이어 또 그 음산한 구두소리가 들렸다.

 

  ‘오지 마...!’

 

 침대 앞에서 멈춰 선 은색 하이힐에 새까만 머리카락이 닿았다.

 

  ‘보지 마!!!!’

 

  “헉!!!!........ 하아.. 하.....”

 

 악몽에서 깨는 아침은 한 겨울에도 쪄죽는 기분이었다.

 

 한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치솟는 요즘 같은 계절엔 정말이지.

 

  ‘하아.... 차라리 죽여라.’

 

 기상과 동시에 찬물 샤워는 필수인 여름 날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웬 샤워라니?”

 

  “엄마?”

 

  “거실에 에어컨 켜놨으니까 머리 잘 말리고 나와, 감기 안 들게.”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샤워 룸 앞을 떠났다.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브라운톤 살짝 감도는 머리카락을 털면서 주방에 들어선 태백이었다.

 

  “머리 말리고 나오라니까.. 하여간 부자가 쌍으로 청개구리들이야. 어머, 얘. 옷이 없니? 그런 거 입고 자는 거야?”

 

 태백은 후줄근한 옷을 걸쳐도 모델 같아 보였다.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이거 마셔 봐. 이번에 새로 공수한 원두라는데 목 넘김 전에 살짝 감도는 신맛이 일품이라더라? 마셔봤는데 엄만 모르겠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상큼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

 

  “Thank you, mom.”

 

 60대 초반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동안인 그녀는 태백의 엄마, 진주였다.

 

  “어때?”

 

  “나도 모르겠는데요.”

 

 그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중견탤런트였다.

 

  “모닝커피 챙겨주자고 오신 건 아닐 테고. 뭔데요? 아버지랑 또 싸우셨어요?”

 

  “싸우기는. 얼굴도 안 보여주는데.”

 

 햇병아리처럼 토라지는 모습도 귀여웠다.

 

  “아이고, 우리 마나님. 아버지 아니어도 엄마 사랑해주는 사람들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렸잖아요.”

 

  “너도?”

 

  “헐. 뭘 또 그리 당연한 말을 굳이?”

 

 삐친 연인 달래듯 뒤에서 살포시 그녀를 감싸 안은 태백이었다.

 

 그를 향해 휙 돌아선 진주가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

 

  “뻥치지 마. 그런 놈이 생전 엄마한테 사랑한단 말 한 마디 안 해?”

 

  “배고파요. 간만에 엄마가 해주는 스크램블 먹고 싶은데 콜?”

 

  “.... 콜.”

 

 태백이 진주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돌아섰다.

 

 운동장만한 거실로 들어서 소파에 몸을 맡기고 TV를 켜는 모습이 세상 태평한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신수그룹이 출판업계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신수그룹은 신수건설로 시작해 패션, 전자, 식음료에 이어 엔터사업까지 확장해 연예계까지 평정한 화려한 이력을 갖춘 기업입니다.”

 

  “하루라도 뉴스에 안 나오면 세상이 무너지는가 보네... 망할 신수.”

 

  “강 태백. 다 들린다?”

 

  “들으라고 한 소린데요.”

 

 앵커의 보도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룹의 실 대표인 강신수 회장은 이번 사업 확장이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신수그룹의 사업 확장 발표 선언과 함께 증권가 또한 들썩이고 있는데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신수그룹 내 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입니다.”

 

  “책 몇 권내더니 재미 들리셨나...”

 

 화면을 씹어 먹을 듯 노려보던 태백이 채널을 돌리며 불만조를 읊조렸다.

 

 돌아간 채널에선 신수그룹 회장 강신수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문화 전반에 걸쳐 웹툰, 웹소설, e-book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출판 사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그것들이 영상매체에 끼치는 영향 또한 가히 태풍 같다고도 할 수 있죠. 저희 신수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드라마, 영화를 기획할 때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고요. 그러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그룹 자체에서 원작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니 아버지 자서전 낸다더라.”

 

  “자서전이요? 하!.... 별.. 당신이 무슨 정주영이라도 되는 줄 아나.”

 

  “얘가! 요 입!.. 말 좀 예쁘게 하자, 아들?”

 

 TV 전원을 꺼버렸다.

 

 태백의 앞에 스윗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맛깔난 스크램블 한 접시가 놓아졌다.

 

  “잘 먹겠습니다.”

 

  “너 언제까지 이러고 놀기 만 할 거니?”

 

  “노는 것도 일이에요.”

 

  “그러지 말고 회사 나가서 일 배워. 이번에 작은 출판사 하나 인수했다는데 거기서,”

 

  “엄마.”

 

  “어.”

 

  “케첩 너무 많아요. 시다, 쫌.”

 

  “그래서 뭐? 안 먹겠다고?”

 

  “설마요.”

 

 우걱우걱 잘도 퍼먹을 거 뭐 하러 볼멘소릴 하는지.

 

 회사와 관련 된 일은 화젯거리 삼고 싶지 않다는 뜻인데 진주는 티끌만큼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커피매장 하나 맡아서 출퇴근만 하래도 싫대고, 들어와서 자리만 채우래도 싫대고. 어휴... 내가 진짜 속이 타, 속이. 알어?”

 

  “형이 잘 하고 있잖아요. 제가 회사 나가면 그 파장을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문득 지난 날 짜증이 확 치미는 일이 떠올라 잠시 숟가락질을 멈췄다.

 

  “벌써 까먹으셨어요? 고작 열네 살 밖에 안 된 애한테 회사 이사진들이 뭐라고 숙덕거렸는지.”

 

  “태백아.”

 

  “입양절차서류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후계구도가 어쩌고, 재산상속이 어쩌고. 저 그때 민증도 없던 중2였어요. 신수그룹에 입양됐다는 이유만으로 온 국민이 내 이름을 알고, 나에 대해 왈가왈부 떠드는 거... 숨쉬기도 거북할 만큼 기분 더러웠다구요. 아시잖아요? 엄마도 배우니까.”

 

 뱃속으로 들어간 스크램블이 제멋대로 뒤섞이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체기에 명치를 쳐대는 태준이었다.

 

 그에게 물을 건네는 진주가 말했다.

 

  “남들이 뭐라 건 너만 아니면 그만 인거야. 엄마도 봐? 회장 꼬신 꽃뱀이네 뭐네 소리 들어도 당당하게 연기활동 하잖아? 왜? 사랑해서 결혼했단 사실이 늘 힘을 주거든.”

 

  “엄마가 그렇게 힘내고 있다는 거 아버지가 눈곱만큼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잘 먹었습니다.”

 

  “태백아.”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백을 붙잡는 낮게 깔린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체기를 더 했다.

 

  “너 이러는 거.. 성준이 때문이니?”

 

 강 성준.

 

 그는 진주의 아들이자 태백보다 다섯 살 많은 친형이었다.

 

  “형도 회사 이사들하고 다를 거 없었어요. 아버지가 저 입양하자마자 태준으로 개명 신청하겠다고 했을 때.. 그 서류 제 눈앞에서 찢어발겼어요.”

 

  “그건... 그땐 성준이도 어려 뭘 몰라서 그런 거잖니?”

 

  “어렸다? 그쵸.. 스물도 어린 나이죠. 지금은 좀 컸대요? 그땐 집 나갔었는데.. 지금은 회사 안 뛰쳐나갈 만큼 컸냐구요, 강 성준.”

 

  “동생이 회사 나와 일 도우면 저도 좋은 거지. 나가긴 왜 나가? 지가 나가봐야 어딜 나가?”

 

  “하루아침에 재벌가 차남 된 입양아의 가면을 쓴 첩 자식. 그런 놈이 회사에서 뭔 파란을 일으킬 줄 알고 자꾸 이러세요?”

 

  “강 태백.”

 

  “온 국민이 기대하는 신수그룹 후계자 전쟁이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엄마가 원한다면야 못 할 것도 없는데, 난.”

 

  “............”

 

  “조심히 가세요.”

 

 대충 인사를 건네고 휘적휘적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주는 고개를 푹 떨구고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욱!...... 하아....”

 

 간만에 먹은 엄마의 스크램블을 죄다 게워 냈다.

 

 다 지친 심신을 식은땀 덜 마른 침대 시트에 던지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

 

 눈을 감으면 지나간 날들이 더욱 선명해지곤 했는데 오늘 같은 날은 더욱이 그랬다.

 

 마치 어제 일처럼 아주 아주 선명하게.

 

  “평소에 아버지로부터의 학대가 어느 정도로 심했니?”

 

  “학대 같은 거 없었어요. 우리 아빠... 제가 학교에서 싸우고 올 때마다 사내놈이 함부로 주먹 쓰면 감빵 말곤 갈 학교도 없다고... 불의를 봐도 참고 차라리 맞으라고.. 맞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시던 분이에요. 그런 분이 학대는 무슨 학대!...”

 

  “보니까 등이며 팔, 다리며.. 멍도 있고, 상처도 있던데.”

 

  “말했잖아요! 학교에서 애들하고 싸웠다고!! 나한테 말 같지도 않은 거 물을 시간에 우리 아빠랑 엄마 죽인 그 여자 잡아 달라구요!!”

 

 양부모는 분명 살해를 당했는데 다음 날 신문에도 뉴스에도 오보가 들끓었다.

 

  ‘잘못된 입양이 불러 온 부부의 파멸’

 

 기사의 타이틀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태백이었다.

 

  “피해자 강군의 입양은 양어머니의 일방적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살던 집 앞에서 보도 중인 여기자의 모습에 눈물이 맺혔다.

 

  “강군의 입양을 반대했던 양아버지 김씨는 강군이 집에 온 이후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가하기에 이르렀는데요.”

 

 가정폭력을 형상하는 그림이 뜨고,

 

  “양어머니 이 모씨는 강군을 지키려다 도리어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모든 뉴스보도의 끝은 사건이 있어났던 거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상은 소설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댔고,

 

  “버려진 강아지를 주워 다 키우려고 할 때도 가족들한테 동의를 구하고,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잖아요? 그게 기본 아니에요? 하물며 고아는 사람인데! 어떻게 엄마 한 쪽만 맘에 들면 된다고 덜컥 입양을 보내요, 보내길! 기본이 안 돼 있는 거잖아요?!”

 

 막장드라마의 소재로나 쓰일 법한 스토리에 온 국민이 보기 좋게 속고 있었다.

 

  “이곳은 강군이 부부에게 입양되기 전 잠시 머물렀던 강북의 한 성당 고아원입니다. 보시다시피 지금은 잠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인데요. 세상에 버려졌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되어 줄 부모를 결정함에 있어 부와 모.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는 신중함을 보였더라면 이와 같은 참혹한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요?”

 

 팩트는 무시한 채 비난만을 일삼고,

 

  “현재 강군은 가정폭력피해아동보호시설에 머물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군이 따뜻한 부모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을 그날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졸지에 양부모에게까지 버려진 태백을 구원해줘야 한다며 청원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러던 중, 태백 앞에 그가 나타났다.

 

  “왔다! 강 회장님! 지금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해주십시오!”

 

  “..........”

 

 그는 태백을 향해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네가 태백이구나.”

 

  “누구... 세요...?”

 

  “이제부터 너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다. 지금까지 네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 이 강신수가 책임지고 다 보상해주마.”

 

  “아...빠...?”

 

  “그래. 내가 너의 아빠가 되는 거야. 우리... 잘 지내보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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