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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전속 파티셰가 되었습니다
작가 : 호두과자
작품등록일 :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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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_만남(2)
작성일 : 20-09-22     조회 : 317     추천 : 1     분량 : 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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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자의 전속 파티셰가 되었습니다

 

 4화. 만남(2)

 

 

 아무리 체면을 중시하는 황족이래도 그렇지…. 쪽팔리다고 넘어진 사람을 버리고 가다니.

 로지의 말에 나는 황태자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레이디가 넘어졌는데 쏜살같이 도망가다니…. 정말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정말…. 도망치는 걸 봤어요?”

 “네. 아주 화들짝 놀라 기함을 하며 뛰더라고요.”

 

 로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정말로 눈앞에 광경이 펼쳐지기라도 하는 듯 진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더욱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반나절을 그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줬다.

 

 “큼…. 그렇군요. 어쨌든…. 죠셉도 우리 집에서 일해요. 배달은 잘 해줄 거에요.”

 “네. 뭐…. 아이린…! 그치만요…!”

 

 로지가 내 손을 붙잡고 눈을 반짝거렸다. 나는 다시 어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달은…. 꼭 아이린이 와주었으면 좋겠어요!”

 “네…?”

 “그래 줄 거죠?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니라 직접 나에게 주세요!”

 “네…? 직접 받으신다고요?”

 “네! 아이린과 짧게나마 대화하고 싶은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겠어요? 오늘만 보기에는 우리, 못다 한 이야기도 많잖아요. 아이린의 삶과 꿈에 대해서 더 들려주세요!”

 

 나는 그녀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달 다섯 군데를 합쳐도 로지의 가는 저택의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그녀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럼 오전에는 좀 힘들고, 점심 전에 들를게요.”

 “고마워요!”

 

 로지는 빵을 한 아름 들고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황태자를 흘깃 쳐다보았다.

 

 “죠셉! 아가씨께서 무거워하시니 들어주도록 하세요!”

 “으아! 괜찮아요!”

 

 ‘으아…?’

 

 로지는 기겁을 하며 싫다고 거절했다. 내가 한 번 더 부탁하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럼 제가 들어드리지요. 아가씨.”

 “앗, 그럼 부탁드려요.”

 

 다비드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로지를 에스코트하며 빵을 대신 들고 문을 활짝 열었다.

 나가려는 로지가 다시 뒤를 돌아 나는 보며 눈웃음을 보였다.

 

 “내일 봐요…! 아이린…!”

 

 그리고 그녀는 황태자를 흘겨본 뒤 밖으로 나갔다.

 졸지에 빵집에는 나와 황태자만 남게 되었다.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아 한숨을 쉬었다.

 

 ‘황태자를 보는 로지의 눈빛….’

 

 거의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과 비슷했다. 그러게 왜 도망을 쳐서는….

 로지와 황태자의 사이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둘이 언제 사랑하고 정을 쌓아서 세이렌 후작의 지원을 받을까….

 그래서 다비드의 빵집을 언제 내가 인수할 수 있을까….

 

 “괜찮나?”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자, 황태자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게 시선을 주지 않고 말을 걸었다.

 

 “네, 괜찮아요.”

 “피가…. 나는 것 같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가리켰다. 회색 원피스에 동그란 피가 굳어 있었다.

 나는 놀라 원피스를 무릎까지 걷었다. 그도 내 행동에 놀라 몸을 뒤로 홱 돌렸다.

 

 “진짜네….”

 “많이 다쳤나?”

 

 그가 뒤를 돌아선 채로 내게 물었다.

 

 “아파요.”

 

 상처를 보기 전까지는 아프단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처를 발견한 순간 갑작스레 따가움과 시큰거림이 몰려왔다.

 나는 울상을 지었다.

 

 “여기는…. 후시딘…. 아니, 대일밴드…. 아니, 뭐 붕대 같은 것도 없겠죠?”

 “의원을 찾아갈 정도인가?”

 “좀 따끔거리는데…. 혹시 파상풍 걸리면 어떡해요?”

 “파상풍?”

 “상처에 균이 들어가서 곪으면…. 저 다리 잘라야 해요?”

 

 내 말에 그의 어깨가 흠칫거렸다.

 

 “괜찮으면…. 내가 돌아서 상처를 봐도 되겠나?”

 “네. 빨리 봐주세요.”

 

 그는 내 말에 천천히 몸을 돌려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황태자에다, 숱한 훈련을 겪었을 텐데. 상처를 치료해 줄 수도 있었다.

 황태자는 내 무릎의 상처를 살폈다. 그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볼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이깟 상처는 물에 씻어내면 낫는다.”

 “따끔거린다니까요.”

 “..엄살이 심한 편이군.”

 “정말 아픈데.”

 “내 은신처에 약초가 조금 남아 있다. 갖고 올 테니 좀 기다려라.”

 “..같이 가도 돼요?”

 “뭐?”

 “못 기다릴 것 같은데…. 진짜 욱신욱신해요.”

 

 정말이었다. 무릎에 심장이 옮겨간 듯, 아까부터 무릎이 두근거렸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무릎에 손을 대고 상처를 확 벌렸다.

 

 “꺅!”

 

 내가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발로 홱 밀쳐버렸다.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발길질에 쓰러진 그가 어이없다는 듯 다시 일어났다.

 

 “안에 돌이 박힌 것 같다. 빼내야 해.”

 “뭐, 뭐가 박혀요? 돌이요? 그렇다고 상처를 벌려요?”

 “돌을 빼고 나서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다.”

 “무슨 야생에서 구르다 내려왔어요?”

 “..하는 수 없군. 말을 들어 먹지를 않으니. 일어나라.”

 “같이 가도 돼요?”

 “그래.”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상처를 홱 벌려서인지 다리를 딛기가 좀 힘들었다.

 그러나 내색하면 날 데리고 갈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꾹 참고 그의 뒤를 따랐다.

 

 ‘따라가면 혹시 발견할 수도….’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목적이 있지만, 그에게 따라가겠다고 떼를 쓴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의 은신처는 산맥 중심부 근처였다.

 나는 세이렌 마을에 처음 온 순간부터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희귀한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재료만 구할 수 있으면…. 바로 부자가 될 텐데….’

 

 나는 굳은 의지로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너무 아프고, 그의 걸음걸이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내 생각보다 멀리 간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기요!”

 

 내가 소리를 질러야 그가 돌아볼 정도로 우리 사이가 멀어졌다.

 그는 내 외침에 다시 되돌아왔다.

 

 “왜 이렇게 느리지?”

 “아까보다 더 아파요.”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려라. 내가 뛰어가면 된다.”

 “아 같이 갈래요! 잡아주면 되잖아요.”

 

 혼자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나는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거의 팔짱을 끼듯 그에게 몸을 밀착했다.

 황태자에게 기대니 한결 더 편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배 째라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갑시다.”

 “..피곤하군.”

 

 그는 짜증을 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날 밀쳐내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황태자는 걸음도 조금 더 느려졌다.

 바람도 선선히 불고, 노을이 지는 중이었다.

 긴장되고 바빴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그 여인….”

 “누구요?”

 “네 빵을 다 사간 여인 말이다.”

 

 황태자가 나에게 로지에 대해서 물어왔다.

 

 “네.”

 “세이렌…. 영주의 딸인가?”

 “맞아요.”

 

 그는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 그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로지는 그의 첫인상이 좋지 않게 박혀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며, 기분 좋은 목소리도.

 

 “내일 함께 가요.”

 “세이렌 저택에?”

 “네. 빵을 많이 만들어야 해서 저 혼자는 무리거든요.”

 “알겠다.”

 

 내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지, 혼자 오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함께 붙어 있을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나도 좋고 그들도 좋은 쪽이었다.

 

 “이쪽이다.”

 

 황태자가 나를 안내한 곳은 산맥의 뒷길이었다.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 곳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길이기도 했다.

 

 “업혀라.”

 “네?”

 “여긴 걸어 올라가지 못해.”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등을 보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내 다리로 올라가기에는 한없는 경사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그의 등에 업혔다. 그는 너무 가볍게도 번쩍 일어났다.

 

 “..밥은 안 먹고 빵만 먹나?”

 “갑시다!”

 

 나는 말을 탄 것처럼 한쪽 발을 움직였다. 그가 홱 돌아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이렇게 가까이 그의 얼굴을 본 것 처음이었다.

 매끄러운 살결에서 부드럽고 포근한 냄새가 났다.

 나는 등에서 조금 떨어졌다.

 

 “꽉 붙잡아. 빨리 올라갈 거다.”

 

 그는 정말로 성큼성큼 가파른 길을 잘도 올라갔다.

 내가 그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팔을 둘둘 둘러야 할 정도였다.

 그는 개의치 않고 빠르게 산에 올라갔다. 다음번에 혼자 찾아오려고 했는데.

 혼자 와서는 길을 잃을 정도로 빨랐다.

 

 “..빵도 적당히 먹어야겠군.”

 

 도착했는지 그는 나를 큰 바위에 내려주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작은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는 몰랐네요….”

 

 작은 연못가와 수풀 진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피어 있는 종을 닮은 꽃.

 아름답고 수려한 정원 같았다.

 그는 연못가 옆에 있는 좁은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긴 아닌가 보네….’

 

 내가 찾는 재료는 이곳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을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더니,

 어차피 그들이 날 허락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연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보따리를 들고나온 그는 종을 닮은 꽃잎을 땄다.

 그리고 큰 판처럼 생긴 돌멩이와, 뾰족한 돌멩이도 갖고 왔다.

 또한, 보따리 안에서 인삼 뿌리처럼 생긴 것을 꺼냈다.

 

 “약초를 만드는 거예요?”

 “어렸을 때 배웠지.”

 

 ‘고급 약초학 우등생….’

 

 황족 학교에서 그가 우등생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그는 능숙하게 약초를 제조했다.

 한방 냄새가 솔솔 풍겼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맑은 물에 다리를 씻어라.”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에는 연꽃들과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유유자적 헤엄쳤다.

 나는 물로 상처를 씻어냈다.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잘 참았다.

 

 “더 참도록 해.”

 

 그는 나를 다시 바위에 앉혔다. 그리고 제조한 약초를 내 상처에 올려주었다.

 통증이 느껴지기보다는 뜨거운 열감이 피어올랐다.

 그는 보따리에서 하얗고 긴 천을 꺼내서 붕대처럼 감아줬다.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훨씬 나았다.

 나는 약초의 효능에 감탄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센 약초를 썼다. 내일이면 씻은 듯 나을 거다.”

 “오…. 지금도 별로 안 아파요.”

 “엄살이었으니까. 안 아픈 게 당연해.”

 “쳇, 정말 아팠어요. 아무튼…. 고마워요. 덕분에요.”

 

 나는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내 나름대로는 진정성 어린 고마움이었다.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멨다.

 

 “걸을 수 있겠지?”

 “네. 내려가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바위에서 내려왔다.

 그는 머뭇거리더니 내 쪽으로 팔을 내밀었다.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큼큼거리며 입을 열었다.

 

 “잡아라. 기껏 치료했는데 또 다치면 나만 손해다.”

 “약초 또 없어요?”

 “너…. 이 약초가 얼마짜리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너에게 줄 약초는 더 없다.”

 

 발끈하는 그의 말에 황태자의 팔을 꼭 붙잡았다.

 그는 평지에서보다도 더 천천히 걸어주었다. 정말로 약초를 쓰기 싫은 모양이었다.

 

 “있잖아요.”

 

 그가 내 말에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혹시나 하고 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유니콘 본 적 있어요?”

 “..책에서 나오는 동물 말인가?”

 “네. 유니콘은 깊은 산맥에서 혼자 생활한다고 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보인데. 무슨 책을 읽었지?”

 “몰라요. 어디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가 갸웃거리더니 잠시 멈춰 서서 매서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설마…. 책에서 나온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서 이 산맥까지 따라온 건 아니지?”

 

 그의 표정이 점점 더 매서워졌다. 그럴수록 나는 그를 더 꼭 붙잡았다.

 그러지 않으면 나를 두고 가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정말 있다잖아요.”

 “십 년, 아니 삼십 년 전에는 드문드문 나타났다고는 들었다.”

 “오, 본 적 있어요?”

 “..삼십 년 전이라고 했다. 다비드 그 양반한테나 물어봐라. 사십 정도 되어 보였으니.”

 

 다비드가 들었다면 기함을 할 이야기였다.

 그는 어쩐지 유니콘을 믿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이미 유니콘 만난 거 아는데….’

 

 아직 나에게는 유니콘에 대해서 말해주기 싫은 모양이었다.

 산맥에 은신처를 만든 그는 유니콘을 분명 봤다. 소설 속에서는 그랬다.

 그는 유니콘을 뒤쫓아 연못가까지 온 것이다.

 그 이상 가려면 유니콘이 쳐놓은 환각 마법을 없애야 하니까.

 유니콘을 만나려면 유니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들은 종종 인간을 시험에 빠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가늠하기도 한다.

 황태자도 아직 유니콘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것 같았다.

 

 “책에서 유니콘이 엄청 사납고, 무서운 놈들이라는 건 안 읽었나?”

 “인간이 공격하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위험해. 신성한 동물이다. 인간이 접근해서는 안 돼.”

 “인간이 뒤로 나쁜 마음먹으니까 유니콘도 나쁘게 구는 거죠.”

 “아무튼. 넌 빵이나 만들어. 쓸데없는 거에 힘쓰지 말고.”

 

 그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역시 그를 떼어놓고 다시 산맥으로 와야 할 것 같았다.

 내려갈수록 해가 저물어서인지 날이 쌀쌀해졌다.

 

 “어휴, 그런데 춥지 않았어요? 어떻게 여기서 잠까지 잤대.”

 “..잠은 거의 못 잤다.”

 “왜요?”

 “생각할 게 많아서.”

 

 갑자기 동굴 속에서 모닥불을 피운 채 눈물을 글썽이는 황태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의 말은 진심일 것이다.

 정말로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아버지의 죽음과 대공의 계략을 생각했겠지.

 그러자 조금 측은해지기도 했다.

 

 “오늘은 내 방에서 자요. 내일부터 다락방에서 자고.”

 “됐다.”

 “매트리스 괜찮은 거 샀어요. 다비드가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샀대요.”

 “..넌 왜 아무것도, 나에게 묻지 않지?”

 

 산맥 입구 앞까지 다다랐을 때 황태자는 뒤돌아 나를 보며 물었다.

 

 “뭘요?”

 “왜 이런 은신처를 만들고 사는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빵집에는 왜 취직하려는지.”

 “..그건….”

 “그리고, 왜 너를 버리고 도망쳤는지.”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심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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