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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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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화 : 시인 나태주와 제 고무부 박태주
작성일 : 20-09-22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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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뭐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컴퓨터를 켜 나중에 읽어 보려고 모아 두었던 글들을 찾아 제목부터 읽어 보던 중, 나태주 시인께서 모 월간지와 대담을 나눈 기사가 눈에 띄길래 파일을 열어 읽어 보니 이 분이 쓰신 시가 쉬워 보여도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쓰시는지, 또 일상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어떻게 해서 그 연세까지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되셨는지를 알게 되어 그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고 더욱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함자를 대하다 보니 이 분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신 어떤 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오늘은 이 분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분은 박태주란 함자를 쓰시는데 좀 민망하긴 합니다만 바로 제 고모부님 되십니다. 이 분을 제가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우리 고모와 선을 보러 오셨을 때인데 좀 말하기 그렇지만 사실 우리 고모가 제 어릴 때 생각으로는 외모도 볼품없고 약간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 고모와 선을 보러 오신다니 누굴까 무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소문을 못 들어서 몰라서 선 본다고 하신 게 아닐까?, 이 분도 약간 모자라신 게 아닐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오셨는데 아니 멀쩡하니 인물도 괜찮으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저렇게 괜찮으신 분이 우리 고모와 결혼하겠다고 하실 리가 있겠느냐며 다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떡하니 우리 고모와 결혼을 하시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 소리를 듣자 우리 집에서는 너무 기뻐서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제 어머니는 평생 시누이를 모시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좋아서 눈물까지 글썽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안의 단 한 사람, 사춘기의 반항심 가득한 저는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고모가 그분에 비해 너무 모자라 보이는데 결혼하시겠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

 

  그 후 일이 잘 진행되어 마침내 두 분이 결혼하시게 됐는데 그의 진면목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우리 고모를 잘 건사하시며, 부모님까지 모시고 잘만 사시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양식장을 하셨는데 정말 고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어떤 도움도 마다하시며 스스로 일어나려 하시기까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바로 이 분이십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양식장에 도둑이 들어 키우고 있던 고기를 몽땅 다 털렸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혼이 나갈 것 같은데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도둑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도둑질한 사람은 발 뻗고 못 잔다.'라며 '평생 얼마나 괴롭겠냐?"라는 것이었습니다. 허허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러다가 마침내 도둑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갔는데 우리 모두 뒤로 나자빠질 뻔하지 않았겠습니까? 아! 글쎄 도둑의 사정을 들어보시고는 사정이 너무 딱하다면서 없던 일로 하자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 이런 일은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니 그러면 변호사 비용을 당신께서 대주시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당신도 돈이 없으시면서...

 

  이 분의 마음의 크기는 얼마만 할까요? 저 같은 범인은 따라갈 길이 없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증명 가능한 얘기 하나 더 해 드릴게요.

 

  언젠가 이 분이 아주 규모가 큰 모 사찰의 신도회장을 지내신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해서 그 직을 맡으셨냐 하면 그 자리가 명예롭기도 하고 이권도 많아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여간 탐을 내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고 또 당선된 사람마다 여러 가지 부정한 일에 연루되면서 문제가 커지자 그동안 힘이 없어 지켜만 봐오던 신도들이 이것을 바로잡고자 뜻올 모아 올바르게 일할 사람을 추대하기로 했다는데 과연 누구를 추대했을까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ㅎㅎ 사회적으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 다 배제하고 돈도 지위도 학력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래서 자신은 자격이 안 된다며 극구 사양하시는 이 분을 추대했답니다.(특정 종교를 미화하려 한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십시오.)

 

  세상이 아무리 물질을 중시하고 인간 상호 간의 정이 메말라 간다고 해도 찾아보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공부 많이 하고 돈 많고 지위만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인성이 훌륭한 그런 분들이 대우받고 또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여기 시 한 수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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