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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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최대오디션(2)
작성일 : 20-09-2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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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의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황성민입니다”

 우와!

 실시간 채팅이 마구 올라온다.

 - 황성민 실화임?

 - 대애애애박!

 - 신인들만 참가하는 거 아녔음?

 - 기성 상관없음. 그래도 황성민은 너무했다!

 황성민,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매력적인 외모와 선 굵은 연기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톱스타. 최근, 영화 <신세계 백화점> 촬영을 마치고 해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기까지 직접 와 주시다니...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마이크를 들었다.

 “선배님, 이미 계약된 작품이 여러 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오디션까지 보러 오신 이유가 뭘까요?”

 황성민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으음... 저는 배우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려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행이 될 만한 작품, 개런티 많이 주는 작품, 유명한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 그런 작품들 위주로 출연하다보니... 배우로서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유미 대표가 질문했다.

 “그래서,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신 건가요?”

 “자극이 아니라, 도전입니다. 연극을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오직 실력으로만 선택받는 진짜 배우의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 성민이형 멘트 쩔어

 - 벌써 감동 ㅠ ㅠ

 - 이거 녹화해 놔라. 레전드다

 배우로서 진정성 있는 자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신 연기 시작해주세요.”

 황성민은 재킷을 벗어 바닥에 툭! 던졌다.

 심호흡을 하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잠시 후, 황성민의 눈에 굵은 눈물방울이 고이기 시작했다.

 “첫사랑은... 파울이야. 그때, 헤어지자고 했던 말... 파울이었다고. 그래서 다시 이렇게 왔잖아. 바보 같은 첫사랑 말고... 너랑 마지막 사랑 하려고 왔잖아!”

 우린 그의 명연기를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시연아, 네가 걸을 때 네 발을 받쳐주는 흙이 될게. 네가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별이 될게. 사랑한다...”

 황성민은 연기를 끝내고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와아!

 - 쩐다 쩔어...

 - 나 방금 울었음 ㅠ ㅠ

 - 황성민 캐스팅 확정!

 - 다음 출연자 X 됐다 ㅋㅋㅋ

 동훈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형, 어떡해? 오디션 끝난 거 같은데?”

 “그... 그러게. 큰일 났네.”

 난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마이크를 들었다.

 “선배님... 좋은 연기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황성민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무대 밖으로 나갔다.

 사회자가 멘트를 시작했다.

 “여러분, 지상최대 오디션은 시청자 투표 50프로, 심사위원 점수 50프로를 합산해서 결정됩니다. 지금부터 시청자 투표를 시작합니다!”

 화면에 시청자 점수가 마구 올라간다.

 그걸 본 양미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면 뒷사람한테 완전 불리해요. 황성민보다 연기를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오유미 대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고 봐야죠. 더 빛나는 보석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품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다음 참가자 분 입장하세요.”

 쿵! 쿵! 쿵!

 무대 위로 야구유니폼을 입은 거구의 남자가 등장했다.

 꺄악!

 말도 안 돼!

 미쳤어!

 객석의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악을 했다.

 나 역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저 사람은...!

 “안녕하세요, 메이저리거 류헌진입니다.”

 - 진짜 류헌진? 진짜진짜?

 - 에이 설마...

 - 저 류헌진 애비입니다. 헌진이 맞습니다

 - 니가 애비면 난 마누라다 ㅋㅋㅋ

 - 2222 2RUN 미틴 오디션을 봤나!

 톱스타에 이어서, 메이저리그 괴물투수라니... 너무 놀라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상태를 파악한 양미씨가 먼저 멘트를 시작했다.

 “저기... 잘 못 오신 것 같은데요. 여긴 야구선수가 아니라, 배우를 뽑는 곳인데요.”

 류헌진이 수줍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야구영화잖습니까?

 “그... 그렇죠.”

 “제가 야구 영화 엄청 좋아하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게 좀 어설퍼 보이더라구요. 리얼하게 공을 던지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뭐? 시속 150킬로를 카메라에 꽂아 넣겠다고?’

 난 재빨리 마이크를 들었다.

 “그런데, 야구실력도 중요하지만, 연기력이 더 중요한 거라서요.”

 “저 연기 잘합니다. 야구 안했으면 배우 했을 거예요.”

 객석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 헌진이형 자신감 쩔어 ㅋㅋㅋ

 - 귀엽당~~

 - 류헌진, 주인공 가즈아! ㅋㅋㅋ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류헌진이 몸을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무대 앞으로 뛰어나오며 연기를 시작했다.

 “손잡으면 안타, 뽀뽀하면 2루타, 키스하면 3루타! 이런 거 다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너랑 홈런 때리고 싶다구! 시연아, 나 홈런 때리게 해주면 안 돼? 확 넘겨버릴게! 만루 홈런 때려줄게! 짜릿하게 팡파레 울려줄게!”

 깔깔깔~~

 객석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넘어갔습니다! 홈런~~!

 - 류헌진 타자였어? ㅋㅋㅋ

 - 저 헌진이 애비입니다. 타자 맞습니다

 - 전 와이프에요. 밤마다 홈런 때리세요 ㅋㅋ

 - 윗분 남자임. ㅋㅋㅋ

 난 웃음을 참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진짜 연기 잘하시네요.”

 “요 며칠 연습 많이 했습니다. 하하하!”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잠시만요.”

 류헌진이 커다란 빨간 보따리를 들고 심사위원석으로 내려왔다.

 “선물이라도 하나 드리고 싶어서.”

 류헌진이 자신의 싸인이 담긴 싸인볼을 우리에게 건넸다.

 “어휴, 이런 귀한 걸... 감사합니다.”

 “영화 재밌게 만들어주십쇼. 기대하겠습니다.”

 류헌진은 객석으로 가서 관객들에게 일일이 싸인볼을 나눠줬다.

 여기요! 여기!

 나두 나두!

 헌진이형 사랑해요!

 류헌진은 그렇게 우릴 한바탕 뜨겁게 달궈놓고 오디션장을 떠났다.

 - 이 프로그램 대애박!

 - 다음은 또 누구냣?

 - 디카프리오 오는 거 아님?

 - 박찬오 대기 중 ㅋㅋㅋ

 - 완죤 기대기대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니, 나 역시 다음 참가자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자, 그럼 다음 분 들어오세요.”

 한 남자가 활짝 웃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남자에게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난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넉넉한 풍채, 자유분방한 걸음걸이, 사람 좋은 미소...

 저 남자는...

 “안녕하십니까! 신인배우 문어준입니다. 크하하!”

 문어준 대표의 걸걸한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대... 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아! 모르셨나본데, 저 원래 배우였습니다. 근데, 써주는 놈이 없어서 제작을 한거지. 이제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크하하!”

 ‘어이구, 머리야!’

 그런데 문어준 대표의 불콰한 얼굴과 휘청거리는 자세가 어딘지 수상해보였다.

 “혹시... 술 드셨습니까?”

 “하도 떨려서 막걸리 한잔 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음주연기는 불법 아니니까. 크하하!”

 - 취객 난입이요~~ ㅋㅋㅋ

 - 술 냄새 여기까지 나. 흑흑...

 - 이거 완전 막장이구만? ㅋㅋㅋ

 - 전 이만 퇴근할랍니다...

 - 자자, 진정합시다. 무슨 반전이 있을지 몰라요!

 오유미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시작하시죠.”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문어준 대표는 훅훅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가냘픈 목소리로 연기를 시작했다.

 “왜 지금 온 거야? 왜? 올 거면 진작 오고, 안 올 거면 영영 오지 말지. 왜 하필 지금이야? 나... 내일 결혼해. 오늘 밤만 지나면, 나 너한테서 은퇴한다구! 흑흑......”

 문어준 대표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린 모두 배우 문어준의 걸쭉한 연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기요, 그건 여배우 대사인데요?”

 “에? 그래요?”

 문어준 대표가 바지 뒤춤에서 주섬주섬 대본을 꺼냈다.

 - 웃겼다!

 - 전시연 라이벌 등장이요! ㅋㅋㅋ

 - 거봐요. 반전 있다고 했잖아요!

 - 우리 아빠같애... ㅠ ㅠ

 - 아버님, 약 드실 시간이에요~~ ㅎㅎㅎ

 문어준 대표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대본을 확인하더니,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빡! 때렸다.

 “맞네요! 봉만오 감독이 이거 하면 분명히 합격할 거라고 큰소리 쳤는데... 고 자식이 제 뒤통수를 쳤네요. 데헷!”

 ‘알만 하다...’

 “봉만오 그 쉐끼 죽이고 다시 오겠습니다. 아일 비 백!”

 문어준 대표는 흘러내리는 바지를 부여잡고 휘청거리며 무대를 떠났다.

 - 이것도 녹화해놔라. 또 레전드닷!

 - 하아 배꼽 아파 ㅋㅋㅋ

 - 난 문어준한테 한 표!

 - 나두나두 ㅋㅋㅋ

 - 이러다 저 아저씨 주인공 되는 거 아님?

 사회자가 장내 정리를 시작했다.

 “참으로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오디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 잠깐 숨 좀 돌리시구요. 그럼, 다음 참가자를 모시겠습니다.”

 딴! 딴! 딴!

 신나는 음악과 함께, 훤칠한 키의 남자가 리드미컬하게 몸을 흔들며 무대로 올라왔다.

 오오...

 우와!

 무슨 마이클 잭슨이 환생한 것도 아니고... 남자의 춤 솜씨가 대단했다. 게다가 균형 잡힌 몸매에 꽃미남 얼굴까지... 외모로만 따지면 역대 최강이다.

 남자가 무대 중앙에 착! 서며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소리 질러!”

 꺄아악~~!

 오빠아~~!

 동새앵~~!

 ‘무대 매너도 끝내준다!’

 양미씨와 오유미 대표의 눈에 하트가 뿅뿅 새겨지고, 동훈이마저 입을 쩍 벌리며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남자가 시크하게 미소를 던지더니 자기소개를 했다.

 “여러분, 안녕! 슈퍼스타 가이서라고 합니다.”

 ‘가이서? 외국에서 온 분인가?’

 우린 재빨리 프로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이서의 프로필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 프로필이 없는데...”

 “얼굴이 프로필이죠. 더 필요 있습니까?”

 - 마자마자 얼굴로 100점!

 - 가이서, 사랑해!

 - 이서씨~~ 나랑 결혼해요!

 - 저... 이서씨 와이픈데요. 뉘신지?

 - 자자, 진정합시다. 무슨 반전이 있을지 몰라요

 안병태 피디가 재빨리 심사위원석으로 뛰어왔다.

 “접수된 거 맞습니다. 사진이란 기본정보만 등록됐어요.”

 “알겠습니다.”

 난 무대 위의 꽃미남 춤꾼에게 미소를 보냈다.

 “네, 가이서님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준비하신 연기 시작할까요?”

 가이서는 팝핀 댄스를 추듯 온몸의 관절을 투툭! 꺾었다.

 그리고, 거만한 포스를 눈에 한가득 담고 연기를 시작했다.

 

 ......

 

 그가 연기를 마치자, 채팅창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 사람이 아냐!

 - 미쳤나봐!

 - 문어준이 이상이야!

 - 거봐요! 내가 반전 있다고 했잖아욧!

 - 2222 2RUN 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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