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에서 온 영화감독
작가 : 신해강정조준
작품등록일 :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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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탄생!
작성일 : 20-09-23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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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어떻게 3등이 1등이 돼요?”

 목소리가 너무 컸나?

 오유미 대표가 날 흘겨봤다.

 “왜요? 황성민 배우 싫으세요?”

 “아... 아뇨, 꼭 그런 건 아닌데.”

 안병태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심사위원 점수구요. 이제 관객점수를 합해야죠.”

 “아! 그럼 순위가 또 바뀌겠네요.”

 “글쎄요...”

 안병태 피디가 집계표를 가져왔다.

 “이게 최종결과입니다.”

 헉! 이럴 수가!

 황성민 : 78,525점

 강동원 : 78,525점

 오유미 대표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제대로 계산한 거 맞아요?”

 “네, 틀림없습니다. 심사위원 점수는 황성민이 앞섰는데, 관객투표는 강동원이 압도적이에요. 합쳐보면 정확히 동점입니다.”

 끄응...

 휴우...

 오대표와 난 상반된 감정을 토해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떡할까요?”

 “글쎄요...”

 동훈이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뭘 이런 걸로 고민을 하나? 답이 이미 나와 있는데.”

 “어떻게?”

 “둘 다 주인공하면 돼지.”

 “둘 다?”

 “잘 들어봐.”

 동훈이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다.

 “황성민이 사고가 났어. 얼굴을 다쳤지. 수술을 했어. 얼굴이 바뀌었어. 강동원으로. 됐지?”

 “둘이 키가 안 맞잖아.”

 동훈이가 잠깐 고민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황성민이 사고가 났어. 다리를 다쳤지. 수술을 했어. 키가 커졌어. 강동원만큼. 됐지?”

 오유미 대표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나리오 손 대봤자 시간낭비입니다. 그냥, 이 자리에서 결정하시죠. 황성민입니까? 강동원입니까? 각자 의견들 얘기해보세요.”

 흐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럴 땐 무조건 선빵이 유리하다.

 “전 무조건 강동원입니다.”

 “이유는요?”

 “강동원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최고의 스타가 될 겁니다. 전 알아요. 그 친구를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거든요.”

 그러자, 안병태 피디가 말했다.

 “황성민은 지금 최고 스타인데요?”

 “그쵸,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오유미 대표와 안병태 피디가 동시에 날 쳐다봤다.

 ‘윽! 둘이 한패구나? 내 편은 누구지?’

 난 동훈이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냈다.

 동훈이가 알았다는 듯 찡긋 윙크했다.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시죠. 깔끔하게.”

 ‘어이그, 인간아...’

 그때, 양미씨가 손을 들었다.

 “저도 강동원이요.”

 ‘양미씨 최고!’

 오유미 대표가 짐짓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독님 의견이라고 무조건 동의하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황성민은 일단 나이가 많구요. 전시연이랑은 안 어울려요. 강동원은 생긴 건 평범한데, 입술이 섹시해요. 전 강동원이랑 뽀뽀하고 싶어요. 어머!”

 사심작렬!

 어쨌건 설득력 있다.

 안병태 피디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이는 문제가 안 됩니다. 배우들이야 피부 관리 받으면 10년씩 젊어지는 건 당연한거고. 그보다는 영화의 흥행을 먼저 생각해야죠.”

 오유미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황성민은 모시기 힘든 배우예요. 이 기회에 감독님이랑 인연 잘 맺어서 차기작까지 묶어두면 1석 2조겠죠.”

 차기작?

 그건 생각 못했는데...

 내 고민에 동훈이가 쐐기를 박았다.

 “맞네, 생각해보니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네. 강동원은 아무도 모르는 신인이고, 황성민은 흥행배우야. 그럼 답은 뻔하지 않아?”

 “하지만...”

 “형, 우리 성공해야 돼. 그래야 다음 영화도 할 거 아냐? 황성민, 강동원. 누가 형을 흥행감독으로 만들어 줄 거 같애?”

 맞는 말이다.

 영화는 오로지 흥행하려고 만드는 거다. 데뷔작에서 성공 못하면 차기작도 없다. 성공한 감독이 되려면 더 냉철해져야 한다.

 후우......

 난 숨을 크게 들이키고 결심을 말했다.

 “강동원으로 하겠습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영화는 모험입니다. 흥행이 보장된 배우도 없고, 흥행이 보장된 작품도 없습니다. 영화의 성패는 얼마나 새롭냐, 얼마나 재밌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배우와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서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순수하시네요.”

 오유미 대표가 씁쓸하게 웃었다.

 “신인감독에 신인배우? 새로워 보이긴 하겠죠. 하지만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정이에요. 작업하는 내내 힘들어 질 겁니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흥행감독이고 흥행배우였습니까? 처음엔 힘들더라도 신인을 키워야죠. 그러자고 오디션 한거 아닙니까?”

 짝! 짝! 짝!

 양미씨가 박수를 쳤다.

 “감독님, 멋있어요.”

 ‘양미씨, 땡큐!’

 오유미 대표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대신 촬영감독 이하 모든 스텝은 최고의 베테랑으로 꾸리겠습니다. 그래야 투자사에서도 납득할 거예요.”

 “그럼 저야 좋죠. 헤헤...”

 오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야구장 그녀의 주인공은 신인배우 강동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다들 동의하시죠?”

 “넵!”

 “네에...”

 “2천만 가즈아!”

 동훈이가 짝짝 박수를 치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도 사실은 강동원이었어. 알지?”

 “아니.”

 “알았다니까 됐고. 파전에 소맥이나 말러 가자.”

 “오늘은 가볼 데가 있어. 다들 다음 주에 봬요.”

 난 먼저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급했다.

 

 ***

 

 여의도 포장마차.

 소주에 잔을 가득 채웠다.

 강동원은 물끄러미 소주잔만 바라보고 있다.

 “왜요? 안 믿겨져요?”

 순간, 강동원이 울컥 눈물을 쏟았다.

 “감사합니다...”

 “뭐가요? 동원씨가 잘해서 된 건데. 자, 한 잔 해요.”

 강동원은 소주를 들이키고는 날 빤히 쳐다봤다.

 “근데, 감독님은 제가 배우가 될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셨어요?”

 “말했잖아요. 미래에서 왔다고. 동원씨는 그냥 배우가 아니라, 최고의 배우가 될 거에요.”

 “하하... 처음엔 미친 사람인가 싶었는데, 이젠 감독님 말 믿을게요. 진짜 예언자 같으세요.”

 “예언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말해줄까요? 동원씨 미래가 어떻게 될지?”

 “네, 말씀해주세요.”

 “으음... 동원씨의 미래는...”

 난 강동원이 앞으로 출연하게 될 작품들과 같이 일하게 될 감독들에 대해 얘기했다. 어떻게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지,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스타가 되서 헐리웃의 문을 두드리게 될 거라는 내 바람까지도.

 “하하하! 꿈같은 얘기네요. 근데, 감독님이 말하니까 진짜 같아요.”

 “진짜예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강동원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미소를 보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 10년 전 내게 똑같은 말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조요한, 당신은 앞으로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이 될 겁니다. 이건 예언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그럼 내 미래가 달라졌을까?

 그럼 나 자신을 더 믿었을까?

 어쩌면...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라 그런 확신으로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난 잔을 높이 들었다.

 “동원씨의 미래를 위해.”

 “감독님의 미래를 위해.”

 챙!

 “우리의 영화를 위해!”

 

 ***

 

 - <야구장 그녀> 남자주인공은 신인배우 강동원!

 - 지상 최대 오디션의 선택, 신예 강동원!

 - 전시연의 연인, 강동원은 누구인가?

 - 강동원, 150,000 대 1의 경쟁률 넘어 캐스팅 확정!

 그 후, 몇 달 동안 인터넷은 ‘강동원’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했다. 각종 언론사에서 강동원에 대한 특집기사를 경쟁하듯 내기 시작했고, 유튜버들은 강동원이 일하는 <중화요리 강동원>을 찾아내, 짜장면 맛집으로 앞다퉈 소개했다. 덕분에 <중화요리 강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때 아닌 유명세에 시달려야 했다.

 영화 촬영도 시작하기 전에 ‘강동원’의 인기가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난 차곡차곡 프리 프로덕션을 준비했다.

 미장센의 대가, ‘최성원’ 촬영감독을 비롯해, 조명, 미술, 의상, 분장 등 최고의 스텝들이 합류했고, 매일 밤새도록 콘티작업을 하고, 배우들과 함께 연기연습을 했다.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나고...

 마침내 첫 촬영일이 다가왔다.

 

 ***

 

 꾸르릉! 콰쾅!

 천둥번개가 친다.

 쏴아아-

 소나기가 내린다.

 우린 잠실야구장 주변에 개미떼처럼 모여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전시연이 외투를 껴입으며 다가왔다.

 “감독님, 오늘 촬영할 수 있을까요?”

 “좀 더 기다려보죠. 시연씨는 안에 들어가 계세요. 촬영 들어가면 알려드릴게요.”

 “네... 감독님, 파이팅!”

 전시연이 활짝 웃어주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있어서 힘이 된다.

 최성원 촬영감독이 담배를 꺼내 물며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일기예보도 확인 안하고 촬영을 잡으면 어쩌자는 거야?”

 “일기예보에선 비 안온다고 했어요. 잠깐 지나가고 말겠죠, 뭐.”

 스크립터, 양미씨가 나 대신 대답을 해줬다.

 그녀도 역시 힘이 된다.

 잠시 후, 안병태 피디가 비를 맞으며 뛰어왔다.

 “기상청에 전화해봤는데,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라고 합니다. 몇 시간 더 기다려 봐야할 것 같습니다.”

 ‘첫 촬영부터 하늘이 돕질 않으시는군.’

 그때, 동훈이가 기지개를 켜며 큰 소리로 외쳤다.

 “쫑 났네, 쫑 났어. 철수! 철수!”

 “누가 철수래!”

 순간, 버럭 하고 말았다.

 동훈이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말했다.

 “좋겠다... 감독은 현장에서 소리 질러도 되고...”

 그러자, 최성원 촬영감독도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럼 철수해야지! 비 오는 날 첫 데이트 할 겁니까?”

 그렇다. 오늘 촬영하기로 한 씬은 남녀 주인공이 야구장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최대한 화사하고 예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몇 달 동안 준비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어쩌잔 말이냐?

 “에휴... 할 수 없죠. 그럼 다른 날...”

 “안됩니다, 감독님.”

 안병태 피디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오늘 촬영 못하면 스케줄 완전 꼬입니다. 구청, 경찰서, 소방서 협조까지 다 받아놨는데...”

 그렇다. 오늘 촬영을 위해 야구장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든 관공서 분들이 다 나와 있다. 안전예방, 차량통제, 긴급지원까지... 이런 총체적 지원을 받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으아! 어쩌라고!’

 그때, 강동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 비 오는 날 데이트 하는 것도 좋은데.”

 “저두요. 낭만 있잖아요.”

 언제 왔는지 전시연이 내 옆에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그래요? 그럼 촬영 할까요?”

 최성원 촬영감독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생각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비 오는 날엔 야구 경기를 안 하잖아요! 우천 시 경기 취소! 데이트를 어떻게 해요?”

 “아... 그러네.”

 난 자연스럽게 안병태 피디를 쳐다봤다.

 안병태 피디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감독님... 오늘 하루 들어간 예산이 1억이 넘습니다. 한 컷도 못 찍고 철수하면 저... 짤립니다.”

 안병태 피디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난 자연스럽게 최성원 촬영감독을 쳐다봤다.

 촬영감독이 또 버럭 소리 질렀다.

 “감독님이 화면 뽀사시하게 해달라고 해서 몇 달을 준비했잖아요. 그 예쁜 그림 다 버릴 거예요? 이럴려고 나 불렀어요?”

 최성원 촬영감독의 말도 이해가 됐다.

 ‘어쩌지...?’

 안피디와 촬영감독이 동시에 내게 말했다.

 “어떡하실 거예요? 감독님이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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