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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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323     추천 : 2     분량 : 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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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진짜 이거 되게 신경 쓰이네......

 

 내 시야 왼쪽 하단 쪽에서 카운팅되고 있던 숫자는 10에 접어들자 빨간색으로 변했다.

 

 10

 9

 8

 7

 6

 5

 4

 3

 2

 1

 [퀘스트 실패]

 [장트러블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뭐? 무슨 개소리야 이건......

 

 

 주성훈에게 펀치 연타를 날리던 난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뜬 상태창 메시지에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몸 상태가 이상하게 격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꾸륵꾸륵

 

 갑작스럽게 뱃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깐, 이거 느낌이 좀 이상한데......

 나의 미간은 빠른 속도로 구겨졌다. 동시에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게다가 뱃속을 콕콕 찌르는 통증까지. 마치 급성장염에 걸렸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괄약근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자칫하다가는 대변이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 큰일 났다. 주성훈과 눈이 마주쳤다.

 내 눈빛을 본 주성훈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주성훈도 느낀 것 같았다.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던 주성훈이 곧바로 나에게 달려왔다.

 

 

 주성훈은 왼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나를 향해 뻗었고, 그 펀치는 내 안면에 정확하게 꽂혔다.

 

 퍽!

 

 펀치를 맞고 나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리고 주성훈은 펀치 연타를 이어서 던졌다. 라이트 훅과 레프트 훅을 연달아 성공한 뒤, 다시 한 번 무게를 크게 실은 라이트 훅까지. 그가 뻗은 모든 공격이 나의 안면을 강타했다.

 

 와아아아!

 

 

 

 주성훈의 펀치가 성공하자 관객석에서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기의 분위기가 역전되는 순간이니 당연했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 한다. 나는 재빠르게 사이드 스텝을 이용해 주성훈의 공격 거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주성훈은 또다시 뚜벅뚜벅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주성훈은 한쪽 입술을 끌어올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야 젠장.

 

 사실 허용한 펀치의 데미지도 강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복통이이었다. 펀치보다 뱃속에서 마치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주성훈이 다시 거리를 좁히며 나에게 다가오려 하자, 나는 크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내 주먹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주성훈이 가볍게 상체를 뒤로 젖히는 스웨이 동작을 하며 회피했다.

 

 나의 공격을 을 회피한 뒤, 주성훈은 곧바로 가볍게 나를 향해 잽을 던졌다.

 

 퍽!

 

 이번에도 콧등을 정확하게 맞췄다.

 젠장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충분히 회피했을 법한 공격이었는데, 지금의 내 상태로는 무리였다. 이미 장트러블로 인해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주성훈은 이어서 몇 번의 잽을 더 던졌다.

 

 퍽! 퍽!

 

 도저히 움직이기가 힘들다, 날아오는 주먹이 보이는 데도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선택한 백스텝. 도망치듯 거리를 벌렸지만 결국 내 등과 케이지의 철창이 맞닿았다. 더 이상 막다른 곳에 다다른 것이다. 더 이상의 타격을 허용하긴 싫었다. 결국 나는 주성훈의 상체를 끌어안는 클린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린치는 주성훈이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이라는 것을 순간 망각한 것이다.

 

  주성훈은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내 허리 바깥쪽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허리를 들어 쳐올리는 허리후리기를 시도했다.

 결국 나의 다리는 둥근 곡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터억!

 

 주성훈의 전매특허인 유도식 테이크다운.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주성훈은 그라운드 상황에서 상위포지션을 차지 하고야 말았다.

 

 반면 하위포지션에 위치한 나는 재빠르게 자신의 양 다리로 상대의 허리를 감싸는 클로즈드가드(CLOESD GUARD)를 시도했다. 주성훈이 배 위로 올라타는 마운트 포지션만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마운트 포지션을 내준다면 거의 경기가 끝난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빠르게 클로즈드 가드로 주성훈이 마운트로 올라오는 것을 막았지만,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양발로 주성훈의 몸통을 감싸는 순간, 내 괄약근에 힘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안돼!!!!!!

 

 나는 재빨리 엉덩이의 근육을 다시 한 번 쥐어짰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새어 나왔을 것이 분명했다. 땀이 주륵주륵 흐리고 있고 뱃속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꾸륵꾸륵 꾸르륵!

 

 그렇게 불안정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성훈은 나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주성훈은 누워있는 나의 복부를 가격했다. 서로 상체를 붙이고 있는 상황에 시도하는 바디샷은 강한 데미지를 주는 공격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나에게 이보다 강력한 공격이 없었다.

 

 툭! 툭!

 

 주성훈이 내 옆구리를 툭툭 칠 때마다, 뱃속에서부터 마치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났다.

 

 꾸르롸륵륵 꾸르르롸륵!

 

 아 제발...그만 좀 때려라......

 

  점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경기고 나발이고 차라리 기권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괄약근은 점점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힘을 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갔다.

 

 

 젠장......점점 힘이 풀리는 것이 것이 느껴진다.

 아...안돼......

 

 

 

 

 

 #2

 

 「서동건 선수와 주성훈 선수의 그라운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서동건선수가 강하게 클로즈드 가드를 잡고 있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네요. 주성훈 선수가 가볍게 서동건 선수의 복부를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어? 잠깐 저게 뭐죠?」

 

 경기를 해설하고 있던 중계진이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중계모니터를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곤 그들은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갈색의 무엇인가가 하얀색 케이지를 짙게 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역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그것은 서동건의 대변이었다.

 서동건의 대변이 그의 트렁크 사이에서 새어나고 있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그 광경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설마 똥이야?

 -아이씨 개더럽네 진짜!”

 -냄새가 여기 까지 나는것 같아!

 

 순식간에 경기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중계진들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멘트를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아, 서동건 선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하하...」

 「그렇네요. 사실 경기도중에 저런 장면이 아주 가끔 나오기는 하거든요.」

 「그만큼 힘을 많이 쓰는 스포츠라는 거죠. 하하. 조금 실수를 할 수 도 있죠. 사람이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양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아,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중계진이 수습을 하기 위헤 멘트를 치긴 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 되어 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주성훈만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서동건의 복부를 가격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악취 때문이었다.

 

  주성훈은 공격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얗던 케이지 바닥이 어느새 서동건의 대변으로 채색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였다. 게다가 자신의 발에도 황갈색의 대변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하자 주성훈의 얼굴이 구겨졌다.

 

 서동건의 대변에 피해를 입은 것은 주성훈뿐만 아니었다.

 서동건과 주성훈의 바로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레프리의 신발 바닥에도 대변이 묻은 상태였다. 더이상 발 디딜 공간마저 부족할 정도로 케이지는 오염되어 가고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1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부저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

 

 

 1라운드 종료와 함께, LEAD FC 관계자들의 긴급회의가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지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케이지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역시 바닥에 퍼진 대변을 밟지 않기 위해 까치발을 든 채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두 선수의 경기는 무효처리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결국 두 선수의 경기가 중단되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대변으로 인한 경기중단.LEAD FC가 창설된 이후 처음 생긴 일이었다. 경기중단선언이 발표되고, 서동건은 곧바로 어디론가 황급하게 뛰어갔다.

 

 

 

 #3

 

 

 나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빠르게 뛰어가고 싶었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괄약근에 힘을 주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마침내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변기 칸의 문을 열었다. 재빠르게 변기 뚜껑을 열고 변기에 앉았다.

 

 

 

  푸드득푸드득

 

 

 마치 비둘기떼의 날갯짓과 같은 소리가 화장실 구석에서 울려 퍼졌다. 조금 전에 케이지에서 그렇게 많은 양의 똥을 지렸는데도 불구하고 장활동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덜 익힌 고기를 먹고 급성장염에 걸렸을 때보다 훨씬 심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참고 있던 배변 욕구를 해결하고 나니 그래도 살 것 같았다.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현실을 직시했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화장실 변기에 앉은 상태로 한참을 오열했다. 눈물과 똥을 함께 쏟아내었다. 정말 힘들게 준비한 경기가 수포로 돌아가다니, 그것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앞으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너무나 눈앞이 캄캄했다.

 

 

 한참 눈물을 쏟아내던 중 또다시 상태창의 메시지가 등장했다.

 

 

 

 [야, 우냐?ㅋㅋㅋ]

 [꼴이 말이 아니네, 그러게 왜 퀘스트를 실패했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조금 전까지는 다른 느낌의 메시지였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 한 말투. 이 녀석은 메시지창을 통해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지만, 난 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다 거짓이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이놈과 대화를 한다면 내가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상태창이 안 보이는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그냥 어서 빨리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상태창은 계속해서 나의 대답을 재촉했다.

 

 [왜 대답을 안해?]

 [현실을 외면 해도 소용없어]

 [내가 하는 말이 다 보일텐데?]

 [왜? 아직도 못 믿겠어?]

 [병원에 가도 소용없어, 그냥 나한테 물어봐~]

 

 

 분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병원에 가서 상태창에 뜬 퀘스트를 실행하지 않아서 경기중에 똥을 쌌어요. 라고 의사에게 말해 봤자, 미친놈 취급받을 것이 뻔했다.

 

 그래 한번 대화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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