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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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308     추천 : 2     분량 : 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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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AD FC의 대표, 정무홍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LEAD FC 경기 티켓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김 팀장에게 방금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대표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지 1주일도 안 지났는데, 전부 다 팔렸습니다."

 "거봐. 내가 뭐랬어. 화제를 만들어야 된다니까. 이번엔 그걸 서동건이 해주고 있는 거고."

 

 사실, 서동건이 LEAD FC와 재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정무홍 대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부하 직원들은 서동건의 재계약 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반면에 정무홍은 달랐다.

 

 물론 예전의 서동건은 재계약할 가치가 없었지만, 지금의 서동건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며 정무홍이 서동건과의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면, 언제든지 케이지 위로 올린다 라는 것이 정무홍이 선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서동건 원래는 엄청나게 예의가 바른 친구 아니었나요?"

 "맞아. 선수들 사이에 평판도 좋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사실 조용한 캐릭터였지."

 "그런데 왜 갑자기 캐릭터를 바꾼 걸까요? 이해가 잘 안 되네요."

 "나도 그놈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뭐 어쨌든 우리로선 고맙지. 알아서 홍보해주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정무홍의 말에 김 팀장은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직도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저희 LEAD FC가 올라와 져 있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게."

 "그러니까 말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 그건 그렇고 주성훈은 어때 지금?"

 "아유, 말도 마세요.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던데요? 재경기 확정되자마자, 미친 듯이 훈련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오랜만에 복귀전을 그렇게 망쳤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아, 그리고 홍보팀한테 서동건이랑 주성훈 훈련하는 모습도 촬영해서, 홍보영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가봐"

 "네."

 

 

 김팀장이 대표실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정무홍의 입은 귓가에 걸려 있었다.

 

 

 

 

 #2

 

 관장님과 미트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팡! 팡! 팡!

 

 "오오~ 좋아! 한번 더!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팡! 팡! 팡!

 

 

 글러브와 미트가 부딪힐 때마다 나오는 타격음이 기분 좋게 울려퍼졌다.

 

 "오케이 조금만 쉬었다 하자."

 "수고하셨습니다."

 "키야, 우리 동건이가 언제 이렇게 성장했는지 모르겠다. 내 손바닥이 아직도 얼얼하다. 벗은 관장님이 손바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관장님의 손바닥은 빯갛게 달아올라 와 있는 상태였다.

 "아직 한 참 멀었죠." 나는 머쓱한 듯 웃음을 지었다.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좀 쉬고 있어."

 

 

 

 휴식시간에는 언제나 퀘스트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처음 상태창을 열 때는 화장실과 같이,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보곤 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상태창이라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뭔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젠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상태창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이젠 챔피언메이커와 완벽히 익숙해진 것 같다.

 

 

  <퀘스트 현황>

 현재 누적 악플 [ 351/3000]

 남은 기간: 20일

 

 

 생각보다 악플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기사가 올라왔을 때는 금방이라도 퀘스트를 해결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예상과 다른 흐름이었다. 남은 기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영자가 말을 걸어왔다.

 

 [음, 이번 퀘스트 성공하시려면 좀 더 노력하셔야겠어요^^]

 "쳇, 나도 알고 있어. 그 많던 악플러들 다 어디 갔나 몰라."

 [아무래도, 기사나 미디어 노출이 안 되는 상황이라 그런 것 같네요.^^]

 

 영자 말이 맞았다. 나를 욕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악플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욕을 먹을 수 있을지 잠시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체육관 입구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세명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 것 같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중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 한 명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서동건 선수님 안녕하세요. LEAD FC 홍보팀 김동준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기억이 났다. 직접 대화한 적은 없었지만 LEAD FC경기를 할 때 몇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훈련하고 계셨어요?"

  "네, 가볍게 운동하고 있었네요."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경기 전 인터뷰 좀 하려고 하는데"

  "아, 네 물론 가능하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관장님이 LEAD FC에서 훈련 영상을 찍으러 온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났다. 어쩐지 같이 방문한 남자 중 한 명이 작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영자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네요^^]

 나도 영자와 같은 생각이었다. 또 한 번 어그로를 끌어볼까나?

 

 

 

 #3

 

 

 대한민국에 수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있지만, 언론사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극히 소수이다. 격투기 선수로서 업적을 쌓았거나, 인기가 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아니라면 이런 인터뷰를 할 기회조차 없다. 대중들이 무명선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길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는 가볍게 진행되었다.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몸 쓰는 운동을 좋아하긴 했어요. 태권도 도장이나 유도 도장을 다니기도 했죠. 본격적으로 격투기에 입문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쯤으로 기억해요. 그때 처음 킥복싱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셨군요. 그러면 어떤 이유로 격투기 선수가 되어야 겠다라고 마음을 먹으신 건가요?"

 "제가 격투기선수가 되려고 한 이유는......"

 

 질문에 대답을 하려던 나는 이내 하던 말을 급하게 멈췄다.

 

 사실 격투기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최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라면 한번 쯤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악플이 필요하니까.

 

 

  어떻게 말해야 사람들에게 이슈가 될까 생각을 하고 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쉬워 보여서요."

 "네? 어떤 게 쉬워 보였다는 말씀이시죠?"

 "실력도 없는 놈들이 챔피언벨트 차고 있으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솔직히 LEAD FC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전부 수준 미달이잖아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의 대답에 인터뷰담당자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관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발언에 놀란 듯 입을 쩍 벌리고 계셨다.

 

 "그 실력 없는 놈들에 주성훈 선수도 포함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그래도 주성훈 선수는 K-1에서 페더급 챔피언도 하셨잖아요."

 "뭐, 솔직히 옛날에는 좀 했죠. 근데 지금은 영 별로던데."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은 덤으로.

 

 "그 말씀은 본인이 주성훈 선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요?"

 "참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곧 있을 재경기 기대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재미없을 테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너무 일방적인 경기가 될 거라서. 재미없을 거에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4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훈련영상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에 비해 긴 시간은 아니었다. 샌드백을 치는 모습과 관장님과 미트훈련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단지 인터뷰 영상에 덧붙이기 위한 정도의 촬영이라고 그들도 언급했다.

 

 LEAD FC사람들이 체육관에서 떠나자마자, 관장님이 나의 등짝을 후려쳤다.

 

 짝!

 

 "아야! 왜 그러세요. 아이고 아파라"

 "너야말로 진짜 왜 그러는 거야?"

 관장님은 팔짱을 낀 자세를 취하셨다. 그리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하긴 인터뷰 내내 도발성 발언만 했으니 관장님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왜 계속 욕먹을 짓을 해!"

 욕먹을 짓이라는 말을 들으니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 욕 먹을 것 같아요? 관장님이 보기에도?" .

 "당연하지! 어쩌려고 그러냐 정말!"

 "어쩌긴요. 욕먹으면 되죠. 하하"

 "얘가 진짜 미쳤네 미쳤어......

 관장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어그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몇 시간 뒤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인터뷰했던 내용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기사화되어 있었다.

 

 

  「서동건," LEAD FC 수준 너무 쉬워」

  「서동건, 언제적 주성훈은 너무 늙었다.」

  「서동건, "주성훈과의 경기 일방적으로 내가 이긴다."」

 

 물론 기사 아래에는 네티즌들의 악플도 가득했다.

 

 -저 중국인 또 저러네.

 -쟤 진짜 왜 저러냐ㅋㅋㅋㅋㅋㅋ

 -병먹금

 -누가보면 무패 파이터인줄 알겠네, 쟤 LEAD FC에서 5전 2승 2패 1무효임. 물론 무 효게임은 얼마전 있었던 진흙대전이다.ㅋㅋㅋㅋ

 -쟤 진짜 마약검사 해야된다. 제 정신 아님.

 -컨셉 제대로 잡았네. 권이솔 뺨따구 후려 갈기겠다.

 -똥건아 정신좀 차려라. ㅋㅋㅋㅋㅋㅋ

 -서동건? 신인 개그맨인가, 개콘 보다 재밌네.

 -주성훈이 아무리 늙었어도 너한테 지겠냐. 현실 파악좀 해라 동건아.

 -한국 격투기 망신은 쟤가 다 시키네 에휴. LEAD는 그냥 쟤 영구제명해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있는데도,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나 많은 악플이 카운팅 되었나 확인을 해보기 위해 상태창을 켜보았다.

 

  <퀘스트 현황>

 현재 누적 악플 [ 1851/3000]

 남은 기간: 20일

 

 "와, 순식간에 엄청 늘었네."

 [역시 동건님! 벌써 악플 많이 받으셨네요. 기간내에 퀘스트 성공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네요^^]

 [역시 욕먹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으신것 같습니다^^]

 "네가 봐도 그렇지?"

 [주성훈과 경기하기 전에 퀘스트를 완성시키면 정말 좋을 텐데요]

 "걱정마, 아직 경기당일 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고. 계체량 행사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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