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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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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294     추천 : 2     분량 : 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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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한 번 장정팔 선수에게 물었다.

 

 "정말 스파링 해주실 겁니까?"

 "그래. 그런데 너 발목 아프다며."

 "발목, 다 나았습니다. 하시죠 스파링."

 "웃기는 놈이네 이거."

 그가 헛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게 된 건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장정팔 선수가 나의 스파링을 받아주었다.

 

 드디어 레전드 선수와 나의 격차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글러브를 끼고 있던 장정팔 선수가 나를 슬쩍 보았다.

 

 "자네,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그랬나?"

 "네, LEAD FC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가 다시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네가 처음은 아니야."

 "무슨 말씀이시죠?"

 "나랑 스파링 해보고 싶다며 나를 찾아온 사람들 말이야. 네가 처음이 아니라는 말이야."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남자들의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먹 꽤 쓴다는 놈들부터 깡패, 프로 선수들까지, 하나같이 나와 싸우고 싶어 하더라고."

 

 장정팔 선수의 말이 공감이 갔다.

 

 나조차도 학창시절 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난 뒤에 많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시비를 걸리곤 했으니까. 장정팔 선수는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남자들의 본능일지도 모르죠. 자신의 힘을 확인해보고싶은......"

 "맞아. 나도 이해못하는 건 아니었어. 그런데 말이야. 언젠가 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고. 나는 세계챔피언까지 한 사람인데, 나에게 와서 스파링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

 "챔피언이 된 이후에도 그런 제안을 많이 받으셨어요?"

 "오히려 더 많아졌어. 티비로 내 경기를 보고, 자기들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많이 귀찮으셨겠어요."

 그의 말에 나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이어 장정팔 선수가 말을 이어갔다.

 

 "맞아. 그래서 내가 다짐한게 하나있지."

 "그게 뭐죠?"

 "절대 봐주지 말자. 스파링이라고 해서 살살 해주지 않아. 그래야 자기 수준을 깨닫게 되거든."

 그렇게 말하며 장성팔 선수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고, 그것을 본 순간 나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2

 

 

 스파링이 시작하자 마자 장정팔 선수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가벼운 풋워크와 상체의 움직임이 리드미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녹슬지 않은 몸놀림이었다.

 

  아직 여전 하시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나의 머리가 뒤로 튕겨 나갔다.

 

 팡!

 

 그의 잽이 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한것이다.

 

 "집중해. 딴 생각하는 거 다 보여."

 그가 충고하듯 말했다.

 

 그래 일단 집중하자. 상대는 장정팔이다.

 

 나는 가드를 바짝 올리고 공격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타이밍이라는 것이 나오질 않았다. 그에게서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내가 잽을 뻗는다면 곧바로 카운터를 허용할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에 비해 장정팔 선수는 현란한 스텝으로 내 주위를 맴돌며 수차례 잽을 던졌다

 

 

 팡!

 

 팡!

 

 팡!

 

 

 말도 안 되는 스피드와 파워였다. 그리고 그때 잽에 이은 그가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를 던지려고 하는 참이었다. 나는 가드를 더욱 더 바짝 올렸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보란 듯이 가드를 뚫고 나와 나의 콧등을 때렸다.

 

 

 퍼-억!

 

 

 

 순간 귀에서 지잉- 하는 이명 소리가 들렸다.

 와, 무슨 펀치가 이래?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레전드급 선수였다고 해도 지금은 예순이 넘은 나이를 한 사람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퍼억!

 묵직한 라이트 훅에 나의 머리가 옆으로 젖혀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레프트 훅과 한 템포 쉰 다음 번개처럼 날아오는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

 

 

 퍼억!

 

 퍽!

 

 

 이건 뭐 가드로 막고 있다고 한들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돌주먹은 나의 두개골을 흔들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이래선 아무것도 못 하고 녹다운 당할지도 모르는 판국이었다.

 나도 반격을 해야만 했다. 마침 장정팔 선수의 가드에 빈틈이 보였다.

 

 그래 지금이다.

 

 나는 웅크리며 숙이고 있던 몸을 재빨리 들어올려, 그를 향해 힘차게 주먹을 뻗었다.

 

 앞발에 무게를 잔뜩 실은 뒤 던지는 라이트 스트레이트였다.

 허리의 회전도 좋았고, 타이밍도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퍼억!

 

 정확하게 그의 안면에 나의 주먹이 부딪혔다.

 글러브 안쪽까지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이었다. 이 정도라면 제법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웬걸. 그가 웃고 있었다. 나의 주먹에 아무런 데미지를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뭐야? 완전 물주먹이네."

 

 그가 여유로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제대로 들어간 공격이었는데, 물주먹이라는 평가를 받다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나한테 스파링하자고 한 거야?"

 장정팔 선수가 나를 보며 비웃었다.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그 방법 밖에는......

 

 

  나는 곧바로 상태창의 상점을 열었다.

 

 [ <라이트 스트레이트 강화> 카드 10장을 구매하셨습니다.]

 [사용자에게 적용됩니다.]

 

 오른쪽 팔이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템이 적용되는 느낌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나의 앞에 서있는 장정팔 선수에게 한마디를 전했다.

 

 "이제 저도 제대로 하겠습니다."

 

 

 

 

 #3

 

 

 장정팔은 달라진 서동건의 모습에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뭐야, 이놈 왜이렇게 갑자기 펀치가 좋아졌어?'

 

 펑! 펑! 펑!

 

 서동건은 빠르게 장정팔을 향해 주먹을 뻗어대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는 장정팔이 공격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였다. 장정팔은 서동건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드를 바짝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장정팔도 간간히 공격을 재개했다. 서로의 안면에 주먹을 주고받는 공방이 이어졌다.

 

 팍! 팍!

 

 주먹을 섞다 보니 잠시 옛날 생각이 나는 장정팔이었다. 오랜만에 온 힘을 다해서 스파링을 하고 있는 것이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버릇없이 덤비는 서동건을 혼내 주기 위해서 시작한 스파링이었는데, 조금씩 스파링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장정팔이었다.

 

 '스트레이트는 좋은데 아직 엉성해. 스텝이며, 상체움직임 하며......'

 

 장정팔이 보기에 복서로서의 서동건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종합격투기 선수와 복싱선수는 엄연히 다른 종목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때 서동건의 날카로운 잽이 날아왔다.

 

 슉!

 

 장정팔이 빠르게 머리를 움직이며 그의 잽을 회피했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안면을 스치는 잽이었다.

 

 

 '이 녀석 봐라? 점점 좋아지네?'

 

 장정팔은 긴장을 놓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동건의 움직임이 처음보다 더 날카로워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장정팔은 공격태세로 전환을 시작했다. 그의 주특기인 인아웃 스텝을 이용해서 펀치를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동건을 괴롭혔다.

 

 퍽!

 퍽!

 

 역시나 빠른 스텝이었다. 서동건은 장정팔의 속도와 리듬을 좀처럼 읽기 힘들어 하는 듯 보였다.

 

 

 장정팔은 스파링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순간 거리를 확 좁혔다. 자신이 가장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 장정팔의 시선은 서동건의 턱쪽을 향해 있었다.

 

 장정팔은 곧바로 힘을 잔뜩 실은 주먹을 서동건에게 던졌다.

 하지만 동시에

 서동건 역시 장정팔을 향해 주먹을 뻗고 있었다.

 

 

 

 

 뻐억!

 

 

 

 강력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뻗었던 두 선수의 주먹 중, 상대의 턱에 먼저 닿은 펀치의 주인공은 서동건이었다.

 

 서동건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장정팔의 턱을 정확하게 타격했고, 장정팔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바닥으로 주저 앉게 된 것이다.

 

 

 

 " 와......"

 두 사람의 스파링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두현이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의 스승이 링 바닥에 넘어진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던 장정팔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순간 다운을 당했다는 사실에 당황한듯 보였다.

 

 

 그러곤 장정팔은 갑자기 웃음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오랜만에 다운 당했네"

 

 서동건은 그런 장정팔에게 다가갔다.

 

 "이래도 물주먹이에요?"

 "그말은 내가 취소해야겠네. 계속할까?"

 "그럼요. 저야 좋죠."

 

 서동건이 앉아 있는 장정팔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스파링은 계속 진행 되었다.

 

 

 

 

 #4

 

 

 [축하합니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처음 보는 내용의 메시지가 하나 더 등장했다.

 

 

 [+보너스 획득!]

 -L등급 선수와 상대로 멋진 스파링을 보여주셨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카드를 추가 획득하셨습니다.

 획득 아이템: <인아웃 스텝>

 

 

 보너스라,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무튼 예상외의 수확이었다.

 

 장정팔 선수와 스파링을 할때 가장 성가셨던 부분이 저 인아웃 스텝이 었는데, 나도 저 능력을 이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만족스러웠다.

 

 애초에 퀘스트에서 주어진 60분. 퀘스트 완료 상태창이 등장한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장정팔 선수와 스파링을 진행했다. 함께 운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리고 내가 장정팔 선수를 다운 시켰던 장면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템을 써서 능력을 강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싱룰로 하는 스파링으로는 장정팔 선수를 이길 수 없었다.

 

 

 

 

 스파링을 끝낸 뒤 허리를 숙이며 장정팔 선수에게 인사를 드렸다.

 

 

 "많이 배웠습니다."

 "그래. 나도 오랜만에 재미있었다."

 "역시 레전드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하."

 "아부하지마, 그리고 너, 지금이라도 복싱해 볼 생각없냐? 이메웨더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로 만들어 줄 수 있는데."

 "하하하, 아니에요. 저는 종합격투기가 좋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보러 오세요. 종합격투기도 재미있어요."

 "쳇, 남자는 주먹으로만 싸워야지. 알겠다. 나중에 경기할 때 말해. 한번 보러갈게."

 "감사합니다. 꼭 보내드릴게요."

 

 

 

 레전드 선수와의 스파링은 나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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