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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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321     추천 : 2     분량 :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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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마트폰 카메라를 키고 빨간색의 녹화버튼을 눌렀다.

 

 '띠링'

 

 녹화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서동건입니다."

 "안녕하세요. LEAD FC 페더급 파이터 서동건입니다."

 "아, 이거 되게 어색하네......"

 

 목소리 톤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말해보았지만, 너무 어색했다. 방안에서 혼자 찍고 있었음에도, 이런 나의 모습을 누가 볼까 무서울 정도였다. 몇 번씩이나 녹화 버튼을 눌렀다 껐다를 반복했다. 영상을 찍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울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뭐 포기할 수 없지. 나는 다시 녹화버튼을 눌러 촬영을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영상을 찍는데 성공했다. 완전 엉망진창이었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악플만 받으면 되니까 상관없었다.

 

 이제 한번 업로드 해볼까.

 

 나는 곧바로 너튜브에 나의 영상을 올렸다. 채널 이름은 '서동건TV'로 정했다. 많은 너튜버들이 자신의 이름과 TV라는 글자를 붙여서 활동하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내가 업로드한 영상의 제목은 'LEAD FC 파이터 서동건 입니다' 였다. 첫번째 영상이니까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내용이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여태까지 내가 악플을 받았던 수단들은 모두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들 뿐이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한 악플은 그 순간에만 잠깐 효과가 있을 뿐, 지속적인 악플을 받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있었다.

 

 그런 한계를 깰 수 있는 것이 바로 너튜브라고 생각했다. 언제든 내가 주도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나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다면, 아주 안정적으로 악플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몇일이 지나고 산산조각이 났다,

 

 

 영상을 업로드하고 4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의 영상의 조회수는 1회에 불과했다.

 

 

 "뭐야......"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악플은 커녕, 사람들이 보지를 않았다. 아니 그보다 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유입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에휴, 하긴 아무나 너튜브 하는게 아니지."

 

 그렇게 아쉬운 한숨을 쉬고 스마트 폰을 침대 위에 던졌다. 그런데 그때 띠링 하는 효과음이 스마트폰으로 부터 울렸다. 무슨소리인가 싶어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았다.

 

 [맴매킴 스트리밍 방송 중]

 

 김봉현 선수의 채널인 맴매킴의 방송을 알리는 알림소리였다.

 

 

 방송에 접속하니, 김봉현과 그의 체육관 식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맴매킴의 김봉현입니다. 오랜만에 야외방송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희가 할 컨텐츠는 바로 주먹 피하기 2탄입니다! 지난 번에 강남역에서 이 컨텐츠를 했던 적이있죠. 그런데 구독자분들 께서 외국인분들 주먹도 그렇게 쉽게 피할 수 있는지 한번 증명해달라고 하는 그런 요청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분들이 가장 많은 이태원으로 저 맴매킴과 맴매 특공대원들이 왔습니다!」

 

 

 이태원이라.....방송이 촬영되고 있는 이태원은 우리집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순간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2

 

 

 

 이태원역 3번출구 앞쪽에 많은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있었다. 그 인파의 가운데에는 김봉현이 서 있었다. 그의 너튜브 방송 촬영이 한창이었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 있으신가요?"

 

 김봉현이 사람들을 향해 말하자 그 중 한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법 건정한 체격을 가진 흑인남성이었다.

 

 "와, 체격이 너무 좋으신데요? 하하하."

 김봉현은 지원자의 체격을 보며 놀란듯 웃음을 보였다.

 

 "일단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컴 히얼 플리즈."

 김봉현의 말에 흑인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음, 음, 왓이즈 유얼 네임?"

 "잭슨입니다. 영어 안쓰셔도 돼요. 저 한국말 잘해요"

 

 흑인 남성은 아주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자,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봉현도 마찬가지였다.

 

 "와,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하세요? 저보다 잘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잭슨씨는 직업이 뭐에요?"

 "저는 군인입니다."

 "아! 어쩐지 체격이 일반인의 체격이 아니에요. 솔직히 군인은 일반인 아니지 않나? 오늘 우리는 일반인의 주먹을 피하려고 온건데?"

 

 김봉현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엄살을 피우자, 주변에서 가벼운 야유 소리가 나왔다.

 

 

 "에이~"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장난이에요. 사실 피할 수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UFC파이터 아닙니까. 자 그러면 글러브 껴주세요."

 

 글러브를 낀 상대방과 마주하자, 장난기 가득했던 김봉현의 표정이 진지 하게 바뀌었다.

 

 "제한시간은 30초 입니다. 30초동안 저를 한번이라도 맞추시면, 저희가 맴매킴 티셔츠를 드릴게요."

 

 시작 소리와 함께 흑인남성이 주먹을 힘차게 뻗었다. 하지만 역시 김봉현은 아주 가볍게 남성의 주먹을 피했다. 두 발을 땅에 붙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슉! 슉! 슉!

 

 

 

 "와아!"

 "오우!"

 "이야 역시 김봉현이야"

 "저걸 다 피해?"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라도 프로 격투기 선수에게 주먹을 맞추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오히려 공격을 시도하는 남성이 헥헥 거리며 숨을 거칠게 쉴 정도 였다.

 

 

 삐-

 

 

 

 결국 흑인 남성은 30초 동안 김봉현의 얼굴을 단 한번도 때리지 못했다.

 

  모든 공격을 피하는 데 성공한 김봉현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봤죠 봤죠? 제가 다피하는 거 봤죠? 저희 프로파이터는 일반인의 주먹은 슬로의 비디오로 보인다니까요 정말로?"

 

 김봉현이 촬영을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에서는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그래 우리 맴매킴 잘하네 잘해 우쭈쭈

 -아까 군인은 일반인 아니라며 ㅋㅋㅋㅋㅋ

 -봤어요. 그렇게 강조 안해도 됨.

 -근데 마지막 한대는 맞은거 아닌가?

 -맴매킴 아직 실력 안죽었네

 -역시 UFC 파이터

 -그런데 저기 뒤에 있는 사람은 왜 저렇게 숨을 헐떡대고 있지?

 -그러게 땀도 많이 흘리고 있네.

 -어 저 서있는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누구? 누구 말하는 거임?

 -맴매킴 뒤에 있는 사람

 -아! 걔다 개!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채팅방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네? 누구 말하는거예요?"

 

 -뒤에 서동건 있어요.

 -서동건이요. 서동건 LEAD FC서동건

 -맴매킴은 서동건 같은 쩌리 모를 듯

 

 

 채팅방의 메시지를 확인한 김동현이 뒤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 사이에 서동건이 땀을 흘리며 서있었다.

 

 

 

 

 #3

 

 

 

 전력 질주로 뛰어왔다. 혹시나 도중에 방송이 끝날지도 모르니까.

 

 내 너튜브 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에 좋은 찬스였다. 몇몇 너튜버들도 유명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채널을 홍보하기도 하는 것처럼, 나도 김봉현 선수의 방송에 출연해서 내 채널이 있다는 것만 알린다면 어느정도 유입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 진짜 서동건 선수시네?"

 채팅창에서 나를 발견한 시청자들 덕분에 김봉현 선수가 나를 알아봤다.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서동건 선수."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고 있어요?"

 "아, 그냥 런닝 하다가 사람들이 좀 몰려있길래."

 "아 그래요? 여기 우리 우돌리분들께 인사좀 부탁드릴께요."

 

 우돌리는 김봉현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의미하는 애칭이었다. 우돌리는 김봉현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자신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LEAD FC에서 싸우고 있는 프로 파이터 서동건 입니다"

 

 -갑자기 서동건이 등장하네.

 -동건이 급똥마려운거 아님? 땀 엄청 흘리고 있네ㅋㅋ 화장실가라 여기서 똥싸지 말고.

 -동건이 갑자기 예의바른거 실화? 김봉현 앞에서는 요조숙녀가 됐네

 

 역시 채팅방에서는 나를 향한 악플이 쏟아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악플에 나보다 김봉현 선수는 오히려 민망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능숙하게 다른 쪽으로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서동건 선수 저번 경기 진짜 잘봤어요. 특히 마지막에 노가드로 성훈이형 주먹 다 피하는 거는 진짜 압권이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김봉현선수가 나를 칭찬하다니,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내가 평소 존경하던 선수였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았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경기끝나고, 쉬면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열심히 운동해요. 실력이 진짜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서동건 선수 응원 많이 해주세요. 악플도 좀 그만 쓰시고......."

 

 김봉현 선수가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채팅방이 비슷한 내용들의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맴매킴 서동건 주먹도 다 피할 수 있음?

 -맴매킴 서동건하고 해봐요.

 -그래. 그거 재밌겠다 LEAD FC선수 VS UFC선수

 -상대가 되겠냐. 하나도 못 맞출걸?

 

 

 

 

 #4

 

 

 "에이, 서동건 선수는 프로 선수잖아요. 제가 당연히 다 못피하죠."

 

 -또 맴매킴 약한척 한다.

 -김봉현 너무 겸손한 것도 병임요.

 -한번 해봐요. 서동건 한대도 못 맞출것 같은데

 

 

 

  그랬다. 채팅창에서 올라오는 말 처럼 김봉현 선수는 겸손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김봉현 선수의 매력에 끌린다고 생각했다. 나도 김봉현 같은 선수가 되고싶었다. 겸손하고 팬들에게 존경받는 격투기 선수.

 

 

 

 하지만 난 그런 선수가 되기에는 이제 글러먹은 것같다. 왜냐면 또 다시 퀘스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돌발 퀘스트 발생]

 퀘스트 내용: 500명 이상의 사람에게 악플을 받아라.

 제한기간: 5분

 보상: 1000포인트

 페널티: 고자가 된다

 

 

 이미 하나의 퀘스트가 진행 중인 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그것도 최악의 페널티와 함께......

 진짜 미쳤네. 이건 죽는한이 있어도 퀘스트를 성공시켜야한다.

 

 

 현재 맴매킴의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수는 약 1500명. 3분의1 정도만 나에게 악플을 보내준다면, 성공시키는 데는 문제 없을것이다.

 

 

 김봉현 선수는 여전히 시청자들과 소통중이었다, 나의 주먹을 피해보라는 시청자들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위한 거절이었다. 만약 내가 정말 김봉현 선수에게 타격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역시 수준이 떨어진다는 둥, LEAD FC수준이 이정도라는 둥, 나에게 비난을 쏟을게 뻔했으니 말이다.

 친분도 없는 관계인 만큼 내가 받을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던 김봉현 선수의 배려였다.

 

 

 

 

 하지만 난 그런 배려를 무시하고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한번 해보시죠. 무서우시면 헤드기어 끼셔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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