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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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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313     추천 : 2     분량 : 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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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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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하하. 와 역시 서동건 선수 역시 도발의 1인자. 와 진짜 캐릭터 대박이에요"

 

 나의 싸가지없는 멘트에도 불구하고 김봉현 선수가 호탕하게 웃어주었다. 다행이었다 나의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이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UFC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보다 더 관종같은 선수들을 많이 봐 왔을 그였다.

 

 

 하지만 채팅방에서는 여전히 나를 향해 매서운 악플들이 떠 오르고 있었다.

 

 -감히 김봉현한테도 도발을하네. 강심장 인정.

 -동건아 자리를 가 봐며 까불어야지......

 -동건아, 감당 못할 짓은 하지마라

 -똥건이 미친게 분명하다.

 -그래 이참에 클라스 차이를 보여주자. 동건이 창피해가지고 얼굴 들고 다닐 수 있겠냐?

 

 

 "그래요 그럼 진짜 한 번해볼까요?"

 

 김봉현이 나에게 글러브를 건네 주었다. 16온스의 복싱 글러브였다. 글러브를 손에 끼면서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렸다. 뭐랄까 설렘의 감정이었다. 내가 동경하고 존경하던 선수와 마주서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좋았다. 그리고 나와 김봉현의 실력차이는 어느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이 솟구쳐 올랐다.

 

 

 "자, 그럼 30초 동안 서동건 선수의 주먹을 한번 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동건선수 준비 되셨나요?"

 

 "네. 준비 됐습니다."

 

 

 룰은 간단했다. 나는 김봉현 선수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던지는 것이고, 김봉현 선수는 나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다. 대신 김봉현 선수는 가드를 하지않는 것이었다. 가드를 통해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었다.

 

 

 "자 그럼, 준비...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나는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과연 내 주먹이 김봉현 선수에게 닿을 수 있을까. 상당히 궁금했다.

 우선 상체를 가볍게 움직이면서, 그의 반응을 살폈다. 주먹을 날릴 듯 한 페이크 모션을 취해보았다, 하지만 김봉현은 꿈적하지도 않았다.

 

 뭐지? 생각 보다 반응속도가 느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그의 안면을 향해 첫번째 공격을 뻗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레프트 잽.

 보통 프로 선수들은 주먹을 뻗는 순간, 자신의 공격이 맞을지, 빗나갈지에 대해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렇듯 난 나의 잽 공격이 성공할 것이라 예상했다. 타이밍도 완벽했고, 김봉현 선수의 움직임도 생각보다 둔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슉!

 

 

 

  김봉현 선수는 아주 손쉽게 나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것도 내가 팔을 다 뻗기도 전에 머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어디로 공격할지 이미 다 알 고 있는 듯 것 같았다.

 

 

 설마 아까 전 나의 페이크 동작에 반응을 하지 것도, 페이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가?

 

 

 살짝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어서 연속 해서 잽을 뻗었다. 처음의 그것 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슉! 슉! 슉!

 

 

 그는 아주 손쉽게 나의 잽을 모조리 회피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도 감탄소리가 여기저기서 퍼져나왔다.

 

 

 "오오오오! 미쳤다."

 '와아!"

 "헐 대박."

 "서동건 주먹도 진짜 빠른데, 김봉현은 더 빠르네 하하."

 

 

 사람들의 반응이 곧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충분히 빠르게 던진 공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닿기는 커녕 스치지도 않았다. 이것이 월드클래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먹을 뻗었다. 단발 성 잽이 안된다면 컴비네이션 공격이다.

 

 

 첫번째 잽을 날렸다.

 

 슉!

 

 김봉현 선수가 머리를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나의 잽을 피했다. 어차피 첫 잽을 성공하지 않았다 해도 상관없었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가짜 잽이었으니까. 나는 곧바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빠르게 뻗었다. 하지만 뻗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이것도 피하겠네.

 

 김봉현 선수는 이미 내 어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의 글러브와 김봉현 선수의 이마가 부딪혔다.

 

 

 퍽!

 

 

 

 "아하하, 맞았어, 거봐 선수주먹을 어떻게 다 피해!"

 김봉현 선수는 아쉬운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김봉현 결국 맞았네 하하하."

 "하긴 프로선수 주먹을 피하기는 어렵지."

 "그래도 많이 피했다."

 

 

 

 우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김봉현 선수가 나의 공격을 허용하는 것을 보고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다. 난 알고 있었다.

 

 그가 내 주먹을 일부러 맞아 줬다는 것을.

 

 

 

 

 

 #2

 

 -그래도 한대 맞췄네. 서동건 프로선수는 프로선수있듯

 -서동건 제법 빠르네

 -하긴 프로선수 주먹은 일반인이랑 다르지. 그래도 맴매킴 선방했다.

 

 

 나를 칭찬하는 채팅도 등장하긴 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분명 김봉현 선수는 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던지려 했을 때 이미 그의 시선은 나의 어깨를 향해 있었으니.......하지만 그는 나를 위해서 일부러 머리를 갖다 대어준것이다. 사람들의 앞에서 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이것이 진짜 UFC선수의 클라스 차이인가, 나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동건 선수."

 "네, 역시 대단하시네요."

 "서동건 선수님이 더 대단하시던데요. 진짜 집중했는데 정말 피하기가 어려웠어요. 펀치가 너무 빨랐어요 하하. 오늘 저희 맴매킴 방송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마지막으로 우리 맴매킴TV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촬영을 하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인사를 하려고 하는 순간, 퀘스트 제한시간을 카운팅하던 숫자가 6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맞다. 퀘스트 중이었지. 나는 곧바로 퀘스트 현황창을 켜보았다.

 

 [퀘스트 현황]

 누적악플: [420/500]

 제한시간: 59초

 

 

 58초...57초...56초

 

 

 아직 80개의 악플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제한시간은 계속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에휴 오늘도 예의있는 인사로 마무리하는 것은 글러먹었네.

 

 나는 곧바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비열한 표정과 함께.

 

 "사실 맞출 수 있었는데, 김봉현 선수가 헤드기어를 안 끼셔서 다치실까봐 살살 쳐 드렸습니다. 아 참. 그리고 저도 너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서동건TV라고 검색하시면 나올 겁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역시나 나의 발언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미친, 서동건 또 선넘네. 선동건이냐

 -칭찬한번 해주니까 정신 못차리네 ㅉㅉ

 -역시 사람은 안 바뀐다.

 -맴매킴 이런 놈이랑 엮이지 마세요. 급떨어짐

 -똥건아 정신차려라.

 -남의 채널 와서 자기 채널 홍보하고 있네

 -안 본다. 싫어요는 열심히 박아줄게

 -ㅋㅋㅋㅋ 진짜 예상을 못하겠다 서똥건. 진짜 돌아이네 이거

 

 빠르게 쏟아지는 악플 때문에 채팅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정도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퀘스트는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에휴, 다행이긴 한데, 김봉현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나는 고개를 돌려 김봉현 선수의 반응을 슬쩍 보았다. 다행히 김봉현 선수는 예의 없는 나의 발언에도 재미있다는 듯 호탕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 진짜 재밌어요. 우리 서동건 선수.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네,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악수를 나눴고, 나는 자리를 옮겼다.

 

 

 

 

 

 #3

 

 

 나는 맴매킴TV 촬영장에서 멀지 않은 공터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며, 촬영이 언제 끝날지를 기다렸다. 촬영이 끝나면 다시 김봉현 선수에게 인사를 드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촬영이 끝이 났다.

 나는 곧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 김봉현 선수가 그곳에 있었다.

 

 

 

 "촬영 수고하셨습니다."

 "어? 아직 안가셨어요?"

 "네, 제대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하하하 괜찮아요. 그거 다 컨셉이신 거 다 알고 있습니다. 혹시 사과하려고 저를 기다리신 거에요? 그럴필요 없으신데."

 

 이 사람은 정말 착한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도발하는 캐릭터라고 한들, 친분도 없는 사이에 그런 행동을 이해해준다는 것이 절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봉현 선수는 잠시 시간을 확인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 하실래요?"

 "저야 물론 영광이죠."

 

 그렇게 우리는 카페로 갔다,

 

 내가 존경하던 선수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어디에 사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사소한 대화였지만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다.

 

 

 "동건씨 궁금한거 하나만 물어도 돼요?" 김봉현 선수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나에게 물었다.

 "네. 물론이죠!"

 "동건씨는 어쩌다 그런 캐릭터를 잡은거에요? 사람들이 동건씨 원래 엄청 착하고 예의바른 분이라고 말하던데, 그래서 아까도 전혀 기분 안나빴어요. 그게 컨셉이라는 걸 아니까."

 

 그게 다 퀘스트 때문이랍니다. 라고 말할 수 는 없는 판국이었다.

 

 "사실 제가 아무런 캐릭터가 없다라구요. 그러다 보니 좀 이슈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말에 김봉현 선수는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요. 사실 캐릭터라는 거 중요하죠. 우리 바닥에서, 대신 실력이 받쳐줘야 하니까 열심히 해봐요."

 "하하. 네 물론이죠.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동건씨가 몇살이라고 하셨죠?"

 "저는 올해 23살입니다."

 "와아 부럽다. 진짜 젊네요. 나는 23살때 뭐하고 있었더라?"

 "일본 DAP에서 활동하고 계셨죠 그때는. 한창 연승 중이셨죠"

 

 DAP은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일본의 격투기 단체로, 김봉현 선수가 UFC로 진출하기전 활약했던 단체였다.

 

 "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하하, 사실 김봉현선수 골수 팬입니다."

 "몰랐네요. 고마워요 하하하. 그냥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정말요?"

 "형이라고 불러요 나도 말 편하게 할게."

 "네 알겠습니다 형."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존경하는 선수와 이렇게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김봉현 형과의 인연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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