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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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291     추천 : 2     분량 :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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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희종의 훈련이 끝나자, 몇 명의 여성회원들이 그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오희종이 소속되어있는 에이스 체육관의 일반 회원들이었다.

 

 “오빠 이거 드세요.”

 “오늘도 훈련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그녀들은 각자 수건과 물병을 오희종에게 건네자, 오희종이 눈웃음을 보이며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그의 특유의 반달모양으로 구부러지는 눈웃음이 나오자, 여성회원들이 볼이 빨개지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한 달에 12만 원이라는 체육관 회비를 지불하는 그녀들이었다.

 

 “오빠 경기 준비는 잘 되어가죠?”

 “그럼요. 이렇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여러분 덕분이에요.”

 그의 답변은 마치 연예인들이 팬들에게 말하는 어투였다. 팬들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해주는 오희종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에 여성회원들은 환하게 웃음을 보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나는 솔직히 희종이 오빠가 서동건이랑 안 싸웠으면 좋겠어요. 그 인간 너무 수준이 떨어져.”

 그러자 주변의 다른 여성들도 함께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급이 다른데 말이야”

 “관심 종자 같은 놈. 진짜 너무 싫어!”

 그녀들은 잔뜩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좀 전까지 오희종을 향해 지었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서동건에 관련된 주제가 그녀들의 입에서 나올 때면, 그녀들의 미간은 재빠르게 구겨졌다. 진심으로 서동건을 싫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희종은 그런 그녀들의 반응과는 달랐다.

 “에이,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같은 종합격투기 선수인데, 서동건 선수도 좋게 봐주세요”

 서동건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여성회원들은 마치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몸을 베베 꼬았다.

 

 “어쩜, 이렇게 마음도 착할까······”

 “진짜 오빠 혹시 천사 아니야?”

 

 그렇게 그들이 잠시 수다를 떨고 있는 도중, 누군가 오희종을 불렀다.

 “희종아. 잠시 들어올래?”

 에이스 체육관의 관장 김관우 관장이었다.

 

 오희종은 곧바로 여성회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관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관장실에 들어오자마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관장님 좀 일찍 불러주시지. 쟤네 상대 하느라 귀찮아 죽는 줄 알았네.”

 “하하. 안 그래도 그럴 것 같더라.”

 “우리 체육관 수질 좀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애들 수준이 너무 저질이야. 쟤네도 알겠죠? 지들이 못생겼다는 걸?”

 

 오희종은 철저하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들리겠다. 조용히 좀 말해.”

 “들어도 상관없어요. 모르면 지네들도 좀 알아야지 쯧쯧.”

 그렇게 오희종은 혀를 찼다.

 

 “그나저나 너도 이거 봤냐?”

 김관우 관장이 오희종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어떤 거요?”

 오희종은 손을 내밀어 김관우 관장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는 하나의 기사가 있었다.

 

 

 

 「서동건, 오희종에게 도발」

 [스포츠뉴스= 양두호 격투기 전문기자]

 「오는 7일 LEAD FC에서는 서동건과 오희종의 경기가 예정되어있는 와중에 서동건이 한 인터넷카페에 남긴 글이 화제가 되었다. 그가 글을 남긴 인터넷 카페는 바로 오희종의 팬카페였다. 서동건이 작성한 게시물에는 상대 선수인 오희종을 향한 도발적인 언사로 가득했다.

 꽃미남 파이터로도 유명한 오희종에게 외모 비하를 하기도 모자라 올림픽에서 겨우 동메달밖에 따지 못한 선수라며 오희종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가득한 게시물이었다.

 이런 서동건의 오희종의 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듯, 서동건에게 많은 비판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를 확인한 오희종은 피식,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 부럽다 서동건.”

 그렇게 말하는 오희종에 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살잖아요. 사람들 눈치도 안 보고. 나도 이런 컨셉으로 바꿔볼까요?”

 오희종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이미지메이킹이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그러면 되나”

 “매번 착한 척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고요.”

 “됐네요. 아무튼 경기준비는 문제없지?”

 “물론이죠. 이번에도 가볍게 끝낼게요.”

 오희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2

 

 

 

 LEAD FC의 계체량 행사 날이 되었고,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눈앞에 상태창이 등장했다.

 

 

 

 [돌발 퀘스트 발생]

 퀘스트 내용: 오희종의 심박 수를 140을 넘게 하시오.

 제한기간: 계체량 행사 완료 전까지.

 보상: 1000포인트

 페널티: 평생 솔로로 살게 된다

 

 

 영자놈 또 저런 페널티를 주다니......

 

 

 

 심박수를 올리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나의 입장 순서가 되었다.

 

 "서동건 선수님 입장 하실게요."

 LEAD FC의 스태프가 나에게 들어가도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

 

 계체량 행사가 진행되는 홀에 들어가자, 먼저 계체량을 통과한 오희종이 보였다. 그리고 오희종의 머리 위에 무엇인가 보였다.

 

 빨간색 하트 모양의 형체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하트 안쪽에는 하얀색 숫자가 위치해 있었다. 오희종의 심박수를 나타내고 있는 듯 보였다.

 

 오희종의 심박수는 90에서 95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상태였다.

 

 

 참나, 웃기는 퀘스트네. 어차피 5000명에게 악플을 받아야하는 퀘스트의 남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오늘 도발을 할 셈이었다.

 

 

 

 

 

 

 

 #3

 

 

 

 “공식 체중 65.1kg!"

  "서동건 선수도 공식 계체량을 통과 하셨습니다!"

 

 진행자의 멘트와 함께 서동건이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그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그의 상대선수인 오희종이 있었다.

 

 LEAD FC의 대표 정무홍을 가운데 두고 서동건과 오희종이 마주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파이팅 모션을 취했다.

 

 서동건은 오희종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고, 오희종은 그런 서동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있었다. 계체량에 참석한 기자들은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 후레시가 잠잠해 질 때쯤이 돼서야, 정무홍 대표가 두 사람의 등을 두드렸다. 이제 파이팅 자세를 거두어도 된다는 신호였다.

 

 

 

 쥐고 있던 주먹을 허리에서 내린 오희종이 서동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싸워봐요."

 악수를 청하는 오희종이었다. 하지만 서동건은 자신에게 내민 오희종의 손바닥을 강하게 쳐내며 그의 악수를 거절했다.

 

 찰싹!

 

 서동건의 도발이 또 시작된 것이다.

 

 

 서동건의 돌발적인 행동에 정무홍 대표가 재빠르게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상황은 악화되지 않았다. 오희종의 반응이 침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서동건의 도발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특유의 눈웃음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기자들은 신이 난듯 사진을 찍어댔다.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잠잠해지고 난 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 그러면 경기를 앞둔 소감을 두 선수에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희종 선수부터 말씀해 주실까요?"

 

 오희종이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네, 내일도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피니쉬로 경기를 끝내겠습니다"

 "오, 역시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그럼 내일 경기에서도 오희종 선수의 전매특허인 돌려차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오희종이 그렇게 말하자, 반대쪽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 서동건이었다.

 

 "그런 기회가 올것 같아?"

 서동건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올 것 같은데요? 하하"

 오희종은 여유로운 듯 웃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나는 네가 싸웠던 선수들이랑 달라."

 "물론 알고 있죠. 제가 여태껏 경기 했던 선수분들 보다 약하시다는 걸."

 오희종은 서동건의 말 싸움에 전혀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동건의 도발을 능숙하게 맞받아치는 오희종이었다.

 

 "약한건 너잖아. 그러니까 동메달밖에 못 땄지."

 "하하, 맞는 말씀이에요. 아쉽게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획득하는 거에 그쳤죠. 그래도 서동건 선수는 쉽게 이길것 같은데요?"

 "착각이 심하네, 내가 태권도로 해도 너 이겨. 나도 검은 띠야."

 

 서동건이 유치한 도발을 계속 했지만, 오희종은 끄떡 없었다. 그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서동건의 도발을 모두 받아쳤다. 그것도 아주 유연하고, 신사적인 답변으로.

 

 

 #4

 

 

 아 미치겠다. 도통 안 넘어 온다.

 

 큰일이다. 계체량 행사가 거의 끝나가는 판국에,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오희종 저 자식은 왜 저렇게 침착한거지, 심장이 고장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만 더 찍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사회자가 계체량 행사를 마무리 하려는지 나와 오희종을 가운데로 불렀다. 이제 나에게 남은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기자들이 있는 방향 쪽을 바라보며 정면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음은 오희종과 마주 보며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이 녀석은 평화로워 보인다.

 

 여전히 오희종의 심장 박동수는 90에서 95 사이.

 

 파이팅 자세를 한 채 오희종에게 더욱더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머리를 오희종의 이마에 맞붙이며 힘을 주었다.

 

 목에 힘을 주며 오희종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녀석 역시 밀려나지 않으려 머리를 내 쪽으로 밀고 있었다.

 

 

 머리싸움을 하는 상황에도 오희종의 심장박동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이 녀석의 몸을 밀어버린다면 심장 박동수가 오를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같은 평온함이라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미는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관계자들이 우리를 떼어놓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결국 이 방법을 써야 하나......

 

 

 

 서로의 이마를 맞붙이며 머리싸움을 하고 있던 터라. 우리의 얼굴은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뜨거운 콧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오희종의 눈을 노려보고 있던 나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곳은 오희종의 입술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쪽!

 

 

 처음 하는 남자와의 입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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