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악플먹고 강해져
작가 : 파란낙타
작품등록일 :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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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작성일 : 20-09-23     조회 : 320     추천 : 2     분량 : 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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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너로 돌아가 관장님이 준비한 의자에 앉았다. 라운드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은 약 1분여정도. 이 짧은 시간동안 다시 체력을 보충해야한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폐 속에 마치 모래 알갱이가 들어오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1라운드 때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것이다. 끊임없이 공격을 주고받았으니 당연했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경기들 중 가장 빠른 템포의 경기였다.

 

 “일단 호흡하자 동건아.”

 관장님이 나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그리고는 잔뜩 달궈진 나의 몸을 식혀 주기 위해, 아이스 팩으로 나의 몸 이곳 저곳을 마사지 해주었다.

 

 이어서 관장님이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2라운드에 어떻게 싸워야 할 지에 대한 전략을 말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관장님의 말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기 때문이었다.

 

 왜 이러지?

 쿵 쿵 소리를 내며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몸 전체를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경기를 뛰어보았지만 지금과 같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관장님이 나의 어깨를 툭 치셨다.

 

 “야 동건아 괜찮냐?”

 “네?”

 “아까 전부터 실실 웃고 있잖아.”

 

 내가 웃고 있었다고? 관장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왜 나의 심장박동이 이토록 격하게 뛰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진심으로 경기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폐가 찢어질 듯이 숨이 차도, 얼굴에 수많은 펀치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희종과 싸우고 있는 지금 이순간이 행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듯 했다.

 

 

 

 

 맞은 편 코너에 앉아 있던 오희종 역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

 

 

 

 

 삐!

 

 부저소리와 함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자, 이제 곧 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선수 체력을 많이 회복을 했을 지 모르겠네요!」

 

 서동건과 오희종, 두 선수가 케이지 중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팔을 길게 뻗으며, 서로의 글러브를 부딪혔다.

 

 「오, 두 선수 터치글러브를 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1라운드 때는 터치글러브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던 두 선수였거든요.」

 「두 선수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지도 모르겠네요. 격투기 선수들은 경기를 하다 보면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올 때가 있거든요. 아마 두 선수가 1라운드 때 그런 감정을 느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보기 좋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시 서로 거리를 벌립니다.」

 

 2라운드의 첫 공격은 서동건의 손 끝으로부터 나왔다.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오희종에게 날리는 레프트 잽이었다

 

 팡!

 

 오희종은 가볍게 그의 잽을 쳐내는 패링 동작을 하며 방어했다. 그리고 방어와 동시에 그 역시 동건을 향해 잽을 던졌다.

 

 슉!

 

 동건이 재빨리 머리를 옆으로 제끼며 잽을 피했다.

 

 그렇게 두 선수의 잽 공방이 몇차례 이어졌다.

 

 「와, 두 선수 아직 체력이 남아 있는 건가요? 여전히 움직임이 재빠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 역시 놀랍네요. 분명 1라운드 때 많은 에너지를 소모 했을 것이 분명할텐데요. 두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때, 서동건의 잽이 오희종의 안면을 타격했다.

 퍽!

 「서동건의 레프트 잽! 빨라요!」

 

 오희종의 안면 정중앙을 가격하는 서동건의 주먹이었다. 그리고 동건은 계속해서 후속공격을 이어갔다.

 허리의 회전을 이용해 올려 치는 라이트 어퍼컷

 빠악!

 

 그리고 강하게 무게를 실은 레프트 훅까지.

 퍼억!

 

 던지는 모든 공격이 유효타가 되는 순간이었다.

 관중석에서도 동건의 콤비네이션에 놀란 듯 감탄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야, 미쳤다.

 오오!

 와 서동건 잘하는데?

 

 펀치 연타를 허용한 오희종은 잠깐 뒤로 스텝을 뺐다가, 다시 공격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의 발끝이 케이지 바닥에서부터 빠르게 튀어 올랐다. 서동건의 복부를 향해 날아가는 그의 바디킥이었다.

 

 빠악!

 

 엄청난 타격음이었다.

 

 

 ‘커억’

 

 순간 숨이 안 쉬어지는 동건이었다. 오희종의 발등이 정확하게 동건의 옆구리를 가격한것이다.

 ‘무슨 쇠파이프로 때리는 것 같네······’

 게다가 1라운드 때 맞았던 곳과 같은 곳에 바디킥을 허용한 터라 더욱더 데미지가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바디킥을 성공한 오희종은 곧바로 동건을 향해 달려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오희종은 동건을 향해 주먹을 힘차게 던졌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그의 오버핸드 레프트 훅이었다.

 

 슉!

 

 동건은 재빨리 상체를 숙이며 그의 주먹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희종이 던진 레프트 훅은 미끼였다. 동건이 머리를 숙이기 끔 만든 셋업인 것이었다.

 오희종의 오른발이 순식간에 동건의 머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빠각!

 

 엄청난 타격음이었다. 하지만 오희종의 발등이 가격한 것은 동건의 머리가 아니었다. 서동건이 재빨리 가드를 머리에 붙이면서 그의 헤드킥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오희종의 헤드킥의 충격이 머리에 부딪히지 않았을 뿐, 가드를 하고 있던 왼손에 엄청난 무리가 온 것을 느끼던 서동건이었다.

 

 

 ‘으윽······’

 

 「와우! 오희종 선수의 헤드킥시도! 서동건 선수 가까스로 방어해냅니다.」

 「저런 킥을 머리에 허용했다간, 무조건 K.O입니다. 정말 상당한 위력입니다.」

 

 중계진들의 말이 맞았다. 이미 동건의 왼 손에는 골절이 발생한 상태였다.

 

 ‘젠장, 큰일났다.’

 

 자신의 왼손에 문제가 문제가 생긴 것을 직감한 동건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오희종이 동건을 향해 전진해 오기 시작했다. 동건은 재빨리 옆으로 빠지는 사이드 스텝을 이용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오희종의 킥 공격이 또다시 시작했다.

 오희종의 레그킥이 동건의 허벅지를 강하게 타격했다.

 

 빠악!

 

 서동건 역시 가만히 맞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동건이 재빠르게 주먹을 뻗었다. 상대가 레그킥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가드가 내려오기 마련이었다. 그 순간에 나온 본능적인 동건의 스트레이트 펀치였다.

 

 퍽!

 동건의 주먹 역시 오희종의 안면을 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순간 더욱더 통증을 느낀 것은 서동건 본인이었다. 동건이 던졌던 주먹이 바로 왼손이었기 때문이었다.

 찌릿한 통증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동건은 그 순간 깨달았다 더 이상 왼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런······’

 

 동건은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직 2라운드의 남은 시간은 3분정도, 아니 2라운드를 버티는 것이 문제가 아니지······’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3라운드까지 경기를 이어간다면, 자신에게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2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내야 돼······하지만 어떻게? 잽조차 던지기 힘든 상황에······’

 

 동건의 머리 속이 복잡해진 상황에도 오희종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오희종이 주먹을 던지며 서동건을 향해 전진했다.

 

 팡! 팡! 팡!

 

 잽과 스트레이트를 섞은 오희종의 펀치 콤비네이션 그리고 또 힘차게 올라오는 오희종의 헤드킥

 

 슉!

 

 서동건의 머리카락을 아슬아슬 하게 스치며 지나가는 그의 발등이었다.

 

 「오우! 서동건 선수 이번에도 위험했어요.」

 

 등골이 오싹해지는 오희종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때 동건의 머리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한번 해볼까···...’

 

 서동건이 가드를 하고 있던 양손을 허리 밑으로 내렸다.

 

 「아니! 서동건 선수 또! 또 가드를 내렸어요! 주성훈 선수와 싸웠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아, 이건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대는 오희종이에요. 지금 전혀 도발할 상황이 아니에요 몇 번이나 헤드킥을 맞을 뻔한 상황이었는데요. 펀치는 맞아도 견딜 수 있더라도 헤드킥은 한번 맞으면 끝입니다!」

 박대환 해설위원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드를 내리는 서동건의 모습을 확인한 오희종은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서동건을 향해 주먹을 뻗기 시작했다. 빠른 연속 잽이었다.

 

 퍽!

 퍽!

 퍽!

 

 오희종이 던지는 주먹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동건의 안면을 두드렸다.

 

 「이거 보세요! 서동건 선수 지금이라도 당장 가드를 올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동건은 다시 가드를 올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더 때려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오희종의 펀치 공격이 또다시 쏟아져 내렸다.

 잽과 스트레이트를 섞은 펀치 콤비네이션이었다.

 

 팡! 팡! 팡!

 역시나 이번에도 동건의 머리가 힘없이 젖혀졌다. 그리고 그때 오희종의 발끝이 케이지에서 떨어졌다. 오희종은 동건의 머리를 향해 헤드킥을 시도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건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동건이 가드를 내리는 순간부터, 그의 모든 신경은 오희종의 발끝을 향해 있었다. 오희종의 펀치공격 따위는 무시하고, 헤드킥이 날아오기만은 기다렸던 서동건이었다.

 

 헤드킥은 축을 중심으로 발끝, 허리, 몸통을 순차적으로 사용해 몸의 모든 회전을 이용하는 공격이다. 그러한 만큼 그 공격이 빗나갔을 때,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등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동건이 노린 것이 그것이었다. 오희종의 헤드킥을 회피한 뒤 카운터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물론 리스크가 너무 큰 전략이긴 했다. 하지만 동건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자신의 왼손이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희종의 발등이 크게 호를 그리며 동건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동건은 재빨리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제발!’

 워낙 오희종의 헤드킥이 날아오는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에 잘못하면 맞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서동건의 반응이 조금 더 빨랐다. 오희종의 킥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데 성공한 동건이었다.

 

 슉!

 

 「오오! 서동건 선수! 가까스로 킥을 피해냅니다. 아주 위험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행입니다···어? 어?! 어!」

 경기 상황을 지켜보던 박대환 해설위원이 몸을 반쯤 일으켰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케이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헤드킥을 시도한 탓에 균형이 무너진 오희종의 몸은 반쯤 틀어진 상태가 된 순간, 동건의 공격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동건이 선택한 공격 옵션도 헤드킥이었다.

 서동건은 앞 발을 힘차게 딛으며 몸의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골반과 몸통을 먼저 돌리며 오른발을 바닥에서 떼었다. 무게가 잔뜩 실린 동건의 오른발은 오희종의 어깨선을 넘어 안면 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빠각!

 

 아주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건의 발등이 오희종의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부딪힌 것이다. 공격의 타이밍, 타점의 정확도, 킥의 파워, 모든 것이 완벽한 공격이었다.

 오희종은 몸이 빳빳이 굳은 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딱딱한 나무가 쓰러지는 듯 오희종은 케이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쿵!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갑작스러운 경기의 반전에 모두가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기장 천장을 뚫을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뭐야!!

 와!!

 

 「와아! 이게 왠일입니까! 서동건 선수의 헤드킥이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말도 안되네요. 서동건 선수······진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오희종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중계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2라운드 4분 15초 헤드킥으로 인한 경기종료.

 

 서동건의 완벽한 K.O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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