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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전속 파티셰가 되었습니다
작가 : 호두과자
작품등록일 :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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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_야식
작성일 : 20-09-23     조회 : 312     추천 : 1     분량 : 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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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자의 전속 파티셰가 되었습니다

 

 5화. 야식(1)

 

 

 “물으면 답해줄 수 있어요?”

 “뭐?”

 

 그는 내 역질문에 당황한 듯 보였다.

 황태자는 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자신이 황태자라고 밝힐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세이렌 후작도 만나기 전이었고, 다비드에게도 나중에야 정체를 밝힌다….

 그것도 다비드가 패전국의 기사인 것을 안 이후였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그가 정체를 밝힐 리는 만무했다.

 

 “어차피 답을 듣지 못할 테니 질문하지 않았어요. 배달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그리고?”

 

 나는 말을 이었다.

 

 “제가 죠셉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은 그 인생에 개입하고 싶거나….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황태자에게 한 말은 진심이었다.

 상대방의 삶을 알게 되는 순간, 나는 그 삶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내가 그랬다.

 나는 황태자와 로지의 사이를 알기 때문에, 그리고 소설에서 빵집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대신에 취직을 해버렸다.

 그 이유로 나는 그를 취직시키기 위해 배달을 일부러 만들었고, 또한 로지를 만나게 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렇군. 꽤나 현명한 판단이다.”

 “칭찬으로 들을게요.”

 “..그래도 하나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의 초록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름답고 우거진 수풀 속 빛을 담아놓은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지쳐 보였다. 어딘가 불안하고, 의심의 눈초리가 그득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널 버리고 가지 않았어. 널…. 내 일 때문에 다치고 싶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네?”

 “자세한 건 네 말대로 하지 않겠다. 너의 말대로…. 네가 내 삶에…. 개입하지 않도록.”

 

 그는 다시 나에게 팔을 내밀었다.

 나는 묵묵히 그의 팔을 잡고 함께 걸었다.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나는 속으로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제야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로지와, 로지를 찾으려고 하는 무리들.

 그는 쫓기는 신세였고, 로지를 쫓는 기사들을 피해야 했을 것이다.

 혹시나 그는 세이렌 후작이 자신에게 완전히 돌아서 버렸다고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짜식.. 그러면 그렇다고 하지.’

 

 괜히 무거운 분위기를 잡고 말해서 긴장했었다.

 내심 속으로 전전긍긍했을 황태자를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의 팔을 더 꼭 잡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저녁 뭐 먹을래요?”

 “나는 안 먹는다.”

 “..살 빼려고요?”

 “..내가 뺄 살이 어디 있지?”

 “그럼 왜 안 먹어요?”

 “가볼 데가 있어. 널 데려다주고 바로 나올 것이다.”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밤길에 산책하러 가는 것도 아닐 테다.

 그는 아마 황궁 파를 배신한 귀족들을 족치려고 움직이는 거겠지.

 밤마다 자객처럼 피의 바람을 몰아치며 돌아다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내심 그의 약초를 사용한 게 미안해졌다.

 

 “약초 이름이 뭐예요?”

 “사트리나.”

 “어디서 샀는데요?”

 “하…. 사트리나는 삼백 년 이상 된 나무 밑에 자라난다.”

 

 그는 내 질문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삼백 년 된 나무 밑에 자라난다니….

 

 ‘비싸겠군….’

 

 돈을 벌면 사주려고 했는데, 아마도 사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이왕 받은 거 아주 감사하고 흔쾌히 받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

 *

 

 “어쩐 일로 밥을 다 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니 다비드가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를 다져 넣은 토마토 스튜와 스테이크.

 감자를 저며 만든 리조또가 노릇노릇하니 맛있어 보였다.

 얼마 만에 솜씨를 발휘한 것인지, 멀리서부터 뿌듯해하는 기색이 풍겨왔다.

 

 “그래도 새 식구가 왔는데, 환영식은 해야지. 그런데 주인공은 왜 안 들어와?”

 “약속이 있대요.”

 “뭐?! 이런…. 괜히 차렸네.”

 “제가 다 먹으면 되죠.”

 

 다비드는 입을 비죽이면서도 스테이크를 크게 한 덩이 잘라 내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나는 허기가 진 터라 모이를 받아먹듯 넙죽 받아먹었다.

 따뜻한 육즙이 나오는 게 잘 익혔다.

 역시 전쟁통에서 고기를 구웠던 스킬이 녹슬지 않은 듯했다.

 

 “다비드 씨는 왜 빵집을 차렸어요? 음식점 했으면 더 잘 됐을 텐데.”

 “너무 잘 되는 것도 힘들다니까? 사람은 반만 일하고 잘해야 좋아. 아이린처럼 재능 있고 예쁜 것도 나중에 힘들다?”

 

 이상한 취미였다.

 잘 되면 아주 잘 되는 게 좋지.

 아마도 패전국에서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보다.

 소설 속에서는 자세히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다비드의 부분은 거의 넘기다시피 읽었기에 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다리는 괜찮아?”

 “어떻게 알았어요?”

 “딱 보면 알지. 그 녀석이 치료해 준 건가?”

 “네. 뭐랬더라…. 사트리나 약초였나.”

 

 다비드가 내 말에 들고 있던 나이프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손으로 입을 가렸다.

 

 “사, 사트리나?”

 “네. 아세요? 얼마 정도 해요?”

 “그건 값으로 구할 수 없어. 그놈…. 정말 미친놈 맞구나!”

 “..왜요?”

 “사트리나는 목숨이 위험할 때 손톱만큼 덜어 쓰는 거야!”

 “네…?”

 “자상이 깊거나, 숨이 넘어가거나…! 아니, 아이린…! 그렇게 크게 다쳤어? 어디 독이라도 퍼졌던 거야?”

 

 다비드의 말을 들으니 더욱더 민망해졌다.

 내가 너무 엄살을 부렸던 모양이었다.

 

 ‘괜히 미안해지네….’

 

 그런 귀한 약초였다니….

 그걸 팔았다면….

 

 “아무튼, 내일이면 넌 달리기도 잘하게 될 거다.”

 “좋네요…. 뭐, 가뜩이나 요즘 혼. 자 일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내 말에 다비드가 헛기침을 내뱉더니 다시 차분해졌다.

 그는 자리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었다.

 

 “아이린.”

 “네?”

 “그놈 위험한 놈이야. 알지?”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아이린. 무슨 일 있음 바로 내게 말해.”

 “알겠어요.”

 “뭐, 어차피 내가 걔 이겨. 나도 한 싸움 하잖아?”

 

 다비드가 팔통에 힘을 주며 근육을 자랑했다.

 언제 진지했냐는 듯 다시 장난기 섞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다비드도 이미 황태자의 처지를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황태자인 건 꿈에도 모를 테지만.

 

 “다비드 씨. 고마워요. 죠셉을 받아줘서요.”

 “고맙긴. 잘 부려먹도록 해. 나 부려먹듯이 말이야.”

 “그럴게요.”

 “..그리고 아이린.”

 “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삼촌이나…. 오라버니라고 불러도 좋아.”

 

 그는 빈 접시를 싱크대에 두면서 말했다.

 

 “지금 불러주면 더 좋겠지만. 나중에도 좋아.”

 

 확실한 건, 다비드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소설 속 세계에서 적응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도,

 다비드가 날 받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건 내게는 힘든 일이었다.

 서울에서도 난 아무도 없었고,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혼자라는 건 내게 너무 당연했다.

 그래서 그의 따뜻한 호의를, 그냥 받아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다.

 

 *

 *

 

 다비드가 방으로 들어간 뒤 주방에는 나 혼자 남았다.

 내일 빵을 팔기 위해서는 밑 작업을 해두는 게 좋았다.

 달고나 스콘은 낮에 해놓은 반죽이 있었지만 다른 건 만들어놔야 했다.

 특히나 가게에 납품하게 될 식사 빵은 발효가 필요했다.

 나는 큰 그릇에 가루류를 섞고 물을 넣어 반죽을 해두었다.

 그리고 발효시키기 위해 따뜻한 헝겊을 덮어두었다.

 

 ‘이번에는 구움과자 위주로 반죽을 해둬야겠군….’

 

 마들렌이나 휘낭시에는 반죽을 휴지해 놓아야 해서 미리 만들어두면 좋았다.

 또한, 이 세계에도 이미 있는 재료들이라 따로 만들어낼 것도 없었다.

 나는 계란을 풀고 버터를 녹여 마들렌 반죽을 하고,

 흰자와 태운 버터를 이용해 휘낭시에 반죽을 만들었다.

 달콤한 반죽 냄새가 주방에 풍겼다.

 

 ‘이 사람은 언제 들어오려나….’

 

 오랜 시간 서 있었는데도 오늘따라 다리가 편안했다.

 다치기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러자 다비드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약초라니.

 그를 위해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값치고는 약하지만….’

 

 나는 오전에 구워둔 식빵을 자르고 계란 물을 풀었다.

 그리고 설탕과 소금을 계란 물에 넣었다.

 화로에는 프라이팬을 올려두고 기름을 둘렀다.

 계란 물에 적신 토스트를 할 요량이었다.

 간단하지만 허기를 채우는 데에는 최고였다.

 가끔 아르바이트할 때 많이 해 먹던 요리기도 했다.

 

 ‘끼익….’

 

 때마침 황태자가 도착한 것 같았다.

 나무 사다리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바로 방으로 올라간 모양이었다.

 나는 따뜻하게 구워진 토스트를 접시에 옮겨 담고,

 우유를 데운 뒤 다락방 쪽으로 향했다.

 

 “열어도 돼요?”

 

 노크하고 다락방 미닫이문을 열었다.

 내 등장에 그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역시 천장이 낮아 허리를 잔뜩 숙이고 있었다.

 

 “이거…. 먹으라고요.”

 “뭐지?”

 “빵이에요. 먹고 밖에 내놓으면 그릇을 찾아갈게요.”

 

 나는 그에게 쟁반을 건넸다.

 그가 한 손으로 쟁반을 받은 채 바닥에 내려두었다.

 다락방이 다른 방보다 어두운지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밖에서 먹어요. 전 방으로 들어갈 테니.”

 “괜찮다. 여기서 먹겠어.”

 “그럼…. 쉬어요.”

 “..저기.”

 

 내려가려는데 황태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는 어딘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혹시…. 등에 감을 천을 좀 갈아줄 수 있겠나?”

 “어디…. 다쳤어요?”

 “아무는 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바닥에 앉힌 채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짜고짜 상의 탈의를 해버렸다.

 잔 근육이 붙어 있는 그의 몸이 촛불에 일렁였다.

 어두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그는 다시 보따리에서 새 천을 꺼내주었다.

 몸에 감고 있는 천에는 피가 조금 굳어 있었다.

 나는 천의 매듭을 풀었다.

 하나의 상처일 줄 알았는데, 얕은 상처가 여러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직도 피가 났다. 아마 오늘 외출로 얻은 것 같았다.

 그쪽에만 천이 찢어져 있었다.

 

 “대체….”

 “..빨리해줬으면 좋겠군.”

 

 내가 놀란 기색을 보이자 그가 차분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새 천을 그의 몸에 감았다.

 내 손이 그의 등에서 가슴께로 향했다.

 몸통이 너무 커 양손으로 그의 몸에 붕대를 두르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의 등에 몸을 밀착하며 힘들게 천을 감았다.

 손과 팔이 그의 몸에 닿을 때마다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정말 살 안 빼도 되겠네요….”

 “..빨리 감아라.”

 “배고프죠?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좀 쪄야겠어요.”

 “괜찮다.”

 “배가 홀쭉해요. 뭐 좀 먹어야 해요.”

 

 그는 머쓱한지 헛기침을 했다.

 

 “일도 좋지만, 몸 상하지 않게 관리하면서 해야죠.”

 “..그러면 늦어.”

 “나중에 후회해요.”

 “지금도 후회할 일이 많다.”

 

 그는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내가 쳇, 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지금까지 일하고 있었나?”

 

 내가 입을 다물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내일 배달 일이 많잖아요.”

 “빵집 주인은 뭐하고?”

 “다비드 씨는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우유랑 버터 사오구, 밀가루도 받아놔요.”

 “..그렇군.”

 “다비드 씨는 섬세하지 못해서 괜히 일만 망칠 수도 있고요. 나중에 밤에 마실 안 나가면 저 도와주세요. 죠셉씨가.”

 “죠셉…. 마실….”

 

 그는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신 중얼거렸다.

 죠셉도…. 마실도…. 둘 다 싫은 모양이었다.

 

 “죠셉…. 싫으면 피터는 어때요? 아니면 죠쉬?”

 “..됐다.”

 “그거 봐요. 죠셉이 제일 나아요.”

 

 그는 다시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오늘…. 마실 갔다가 만난 사내가 있었다.”

 

 ‘있었다….’

 있다도 아니고..

 왜인지 그 사내는 살아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러더군.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본 적 없다고.”

 

 그의 목소리가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평탄하게 살지 않았느냐고. 지금 이렇게 와서야 정말 남들처럼 피 터지도록 살아보는 게 아니냐고.”

 

 악담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네 생각이 나더군.”

 “..저요?”

 “그래. 일전에 너도 내게 그랬지. 다들 열심히 산다고. 그래야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고.”

 

 나는 뜨끔했다.

 그의 인생을 질책하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열심히 살아본 자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그가 자조하듯 읊조렸다.

 

 “나보다도 더…. 그 자리에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의 상처를 감은 천을 등에서 매듭지었다.

 그의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가끔 우리는 어떤 말 때문에 너무 흔들리고는 해요. 그전에 당했던 일들은 전부 잊어버리고.”

 “뭐…?”

 “그 사람 말대로, 죠셉이 열심히 살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렇다고 그 사람이 당신의 자리를 뺏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치마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앉은 채로 상의를 입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면 되죠. 그 자리를 뺏지 말고.”

 “..그렇군.”

 “죠셉씨. 다치지 말고 내일 배달 열심히 하자고요. 그럼 쉬어요.”

 

 나는 그에게 인사한 뒤 뒤를 돌았다.

 그때 황태자가 내 손목을 잡고 날 끌어당겼다.

 천장이 너무 낮아 그의 얼굴이 불쑥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두운 불빛에 희미한 실루엣이 그려졌다.

 붉은 입술과 초록색 눈동자는 더욱 짙은 녹색으로 보였다.

 

 “..같이 먹고 가지.”

 

 그는 접시를 가리켰다.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갈수록 정이 많은 스타일 같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배신 때문에 혼미하고 복잡할 뿐,

 그는 심성이 착한, 백성을 잘 헤아릴 좋은 왕이 될 사람이었다.

 

 “그래요. 같이 먹어요.”

 

 나는 그를 따라 다시 바닥에 앉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 함께 토스트를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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