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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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26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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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준을 데리고 경찰서로 온 뒤, 최진철은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최태준은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야 뭔가 얘기를 좀 해봐. 왜 바지를 벗어서 버린 거야? 그리고 그 핏자국은 또 뭐고?”

 “...”

 어느새 최진철 뒤에는 지도산 선배도 와 있었다. 그는 최진철에게 귓속말로 조용히 물었다.

 “그 또라이가? 우째 금방 델꼬 왔네. 근데 혐의나 증거도 없이 이래 막 잡아놔도 되나? 나중에 반장님이 오면 니 직일라고 할텐데. 인권이 뭐시기라 카면서.”

 최진철이 짜증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나도 아니까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근데 이 새끼가 한 마디도 안 부네요.”

 지도산 선배가 다시 귓속말을 하였다.

 “그냥 보내주라. 안 그랬다가 괜히 꼬투리 잡히면 클난디.”

 “휴우.”

 최진철은 어깨 너머로 최태준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영화나 TV가 문제였다. 요새는 잡혀오는 놈들마다 증거를 대라느니, 무슨 미란다 원칙이 어쩌고 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기 일쑤였다.

 “여깄었구나. 어이구 내 새끼 걱정하지 마, 엄마가 변호사님 데리고 왔으니까.”최태준의 엄마인 오영숙이었다. 그녀는 취조실로 들어오자마자 최태준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갑자기 뒤를 돌아 최진철을 노려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가 지금 무슨 권리로 우리 아들을 잡아온 거야. 엉? 너 옷 벗을 준비는 되었지? 너 각오해. 이 새끼야.”

 오영숙은 최진철을 보며 악을 썼다. 최진철의 멱살을 잡으려는 그녀를 제지한 건 그녀가 데리고 온 변호사였다.

 “사모님 진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사 변기철입니다.”

 변기철 변호사는 왼손으로 오영숙을 안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하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변기철 변호사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뭐 다들 베테랑이니까 아시겠네요. 저희 의뢰인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

 최진철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로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도산이 그런 최진철을 보며 앞으로 대신 나섰다.

 “예 그라이소. 뭐 좋은기 좋은기라꼬 서로 없던 일로 치아뿝시다.”

 변기철 변호사는 웃으며, 최태준의 팔을 잡고 나란히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분을 삭인 오영숙은 뒤따라 나오며 최진철에게 한 마디 하였다.

 “너 이 새끼 똑바로 해. 너 내가 옷 벗길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그리고 그 방송국 가시나도.”

 오영숙이 나가자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지도산이 최진철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니 답지 않게 이 무신 꼴이고? 절마가 순순히 불 줄 알았나?”

 최진철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대답했다.

 “아 씨 몰라. 저 새끼가 나이도 어리고 그러니까 여기 데리고 오면 또 겁먹어서 순순히 불 줄 알았지. 아 씨.”

 “야 그 다 옛날 얘기지. 요새는 애새끼들도 전부 TV에서 배아가 우리보다 더 똘똘하다 안 카나? 니 무슨 바진가 뭔가 그 국과수에 맡깄대매. 그거 결과 나오면 그때 잡아조지자. 알겠제?”

 지도산이 최진철의 어깨를 툭툭 치자, 최진철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 또 오데 가노?”

 “배고파서 저녁.”

 최진철의 뒤를 따라 가며 지도산이 말했다.

 “야 쪼매만 기다리봐라 같이 가자.”

 “약속 있어요. 선배.”

 걸어가던 최진철을 보며 허겁지겁 사무실에서 휴대폰과 지갑을 가지고 나온 지도산 앞에는 텅 빈 복도만 남았다.

 “아 씨 저 새끼 요새 내한테 와 이라노?”

 

 박민용 교수는 방 안을 서성이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는 매우 초조해 보였다.

 “저 교수님 저녁은 어떻게?”

 도우미 아줌마였다. 하지만 박민용 교수는 문을 열고 들어와 물어보는데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선 아줌마가 다시 물었다.

 “저 교수님, 저녁식사요.”

 “예?”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도우미 아줌마를 바라보던 박민용 교수는 도우미에게 되물었다.

 “교수님 식사요? 그라고 뭐 몸이 안 좋심니까?”

 걱정스런 눈길로 박민용 교수를 보며 이마에 손을 대보던 아줌마가 말했다.

 “이마에 열은 없는디. 뭐 죽이라도 끼리줄까예?”

 “아니요. 됐습니다. 그만 오늘은 퇴근하세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한 얼굴에 놀란 토끼눈을 한 박민용 교수가 말을 하며, 도우미 아줌마 등을 밀어서 방 밖으로 내보냈다.

 ‘그래 안 되겠어.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어.’

 뭔가를 결심한 박민용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박민용 교수가 한참을 보던 컴퓨터 모니터에는 다음 화면이 떠 있었다.

 ‘KCB 방송국 [진실을 알고 싶다] 민서희 PD입니다.

 현재 저희는 최기영 학생의 죽음과 노트, 손재영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손재영씨의 신변확보도 되어 있고요. 저희가 알고 있는 내용을 바로 공개하기 전에 이에 대한 박민용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연락 바랍니다.’

 

 자갈치 시장 옆 부둣가에 위치한 횟집이었다. 예전에 갔던 곳이었다. 민서희가 감자샐러드가 맛있다고 하여 오늘 또 방문하였다.

 “첫 술에 배부르겠어요? 그리고 국과수에 맡겼다고 하니,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죠. 뭐. 아 이거 드셔보세요. 감자샐러드가 이 집에서 제일 맛있어요.”

 민서희가 최진철을 위로하며, 감자샐러드를 안경식 앞으로 내밀었다.

 “그라예?"

 감자샐러드를 한 숟갈 입에 넣은 안경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 맛있네. 양파때매 그런가? 달달하이 직이네.”

 “것봐요. 내가 이 집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죠? 그리고 최진철 형사님도 너무 고마워요. 오늘 이 집은 여기 선배가 쏠 테니까 마음껏 드세요.”

 민서희는 자신 있게 얘기하며 손으로 안경식을 가리켰다.

 “켁켁 뭐라고예?”

 감자샐러드를 정신없이 퍼먹던 안경식이 사래가 들려 켁켁 거렸다.

 “그럼 우리 둘이서 N빵하시죠.”

 안경식의 표정에서 당황한 빛이 보였다.

 “뭐 그랍시다. 근데 서희씨는 그기 매력인가 보네요. 얼굴도 예쁘장하니 남자친구는 좋겠네예. 흐흐흐”

 솔직히 안경식도 처음엔 서울 말씨를 쓰는 민서희에게 호감이 있었으나,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인지라 민서희같이 당돌한 여자보다는 김희애같은 현모양처 스타일의 여자를 찾고 있었다.

 “어? 저 남자친구 없어요. 호호호호 저한테 관심 있으면 대시하세요. 데이트 한 번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지는 괜찮심니더.”

 안경식이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대답했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최진철이 한 마디 하였다.

 “저 혹시 박민용 교수님한테는 무슨 연락 온 게 있나요?”

 “아니요 아무 대답도 없네요. 손재영이라는 사람으로 한 번 떠 본건데 안 통하나 보네요. 메일을 좀 과격하게 썼거든요. 거의 협박식으로요.”

 갑자기 민서희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감정이 기복이 심한 여자였다.

 “여기서 마 이런거 얘기하지 말고, 술이나 마십시더.”

 “예 그러시죠. 참 그리고 최태준이 도망치지는 않을까요?”

 안경식이 소주병을 들어 한 잔씩 따라주었다. 그 잔을 받은 민서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희씨. 걱정마세요. 제가 일단 제 후배 시켜서 최태준이한테 미행을 붙였거든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는 하나,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에 저희도 지금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저도 경찰이라니까요.”

 민서희가 웃으며 건배 제의를 하였다.

 “호호호호 역시 최형사님만 믿을게요. 너무 든든하고 좋네요. 그럼 이번 건배는 최형사님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혼자 건배사를 한 민서희는 주위 눈치를 살피지 않고 원샷을 하였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최진철은 민망하여 한 박자 늦게 술을 마셨다.

 

 “어떻게 하라꼬요? 경고? 돈이나 준비해 두이소.”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온 민서희가 택시에서 내려 방송국으로 들어가자 택시를 뒤따라온 차에서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전화를 끊으며, 민서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차에서 내려 민서희가 들어간 방송국을 바라보았다.

 “씨바 기잔가 뭔가 잘못 건드리가 큰일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퉤

 그는 침을 뱉으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부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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