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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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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가설
작성일 : 20-09-26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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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타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모든 근들은 실수부가 1/2이다.”

 좀 더 복잡한 다른 말로,

 “제타함수가 0이 되는 자명하지 않은 점들이 모두 Re z=1/2라는 직선 위에 있을 것 같다.”

 베르하르트 리만(Bernhard Riemann)이 소수의 정리를 논문으로 정리하면서 언급한 가설이었다. 그는 소수의 정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증명을 생략하겠다고 하였지만, 그 가설은 클레이 연구소가 선정한 세계 7대 수학 난제가 되어 버렸다.

 수많은 수학자들이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도전하였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박민용 교수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리만이 쓴 논문이 있었다. 애초에 알려진 8장의 논문이 아니었다. 수백장은 되어 보였다. 표지에는 리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논문을 펼쳐 보았다. 그가 생각하고 풀고자 했던 갖가지 수학의 정리와 이론들이 담겨있었다.

 마치 해적들이 미지의 섬에 숨겨진 보물 상자를 연 것과 같은 대 발견이었다. 박민용 교수는 낡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눈은 침침하였다. 글씨가 겹쳐 보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쉬어야 해.’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쉬기로 하였다.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민용 교수는 눈을 떴다. 붉은 뺨과 수많은 주근깨를 가진 뚱뚱한 백인 아줌마가 보였다. 그녀는 머리에 하얀 두건을 둘러쓰고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가정부?’

 곧 박민용 교수는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것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리만의 논문이었다.

 ‘안 돼. 안 돼 이리 내놔.’

 하지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가정부는 그 논문을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불이 활활 타오르던 벽난로 앞으로 걸어갔다. 박민용 교수는 잠시 후 발생할 일을 상상하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안 돼. 안 돼 이 미친년아 그게 뭔지 알고 있는 거야? 하지 마. 안 돼.’

 그러나 그의 외침과 소망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또 다시 그 가정부는 한 묶음의 논문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벽난로 속으로 집에 넣어 버렸다. 논문은 불속으로 삼켜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까만 재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한 장씩 또는 여러 장씩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사라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말이다.

 박민용 교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발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으아악 꺼내. 꺼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박민용 교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마와 등이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허억 헉. 헉.”

 어찌나 힘을 썼던지 어깨와 허리가 다 아팠다.

 꿈.

 꿈이었구나.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학교 시절 수학의 역사라는 책에서 본 내용이었다. 천재 수학자 리만이 죽고 난 후, 그가 남긴 대량의 논문을 가정부가 모두 불태워 버린 유명한 일화였다. 그리고 리만이 연구한 리만 가설은 수학 7대 난제가 되고 말았다.

 그 책을 읽은 뒤였다. 자신이 수학자가 되어 모든 세상의 수학 난제들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한 것 말이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가 물을 한 컵 마셨다.

 갑자기 그 거지가 생각났다.

 분명 그 거지가 얘기한 내용은 리만 가설중의 한 부분이었다.

 박민용 교수의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새벽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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