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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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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작성일 : 20-09-26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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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부터 박민용 교수와 손재영의 특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아니 오히려 비밀스런 개인 과외라고 해도 좋았다.

 박민용 교수는 손재영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해주었다. 도우미 아줌마는 주말에만 잠깐 불러 일을 시켰다. 매일 저녁 자신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서 처음 1년 반 동안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손재영은 중학교 수준의 수학 교육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고등수학과 대학교 정규 수학 과정을 다시 천천히 가르쳐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재영은 마치 습자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모든 지식을 빠르게 배워나갔다.

 박민용 교수는 감탄하면서도 그런 그가 무서웠다.

 손재영은 마치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사람 같았다.

 그 집념과 광기는 손재영이 박민용 교수에게 부탁한 것이 동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걸로 설명하기에는 그 집념과 광기는 너무도 대단한 것이었다. 거의 잠도 자지 않고,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손재영의 모든 것은 오로지 수학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거의 밖에 나가지 않은 채 그는 수학에만 몰두하였다.

 

 “그는 수학의 공식이나 정리를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걸 증명하라고 하면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이었지. 흐흐흐 마치 3 곱하기 3이 왜 9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과 똑같은 표정을 지어보였소. 나는 정말로 증명하기 전까진 모르는 게 있긴 했었는데 말이지. 본능적으로 알았던게요. 모든 신경 감각이 다 수학을 위해 동원되는 것 같았죠.”

 박민용 교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렌지 빛 전등 불빛이 테이블과 그 테이블 위에 놓인 잔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민서희와 안경식은 숨을 죽인 채 그의 말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유리잔에 반사된 오렌지 불빛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저 교수님 이번 이 정리를 어떻게 이렇게 증명했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싶습니더. 한 번만 도와주십쇼. 그 영광을 좀 주시면 안 되겠십니까?”

 노영대는 집요했다.

 순전히 노력으로 올라온 아이였다. 물론 머리는 좋았다. 하지만 수학적으로서 뭔가를 이룩하려면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것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천재여야만 했다

 “그래 알겠다. 다음에 지금 정리하고 있는 거 마무리하고 같이 해보자.”

 퇴근하려던 박민용 교수는 다시 문을 열었다.

 노영대가 다시 그 문을 잡았다.

 “교수님, 전과 달리 이래 피하시는 건 또 와 그라는 겁니까? 그. 그 그라고 저.. 저기 요새 교수님이 전과 다르게 집에만 가면 다 정리해가 오는데 지가 어째 어.. 어째 도와드립니까?”

 흥분한 노영대가 다시 사투리를 쏟아내며 말했다. 박사과정에서 지지부진하던 그는 어떻게든 이번에는 박사 학위를 받겠다는 의지가 눈에서 보였다.

 “이것 봐. 영대.”

 박민용 교수가 냉랭한 얼굴로 노영대를 노려보았다.

 “아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 그 그렇지만 지도 어.. 어떻게든.”

 “그래 알어 안다. 알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챙겨줄 테니까.”

 노영대는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박민용 교수는 연구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졸라대는 건 최기영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까지 자신을 잘 보필해준 아이들을 최근 1년간 연구에서 배제시킨 건 미안하였다.

 노영대는 박민용이 나간 뒤 문에 기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학잡지에는 최근 박민용 교수가 발표한 연구 논문에 대한 내용이 표지로 나와 있었다.

 ‘천재 수학자의 부활!’

 노영대는 손으로 잡지를 탁 쳐서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1년간 잠잠하던 박민용 교수가 갑자기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노영대의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박민용 교수가 퇴근길을 재촉할 무렵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의 뒤를 스쳐지나갔다. 그 그림자는 박민용 교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그를 계속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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