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해류뭄해리
작가 : 감귤박스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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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 자연 그대로 변함없이(2)
작성일 : 20-09-28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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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이 활짝 피던 봄날 날이 따뜻해서 밖에 안 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날이었다. 할 것도 없어서 오랜만에 혼자 산으로 산책하기로 했었다. 해가 저물어 집에 갈 때 다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도 딱하고, 귀여웠다. 길고양이 치고 너무 잘 따르길래 며칠 며칠 간식을 가지고 만나러 가곤 했었다. 그러고 1주 정도 지나고 아빠도 해외로 나가시고 그냥 마음대로 집에서 키우기로 했었다. 그 후 1년 반이 지나고 그 새끼 고양이도 꽤 컸다. 그런데 고양이가 크고 보니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 형태는 여우... 야생 여우였다. 1년 반 동안 안 울어서 이상하다 생각했긴 했었다. 여우라는 것을 알고 아빠는 나에게 원래 야생에 있던 동물은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었고 다음날 나는 아빠가 말한 것처럼 뒷산에 여우를 놔주었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뒷산에...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 키우던 동물이 야생으로 가려면 훈련이 필요했지 않나? 그래도... 지금 이렇게 잘 살아있으니까... 상관없겠지?

 그니까... 요약하자면 예전에 고양이인 줄 알고 키웠던 여우. 사실 믿기는 어려웠지만... 어쨌든간 지금 찾아온 이유는 은혜를 갚기 위해 왔다고는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인간이 되게 위해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100일 동안 같이 살면 된다라... 응? 잠만...

 "근데 아까 네가 정체를 알려 줬잖아?"

 "전 나리께 뭘 숨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가 안 알려줬으면 나리는 저 못 알아보실 거잖아요!! 흥!"

 아니, 8년 전 일이고 갑자기 동물이 인간이 되어서 나타나면 못 알아보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같이 100일만 같이 살자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네. 그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100일이잖아?"

 "네!! 제가 사랑하는 이하랑 님!!"

 크흠... 모솔인 나여서 잠시 심장이 콩닥 했다. 심호흡 좀 하고 진정하자

 "후... 그러면 어떻게 인간이 될 건데?" 그러자 날카롭게 변한 손톱을 내 배에 올려놓고 웃으면서 얘기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간을 먹으면 돼요~ 후훗"

 "네?"

 아라가 내 눈을 바라본다. 살기가 느껴진다. 식은땀이 나며 몸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서운 눈으로 웃으며 나에게 말을 한다.

 "그나저나 나리는 절 좋아하시나요?"

 "갑자기 찾아와 은혜를 갚는다고 했으면서 죽이려고 위협하는 대상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야?"

 속상한 표정으로 아라가 눈을 감는다. 어느새 손톱은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몸도 움직일 수 있었다.

 '역시 저를 좋아하시지 않으시나 보네요...'라고 중얼거리는 거 같았다.

 "뭐라고?"

 잠시 허둥지둥거린다.

 "예?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저 좀 여기서 재워주세요!"

 "뭐!?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같은 집에서 재워주는 바보가 어디 있어!!!"

 기가 막힌 질문이다. 당연히 안될게 분명할 텐데

 "전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 아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숙인다.

 "그리고 괜찮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거면..."

 괜찮다는 얘기 인가? 근데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왠지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그냥 빨리 딴 얘기로 돌려야지 안돼겠다.

 "그니까 우리 집에서 묵고 싶다는 거야?"

 "네!!! 혹시 곤란하신가요?"

 같은 방에서 자는 거 아니면 괜찮다. 중학교 때 난 따돌림을 받아서 중학교 수학여행 때 어쩔 수 없이 얘들과 같은 방에서 잘 때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같이 자는걸 조금 무서워한다. 그래도 같은 방만 아니면 괜찮으니까... 그리고 아빠가 쓰던 빈방과 다른 방도 있어 이불만 피면 잘 수 있다. 근데 여성과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자다니... 뭐, 나야 절제만큼은 잘해서 괜찮지만 쟤는 불안하거나 하지 않을까? 괜찮을까?

 "아니... 상관은 없는데 일단은 여기 남자 혼자서 사는 집이거든? 괜찮..."

 "으응? 혹시 부끄러우신 거예요? 예전에는 저와 같이 놀고 같이 자기도 했으면서."

 그땐 난 동심이 이직 있었고 쟤는 귀여운 소동물이었으니까. 아니 뭐 지금도 꽤 귀엽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 됐어 난 이방 쓸 거니까 넌 옆에 있는 이방 써"

 아라의 왼쪽에 있는 아빠의 방을 가리키며 말을 한다.

 그냥 빨리 이 말을 끝내고 자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 시간은 1시 30분 지금 자려고 해야 내일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에다. 우리 집이 구석에 있어 중학교 때 애들과 떨어지고 싶어서 학교도 꽤 멀게 다니게 됐다. 그 덕분에 6시에는 일어나 씻고 6시 반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그래도 지금은 얘들에게 따돌림받지는 않다. 하지만 6시 반 버스를 놓치면 버스가 2시간 후에 다시 와서 그걸 놓치게 되면 학교에 지각 아니면 결석하게 된다. 지금 내신성적도 안 좋은데 출석 일수까지 망하게 되면 진심 인생 종 치는 거다. 지금 못 자게 되면 내일 6시에는 절대 못 일어난다. 또 버스 타는 곳도 20분은 걸어가야 있어서 빨리 자야 한다.

 나도 아라에게 궁금한 것도 물어볼 것도 많지만 다 내일로 밀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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