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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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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 졸업식 날에 있었던 일
작성일 : 20-09-29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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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우리 아웃사이더들도 갖은 탈선과 자퇴의 유혹을 이겨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다들 인생에 한 번 뿐인 졸업식이니 다소 지루하더라도 참고 참석하자고 했지만, 마지막 날까지 들러리 서는 것도 탐탁치 않은데다, 졸업한다고 교복에 밀가루나 뿌려대고 심지어 찢기까지 하는 눈꼴스런 행태에 극도의 반감이 들었던 저는 졸업식 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참석하지 않을 작정으로 부모님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친구 여럿이 학교 가는 길에 찾아와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며 그러지 말고 같이 가서 사진이나 찍자고 해 더 이상 뻗대기도 어려워 하는 수 없이 같이 갔습니다. (그 때 분명히 사진을 여러 장 찍었던 것 같아 이 글을 쓰면서 앨범을 찾아 봐도 어떻게 된 건지 보이지를 않네요. 언젠가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 그 녀석들은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ㅋ)

 

  졸업식에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갔던 우리들은 교문에 다다르기 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다 차를 세운 후 동테를 살폈는데 교문 앞 한 켠에는 꽃다발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교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무주임선생이 위압적인 태도로 버티고 서서 뒤늦게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고 3이 되고서 내도록 교무주임선생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우리들은 그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상책이라 여겨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우르르 교정으로 들어서는 순간 "야! 너희들. 거기 안 서!"라고 외치는 그의 고함소리를 뒤로 한채 쏜살같이 내달려 학생들이 도열해 있는 곳으로 재빨리 숨어 들어 갔는데, 뒤를 돌아다보니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우리들이 지나간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졸업식은 열리고 비교적 선배들에 비해 착했던 우리들은 뭐 별다른 사고-학교 유리창을 전부 박살내는 등등-없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사진 찍느라 이 곳 저 곳으로 옮겨다니고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 팀과 좌웅을 겨뤄왔던, 멤버 대다수가 공부도 잘 하고 집도 잘 살아 우리들로 하여금 다른 건 몰라도 운동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오기를 불러 일으켰던 서호동 팀의 한 친구가 찾아와 이제 졸업하고 나면 다시는 같이 운동할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 오늘 오후에 마지막으로 농구나 한 게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뭘 하나 고민 중이었던 우리 팀 전부도 이러한 그들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평소에 운동장을 여러 팀과 같이 사용하다 보니 시간에 제약을 받아 승부를 제대로 가리지 못했던 우리들은, 이번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제대로 한 번 붙자며 다른 팀의 방해없이 우리들끼리만 운동할 수 있는 방학 중이라 텅텅 비어 있던 통영수산전문대학교(현재는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부 통영캠퍼스로 통폐합됨) 농구장으로 향했는데, 가서보니 농구장뿐만 아니라 대운동장에도 아무도 없는 게 마치 우리를 위해 준바해 둔 듯 했습니다.

 

  그동안 축구와 야구 그리고 농구까지 세 종목을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번갈아 가며 겨뤄 왔던 우리들은 농구장뿐만 아니라 대운동장까지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보니 한꺼번에 세 종목을 다 해 끝장을 보고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야구는 장비가 없어 못하고 그나마 장비없이도 할 수 있는 축구는 인원이 모자라 미니게임으로 대체하기로 하고,결국 아무 것도 필요없이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농구에 가중치를 두어 승부를 보기로 하는데...

 

  붙을 때마다 접접을 펼쳐왔던 우리들은 이 날도 역시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다 , 나중에는 쥐가 올라 더 이상 할 수가 없을 때까지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로 그들과의 마지막 시합이었습니다. (그 때 그 녀석들 지금 다들 잘 살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땀에 절은 그대로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도 안 가겠다던 녀석이 도대체 뭘 하다 왔길래 몰골이 그러냐?"며 핀잔을 주시는 엄마를 채근해 허겁지겁 밥을 먹고 거의 기다시피 해 2층으로 올라와 방 안에 들어 갈 힘도 없어 마룻바닥에 그대로 널부러져 잠시 눈을 감았다 싶었는데 그만 깊이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뜨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 보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집 안엔 아무도 안 계신 것인지 엄마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워 걸어보려고 했지만 몸이 천근만근인데다 쥐가 났던 다리에 또다시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걸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식 날 밤을 어디 나가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러기는 다른 친구녀석들도 매일반이어서 언제 친구들을 만나기로라도 할라치면 지금까지도 이 세상에 졸업식 날 우리같이 한 놈들이 또 어디 있겠냐며 허탈해 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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