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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deye : 살인자가 된 엠마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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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e past_(8)
작성일 : 20-09-29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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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도 모르고, 더욱 소릴 높여 우는 엠마에 요셉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앙!!!!!”

 

 두 아이의 울음소리로 성당 부지 내가 흔들리는 듯 하니.

 

  “뚝!!!!!”

 

 가브리엘 수녀가 이렇게나 목청이 좋았던가! 혹시, 하늘에 계신 그분의 힘을 빌린 건 아닐지.

 

 잠시 후,

 

  “둘 다 뚝 그치지 못 하니!”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도 연신 훌쩍거리고 있는 아이들을 또 한 번 다그쳤다.

 

  ‘뚝!’

 

 요셉이 먼저 울음을 멈추자,

 

  ‘훌쩍...’

 

 뒤이어 엠마도 서서히 울음을 그쳤다.

 

  “휴우.”

 

 그제야 고요해진 주변 공기에 가브리엘 수녀가 한숨을 뱉으며 엠마에게로 고갤 틀었다.

 

  “엠마, 뭘 본 거니?”

 

 좋은 것만 보라던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은 벌을 받으려니 솔직히 억울하기도 한 엠마였다.

 

  “요셉이가 노루를...”

 

  “아니야! 내가 안 죽였어!”

 

 요셉은 엠마의 흐린 말끝에 벌떡 일어나 반박했다.

 

  “요셉이 너가 노루 배를 눌렀잖아! 내가 봤어!”

 

  “!!!! 힝... 으아아아앙!!!!!”

 

  “!!!!!!!!”

 

 다시금 크게 울어 젖히는 요셉에 당황한 수녀와 엠마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다가,

 

  “그래그래, 니가 안 죽였어. 누나가 오해 한 거야. 뚝.”

 

 수녀가 부러 더 요셉을 감싸기 시작했다.

 

  “..............”

 

 지켜보는 엠마는 억울함인지 서운함인지 뭣 모를 감정이 조금씩 쌓여 가는데, 문득 요셉이 그녈 보고 말했다.

 

  “진짜야. 내가 안 죽였어...”

 

 훌쩍, 훌쩍 콧물을 들이키면서 결단코 부인하는 요셉이었다.

 

 사실 죽이진 않았으니까, 억울한 건 요셉도 마찬가지였겠지.

 

  “엠마. 요셉이 이 작은 손으로 노루를 죽였을 리가 없잖니. 잘못본 거야.”

 

 엠마와 눈이 마주친 수녀는 저도 모르게 피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거 봐... 보지 말았어야 했어. 괜히 봤어..... 엄마도 싫어하잖아. 이 눈도, 이 눈이 보는 것도.....’

 

 시무룩해져선 고갤 숙이고 있는 요셉을 보았다.

 

  “살았었어.”

 

  “응?”

 

 그의 중얼거림에 엠마의 눈이 다시 번쩍 뜨였다.

 

  ‘내가 잘못본거야. 맞아! 내가 잘못 봤어! 요셉이가 그랬을 리가 없지!’

 

 슬쩍 입가에 미소도 걸리려는 참이었는데,

 

 다다다다다-

 

 불현 듯 2층 계단을 뛰어 올라간 요셉이 정글이야기 책을 들고 나와 외쳤다.

 

  “시어칸이야! 시어칸이 죽인 거야!”

 

  “....... 요셉.”

 

 제 욕심에 기어이 봐버린 요셉의 행동이 악행이 아닌 것 같아 기뻐하려던 참이었건만.

 

  “내 말이 맞아! 누나!!”

 

 맥이 빠졌다고 해야 할까? 엠마의 얼굴에 어처구니없음이 역력했다.

 

 그녀의 맘을 알 리 없는 요셉은 세상 천진난만한 얼굴로 폴짝, 폴짝 계단을 내려와 방방 뛰면서,

 

  “시어칸을 잡으러 가자! 얏호!”

 

 이 세계엔 존재 하지 않는 악을 잡으러 가자며 외치고 또 외쳤다.

 

 엠마는 생각했다.

 

  ‘그래. 시어칸처럼 나쁜 사냥꾼이 죽인거야. 요셉은..... 그냥 만진 거야. 노루가 살아있었으니까.’

 

 살았었다고 중얼거린 그의 말을 계속 되뇌며 믿으려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밟으려고 했던 건 아니지... 요셉?’

 

 

 

 Εμμανουήλ~~~

 

  타케는 경찰들과 함께 공방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いや,さあ!その情報提供が間違っているんだってば!木工芸などする私がどんな狩りをしますか?!”

 

  아니, 글쎄! 그 제보가 잘못 된 거라니까! 나무공예나 하는 내가 무슨 사냥질을 하겠어요?!

 

 계속되는 타케의 설명에도 경찰들은 그를 무시하는 발언만 일삼았다.

 

  “さてさて,それでは私たちが間違った申告を受けたというのですか!” (거참, 그럼 우리가 잘못된 신고를 받았다는 겁니까!)

 

  “그래! 니들이 뭘 잘못 안거라고! 어후, 답답해!”

 

  “申告した人も何かを見たから申告したんでしょう!早く行って確認でもしましょう!” (신고한 사람도 뭘 봤으니까 신고를 했겠죠! 어서 가서 확인이나 합시다!)

 

  “!!! 미쳐버리겠네! 진짜!! 아, 그래! 갑시다, 가! 가서 확 그냥 아니기만 해봐라. 대사관에 신고해버려야지.”

 

 경찰들 중 한 사람은 타케의 어눌한 일본어 발음에 고개를 갸웃하며,

 

  ‘저 사람 불법체류는 아닌 거지?’

 

 되도 않는 의문을 동료의 귀에 속삭였다.

 

 타케는 일본 시민권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법체류 중인 건 더욱이 아니었다.

 

 일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반려자의 신분이고, 아들 하나를 둔 가장으로 떳떳하게 일본에 사는 것인데.

 

  “일본사람들은 이게 문제야. 도무지 사람 말을 믿지를......!!!”

 

 경찰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투덜거리던 그가 문득 앞을 보고 멈춰 섰다.

 

  “어랏!!!”

 

 노루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

 

 우산을 패대기치고 달려간 타케가 주위를 휙휙 돌아보며 놀라 중얼거렸다.

 

  “어디 갔지? 분명 여기였는데?!”

 

 그의 행동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경찰들에게도 일렀다.

 

  “確かにここにいたのに!” (분명 여기 있었는데!)

 

 순간, 경찰 한명이 앞을 가리키며 외쳤다.

 

  “そこを見て!” (저기 봐!)

 

 그의 손가락 끝으로 일제히 고갤 돌려보니,

 

  “....피?”

 

 비에 씻겨 조금 남은 핏자국이 길을 따라 쭉 늘어져 있었다.

 

 놀란 타케가 핏자국을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ほら!” (이 봐!)

 

  “停止!” (거기 서!)

 

 경찰들이야 쫓아오건 말건, 타케는 비에 젖어 더 무거워진 몸을 이고 열심히 달렸다.

 

 설마 했는데 핏자국이 그의 공방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헉... 헉....”

 

 공방 문이 비바람에 덜컹거리는데, 그 안으로 묵직한 자루와 핏자국이 얼핏 보였다.

 

 덜컥 겁이 난 타케가 조심스레 다가가 문을 열어젖히니,

 

  “.........!!!!!”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깐 집어 먹었던 겁이 심장을 덮치는 듯 했다.

 

 바닥엔 피가 흥건한 자루가 놓여있고, 작업테이블엔 난생 처음 보는 사냥총이 놓여있고.

 

  “이게 왜...!”

 

 당황한 그의 뒤에서 쫓아 온 경찰이 또 외쳤다.

 

  “逮捕しろ!” (체포해!)

 

 

 

 Εμμανουήλ~~~

 

  필승과 나연이 감금되어 있는 예전 젠의 방 벽장 안에서 소리를 낸 건 사람이었고,

 

  “!!!!! 신부님!!!”

 

  ‘!!!! 스테파노 신부님!!.........’

 

 좁디좁은 벽장 안에서 쭈그리고 있던 자세 그대로 굴러 떨어진 스테파노 신부의 시신을 보고, 나연은 기어이 넋을 놓고 말았다.

 

 이츠키라는 한 인간의 생에 허락되지 않은 건 못생긴 얼굴뿐만이 아니었는데.

 

  “ママ!!! おかあちゃん!! かあちゃん!”

 

 이는 모두 ‘엄마’를 칭하는 말들이었다.

 

 이츠키의 엄마는 그를 낳다 기력이 쇠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고, 타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이츠... 키..... 흑.... 으흑.....”

 

 필승의 눈에서 굵직하고 뜨거운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왜?

 

  “お母さん!死なないで!しっかりしろ! 死んではいけない!!!”

 

  엄마! 죽지 마!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혈색이 점점 사라지는 나연을 부둥켜안고, 엄마를 외쳐 부르며 울부짖는 그가 안타까워서?

 

  “.... 으흐흑....! 끄흑!”

 

 이츠키가 신이 나서 열어젖힌 벽장에서 굴러 떨어진 스테파노 신부의 처참한 죽음이 슬퍼서?

 

  “나연!!!!!!”

 

 이츠키의 품 안에서 툭 떨어진 그녀의 가녀린 팔이 그의 심장을 찢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나연!!! 안 돼...!! 죽지 마!!! 이츠키! 제발 이것 좀 풀어줘!!!! 이츠키!!”

 

 죽었는지, 죽어가는 건지 모르기에 더 성질이 나는 필승이었다.

 

 나연을 앞에 두고도 안아주지 못하는 그의 심정 따위 알 바 없는 이츠키는 나연이 제 엄마인 냥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神父が死んだんだから、もういいんだよ...お母さんまで死ぬ必要ないのに.........”

 

  신부님이 죽었으니까, 이제 됐단 말야... 엄마까지 죽을 필요 없는데........

 

 울먹이며 중얼거리더니 문득 울음을 멈추고,

 

 툭.

 

 나연을 던지듯이 내려놓는 이츠키였다.

 

  “いつき... どうか.. お願い.... 私をナヨンのそばに送ってくれ........”

 

  이츠키... 제발.. 제발.... 나를 나연의 옆에 보내 줘........

 

 필승의 간절한 부탁에 스윽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이츠키가 물었다.

 

  “カツも殺してやろうか?だったら、俺は三人殺したことになるんじゃないの。”

 

  카츠도 죽여줄까? 그럼 난 세 사람을 죽인 것이 되잖아.

 

  “......... 크흑! 이츠키...!! 이츠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필승이 의자를 몸에 붙인채 일어나려 애를 쓰는 찰나에,

 

 쾅!!!“

 

 방문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 후후.”

 

 느닷없이 들이닥친 한 남자가 방 안에 펼쳐진 광경을 천천히 둘러보곤 입 꼬리를 올렸다.

 

 깊게도 눌러 쓴 모자 아래 보이는 그의 입술이 매우 만족했음을 표하며 말하길,

 

  “해냈구나, 이츠키. 축하해.”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모자를 벗은 남자는 성당에 있던 한국인 신부였다.

 

  “근데..... 고작 한 명이네?”

 

  “!!!!!!!!!”

 

 칭찬인 듯 비아냥거린 남자에게 달려든 이츠키가 그 멱살을 붙들고 언성을 높였다.

 

  “1人?! 2人だよ!!これから三人になるよ!! だから早くこのばけものの烙印を消してくれ!!!”

 

  한 명?! 둘이야!!! 이제 셋이 될 거야!!!!! 그러니까 어서 빨리 이 괴물의 낙인을 지워줘!!!

 

 남자가 말했다.

 

  “いや、君は方法が間違っている。私との約束はこのばけものの手を使って殺すことだったじゃない?”

 

  아니, 넌 방법이 틀렸어. 나와의 약속은 이 괴물의 손을 써서 죽이는 거였잖아?

 

 옷깃을 붙들고 있는 이츠키의 손을 꽉 잡아 떼어내곤 훽 밀쳐버렸다.

 

  “이츠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이츠키의 모습에 놀란 필승이 잔뜩 화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神父は薬を飲ませたよね?反則だよ。そうじゃない?”

 

  신부는 약을 먹였지? 반칙이지. 안 그래?

 

 스테파노 신부의 시신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이츠키를 책하는 남자였다.

 

 이츠키는 벽에 들러붙어 손등의 흉터를 벅벅 긁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끌끌 혀를 찬 남자의 발길이 나연에게로 향하자,

 

  “やめて!!!!!” (그만 둬!!!!!)

 

 성난 역정을 내며 그의 발목을 붙잡는 필승이었다.

 

 정체모를 그의 만행에 필승이 이를 갈며 물었다.

 

  “お前誰だ?... 誰だ!!!” (너 누구야?... 누구야!!!)

 

  “나? 글쎄. 날 뭐라고 소개해야할까?”

 

  “.... 한국사람?”

 

  “!!! 오오! 한국말을 할 줄 아네? 하하! 하하하!”

 

 타국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놈이 제 동족은 반가운 모양인지 한 걸음에 그에게 다가섰다.

 

  “!!!!! 윽!.......”

 

 필승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뒤로 젖히고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교포야? 흐음... 조화롭게 자알 생긴 얼굴이네.”

 

 그의 단정하면서 강직한 외모가 맘에 들었는지, 이츠키에게로 고갤 돌려 물었다.

 

  “이츠키. 다음 얼굴은 이 얼굴로 해줄까?”

 

  “消される…消される… 消せと……!” (지워져... 지워져.... 지워지라고......!)

 

  “쯧쯧쯧.”

 

 주문을 외는 듯 상처를 긁어대는 그가 안쓰러운 지 혀를 차며 다시 필승을 돌아보았다.

 

  “もう一人だけ殺せば私が消してあげるんだから。”

 

  한 사람만 더 죽이면 내가 지워준다니까.

 

  “本当?!!!” (정말?!!!)

 

 벌떡 일어난 이츠키가 남자를 돌려세우고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을 들이댔다.

 

  “상처...가......! 이츠키! しっかりしろ!” (정신 차려!)

 

 딱지도 다 뜯기고, 그 흉터 속에 새살마저 긁혀 나와 더 흉측해진 이츠키의 손이었다.

 

  “그래, 그렇다니까?”

 

 필승의 말을 가로막는 남자가 이츠키의 상기된 두 뺨을 감싸며 활짝 웃어보였다.

 

  “!!!!!!”

 

 긍정적인 그의 표정에 이츠키는 망설임도 없이 방을 뛰쳐나갔다.

 

  “풉. 귀여워.”

 

  “이봐... 당신 대체 뭐야?! 누구야!!!”

 

  “.... 거참, 빽빽 시끄럽네. 내가 누군지 그렇게 궁금해? 어차피 잠시 후면 죽을 텐데. 새끼 괴물의 손에... 큭큭.”

 

 그의 말은 마치 예언처럼 들렸는데, 그걸 확인시켜주려는 듯 그가 말했다.

 

  “난 말이지? 조물주야. 세상 모든 괴물에게 미(美)를 선물해주는 위대한 조물주.”

 

 그 순간, 필승은 하늘에 계신 그분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어찌하여... 악마를 이 땅에 내리셨습니까?...! 당신 품에 품기도 힘들 악마를 어째서 인간 세상에 버리셨습니까!’

 

 쿵, 쿵, 쿵!

 

  “!!!!! 이츠키!!”

 

 스스로를 조물주라 칭한 남자의 예언처럼 돌아 온 이츠키의 손엔 날이 제대로 선 식칼이 들려 있었다.

 

  “!!!!!!!!!!”

 

 필승의 눈앞에서 괴물의 낙인이 있는 손에 들린 식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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