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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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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피곤한 하루
작성일 : 20-09-29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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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증나.”

 

 인범은 젓가락을 라면 용기 안에 던져 넣었다. 편의점 앞의 간이 테이블에서 그와 함께 라면을 먹던 욱영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찌어찌 해서 결국 서정이 알파 룸을 쓰기로 했지만, 앙금이 남아 또 대판 싸울까 싶어 욱영은 인범을 따로 데리고 나와 점심을 먹었다.

 

 입맛이 없다기에 편의점에서 간단히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데 인범이 도통 화를 삭이지 못한다.

 

 “양 팀장님은 왜 그 애를 뽑은 거지? 그 녀석이 우리 팀에 들어오면 불화를 일으킬 거라고 그렇게 말씀드렸건만. 면상만 봐도 골칫덩이가 될 각이던데 도대체 쟤를 왜 뽑은 건지 이해가 안 되네.”

 

 “잘 한대. 다온이 형은 노래를 잘 하는 대신 춤이 떨어지고, 우리는 노래가 약하잖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줄 실력이 있다더라.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는 잘 생긴 외모도 가지고.”

 

 “그 놈이 뭐가 잘 생겼냐?! 차라리 네가 더 남자답게 잘 생겼다.”

 

 서정을 깎아내리고 위해 칭찬임을 알기에 욱영은 그냥 웃고 넘어갔다. 그리고는 불어가는 라면을 깨작거리며 말했다.

 

 “인범아. 나 때문에 김서정한테 화를 내는 거라면 그러지 마. 내가 괜찮다고 했어. 양 팀장님한테 김서정을 새 팀원으로 뽑아도 괜찮다고 말이야.”

 

 “뭐? 왜? 너 그 녀석 싫어하잖아.”

 

 인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왜 김서정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나하고 그 애가 어떤 사이인지 잘 모르면서.”

 

 “꼭 들어야만 아냐? 내가 널 알고 지낸 지가 3년이 넘었어. 행동하는 것만 봐도 기분이 어떤지 안다고. 넌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하고 대화할 때는 얼굴을 봐. 그런데 김서정 그 자식하고는 눈도 못 마주치잖아. 불편해 견디지 못하는 티가 폴폴 난다고. 그걸 어떻게 몰라봐.”

 

 “내가 그랬어?”

 

 욱영이 멋쩍게 웃었다. 별 일 아닌 척하지만 인범은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범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서정 그 자식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 안 해줄 거지?”

 

 인범의 물음에 욱영은 먹지도 않을 라면만 뒤적거리며 답을 피한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런데 정말 괜찮아? 그놈이랑 한 집에서 사는 것도, 매일 얼굴 보며 같이 연습하는 것도? 나중에는 카메라 앞에서 사이좋은 척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살 수 있어?”

 

 “못 할 것도 없지. 「팔라딘」이 데뷔할 수만 있다면. 내가 말했잖아.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데뷔하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그리고 그러려면 좋든 싫든 우리는 김서정이 필요해. 사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왜 그래야 하는데? 저 자식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대표님 아들이라도 돼?”

 

 욱영은 잠시 갈등했다. 그에게 다음 달 안으로 팀을 재정비해 데뷔평가에 통과하지 못하면 팀이 해체 된다는 것을 말해줘야 하나 싶었다.

 

 입술을 잘근거리며 머뭇거리는 욱영의 모습을 인범은 놓치지 않았다. 그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음을 알아챈 인범이 물었다.

 

 “너, 내가 모르는 비밀 같은 거 있냐? 양 팀장한테서 뭐 따로 들은 이야기라도 있는 거야?”

 

 욱영은 결국 모든 사실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인범은 새 팀원을 뽑는 대로 평가를 치른다고 했을 때, 팀워크를 맞추기도 전에 평가라니 너무 빠르지 않나 싶었다. 아마도 새로 구성된 팀의 퀄리티를 확인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빠르게 평가를 갖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그 평가로 팀의 존폐가 갈릴 줄이야.

 

 인범은 할 말을 잃었다. 김서정의 존재가 불편하면서도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던 욱영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또한 「팔라딘」의 데뷔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후로 인범은 서정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되도록 부딪히지 않으려 말을 아꼈다.

 

 파트를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파트가 줄어들고, 서정이 센터를 맡아 안무와 동선이 그의 위주로 바뀌어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정도 인범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았고, 욱영을 압박하지도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팀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있다.

 

 팀에서 메인 보컬을 맡은 다온이 호랑이라면 서정의 목소리는 날개였다.

 

 풍부한 성량에 힘 있는 가창력을 지닌 다온의 노래에 서정의 섬세하고 맑은 음색이 더해지자 곡의 느낌이 풍부해진다. 둘의 화음이 어우러질 때는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캬! 좋다. 이 녀석 이름이 서정이라고 했던가요? 진짜 물건이네요. 받쳐주는 역할을 참 잘 해요. 처음 듣고 부르는 곡인데도, 해석과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아요. 전에 순호 혼자서 코러스까지 다 불렀던 것보다, 다온이랑 서정이가 함께 부른 이번 버전 훨씬 낫죠?”

 

 새로 들어온 멤버들로 재녹음한 노래를 들려주며 프로듀서가 흡족해했다. 음악에 그리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양지형의 귀에도 다온과 서정이 부른 것이 전에 것보다 나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팀이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하게 데려온 아이들의 능력이 이토록 출중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뜻하지 않게 보물을 발굴한 기분이었다. 이 정도라면 간단하게 데뷔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에요. 랩 파트가 문제에요. 욱영이가 애는 썼는데, 원래 랩을 하던 녀석 아니라 랩핑이 경직되고 어색해요. 상수가 했던 랩핑을 흉내는 내려고 한 것 같은데 맛이 안 살아요. 그래서 녹음한 것을 마디 별로 조각내 보정을 해 넣었는데…… 흐음. 어떤 것 같나요?”

 

 “톤은 나쁘지 않은데 리듬감 없이 딱딱하기는 하네. 어차피 연습용 데모로 쓸 음원이니까 일단은 이대로 갑시다. 나중에 더 연습해서 다시 녹음하면 낫겠죠.”

 

 양지형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랩 파트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연습을 더 하면 실력이 늘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욱영의 문제는 랩만이 아니었다.

 

 “또! 또! 최욱영! 너 네 자리 못 찾지? 새로 들어온 애들도 금방 맞추는 안무를 왜 자꾸 너 혼자 틀려! 박자 계속 놓칠래? 안 그러던 녀석이 요즘 왜 그래? 춤 하루 이틀 추는 것도 아니고. 정신 차려!”

 

 “죄송합니다.”

 

 욱영은 땀이 흐르는 얼굴을 닦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새로 녹음한 곡에 맞춰 바뀐 안무를 연습하면서부터 욱영은 매일 지적을 받았다.

 

 박자 감각이 엉망이 되어 혼자 빠르게 추거나 안무를 잊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자신의 랩 파트가 시작되기 전 구간과 끝나고 난 후에 가장 많이 시작을 했다. 춤을 기초부터 시작한 다온보다도 더 헤매는 것 같았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을 거야.”

 

 “힘내. 욱영이 형.”

 

 실수하고 혼날 때마다 다른 팀원들은 욱영이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서정은 달랐다.

 

 “이해가 안 되네. 회사에서는 왜 쟤한테 랩을 시키지? 랩에 자신이 없으니 자기 파트만 오면 쫄아서 박자 다 뭉개버리고 춤도 못 추는데. 왜 되도 않는 것을 계속 붙들고 있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김서정. 적당히 해라. 열심히 하는 애 그만 기죽여.”

 

 “기? 훗, 힘내라는 말로 기가 사는 건 유치원생 때까지야. 자기가 못하는 걸 아는데 입에 발린 괜찮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서정아, 네 말뜻은 알겠는데 그래도 상대방 기분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말하자.”

 

 팀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게 제일 연장자인 다온이 중재하면서 연습을 끌어갔지만, 동갑내기들 사이에 생겨난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그것이 폭발한 것은 양 팀장 앞에서 중간점검을 했을 때였다.

 

 “세상에 맙소사.”

 

 양지형은 머리를 감싸 쥐며 좌절했다. 랩 파트가 문제 있다는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지금껏 그러했듯이 우직한 성실함으로 욱영이 이를 극복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실제 보니 더 엉망진창이었다.

 

 랩은 잘 하리라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잘 추던 춤까지 연신 삐걱거리며 군무가 흔들리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웬만해서는 화내지 않는 양지형이었지만, 그날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쓴 소리를 아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욱영아. 너 가수 안 하고 싶니? 랩 파트 맡겼다고 시위하는 거야? 이건 어느 정도래야 말을 안 하지. 나는 네가 이 팀의 구멍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죄송합니다.”

 

 “데뷔 평가 얼마 안 남았어. 네가 열심히 하는 건 아는데, 조금만 더 애쓰자. 잘 할 수 있지?”

 

 “네.”

 

 “흥. 웃기네.”

 

 욱영의 대답과 동시에 누군가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양지형은 누가 그랬는지 굳이 찾지 않았다. 여기서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만들면 아이들 사기만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간 평가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진오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우와, 배고프다. 배고파. 나 라면 끓일 건데 먹을 사람 손!”

 

 다온과 인범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그때, 서정이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최욱영. 너는 생각이 없냐?”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 서정의 성난 목소리에 숙소 안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왜 갑자기 시비야? 너는 욱영이가 만만해? 왜 자꾸 애한테 뭐라고 그래?”

 

 인범이 제 일인 냥 대신 나서서 따져 물었다.

 

 “넌 좀 닥치고 있을래. 난 최욱영한테 물었거든.”

 

 “그런데 이 새끼가 정말!”

 

 인범이 서정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둘 사이가 금세 험악해지자 욱영이 두 사람을 뜯어 말렸다.

 

 “그만해. 나 때문에 왜 너희들이 싸워. 이렇게 화내고 싸워서 득 될 것이 뭐가 있다고.”

 

 “어우, 진짜. 내가 욱영이 때문에 참는다.”

 

 인범이 서정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서정은 인범 때문에 구겨졌던 옷을 폈다. 그리고 바닥에 내던졌던 가방을 집어 들며 욱영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좋겠네. 최욱영. 옛날과는 다르게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난 왜 지금보다 예전의 네가 더 행복했을 것 같지?”

 

 서정을 쾅 소리를 나도록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도저히 라면을 먹을 분위기가 아니기에 진오와 다온도 슬그머니 방으로 간다.

 

 “저 자식은 갈수록 마음에 안 들어. 걸핏하면 시비나 걸고. 참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아.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지랄이야? 누가 보면 이 팀의 리더가 저인 줄 알겠네. 재수 없어”

 

 인범은 방안을 서성이며 분을 토해냈다. 마치 자기가 모욕을 당한 냥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정작 모욕을 당한 욱영은 조용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랩 가사가 적힌 종이에 박자를 표시를 해가며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인범이 그 종이를 빼앗아들며 말했다.

 

 “야, 말해 봐봐. 김서정 저 자식, 옛날에도 저랬어? 혹시 너 중학교 때 학교 그만둔 이유가 쟤 때문이냐?”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캐지 않으려 했으나 서정을 좌시하기 힘들어진 인범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자신의 짐작이 맞느냐고.

 

 욱영은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지금까지는 그가 학교를 그만둔 이유가 연습생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서정이 나타난 이후로 인범은 다른 연유가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딱히 김서정 때문은 아니야. 그냥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못했어.”

 

 욱영은 두루뭉술하게 즉답을 피하며 인범의 손에 들린 가사지를 가져가려했다. 그러자 인범이 그것을 뒤로 감추고 계속 추궁을 했다.

 

 “네가 과거 이야기하는 것을 안 좋아해서 묻지 않았다만, 혹시 너 학교 다닐 때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었냐? 그 중심에 김서정이 있었던 거지? 그렇지?”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가 버거워서 학교 그만둔 거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말. 제 짐작에 확신이 든 인범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만약에 저 자식이 너를 괴롭혔던 녀석이고, 팀 때문에 그런 놈을 참아주고 있는 것이라면 너 진짜 바보야. 이렇게까지 하면서 데뷔를 하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야?”

 

 “그게 의미가 없으면? 나는 지난 몇 년간 뭘 위해 노력한 건데?”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는 욱영의 가사지를 휙 던지고는 침대로 가 등을 돌리고 누웠다.

 

 이런 상태로 연습을 해봤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욱영은 가사지를 접고 불을 끄기 위해 문가로 걸어갔다. 그런데 밖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슬쩍 문을 여니, 어두운 거실 너머로 작게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 것인지 누군가 문 앞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욱영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기에는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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