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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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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폭력사태
작성일 : 20-09-29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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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평가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양 팀장님?”

 

 손희영이 커피 한 잔을 내밀며 물었다. 커피를 받아든 양지형이 애매모호한 미소를 짓는다.

 

 “양 팀장님의 미소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네요. 들리는 바로는 새 멤버들이 꽤 괜찮다고 하던데. 평가에 통과할 자신 있으세요?”

 

 “제가 여러 말 떠드는 것보다는 평가 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양지형의 에두른 표현에 손희영이 눈꼬리를 늘였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요. 새 멤버까지 뽑아놨는데 엎기야하겠어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에요. 양 팀장님의 「팔라딘」에게서 상품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미련 없이 접고, 새로 판을 짤 거예요. 스타랜드에서 처음 선보이는 보이그룹을 어중간하게 내고 싶지 않아요.”

 

 “어중간하지 않을 겁니다.”

 

 양지형이 자신 있게 말했다. 다온과 서정을 보면 손 대표도 상품성 없다는 소리를 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랩도, 안무도 잘 소화하지 못해 헤매던 욱영이 떠올라 속이 탄다. 기존 멤버였던 녀석이 제일 뒤떨어진 모습을 보인다면 평가가 좋을 리 만무했다.

 

 ‘데뷔평가 때까지 어떻게든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주력해야겠어.’

 

 양지형이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손희영이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오늘 오후에 나갈 기사에요. 아는 기자가 보낸 준 것인데 알고 있으시라고요.”

 

 뭔가 싶어 양지형은 기사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 ‘허밍버드’에서 새로운 남자 아이돌 그룹이 데뷔한다.

 

 스프링타임(Springtime), 퍼플서머 (Purple summer)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허밍버드가 새로운 계절을 소개한다며 신인 그룹 ‘윈터나이츠(Winter knights)’의 데뷔를 알렸다.

 

 윈터나이츠는 스프링타임, 퍼플서머처럼 허밍버드가 내세운 계절 시리즈 그룹의 하나이다. 윈터나이츠는 환상과 몽환을 콘셉트로 삼아 신비주의 아이돌 노선을 탈 전망이다. 이미 실력과 인기가 검증된 회사 내의 다른 그룹들처럼 그들 또한 성공적으로 가요계에 안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아래쪽에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미소년들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콘셉트을 잡아 찍은 사진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이거는…….”

 

 “「팔라딘」이랑 콘셉트가 겹치죠? 환상과 몽환. 곡을 뭘 들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콘셉트를 보면 우리 것이랑 느낌이 비슷할 듯해요.”

 

 “어차피 아이돌 계에서 콘셉트 겹치는 일이야 흔하지 않습니까. 이 정도는 뭐…….”

 

 “허밍버드는 아이돌 그룹 명가에요. 가수뿐만 아니라 회사 팬이 따로 존재할 정도죠. 그런데 허밍버드의 신인 그룹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콘셉트를 가지고 데뷔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름은 잘 알려지겠죠. 표절그룹으로 여론몰이를 당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따라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도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인데.”

 

 “대중들이 그걸 알아줄까요? 아니면 알아달라고 구구절절 설명하고 다닐 건가요? 음악과 퍼포먼스가 아닌 다른 외적인 것으로 시끄러우면 좋을 것이 없어요. 음악을 내도 듣지 않고, 좋지 못한 가십만 양산되는 그저 그런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왜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십니까? 결국 「팔라딘」은 엎어져야 할 프로젝트라는 것을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부담 드리는 거예요. 유명 기획사의 신인 그룹과 비슷한 콘셉트에, 후발주자로 성공을 하려면 그들보다 무대를 잘 해야 하고, 그들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라고요. 그게 내 평가 기준이에요.”

 

 말을 마친 손희영이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그녀가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뜻이다.

 

 죽어가는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두 달여 간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그 노력을 선보이기도 전에 안 될 거라고 거절을 당한 기분이었다.

 

 오기가 든 양지형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데뷔평가 때 뵙지요.”

 

 그는 씩씩하게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손희영은 고개를 저었다.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는 것도 능사는 아닌데.”

 

 양지형과 이야기를 끝난 그녀는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책상으로 돌아갔다.

 

 부우웅 소리를 내며 휴대전화가 울린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그녀는 바로 수신 거부를 눌렀다. 그러나 그 후로도 같은 번호의 전화가 끝없이 걸려왔다.

 

 “진드기 같은 놈.”

 

 손희영은 번호를 차단하고 전화를 멀찍이 밀어놓았다. 그리고 서류검토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점심 약속에 맞춰 사무실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오르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희영 씨. 왜 내 전화 안 받아?”

 

 훤칠한 키에 오목조목 들어앉은 이목구비가 영화배우 뺨치는 청년이 손희영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는 흠칫 놀라 청년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이거 놔.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싫은데. 내가 놓으면 또 두고 가버릴 거잖아. 내 부탁 들어주기 전까지는 절대 안 놓을 거야.”

 

 주차장을 지나가던 이들이 그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 중에는 회사 직원들도 있었다.

 

 회사 내에서는 세상 냉정하고 이지적인 상사인데, 그들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는 것이 창피스러웠다.

 

 “미친 새끼.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 살아! 얼른 차에 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손희영이 저를 끌어안은 청년을 억지로 차에 태웠다. 그들이 탄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차가 멈추고 청년이 내렸다.

 

 “고마워요.”

 

 그가 손가락 사이에 낀 카드에 입을 맞춘다.

 

 “망할 자식. 너 그거 쓸 때마다 내 폰으로 알람 온다는 거 잊지 마. 50만원 초과하는 순간 바로 너 죽이러 갈 거야. 알았어?”

 

 “I got it.”

 

 청년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

 

 욱영은 랩 파트를 잘 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반복적인 연습으로 랩 가사를 더듬거리지 않게 되었고, 랩을 신경 쓰느라 박자를 놓치던 안무도 틀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했다.

 

 전체 분량으로 따지면 15초 정도 되는 짧은 파트지만 그때가 욱영이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때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 줘야 하는데, 그는 다른 의미의 충격을 주었다.

 

 그가 랩을 하면 경로를 이탈해 곡예운전을 하는 자동차처럼 언제 음정, 박자가 어긋날까 싶어 조마조마한 기분이 든다.

 

 데뷔평가를 앞두고 「팔라딘」의 퍼포먼스를 점검하던 양지형은 손가락을 잘근거렸다.

 

 음악이 끝나고 엔딩 포즈를 잡은 채로 저를 보는 10개의 눈들이 그처럼 불안하다.

 

 “하아아. 욱영아.”

 

 장탄식과 함께 양지형은 욱영을 불렀다. 그러자 그의 어깨가 움찔했다. 요 근래 하도 지적을 많이 받다보니 이름만 불러도 놀라는 듯했다. 위축된 욱영의 모습을 보자, 한 마디 하려던 양지형은 마음이 약해졌다.

 

 연습을 안 했던 것도 아니고, 혼자 파트가 바뀌면서 짧은 시간 안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아이가 아닌가.

 

 지금은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할 것 같았다.

 

 “잘 했어. 데뷔평가 때는 더 자신감 있게 치고 나와. 표정관리도 하고. 그러면 훨씬 좋을 것 같아.”

 

 욱영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또 옆에서 누가 ‘훗’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를 들은 양지형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번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코웃음을 친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누구니? 방금 누가 코웃음을 쳤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릴 줄 알았는데 서정이 바로 손을 들었다.

 

 “왜 웃은 거야? 뭐가 웃겼는데?”

 

 “팀장님의 거짓말이요.”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팀장님은 최욱영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 있게 치고 나오면 저 녀석의 어설픈 랩이 세련되어질 것 같아요?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지금 우리 데뷔평가의 최대 걸림돌이 최욱영의 랩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사실을 인정 안 하세요?”

 

 정곡을 찔렸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꾸짖어야 하는데 속내를 제대로 들켜서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칭찬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양지형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랩을 안 해봤던 애치고는 잘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테고.”

 

 “안 해봤던 애치고 잘한다? 그 정도 수준에 만족할 정도로 스타랜드의 데뷔평가 기준이 낮은가요? 솔직히 랩으로만 따지면 저 녀석은 이 팀에 존재할 가치도 없어요. 나 같으면 쟤 랩 안 시켜요. 왜 잘 하는 걸 시키지 않고, 못 하는 것을 잘하기를 바라세요?”

 

 “야, 김서정! 적당히 좀 해라. 네가 뭔데 욱영이의 노력을 폄하해. 욱영이 랩보다 네가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팀에 더 악영향이야.”

 

 인범이 화를 내자 서정이 비아냥거렸다.

 

 “넌 뭐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나서는구나. 잘 들어. 능력이 되지 않아 못하는 일을 잡고 늘어지는 건 노력이 아니라 미련한 거야. 알겠어?”

 

 “뭐 이딴 게 다 있어?!”

 

 발끈한 인범이 서정을 밀쳤다. 이에 반발한 서정도 인범을 밀쳤다. 두 사람이 엉겨 붙어 싸우기 일보직전에 욱영이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그만해. 둘 다.”

 

 두 사람은 씩씩거리며 갈라섰다. 그러자 서정이 타겟을 바꿔 욱영에게 따져 물었다.

 

 “최욱영. 네가 한 번 말해 봐. 너 랩 계속 할 자신 있어? 네가 이 팀에서 맡은 포지션이 마음에 드느냐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서정의 턱이 바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그는 측은한 듯 욱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진짜 돼지가 됐구나. 진창에 처박혀 시키는 대로 꿀꿀대는 돼지가 됐어.”

 

 그리고는 코를 찡긋거리며 ‘꿀꿀’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욱영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서정에게 덤벼들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말릴 새도 없었다.

 

 서정은 연습실 바닥에 너부러졌다. 충격이 컸을 텐데도 서정은 벌떡 일어나, 욱영에게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쓰러트렸다. 두 사람이 엉켜 바닥을 뒹굴며 싸웠다.

 

 “야! 야! 애들아 뭐하고 있어? 어서 말리지 않고.”

 

 양지형이 소리쳤다. 놀라서 멈춰있던 아이들이 그제야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인범이 네가 욱영이 데리고 나가 있어라.”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아야 진정이 될 것 같아 양지형은 인범에게 욱영이를 데리고 나가게 했다. 조금 이성을 되찾은 욱영은 순순히 인범을 따라 연습실을 나갔다.

 

 “너 어디가? 또 그때처럼 도망가는 거냐?! 이 등신 새끼야! 너 당장 이리 안 와!”

 

 “서정아, 참아. 싸우면 안 돼.”

 

 “그래. 진정 좀 해. 형.”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서정이 뒤돌아가는 욱영을 향해 악다구니를 쳤다. 진오와 다온이 붙잡고 있지 않았으면 연습실 밖에서 또 한 차례 난장을 피웠을 것이다.

 

 폭력사태.

 

 그때 서정이 전 기획사에 퇴출된 이유가 떠오른 것은 과민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애써 무시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남다르게 다가왔다.

 

 “며칠 뒤면 데뷔평가인데…….”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인 양지형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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