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m.oddeye : 살인자가 된 엠마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1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10. The past_(9)
작성일 : 20-09-29     조회 : 525     추천 : 0     분량 : 5861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Εμμανουήλ~~~

 

  시어칸을 잡으러 가겠다고 방방 뛰던 요셉은 우비까지 챙겨 입고 내려왔다.

 

  “누나! 빨리 가자! 시어칸이 도망가 버릴지도 몰라!!”

 

  “요셉.....”

 

 이 천진함을 어찌 말릴 수 있으랴.

 

 엠마도 가브리엘 수녀도 혀를 내두르기만 할 뿐, 그에게 동조하진 않고 있었다.

 

  “누나.....”

 

  “응?”

 

 뚱한 반응에 실망했는지, 갑자기 오리주둥이가 되어선 엠마의 옆에 털썩 앉은 요셉이었다.

 

  “요셉?”

 

  “누나, 아직도 내가 노루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

 

 좀 전엔 분명 실망이 역력한 표정이었는데,

 

  ‘요셉..... 자꾸 이런 얼굴을 하면... 자꾸 의심하잖아...... 요셉, 너가 시어칸..... 일 것 같아서...’

 

 모글리를 보며 군침을 흘리는 사악한 시어칸의 얼굴로 엠마를 빤히 보고 있었다.

 

  “누나.”

 

  “어?!! 아, 아니야!! 그거 누나가 잘못 봤어!!!! 누나 지금 눈이 너무 아파서!”

 

 손사 레까지 쳐가며 열심히 변명을 하는 엠마였다.

 

  “!!! 아파?! 또 아파?!!!”

 

 다시 착한 요셉의 얼굴로 돌아와선 엠마의 이마와 제 이마를 턱 짚어보는데,

 

  ‘피.....’

 

 제 이마에 댄 요셉의 손에 묻은 핏자국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열 안 나는 거 같은데? 할망구!! 할망구, 어디 있어!!!”

 

 가브리엘 수녀를 찾는 어린 목소리에 주방에서 불쑥 나타난 수녀가 말했다.

 

  “요셉! 너 이 노무 자식! 한번만 더 그런 말 쓰면 혼나?!”

 

  “누나 아프대!”

 

  “뭐? 엠마, 또 열나니?”

 

  “아뇨..... 괜찮아요. 저기, 요셉.”

 

  “응?”

 

  “얼른 가서 손부터 씻고 와. 많이... 더럽잖아.”

 

  “아아, 알았어!”

 

 스프링처럼 튕겨 올라간 요셉이 소파 등받이를 훌쩍 넘어 화장실로 달렸다.

 

  “어휴! 저러다 다치지!”

 

  “........... 엄마.”

 

  “응? 왜, 엠마? 너 진짜 어디 아프니? 얼굴색이 영 안 좋은데...”

 

 며칠 전까지 감기 몸살로 앓았던 엠마가 노루 일로 다시 병이 도졌나 싶었다.

 

  “엄마.”

 

 살포시 이마를 짚어보는 수녀의 손을 꼬옥 잡아 내린 엠마가 올려다보며 물었다.

 

  “요셉인 착한 아이죠?”

 

  “....... 엠마.”

 

 엠마의 옆에 앉은 가브리엘 수녀가 작은 두 손을 모두 감싸 쥐었다.

 

  “아까 요셉이에게서 본 걸 엄마에게 말해줄래?”

 

  “그건.....”

 

 피의 눈동자로 누군가 저지른 나쁜 짓을 속속들이 들여 다 보는 걸 싫어하지 않았던가?

 

 좋은 것만 보라며 때마다 새빨간 오른쪽 눈동자를 가려주던 가브리엘 수녀였으니까.

 

 그래서 엠마는 본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엠마. 니가 무엇을 봤던 널 탓하려는 것도, 꾸짖으려는 것도 아냐. 엄마가 알고 싶어서 그래. 요셉이가 정말 나쁜 짓을 했는지.”

 

  “...............”

 

  “그걸 알아야 요셉을 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가 있겠지?”

 

  “그러니까......”

 

 다독다독, 천사 같은 말투로 설득을 해대니 엠마의 입이 열릴 수밖에.

 

  “요셉이가 노루 배를 만지고..... 피를 봤어요.....”

 

  “.... 그리고?”

 

  “웃었어...... 시어칸처럼...”

 

  “그래. 요셉이가 피를 보고... 웃었구나....”

 

  “그리고 발을 들었는데.........”

 

 웅얼웅얼거림 끝에 불쑥 수녀의 손을 확 잡아 끌며 속삭이듯 말했다.

 

  “안 밟았어요, 엄마. 진짜야, 진짜 안 밟았어. 안 밟고 그냥 넘었을 뿐이에요. 요셉이 착한 거 맞죠? 네?”

 

 선함의 기준은 가브리엘 수녀도 잘 알지 못하는데, 이렇듯 작은 아이들의 기준은 무엇일까?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가브리엘 수녀가 말했다.

 

  “요셉인 착해, 엠마. 아직 잘 모르는 것뿐이란다.”

 

  “뭘요?”

 

  “손에 묻은 피가 나쁜 건지, 나쁘지 않은 건지... 아파하는 노루를 밟지 않은 것도 그와 같은 것이었을 거야. 그래도 요셉이가 착한 건, 결국 노루를 밟고 넘는 나쁜 행동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요셉인 착한데 어린 것뿐이네요?”

 

  “그렇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 거죠?”

 

  “그렇단다.”

 

  “휴우..... 다행이다.”

 

 고작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엠마는 마치 요셉보다 열 살은 많은 애 늙은이처럼 굴었다.

 

  “후후. 이제 좀 괜찮아졌니?”

 

  “네, 엄마.”

 

 짧은 곱슬머리를 쓸어 넘겨주는 손길에 더욱이 안심하는 엠마였다.

 

  “우리 엠마는 나쁜 일을 볼 수 있으니까... 요셉이한테 나쁜 일이 뭔지, 착한 일은 어떤 건지 차근차근 알려주자. 엄마도 열심히 도와줄게. 알았지?”

 

  “네!”

 

 피 한 방울 안 섞인 요셉이었지만 엠마에겐 피붙이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ねえちゃん. 目がきれい!’

 

  누나. 눈 예뻐!

 

 말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남들은 보기 꺼려하는 엠마의 눈을 진귀한 보석 보듯 예쁘게 봐줬던 요셉이었다.

 

  ‘ねえちゃんの目が世界で一番きれい!!’

 

  누나 눈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엠마가 처음 ‘악’을 보고, 괴로워했을 때도 요셉만큼은 곁에 달라붙어 그녀를 위로하고 안아주었다.

 

 요셉은 ‘착한 아이’고, ‘선한 인간’이라고.

 

  ‘요셉. 누나가 앞으로 많은 착한 걸 알려줄게. 모글리를 받아 준 엄마늑대와 아빠늑대처럼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생각하는 엠마가 활짝 핀 꽃 미소를 띠었다.

 

 엠마,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난 그렇게 될 수 없으니까. 요셉, 널 그런 천국 같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인도해줄게.’

 

 될 수 없다 단정 지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엠마도 아직 일곱 살, 어린 소녀이기에 생각 많은 소녀가 앞으로 제 운명을 어찌 헤쳐 갈지 하늘에 계신 그분도 기대하고 있을지도.

 

 띵-동.

 

 고아원 현관문을 열어달라는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성당 관계자들은 대게 노크를 하거나 들어온단 말없이 드니까 초인종은 좀 낯설었다.

 

 게다가 엠마가,

 

  “엄마, 난 방에 있을게요.”

 

 당연하단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2층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브리엘 수녀가 현관문을 열었다.

 

  “誰(누구).... 어머!!! 이게 누구야?!!”

 

 수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운 이를 만난 듯 높이 떠오르니 엠마의 걸음이 뚝 멈췄다.

 

  “누구지....?”

 

 계단 중간쯤에서 난간을 붙잡고 슬쩍 곁눈질을 해보았다.

 

  “젠!!!”

 

  ‘젠?’

 

 엠마의 발이 뒤로 한 계단 내려서며 현관을 향했다.

 

  “안녕하셨어요, 가브리엘 수녀님.”

 

  “너무 오랜만이다! 그새 훌쩍 컸네!”

 

 와락 껴안으려다 보아하니 장대비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있는 젠이었다.

 

  “세상에! 아니, 왜 비를 맞고 다니니?!! 얼른 들어오렴! 세상에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안으로 이끄는 수녀의 옆으로 젠의 모습이 드러나자 엠마는 후딱 주저앉았다.

 

 난간 기둥 사이로 젠을 훔쳐보는 오드아이가 왜인지 모르게 욱신거리는 것도 같고.

 

  ‘젠.....’

 

 뒤따라 들어 온 나오키도 있었는데 엠마의 오드아이는 오로지 젠에게 꽂혀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빗물을 머금고, 축 늘어져 있는 걸 수건으로 털어내는 모습이 이상했다.

 

  ‘어? 빛난다.’

 

 머리카락에 송이송이 맺힌 빗방울이 햇살도 없는데 반짝거렸다.

 

 마치 조막만한 별송이가 머리에 붙은 것처럼.

 

 얼굴을 닦아내며 눈썹을 덮는 길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하얀....’

 

 까맣게 탄 젠의 피부도 한 꺼풀 벗겨진 듯 보인 모양이었다. 콩깍지가 씌어가는 것일까.

 

  ‘토끼 같네, 젠.’

 

 새 하얗고, 자그마한 귀여운 토끼 한 마리를 보며 피식 실소까지 터뜨리는 엠마였다.

 

  ‘아야...... 아.. 왜 이렇게 아프지?’

 

 눈이 욱신거리던 느낌이 좀 더 강해졌다. 왜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고.

 

  ‘이상하다? 왜 갑자기 이렇게 아프지?’

 

 오른쪽 빨간 눈동자가 유난히 더 욱신거렸다.

 

  “젠? 엄마아빠는 같이 안 오셨니?”

 

  “어?...... 성당에 없어요?”

 

  “아니, 안 오셨는데. 같이 있던 거 아니었니?”

 

  “아뇨. 할아버지랑 할머니 묘지에 갔다가 저는 나오키랑 축구하려고 먼저 공원에서 나왔거든요. 이상하다? 왜 아직도 안 왔지?”

 

 벌써 왔어야 할 부모의 소재가 불분명해지자 의아한 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으앗!! 깜짝이야!!!”

 

  “うわっ!びっくりした! 何?人?!” (우왁! 깜짝이야! 뭐야? 사람?!)

 

 난간 사이에 두 눈을 가리고 앉아있는 엠마를 발견한 두 소년이었다.

 

 나오키는 꽤나 놀랐는지 후다닥 젠의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엠마를 훔쳐봤다.

 

 젠이 한숨을 푹 내쉬며 등 뒤에 나오키에게 말했다.

 

  “なおき...ここまで驚くのは失礼じゃん。”

 

  나오키... 이렇게까지 놀라는 건 실례잖아.

 

  “엠마, 거기서 뭐하니? 이리 와서 인사하렴.”

 

 엠마가 아직 방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가브리엘 수녀에겐 젠을 만난 것보다 더 반가운 일이었다.

 

 또래 아이든 어른이든 낯선 사람 보기를 꺼려하는 아이가 드디어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하니.

 

  “엠마?”

 

 눈이 계속 아픈지 가리고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엠마에게 가려는데,

 

 탁탁탁.

 

  “あれ?変な兄さんだ。”

 

  어라? 이상한 형이다.

 

 아예 샤워를 했는지, 뽀송뽀송한 피부를 그대로 드러낸 팬티바람의 요셉이 불쑥 튀어와 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お前?!さっきのあのチビ!”

 

  너?! 아까 그 꼬맹이!

 

 젠도 덩달아 요셉을 향해 검지를 쳐들었다.

 

  “요셉!!! 너 또 꼴이 이게 뭐니?!! 누나처럼 감기 걸리고 싶어 그러니! 얼른 가서 머리부터 말리렴!”

 

  “할망구! 메롱!!!”

 

  “우왁!”

 

 요셉이 수녀에게 하는 행동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젠이었다.

 

  “킥킥.”

 

 젠의 놀란 토끼 같은 얼굴이 우스워 키득거린 요셉이 훽 돌아서 계단으로 향했다.

 

  “응? 누나!”

 

 콩콩, 계단을 뛰어 올라 주저앉아 있는 엠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あの兄がさっき悪いことをした。だからねえちゃんの目で見て叱ってくれ。’

 

  저 형, 아까 나쁜 짓했어. 그러니까 누나 눈으로 보고 혼내줘.

 

  “응?”

 

  ‘씨익-’

 

 요셉의 착한 얼굴이 예의 그 시어칸의 미소를 또 지어보였다.

 

 고자질을 하고는 잽싸게 제 방으로 쏙 사라져버린 요셉이었다.

 

  ‘나쁜 짓?’

 

 요셉을 따라가던 엠마의 눈동자가 천천히 젠에게로 향했다.

 

  “수녀님! 저 꼬맹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와, 쪼꼬만 게 아까부터 엄청 까부네?!!”

 

  “아까? 요셉이랑 만났니?”

 

  “네, 아까 잠깐 만났어요. 근데 저 꼬맹이가 마늘 냄새나는 조센진이 어쩌고 하면서 나쁜 말 했다니까요! 쟤, 한국애에요?!”

 

  “요셉이야.”

 

  “어?.................”

 

 젠 가까이 다가 온 엠마가 수녀의 뒤에 몸을 반쯤 숨기고, 그에게 말했다.

 

  “내 동생 이름 요셉이야. 꼬맹이가 아니라. 그리고 내 동생은 아직 잘 몰라서 그래. 나쁜 말인지 모르고 한 거야.”

 

  “..................”

 

 여자아이의 목소리 치곤 낮고 칼칼했는데, 그보다 젠의 말문을 막히게 한 건,

 

  ‘눈동자가 초록색이야?’

 

 엠마의 왼쪽 초록색 눈동자였다.

 

  ‘예전에 엄마가 그린다이아몬드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게... 저렇게 생겼을까?’

 

 사진으로 조차 본적 없는 그린다이아몬드가 귀여운 곱슬머리 아래 박혀 있는 것 같았다.

 

  “ひーっ!瞳が緑色だ!” (히익! 눈동자가 초록색이야!)

 

  “!!! 나오키!!”

 

 한창 감상에 젖어들고 있는 젠의 뒤에서 나오키가 또 실례를 저질렀다.

 

  “엠마!”

 

 역시나 낯선 사람이 오드아이를 보는 반응엔 익숙해질 수가 없는 엠마였다.

 

  “어?!! 야!!!!!”

 

 도망치듯 방으로 뛰어올라가는 엠마를 따라 젠이 달렸다. 그리고,

 

  “잠깐!.... 만.........”

 

 계단 위에서 붙잡아 돌려세웠는데, 그 순간 달칵! 하는 미지의 소리가 둘 사이에 울려 퍼졌다.

 

 서로 다른 운명의 문이 열리는 소리.

 

 열린 문 밖으로 각자가 걸어갈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어째선지 한 길일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젠은 보고 말았다, 엠마의 피의 눈동자를.

 

  “빨간... 색...”

 

  “!!!!! 놔!”

 

  “아냐!!! 예뻐서 그래!!”

 

  “!!!!.........”

 

  “예뻐. 니 눈. 진짜 예뻐.”

 

 요셉에게 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이상한 기분...?

 

 엠마도 보았다, 나쁜 짓을 했다는 젠을. 하지만 피의 눈동자는 욱신거리는 고통만 더 할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천국 같은 새하얀 세상뿐.

 

  “젠. 착한 사람이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m.oddeye : '惡'을 보는 피의 눈동… 6/1 606 0
10 10. The past_(9) 9/29 526 0
9 9. The past_(8) 9/29 476 0
8 8. The past_(7) 9/28 464 0
7 7. The past_(6) 9/27 490 0
6 6. The past_(5) 9/25 465 0
5 5. The past_(4) 9/23 483 0
4 4. The past_(3) 9/22 482 0
3 3. The past_(2) 9/21 468 0
2 2. The past_(1) 23년 전,이츠키(いつき,樹)의 살인… 9/21 471 0
1 1. prologue_ 오드아이의 살인자 9/21 77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