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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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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내가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작성일 : 20-09-30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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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평가가 끝났다.

 

 「팔라딘」이라는 팀을 위해 바동거렸던 시간이 덧없어 회한이 밀려왔다. 번 아웃이 온 것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양지형은 지금 자신의 발이 그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양 팀장님? 어디까지 따라오실 셈이세요?”

 

 손희영의 물음에 터덜터덜 걸음을 떼던 양지형의 발이 멈췄다. 눈앞에 보이는 마크를 보고서야 그는 자신이 손희영을 따라 화장실 입구까지 온 것을 알아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딴 생각을 하느라…….

 

 “개성 강한 애들을 데리고 데뷔평가 준비하느라 힘드셨겠죠.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

 

 일찍 들어가 쉬라니.

 

 평소라면 쾌재를 부를 소리였겠지만, 양지형은 오늘따라 그 말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없는 건가요? 보통 데뷔평가를 마치고 나면 심사에 참가했던 관계자들이 모여 미팅을 하지 않습니까. 팀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요. 그런데 오늘은 왜 회의가 없나요? 혹시 회의 없이 결론을 내리실 건지…….”

 

 양지형은 손희영이 논의도 없이 「팔라딘」 프로젝트를 엎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 싶어 슬쩍 그녀의 속을 떠봤다.

 

 “회의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안 해도 된다? 일말의 재고할 가치도 없다는 뜻인가?

 

 하긴, 데뷔평가를 그 따위 봤는데 통과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리라. 씁쓸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양지형의 어깨가 풀이 죽는다.

 

 “아! 그런데 양 팀장님. 내일 오전에 회의실로 좀 오시겠어요. 저하고 둘이 따로 봬요. 아까 5명 멤버들 프로필이랑 평가 영상 다 가지고 회의실로 오시면 돼요.”

 

 “네? 애들 프로필이요? 아, 예! 예! 오전에 회의실요. 알겠습니다.”

 

 풀이 죽었던 양지형의 어깨가 올라가고 목소리에 생기가 돈다.

 

 아직 희망이 있었다. 손 대표가 「팔라딘」 프로젝트를 접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멤버들의 프로필과 영상을 다시 볼 이유가 없다.

 

 분명 그녀는 이 팀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양지형은 바로 멤버들의 프로필과 영상을 찾아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말로는 일찍 들어가 쉬라면서 일거리를 던져준 것이 어이없기는 하지만, 양지형은 기꺼운 마음으로 야근할 준비를 하러 갔다.

 

 *****

 

 “애들아……. 언제까지 말 안 할 거야? 밥 먹은 거 얹히겠다.”

 

 다온이 자신의 양 옆과 앞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카페의 작은 테이블 하나를 두고 「팔라딘」의 멤버들이 둘러앉았다. 그들은 먼저 말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도 하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제 앞에 놓인 음료수 빨대만 물고 앉아있은 지가 30분 째다.

 

 숙소 인근에 있는 이 카페는 주 고객이 동네 아줌마들이라 해가 지고 나면 손님이 없어 몹시 한산해진다. 그 카페 한 구석을 차지한 사내 다섯 명이 한 마디도 않고 음료수만 빨고 있으니, 카페에 흐르는 음악마저 어색할 지경이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다온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평가를 마치고 멤버들은 사분오열 되어 말싸움을 벌였다.

 

 갑자기 곡과 안무를 바꿔버린 서정과 이번 데뷔평가에 팀의 존폐가 걸려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은 인범, 욱영에 대한 책임공방이 격렬하게 오갔다.

 

 “잠깐만! 잠깐만 애들아. 배 안 고프니? 싸울 때, 싸우더라도 우리 밥부터 먹고 싸우자. 내가 쏠게.”

 

 다온은 언쟁을 멈추고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밥을 사주겠다고 하였다.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느냐며 성을 낼 줄 알았는데 다들 정말 배가 고팠는지 싸우던 것을 멈추고 다온을 따라나섰다.

 

 8인분의 닭갈비와 4인분의 막국수가 게 눈 감추듯 없어졌다. 배가 불렀으니 마음도 좀 여유로워졌겠지 싶었던 다온은 멤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있잖아, 애들아.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들 수고했어. 중간에 들어온 데다가 춤도 잘 못 추는 나를 커버해 주느라고 고생들 많았지. 못해도 싫은 내색 없이 감싸줘서 고마웠어. 특히 진오, 네 도움이 없었다면 나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뭐에요? 형? 꼭 떠나는 사람처럼 말하네. 이 자리 송별 인사하는 자리였던 거예요? 형은 「팔라딘」이 데뷔할 것 같지 않은 모양이죠?”

 

 서정이 뚱하게 말했다. 잠자코 먹고 있던 인범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버럭 화를 냈다.

 

 “이 새끼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우리가 데뷔평가를 어떻게 치렀는지 벌써 잊었냐? 어떤 잘나신 분이 멋대로 나대면서 깽판을 놨잖아. 그런데 어떻게 데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데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면 대표가 함께 팀으로 데뷔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손을 들지 말았어야지. 어차피 안 될 텐데, 뭐 하러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대.”

 

 “어우, 이게 진짜! 사람 열받게 하려고 작정을 했나.”

 

 인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에 앉은 서정을 때리려하자 욱영이 잡아 말렸다.

 

 “그만해. 다른 사람들이 쳐다본다. 다온이 형. 우리 그만 나가요.”

 

 “어? 그래 그럴까.”

 

 싸움이 일어날까 싶어 일행은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다온은 화를 식히고 다시 한 번 진중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이번에는 애들을 카페로 데리고 갔다.

 

 카페는 조용하니 큰 소리로 싸우는 것이 눈치보여 자중하겠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조용해도 다들 너무 조용하게 있으니 꼭 침묵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음……. 저기. 애들아. 나는 너희들과 계속 좋은 사이로 남고 싶어. 그래서 대화를 통해 오해가 있으면 해명하고, 서로에게 앙금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름 팀의 맏형으로서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자리를 가져보자 제안했는데, 고집불통인 동생들은 다온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시간이 맥없이 흘러가자 서정이 말했다.

 

 “아무도 대화하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요. 다들 할 말 없으면 그만 숙소로 가죠. 서로 불편해 하기만 한데 뭘 해명하고, 무슨 앙금을 풀겠어요.”

 

 “넌 대체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 거냐. 우리가 왜 불편한데.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늘 분란을 만들고 문제를 일으키니 우리가 안 힘들겠냐고.”

 

 서정의 말에 딴죽을 거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 되어버린 인범이 그를 힐난하였다. 그러자 진오도 그를 나무랐다.

 

 “인범이 형도 그렇게 큰 소리 칠 입장 아니거든! 형이랑 욱영이 형도 우리한테 잘못했잖아. 이번 데뷔평가가 「팔라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 왜 안 했어? 그런 중요한 정보를 멤버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알다니. 우린 함께 의논할 수준도 안 된다고 이거야?”

 

 “애들아. 또 싸우니? 그만 좀 하자. 그간 함께 고생했으니 회포도 풀 겸 감정도 풀자고 내가 한 턱 쏜 건데. 먹을 때만 조용하고, 먹고 나면 싸우고. 내가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아주 후회가 막심이다.”

 

 다온이 컵을 들어 벌컥벌컥 음료수를 들이켰다. 그 안의 얼음까지 입에 넣고 으적거리자 언성을 높이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모두의 음료수가 바닥나고 컵 안에 든 얼음마저 녹아내린다. 그 와중에도 민둥하고 열없는 분위기는 이들 사이를 맴돌며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진오는 빈 빨대를 물고 흘긋흘긋 형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담아두기만 하고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불쑥 꺼내었다.

 

 “다온이 형이 오해를 푸는 자리라고 했으니까. 이렇게 된 것 나 물어볼 것이 있어. 욱영이 형하고 서정이 형은 무슨 관계야?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전부터 알던 사이인데. 욱영이 형은 왜 서정이 형을 무시하고, 서정이 형은 왜 욱영이 형한테 화를 내는 거야?”

 

 “네가 말할래? 내가 말할까?”

 

 서정이 욱영이에게 물었다. 답을 그에게 조금 떠넘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욱영은 입을 다문 채 음료수 잔만 만지작거렸다. 결국 답은 또 서정의 몫이 되었다.

 

 “중학교를 같이 다녔어. 2학년 끝나고 이 녀석은 학교를 그만뒀지만.”

 

 “아, 그럼 친구였다는 거지?”

 

 “친구는 무슨! 쟤가 욱영이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 랩 못한다고 면박주고 디스하고, 그것도 모자라 몇 년을 고생해서 잡은 데뷔기회를 망쳐놓았는데 어떻게 친구냐. 내가 장담하는데 욱영이가 학교를 그만 둔 건 저 자식 때문이었을 거야.”

 

 “인범아.”

 

 욱영이 소매를 잡아당기며 인범을 자중시키려했지만 그는 하고픈 말을 다 지껄였다. 듣고 있던 서정의 눈빛이 싸늘해진다. 그는 낮게 목소리를 깔며 인범에게 경고를 했다.

 

 “너 입 조심해라. 알지도 못하면서 나불거리는 거 더는 안 봐준다.”

 

 “안 봐주면 어떻게 할 건데? 네가 중학교 때 얼마나 어깨에 힘주고 다녔던 녀석인지는 몰라도 나는 너 안 무서워. 욱영이는 우리 팀의 데뷔를 위해서 네가 어떤 진상을 떨어도 다 참아낸 애야. 그런데 넌 여전히 욱영이를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잖아. 이것만 봐도 네가 중학교 때 모습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데 내가 뭘 알지도 못한다는 거야? 나야말로 너 가만 안 둬. 여기서 더 같잖게 굴면.”

 

 서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분노가 일렁였다. 그런데 그 분노가 인범에게 향하지 않고 욱영에게 돌아간다.

 

 “최욱영. 내가 널 그렇게 괴롭혔냐? 정말 나 때문에 학교 그만 둔 거야? 어디 네 입으로 한 번 말해봐.”

 

 답답하리만치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욱영이 눈을 들어 모두를 보았다. 질문을 던진 것은 서정이었지만, 다른 멤버들도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옅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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