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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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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비밀 친구
작성일 : 20-09-30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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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은 중학교 입학식 때부터 학교 안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쟤 누구냐? 되게 잘 생겼다.”

 

 “와! 정말. 저 많은 애들 사이에서도 눈에 확 띄네.”

 

 굳이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표했다.

 

 “너희 반에 김서정이라고 있지? 걔 누구야?”

 

 1학년 초에는 쉬는 시간마다, 다른 반 아이들이나 선배들이 서정의 반 앞에 몰려들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그의 얼굴을 보고 갔었다. 시시때때로 알지 못하는 번호로 호감을 드러내는 메세지가 날아왔고, 언제 찍혔는지 모르는 사진이 예쁘게 보정되어 포토카드처럼 여자 애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나돌았다.

 

 “너는 그냥 연예인 해야 돼. 학교 스타만 하기에는 외모가 아깝다.”

 

 서정의 친구들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그에게 연예인을 하라고 했었다. 딱히 꿈도 욕심도 없었던 서정은 친구들의 말을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 혹시 연예인 해볼 생각 없어요? 나 이런 사람인데 한 번 오디션 보러 와요.”

 

 -안녕하세요. 저는 @@엔터테이먼트의 XXX라고 합니다. SNS에 올라온 학생의 사진이 너무도 인상 깊어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오디션을 볼 의향이 있으시다면 아래 연락처로 연락주세요.

 

 길을 가다가 혹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연예 기획사 쪽의 접촉이 많아지자, 서정은 연예계 쪽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웃기지 말라고 그래. 그거 다 너처럼 순진해 빠진 애들 데려다가 등쳐먹는 사기꾼들이야. 설사 진짜라고 해도 난 반대야. 연예인이 되면 사생활이나 과거가 씹던 껌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잖아. 난 그거 싫어. 평범하게 공부나 해. 넌 가요도 안 듣고, 드라마도 안 보면서 갑자기 웬 연예인 타령이니. 아무튼 나 출근하니까 너도 학교 늦지 말고 가.”

 

 서정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10살 많은 그의 누나는 연예 기획사의 캐스팅 제안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뭐 한 번쯤 재미로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중학교 2학년 때 서정은 제게 연락을 했던 기획사 중 한 곳의 오디션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어?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 아! 맞다. 너 4반에 그 돼ㅈ…….”

 

 그는 돼지라고 말하려다 입술을 감아 물었다. 사실 그 애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옆 반 친구가 돼지라고 불러서 저도 모르게 돼지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난 최욱영이야. 너는 여기 어쩐 일로 왔어?”

 

 “오디션 보러왔지. 그러는 넌? 설마 너도 오디션 보러 온 거야?”

 

 “비웃으려면 비웃어.”

 

 “왜? 오디션 보러 오는 것이 비웃을 일이야?”

 

 “나 같은 애가 연예인 한다고 하면 다들 비웃거든.”

 

 “괜찮아. 우리 누나도 비웃었어. 나 같은 애가 무슨 연예인이냐고. 아마 내가 오디션 보러왔다는 걸 알면 쓸데없는 짓했다고 잔소리를 할 거야. 그런데 왜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생각이 남다르구나 싶어서.”

 

 “이상하다는 뜻이야? 뭐 그런 말도 종종 들어서 아무렇지 않아. 그런데 오디션에서는 뭘 해? 나 이런 거 처음이라서. 어떤 건지 경험해 보려고 왔는데. 꼴에 이것도 시험이라고 좀 떨리네.”

 

 “저기 있잖아. 다른 애들한테 내가 오디션 보러 다닌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떨어지면 창피할까봐?”

 

 “아니. 걔들이 날 돼지라고 놀리는 건 상관없는데, 내 꿈까지 비웃는 건 싫거든.”

 

 “되게 심오한 이유네. 알았어. 말 안 할게. 대신 너도 여기서 나 봤다는 말은 하지 마. 애들한테는 연예인 같은 거 관심 없다고 했는데 오디션을 보러갔다고 하면 쪽팔리잖아.”

 

 욱영은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의 오디션은 정말 별 것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앞, 뒤, 옆모습을 보여주고 자기소개를 한 뒤에 질문 몇 가지를 받은 것이 다였다. 노래도 불러보라고 했는데 가요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서, 옛날에 즐겨보던 만화 주제가를 불렀다. 그런데도 회사 관계자들은 웃으며 좋아했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도 했었다. 오디션이란 것이 원래 이렇게 간단한 건가 싶었다.

 

 “저기 친구라서 그런데 살짝 봐도 될까요?”

 

 다른 이들은 어떻게 오디션을 치르는지 궁금했던 서정은 욱영의 차례가 되자 양해를 구하고 문틈으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학교에서는 과묵하고 무표정하던 욱영의 춤과 노래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열정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무엇인지를 욱영은 온몸을 다해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내면에서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에 담아 부르던 그의 노래는 서정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하지만 오디션을 심사하던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수고했어요. 나가보세요.”

 

 그게 다였다. 춤이나 노래에 대한 평도 없었고, 취미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인지 꼬치꼬치 물어댔던 자신과 달리 그들은 욱영에게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정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오디션을 봤던 그 회사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 오디션에 통과하셨습니다. 1:1 심층 면접 후에 계약을 진행하고 싶사오니, 보호자와 함께 다시 한 번 회사를 방문해주십시오. 』

 

 이렇게 간단하게? 서정은 메세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욱영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학교에 가 몰래 밖으로 불러내어 물었다.

 

 “너 저번에 오디션 봤던 거 연락 왔어?”

 

 “응”

 

 “어떻게 됐어?”

 

 “떨어졌어.”

 

 서정은 다소 충격이었다. 별 뜻 없이 가서 부담 없이 만화 주제가를 부른 자신은 합격이고,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던 욱영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넌 어때? 넌 합격했어?”

 

 “응? 나? 에이, 나도 떨어졌지. 그런데 너는 앞으로도 계속 오디션 볼 거야?”

 

 “응.”

 

 욱영은 탈락한 것에 대해 상심하거나 좌절한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라면 합격하기 위해 간절히 노래하고 춤췄음에도 떨어졌다면 자존심 상해 다시는 오디션 따윈 볼 생각도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있잖아. 나 너 오디션 준비하는 거 옆에서 봐도 돼? 나도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학원을 다닐 형편도 아니고 해서. 나 좀 도와주라.”

 

 거짓말이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오디션을 또 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궁금했다. 욱영이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그가 오디션에 합격해 연예인이 될 수 있을지 그 결말을 보고 싶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욱영은 잠깐 고민하다 흔쾌히 허락했다.

 

 “내가 가수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 비밀로 해준다면 도와줄게.”

 

 그때부터 두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둘은 싼 값에 노래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노래방을 자주 찾았다. 노래방에 갈 때마다 서정이 고르는 노래는 늘 애니메이션 주제가였다.

 

 “너 혹시 가요를 안 좋아해? 그렇다고 팝송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나는 노래를 막 찾아서 듣는 편이 아니거든. 들리면 듣고, 말면 마는 정도라서 끝까지 아는 노래가 거의 없어. 애국가랑 만화 주제가 빼고는.”

 

 “만화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나 말고 우리 누나. 지금은 잘 안 보지만, 예전에는 쉬는 날 하루 웬 종일 앉아서 애니메이션만 봤거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외워지더라고.”

 

 “우선은 여러 음악을 많이 들어. 듣다보면 네 취향의 곡과 가수가 생길 거야. 그 중에서 네가 잘 따라 불러지는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그러면 오디션에서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생길 거야. 그런데 아까, 아까 전에 불렀던 노래의 제목이 뭐지? 멜로디가 꽤 좋던데.”

 

 “아까, 아까? 아! 그거 『외톨이 용사』. 노래 좋지?”

 

 유치한 제목에 욱영이 살짝 눈을 실그러트렸다. 어쩐지 가사가 유치하다 싶기는 했다.

 

 서정은 욱영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겠다는 듯 킥킥대며 웃었다.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 본편은 망작인데, OST는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만화야. 우리 누나도 이 노래 참 좋아하는데 가사가 워낙 따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유치해서 음만 흥얼거린다니까. 그런데 이 노래가 네 목소리랑 잘 맞을 것 같기는 하다. 부르면 멋질 것 같아.”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어울리는 곡을 제안하기도 하고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의논하면서 다음 오디션을 준비했다.

 

 욱영은 오디션에 또 도전하고 싶다는 서정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서정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성심껏 가르쳐주었고, 어느 회사에서 공고가 나면 그것을 꼭 서정에게도 알려주었다.

 

 “이번에 이 회사에서 연습생을 모집한대. 노래나 춤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서 1차 통과하면 오디션을 볼 기회가 주어져. 내가 너 영상 찍는 것 도와줄게 같이 신청해보자.”

 

 “어……. 음. 그…… 그럴까?”

 

 가수가 되는 것에 크게 열의가 없었던 서정은 욱영과 함께 오디션에 제출할 영상만 만들고, 그것을 이메일로 보내지는 않았다.

 

 얼마 뒤, 욱영은 그 기획사로부터 1차 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는 바로 서정에게 톡을 보냈다.

 

 -나 이번 오디션 영상 심사에 통과했어. 22일에 오디션 보라고 연락 왔는데, 넌 어떻게 됐어?

 

 -어. 잠깐만……. 에이, 난 안 됐다. 역시 아직 실력이 안 되는 듯…….

 

 그는 오디션에 참가 신청도 하지 않았으면서 욱영에게는 매번 1차에서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욱영이 오디션을 치르러 가는 곳에는 꼭 따라나서고는 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오디션을 많이 치르면서 욱영은 심사하는 이의 표정과 말투만 보고도 합격인지, 아닌지 감이 왔다. 이번에도 틀렸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는 힘없이 오디션 장을 빠져나왔다.

 

 “이야, 저번에 영상으로 찍었을 때보다 오늘이 더 좋다. 실력이 꾸준히 느는 것 같아. 이번에는 뭔가 예감이 좋은 것이 합격의 기운이 느껴진다.”

 

 서정이 욱영의 노래와 춤을 칭찬하며 그의 기운을 북돋아준다. 그것을 위안삼아 돌아가려고 하는데 회사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 서정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학생. 학생도 오디션 보러 왔나요?”

 

 “네? 아니요. 전 오디션 보러 온 것이 아닌데요.”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서정은 손사래를 쳤다.

 

 “얘 신청은 했는데 1차 영상 심사에서 떨어졌대요.”

 

 아예 접수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를 모르는 욱영이 잘못된 사실을 회사 직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화들짝 놀란다.

 

 “정말요?! 그럴 리가……. 영상 심사에서 이 얼굴을 보고도 안 뽑았을 리가 없는데. 캐스팅 담당자는 대체 뭘 본 거람. 학생 이름이 뭐예요?”

 

 “아니에요. 알 것 없어요. 됐으니까 얼른 가자. 욱영아.”

 

 회사 직원이 서정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알아내려하자, 그는 욱영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때부터 욱영은 서정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너 이메일로 오디션 신청하기는 했어? 혹시 영상 첨부를 빼먹은 거 아니야?”

 

 “어? 아니야. 보냈어. 보냈는데…… 네가 결과 물었을 때 확인해 보니까 주소를 잘못 적어 보냈더라고. 그래서 아예 신청이 안 됐었어.”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서정은 그럴 듯한 핑계를 지어내었다. 욱영은 약간 미심쩍어 하면서도 그 말을 믿어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욱영은 1차 합격을 해도, 서정은 합격하지 못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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