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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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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그냥 낙하산이 아니야
작성일 : 20-09-30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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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대로 가만있어도 되냐?”

 

 인범이 아직 채 씹지 못한 피자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야식으로 시킨 피자를 먹느라 정신없던 멤버들은 느닷없는 그의 말에 눈만 껌뻑거렸다.

 

 “피자 잘 먹다말고 뭔 뜬금없는 소리야?”

 

 “뭔 소리는 낙하산 식스맨 이야기하는 거지.”

 

 인범이 열을 내며 콜라의 뚜껑을 열었다. 컵에 따른 콜라의 기포가 부그르르 끓어오르는 것이 꼭 투덜거리는 인범을 보는 것 같았다.

 

 “아! 대표님 조카 말하는 거야. 5인조가 아니라 6인조로 재구성되어서 놀라기는 했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결정 난 것을.”

 

 서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피자 한 조각을 들었다. 그러자 인범이 그것을 가로채며 서정을 나무랐다.

 

 “너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지. 회사의 결정대로 롤이 정해지는 것이 싫다면서 데뷔평가를 뒤집어 놓으셨던 분 아니야. 그런데 대표님 조카가 낙하산으로 합류하는 것도 모자라 숙소도 따로 쓰고, 일주일 째 같이 연습도 안 하는데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나와.”

 

 “사정이 있어서 일주일간은 함께 연습하지 못할 거라고 양 팀장님이 미리 말해줬잖아.”

 

 서정은 인범이 가져갔던 피자를 도로 빼앗아오면서 핀잔을 준다. 하지만 인범은 굴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난 꺼림칙해. 양 팀장님이 사정이 있다면서 두둔해줄 때도 그렇고, 혼자서만 숙소를 따로 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우리랑 대우가 다르다고 할까? 함께 데뷔할 팀이면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하는데, 마치 도련님을 모시는 시종이 된 듯한 기분이야.”

 

 “그건 좀 과민한 생각 같은데.”

 

 다온이 고개를 갸웃한다. 제 말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자 인범은 제 생각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민한 것이 아니에요. 잘 봐요. 솔직히 우리 데뷔평가 치르고, 그거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 있어요? 없잖아요. 재미는 있었지만 구성이 엉망이라 내심 체념하고 있었죠. 그런데 예상 외로 대표님이 우리를 데뷔를 시켜준다는 거예요. 원래 5인조였던 「팔라딘」이 아닌 새 그룹으로, 대표님 조카를 리더로 꽂아 넣어서 말이에요. 이게 무슨 의미일 것 같아요?”

 

 “무슨 의미인데?”

 

 “새 그룹은 그저 그런 아역으로 잊혀가던 대표님의 조카를 띄우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뜻이죠. 우리를 들러리로 삼은서 말이에요. 두고 봐요. 분명 주목받고 멋있는 건 대표님 조카가 다 맡을 걸요. 회사 관계자들도 굽실댈 테고요.”

 

 인범의 추리에 진오가 먹던 피자를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꺼낸다.

 

 “내가 좀 찾아봤는데. 강한비라는 사람 그저 그런 아역이 아니던데. 연예계 경력도 화려하고 아직까지 팬 카페가 운영될 정도로 나름 유명해. 그 사람이 유명했을 당시에는 우리가 어려서 체감을 못하는 것뿐이고.”

 

 진오가 휴대전화로 검색한 내용들을 형들에게 보여주었다.

 

 포털 프로필에는 아직도 12살 무렵에 찍은 사진이 대표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 그의 출연작품, 나이, 출생지 등 기본 정보가 적혀있는 글을 읽던 욱영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23살?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23살이 많은 거야? 나하고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욱영의 말에 다온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일반인으로서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골격이 다 잡힌 성인은 춤을 배우는 것이 아무래도 청소년 보다 더뎌요. 전에 댄스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네요.”

 

 뒤늦게 춤을 배우느라 고생했던 다온은 욱영의 말을 바로 수긍했다. 지금도 매일 댄스의 기본기를 배우고 연습하고 있지만 몸에 익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나 이 사람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서정도 프로필에 등록된 한비의 과거 사진을 짚으며 아는 체를 하였다. 진오는 놀랄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낯이 익을 수 있어요. 10년 전에 드라마에서 잘 생긴 외모와 처연한 연기력으로 인기를 얻은 후에 영화, 드라마, 예능, CF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그러니 우리도 한 번쯤은 어디선가 봤을 거예요. 트리위키에 적힌 내용을 보면 15살에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죽었다, 역변해서 미디어 나서는 걸 꺼린다는 등 각종 루머만 나돌다가 작년부터 군대에서 함께 복무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는 정말 분위기 있게 잘 생겼네. 일전에 봤을 때는 뭔가 방정맞고 허세가 가득한 것이 사기꾼 같았는데 말이야.”

 

 “아니, 아니. 내 말은 어렴풋이 어디서 봤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봤다고. 너희 로비에 걸려있는 사진 못 봤어? 거기에 이 사람, 이 사진 걸려 있잖아.”

 

 수없이 로비를 지나쳤지만 이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서정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 사진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날. 5명은 로비 앞쪽에 걸린 작은 사진 앞에서 얼굴을 맞대었다.

 

 “정말이네……. 정말 여기에 있었네.”

 

 어젯밤 포탈에서 검색해서 본 것과 똑같은 사진이 그곳에 걸려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지나다니며 로비에 걸린 사진들을 봤건만, 다른 것은 다 눈에 익어도 이 사진만은 누가 몰래 갖다 놓기라도 한 것처럼 생소하다. 꼭 뭐에 홀린 기분이었다.

 

 “다온 형은 그렇다 쳐도, 너희 셋은 몇 년이나 여기 연습생으로 있었으면서 이걸 못 봤다는 것이 믿기지를 않는다.”

 

 “다른 것에 비해 사진이 작고 흑백인데다 입구 앞쪽에 걸려 있어서 크게 관심을 안 뒀지.”

 

 “사진 옆에 적힌 이 글은 뭐야?”

 

 “아티스트 연혁 같은 거 아닐까. 어디 보자. 강한비. ‘스타랜드’의 시작이며 첫 번째 별. 이게 무슨 뜻이지?”

 

 “스타랜드가 키워낸 첫 연예인이라는 뜻이야. 초창기에 이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이라고는 나 하나였거든.”

 

 사진을 보고 있던 아이들 사이로 한비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앗! 깜짝이야.”

 

 놀란 아이들이 펄쩍 뛰며 한비에게서 떨어졌다. 서너 걸음 차의 거리를 둔 채 아이들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검은색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왁스로 올려 넘겼던 지난번과 달리 그는 스포티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얼굴로 나타났다. 그러자 사기꾼 같아 보이던 저번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아역시절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잘 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그냥 연예인이었다.

 

 “아침부터 연습이라고 해서 왔는데, 어디로 가면 되니?”

 

 “아, 저희를 따라오시면 돼요.”

 

 다온이 앞장 서 연습실로 안내한다. 한비의 경력과 아역시절 잘 나가던 모습을 확인하고 난 뒤라 그런지 그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여전히 그가 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불순하다고 의심하는 인범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그날은 한비가 합류하고 처음 갖는 연습으로 각자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날이다.

 

 등수를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 멤버들의 가창력, 음색, 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고 그걸 바탕으로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오전에 안무가가 가르쳐 준 짧은 안무를 배우고 습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춤추는 것에 능숙한 진오, 욱영, 인범, 서정은 금방 안무를 익힐 수 있었지만 다온은 시간 안에 안무를 익히는 것도 버거웠다.

 

 “으아앙. 이따 기억이나 제대로 날려는지 모르겠네.”

 

 “마음 편하게 먹어요. 이걸로 데뷔 조에서 잘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기억나는 대로 동작 끊지 말고 계속 유지하면 돼요.”

 

 진오는 다온을 격려하면서 한비는 어쩌고 있는지를 살폈다. 춤을 배운 적이 없다면 그도 안무를 익히는데 애를 먹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안무 연습은 하지 않고 연습실 한쪽에 누워 잔다.

 

 “아무리 대표님 조카라도 그렇지 너무 성의 없는 거 같지 않아?”

 

 진오는 애를 쓰는 다온에 비해 한비의 태도가 너무 불량한 것 같다고 푸념을 한다.

 

 “아까 안무 배울 때도 설렁설렁 추던데. 회사의 첫 연예인이고 과거에 아무리 대단했다고는 해도 그건 배우로서 대단했던 거잖아. 가수를 하려면 그에 맞는 노력을 해야지. 저 사람 대표님 뒷배 믿고, 우리를 들러리로 삼아 재기하려는 것이 틀림없어.”

 

 인범은 한비의 꼴을 보니 제 추측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연습 시간이 끝나고 손희영과 양지형, 프로듀서와 안무가가 자리한 가운데 멤버 별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 뒤에 오전에 습득했던 안무를 추었다.

 

 자기 차례가 아닐 때에는 연습실 한 쪽에 앉아 다른 멤버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기존 「팔라딘」 멤버였던 5명은 무난하게 자신의 차례를 마쳤다. 다온마저도 오전에 익힌 안무를 틀리지 않고 해내었다. 조금 미숙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노래실력이 그 미숙함을 덮고도 남았다.

 

 “야. 드디어 저 사람 차례다.”

 

 서정이 양 옆에 앉은 욱영과 인범에게 속삭였다.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듯 그들은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떴다. 누가 보면 이쪽이 심사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좀 귀찮은 듯 연습실 가운데로 걸어 나오는 한비는 카메라가 돌아가자 표정이 돌변했다. 여유로운 미소와 생기 도는 눈빛으로 단번에 호감을 주는 인상이 되엇다.

 

 “이름은 강한비. 낙하산으로 팀의 리더를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를 노래는 ‘어쩌다’입니다.”

 

 그의 소개가 끝나자 회사 직원이 반주를 틀어주었고, 그는 리듬을 타며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예상보다 세련된 창법과 편안한 음색을 가진 한비의 노래를 듣고 나머지 5명의 멤버들은 머리가 띵했다.

 

 “왜 잘 부르지?”

 

 “……그러게.”

 

 인범과 서정이 어이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노래를 끝낸 한비가 뒤이어 오전에 배운 안무를 추자, 그들은 두 번째로 머리가 띵했다.

 

 안무가가 가르쳐 줄 때도 제대로 추지 않고, 연습도 잘 안 하고 잠만 자던 사람이었는데 안무를 완벽하게 추는 것은 물론 동작마다 그만의 특유한 흥이 실어 넣기까지 한다.

 

 “왜 춤도 잘 추지?”

 

 “……그러게. 그런데 우리만 놀라고 있는 것 같지 않냐? 왜 회사관계자 분들은 저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보고 있지?”

 

 한비의 뜻밖의 실력과 회사 관계자들 덤덤한 반응에 서정이 의문을 표하자,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욱영이 말했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네. 저 형, 그냥 낙하산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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