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즈니스 중입니다.
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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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파트너
작성일 : 20-09-30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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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왜 잘해요?”

 

 한심한 질문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인범은 이걸 아니 물을 수가 없었다. 연습을 끝내고 물을 마시려던 한비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잘 하니까 잘 하는 거지, 그 간단한 사실을 왜 물어?”

 

 살짝 올라간 입꼬리, 가느다랗게 휘어진 눈썹이 잘난 척을 한다. 그 꼴이 밉살스러워 인범은 더 따지고 든다.

 

 “형, 미국 안 갔었죠? 아역배우 그만둔 뒤에 아이돌 트레이닝 받았던 것 아니에요?”

 

 팀원들 간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며칠 째 다른 가수의 노래와 춤을 커버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함께 연습하면 할수록 인범은 한비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언컨대, 그는 연습생 생활을 해본 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한비는 인범이 추궁할 때마다 능청을 떨며 이렇게 말했다.

 

 “Whatever.”

 

 그는 연습이 끝나면 칼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숙소를 쓰지 않기에 팀원들과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음에도 그는 굳이 친해지려고 애쓰지 않았다.

 

 실력으로는 지적할 것이 없었지만, 인범은 그런 한비의 태도가 짜증났다.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친해져 보려고 뭘 좀 물으면 ‘Whatever.’ ‘So What?’ 이러면서 요리조리 피하기나 하고, 팀이랑 융화될 생각이 1도 없어 보인다니까. 저런 사람을 리더로 삼아 함께 데뷔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아찔하다.”

 

 연습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인범은 한비의 말투를 흉내 내며, 못마땅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자 씻으러 갈 준비를 하던 서정이 한 마디를 한다.

 

 “오늘은 어째 안 나오나 했다. 1일 1불평.”

 

 서정의 말에 발끈한 인범이 쏘아붙였다.

 

 “내가 이유 없이 불평하냐! 대표님 조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걸 어떻게 하냐고.”

 

 “연습에 빠지거나 늦은 적이 없고,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으면 그때그때 수용 잘하고. 조금만 더 연습하자고 하면 빼지 않고 하던데. 그것만 봐도 별로 권위의식 있어 보이지 않건만.”

 

 “친해지려는 노력을 안 하잖아. 팀의 리더이자 맏형인 사람이 앞으로 쭉 같이 활동할 팀원들과 가깝게 지낼 의향이 전혀 없어. 의향이 있었다면 연습 후에 밥도 같이 먹고, 이따금 숙소에 놀러와 노가리도 까면서 친분을 쌓아야 할 거 아니야.”

 

 서정이 실소를 지으며 인범을 빤히 바라보더니, 마실 것을 찾아 부엌으로 향하던 욱영을 불렀다.

 

 “최욱영. 우리 친하냐?”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들던 욱영이 눈을 몇 번 굴리더니 멋쩍게 웃었다.

 

 “글쎄?”

 

 욱영의 대답을 들은 서정이 이번에는 인범을 돌아보며 물었다.

 

 “박인범. 우리 친하냐?”

 

 “어? 어……. 글쎄.”

 

 인범도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는다. 여느 사람이었다면 친하다고 답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실망했을 테지만 서정은 의연했다.

 

 “나 처음에 들어왔을 때도 우리 별 걸 다 트집 잡으면서 싸웠었어.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 하나에도 빈정이 상하고 기분 나빠했지. 그게 폭발해서 데뷔평가 때 내가 사고를 쳤고 말이야. 고맙게도 그때의 실수를 용서해주고 오해도 풀어줘서 너희들에게 한 팀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지는 않잖아?”

 

 “그건 그렇지.”

 

 “한비 형도 마찬가지야. 우리랑 안면 튼 지 고작해야 2주일 밖에 안 됐어. 대표님 조카라는 타이틀을 떼고 생각하면 서로 편해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야. 아닌 말로, 형이 리더랍시고 처음부터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고 다녔으면 그때는 너 나댄다고 불평했을 걸.”

 

 “풋.”

 

 주스를 마시던 욱영이 서정의 말에 공감이 갔는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가 한 팀이 된 건 친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맞아서야. 너희들이 날 좋아하지 않아도 팀원으로 받아준 건 팀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고, 한비 형도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합류시켰다고 봐. 게다가 대표님 조카와 한 팀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어. 회사에서 물심양면으로 얼마나 애를 써주겠어. 비즈니스로 볼 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서정의 말이 구구절절 맞다. 인범은 소파 위에 벌렁 누워 기지개를 켠다.

 

 “비즈니스라. 그래 비즈니스라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지.”

 

 *****

 

 “연습들 잘 하고 있지? 오늘은 중요한 공지가 있다.”

 

 양지형이 연습하고 있는 와중에 불쑥 찾아와 말했다. 미리 언질이 있었는지 안무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선, 팀명이 확정되었다. 조만간 알려줄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곧 데뷔곡 선정 작업도 들어갈 거야. 콘셉트 포토 찍고 데뷔 알리는 기사가 나가면 SNS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채널을 개설해서 홍보도 시작할 거고. 거기에 너희의 일상과 커버무대 같은 것을 찍어 올릴 건데 이를 위해서 미션을 하나 줄까 해.”

 

 “무슨 미션이요?”

 

 “2명씩 짝을 지어서 유닛으로 무대를 준비하도록 해. 그걸 대표님, 나, 프로듀서와 트레이닝 선생님들이 보고 평가를 내릴 거야. 그리고 거기서 우승한 팀에게는 어마어마한 상품을 줄 거다.”

 

 “어마어마한 상품이 뭔데요?”

 

 “최신기종의 휴대폰”

 

 “오오!”

 

 “……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 한 세트.”

 

 “아니. 인원이 2명인데 한 세트를 주면 뭐 한쪽 씩 나눠 끼라는 건가요?”

 

 “이왕 돈 쓰시는 거 좀 더 베풀지. 너무하시네.”

 

 최신형 휴대폰으로 한껏 올라갔던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확 꺾이자, 멤버들이 저마다 볼멘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양지형이 손을 흔들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자! 자! 상품은 이거 하나가 아니야. 또 하나의 우승상품은 ‘데이드림’ 뮤직비디오 출연이다.”

 

 양지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범이 벌떡 일어섰다.

 

 “아! 깜짝이야. 이 자식 왜 이래? 꼭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인범이 데이드림의 오랜 팬이야. 데이드림 때문에 우리 회사 연습생으로 들어온 거고.”

 

 놀라는 서정에게 욱영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매사 불평불만이 많은 인범이 누군가를 저리 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 서정은 참 의외다 싶었다.

 

 데이드림은 스타랜드의 간판 걸그룹이다.

 

 5년째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드림은 멤버들 개개인이 드라마, 예능, 라디오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본업인 가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데이드림의 신곡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인범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팀은 어떻게 짜면 되나요? 우리끼리 알아서 정해도 돼요?”

 

 의욕이 넘치는 인범은 누구와 팀을 짜는 것이 우승확률을 높일지 계산하며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그런 인범을 양지형이 진정시킨다.

 

 “팀은 내가 짜줄 거야. 공정성을 위해 춤, 노래가 밸런스가 맞도록 짰어.”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지. 인범은 데뷔평가를 앞뒀을 때만큼이나 가슴을 졸이며 자신과 한 팀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기다렸다.

 

 “먼저 A팀은 다온이랑 진오.”

 

 “오예!”

 

 다온이랑 한 팀이 된 것이 마냥 좋은 진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음 B팀은 욱영이랑 서정이.”

 

 두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B팀이 발표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인범은 깊은 좌절을 느꼈다.

 

 “나머지 C팀은 누군지 알지? 한비랑 인범이야. 삼일 뒤에 준비한 무대를 볼 것이니까 열심히들 해봐.”

 

 미션을 공지한 뒤 양지형은 연습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유닛이 된 사람들끼리 모여 앉는다. 어떤 노래를 부르고, 안무는 어떻게 짤지 논의에 들어간다. 삼일이면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니 빨리 결정을 해서 연습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한비와 인범은 벌쭉하게 떨어져 서있기만 했다.

 

 ‘하필 걸려도 왜 저 형이랑 한 팀인 거야.’

 

 불평불만이 터져 나올 것 같던 찰나 인범은 어제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이건 비즈니스야. 원하는 걸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해.’

 

 미션에서 꼭 이겨 데이드림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인범은 먼저 한비에게 다가갔다.

 

 “형. 우리는 어떤 노래를 할까요?”

 

 “너는 뭐하고 싶니? 네 의견에 맞출게.”

 

 맞춰주겠다니. 의외로 진행이 빨리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인범은 휴대폰에 저장된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를 보며 노래를 골랐다.

 

 “데이드림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거니까, 데이드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데뷔곡이었던 ‘PINK MOOD’가…….”

 

 “그건 안 돼.”

 

 “역시 좀 그런가요? 남자 둘이 부르기에는 노래가 너무 말랑하죠. 그러면 이건 어때요? 모두의 봄.”

 

 “그것도 안 돼.”

 

 이런 씨. 인범은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다 안 된다고 할 거면 맞춰준다는 소리를 하지 말든가. 자신이 추천하는 곡마다 퇴짜를 놓으니 심기가 상한다.

 

 “대체 어떤 노래를 하고 싶은 거예요? 다 안 된다고 할 거면 형이 골라 봐요.”

 

 인범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러자 한비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인범에게 물었다.

 

 “너 말이야. 이 미션에서 꼭 이기고 싶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좋아. 그럼 오늘 우리 집에 올래?”

 

 한비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을 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왠지 모르게 사기꾼 냄새를 풍기던 그 모습이 말이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날 오후 인범은 한비가 알려준 주소대로 그의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나으려나?”

 

 한비의 오피스텔 앞에 당도해서도 그는 한참동안 초인종 누르기를 망설였다. 그런데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초인종 위를 오르내리던 손가락이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멋대로 벨을 눌러버렸다.

 

 벨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초인종 스피커 너머에서 ‘들어와’ 하는 한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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