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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입니다.
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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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첫 기사
작성일 : 20-09-30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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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떴냐? 떴어?”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인범은 뒤에 앉아 대기하는 진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휴대전화로 기사를 확인하던 진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우리 데뷔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사가 뜰 거라고 했는데. 점심도 지났건만 왜 아직도 안 올라오지?”

 

 “올라오겠지.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그래.”

 

 옆자리에 앉아 같이 메이크업을 받던 서정이 핀잔을 주었다.

 

 “기사만 나면 「E.O.N.S」의 데뷔가 땅땅땅 확정이 되는 거잖아. 엎어지고 메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한비 형이 도망만 가지 않는다면 말이지.”

 

 “까분다. 쓸데없는 곳에 신경 그만 쓰고, 뮤직비디오 찍는 데에나 집중해. NG 제일 많이 내는 녀석이.”

 

 의상을 맞춰 입던 한비가 인범을 비꼬았다.

 

 처음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날에는 다들 잔뜩 얼어붙어서 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찍었는지 모른다.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하거나 춤추는 모습이 들어갔다면 그나마 좀 나았을 텐데, 세계관을 보여주는 스토리 뮤직비디오라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도 몇 번 찍다 보니 익숙해져서 이제는 촬영장에 와서도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어? 떴다. 떴어.”

 

 연예면 기사를 계속 새로 고침하고 있던 진오가 외쳤다. 그 소리에 다들 진오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 ‘데이드림’의 동생그룹인 「E.O.N.S」가 오는 12월 데뷔할 예정이다. 소속사인 ‘스타랜드’에 따르면 「E.O.N.S」는 6인조 보이그룹으로 SF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세계관 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멤버 중에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6명의 멤버들은 차후 회사 SNS에 한 명씩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한창 뮤직비디오 촬영 중이라고 하며 앞으로 그들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주목되는 바이다. 』

 

 기사 위쪽에는 손희영이 선택한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생각보다 기사의 내용이 짧아서 실망했고, 서정만 얼굴이 제대로 나온 사진 한 장만 덜렁 올라온 것이 아쉬웠다.

 

 “왜 이 사진을 썼지? 단체사진 다른 것도 많이 있는데.”

 

 “나중에 SNS로 한명씩 소개한다잖아. 그때를 위해서 다른 멤버들은 흐릿하게 보이는 사진을 쓴 것 같아. 우리 팀 세계관 콘셉트랑 딱 맞기도 하고.”

 

 민망해 하는 서정이 눈치 보지 않게 다온이 잘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깜짝 멤버가 누구를 말하는 걸까? 다온이 형? 한비 형?”

 

 “둘 다 말하는 것이겠지. 그보다 댓글 달린 것 없어?”

 

 “요새는 연예기사에 댓글 못 달잖아. 설사 옛날처럼 댓글을 달 수 있다고 해도 포털 메인에 걸린 기사도 아닌데 누가 들어와서 댓글을 달겠어? 「E.O.N.S」라고 따로 검색해야만 나오는 기사인걸. 데이드림 선배님들 이름을 앞에 붙인 것도 검색에 잘 걸리게 하려고 그런 거야. 한 마디로 우린 아직 쩌리라는 거지.”

 

 진오가 제법 냉철하게 현실을 자각시켜준다.

 

 “그럼 메인에는 어떤 기사가 올라왔는지 봐보자. 응? 쥬쥬엔터? 여기 회사에서도 신인그룹이 나오나 보네. 얘들은 뭔데 기사가 메인에 걸렸지?”

 

 “뭐 누구?”

 

 서정은 욱영이 보고 있는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쥬쥬엔터 비밀 병기 출격! 「휴고(虧古)」가 이번 달 말에 전격 데뷔를 한다. 고루한 옛것을 버리겠다는 뜻의 휴고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만능 아이돌 ‘모펫’을 전면에 내세워 아이돌 명가 ‘허밍버드’가 선보인 신인그룹 「윈터나이츠」와 함께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이끌 선두주자로 주목 받을 전망이다.』

 

 서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죽거리듯 ‘기어코’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욱영과 눈이 마주쳤다. 욱영은 서정이 왜 저리 발끈하는지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서정은 태연함을 가장하며 욱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

 

 “데뷔한다고 끝이 아니구나. 「윈터나이츠」와 「휴고」 말고도 이번에 데뷔하는 신인그룹이 하나 둘이 아니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이름이랑 노래를 어떻게 어필을 하지? 참 만만한 일이 하나도 없네.”

 

 인범이 한탄을 하였다.

 

 왜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 푸념만 할 시간에 오늘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잘 찍을까 고민이나 하라고 한비가 쓴소리 할 때가 되었는데 어째 날아오는 말이 없다.

 

 그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뭐하나 싶어 슬쩍 다가가보니 본인 휴대전화로 「E.O.N.S」의 기사를 읽고 또 읽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깜짝 놀랄만한 인물’이라고 적힌 부분과 닫혀있는 댓글 창을 쉼 없이 오간다. 굳은 표정과 깜빡거리는 눈이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형?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응? 나? 아니야. 괜찮아.”

 

 인범의 물음에 한비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입술이 말라있었다. 그런데 마침 대기실 문이 열리며 원중이 들어왔다.

 

 “애들아 촬영 준비 다 됐다. 헤어, 의상 세팅 다 됐으면 얼른 나와. 뮤직비디오에 친히 출연해 주신 여배우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신단다.”

 

 “오! 맞다! 여배우. 우리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주셨다던 그 유명 여배우를 오늘 드디어 만나 뵙게 되는구나. 대단한 분이시라고 들었는데 누굴까? 아무리 물어도 절대 안 알려주던데.”

 

 “그분이 세계관에서 맨 처음 학교의 비밀을 알아내려다가 죽는 역할인 거지?”

 

 “응. 그래서 혼자서 촬영한 부분이 따로 있는 거고.”

 

 기대를 안고 촬영을 할 학교 교실로 향했다. 그곳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책상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애들아, 안녕?”

 

 한나가 상큼한 미소로 「E.O.N.S」 멤버들을 맞았다. 데이드림의 팬인 인범이 가장 먼저 반색을 한다.

 

 “선배님이 어째서 여기에? 설마 선배님이 우리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신다던 그 여배우?”

 

 “나라서 실망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유, 아닙니다.”

 

 인범과 다른 멤버들이 손사래를 친다. 한비만 빼고.

 

 “말이라도 고마워요. 그런데 한비 너는 내가 출연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응? 아? 뭐…….”

 

 약간 넋이 빠진 한비가 말을 얼버무린다.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그녀는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촬영에 들어가고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진행이 되었다.

 

 한나도 한비처럼 아역배우를 했었다. 다만 그녀는 한비처럼 유명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없었고, 대개 어린이 용품 CF에 출연하였다. 둘은 같은 CF에 출연한 적이 있었고 그때의 인연으로 한나는 스타랜드 연습생으로 들어와 데이드림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가수로 데뷔한 뒤에도 그녀는 꾸준히 웹 드라마를 찍었기에 한나의 연기력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한나와의 촬영이 끝났다. 돌아가려는 한나에게 「E.O.N.S」 멤버들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음 촬영을 위해 자리를 뜨려는 한나가 한비를 붙잡았다.

 

 “강한비. 나 차타는 곳까지 배웅 좀 해줘라. 출연료도 안 받고 우정출연해주는 건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나 아직 촬영이 남아있는데.”

 

 “서정이 먼저 찍을 것 같으니까, 데려다 주고 와.”

 

 원중이 다녀오라며 등을 떠민다. 한나의 매니저가 차에 시동을 걸러 학교 밖으로 나가고, 한나와 한비는 촬영을 위해 섭외한 학교의 교정을 거닐었다.

 

 “오늘 기사 났다며? 「E.O.N.S」 데뷔 기사.”

 

 한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변화 없는 얼굴 표정과 무거워진 입이 뭘 의미하는지 한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없이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것도 모르고 한비는 멍하니 앞으로 걸어 나가기만 한다. 한나가 짧게 입천장을 차더니 힘껏 달려가 한비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야! 너 뭐하는 거야?”

 

 한비가 화를 냈다. 그런데 한나가 더 크게 화를 낸다.

 

 “너 잘났어! 잘나도 더럽게 잘났으니까, 잘난 척하고 살아! 내가 그래도 된다고 했지. 사람들이 아역배우 ‘강한비’를 어떻게 바라봐줄까 고민하느라 또 개짓거리 하면 정말 죽을 줄 알아.”

 

 한나가 으르렁거렸다. 어두웠던 한비의 얼굴에 실낱같은 미소가 드리워진다.

 

 “네. 누나.”

 

 한나의 격한 응원을 받고 편안해진 한비는 불안을 떨치고 남은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앞으로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다음날 생각지도 않은 기사가 터졌다.

 

 『데이드림 강한나 같은 기획사 「E.O.N.S」 뮤직 비디오에 출연?

 그곳에서 발견된 뜻밖의 인물은? 왕년의 아역스타 강한비.

 「E.O.N.S」의 새 멤버? 혹은 연기 재개?』

 

 기사에는 멀리서 몰래 찍은 듯한 저화질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찍은 학교에서 한나와 한비가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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